"우와…"
옹주가 아닌 평범한 여인으로 저자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저를 싫어하는 공주와 올 것이라고는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나는 공주가 무엇 때문에 저와 저자거리에 가자고 하였는 지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수락했다.
공주가 저와 무엇을 함께 하자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아니, 내가 저자거리에 가고 싶었기에 그런 걸 수도 있다.
저번에 우스갯소리로 오라버니에게 저자거리에 가고 싶다고 말하였었는데.
처음와 본 저자거리의 풍경은 정말…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궁에서는 취급도 하지 않은 먹거리들과 궁에 있는 금과 옥으로 만든 장신구들과는 비교도 안 될 장신구들까지.
모든 것이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궁에 있던 장신구들보다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이곳에 장신구들은 이 장신구들 나름의,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장신구들에 홀려, 나는 해가 저물었다는 것도 모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을 때 쯤.
그제야 공주가 제 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두운 저자거리. 아니, 어쩌면 낮보다 밝은 것 같은 저자거리다.
예쁘게 켜진 호롱불. 낮과 다름 없이 물건을 파는 상인들.
또, 낮과 다름 없이 물건을 사고 구경하는 사람들.
사실 공주가 없어도 난 혼자 곧 잘 다녔다.
사방은 불로 가득 차있으면, 사람들은 많았기에.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궁에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그렇게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저자거리를 홀로 걸어다녔다.
여기서 저가 이 나라의 옹주이니 궁까지 데려다주라고 한다면.
아마 날 미친 여자로 볼 것이 분명했기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화가 났다.
공주는 분명 나를 이렇게 혼자 버려둘 생각으로 데리고 온 것이겠지.
한숨을 푹 쉬며 땅을 보고 걷던 중.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땅을 보고 걸어 앞을 못 봐 부딪힌 거기 때문에 일단 사과부터 했다.
나와 부딪힌 사람은 아마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인지, 비틀거리며 중심도 잘 잡지 못 하였고 코와 볼주변이 붉게 올라와 있었다.
"이 기생년이 말이야… 내가 만만해? 어?"
저의 어깨를 밀치며 기생이라는 말을 해오는 남자에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제가 잘못한 것이니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저는 기생년이 아니라… 아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남자는 술 냄새를 풍기며 제 턱을 잡아들었다.
"기생년 주제에…"
또 다시 저를 기생년이라고 칭하는 남자에 화가 나 손을 뿌리치자 남자는 화가 난 것인지 저를 때릴 듯이 손을 치켜들었다.
그에 지지 않고 난 눈을 부릅뜨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될 대로 되라지.
"이 기생년이!"
그리고 남자의 손이 내게로 날아왔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날아오는 손에 저도 모르게 감은 눈을 다시 떠보니 나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구해준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이, 이거 안 놔?"
"못 놉니다."
아아악, 하는 남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남자는 자신의 손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제야 나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EXO/민석준면찬열백현경수세훈] 두 개의 달이 뜨는 밤 :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8/59c96432d2240082ddd9adbec5a20d75.png)
잘생기고 키가 큰 남자였다.
"괜찮으십니까?"
아까의 단호하고 차가운 말투와는 다른 다정하고 따뜻한 말투에 눈을 껌뻑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 번 더 했다.
그리고 웃으며 다행이라고 말 한 뒤,
그냥 가버리려는 남자의 옷자락을 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 이 근처에 하룻밤 묵을 곳이 있을까요?"
소심하게 물어오자 크게 웃는 남자에 조금 당황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렸다.
"저희 집이 이 근처 입니다."
![[EXO/민석준면찬열백현경수세훈] 두 개의 달이 뜨는 밤 :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8/f069e1274e8253ea36c9be964985adb4.png)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제게 밝게 인사해보이던 여주가 보이질 않았다.
어린궁녀를 골리러 자주 가던 서재에도, 옹주의 침소에도, 또 저와 자주 같이 와 이야기를 나누던 연못에도.
그 어디에도 여주는 없었다.
"어디에 간 거야."
혹여나 어디 잘못된 것은 아닌지.
자꾸만 커져 오는 걱정에 민석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리고 문득 민석은 여주가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저자거리에 한 번 가보고 싶어.'
민석은 뒤도 안 돌아보고 궁 밖으로 나섰다.
![[EXO/민석준면찬열백현경수세훈] 두 개의 달이 뜨는 밤 : 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30818/88c992a95205c0bb7b1bb669f1fc53a3.jpg)
아까 그 곳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이지만 아직은 저자거리를 걷는 중이다.
아까 그 남자와 같이.
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어 옆에서 걷는 남자를 힐끔 거리고 있을 때.
그 남자가 내게 물어왔다.
"이름이 무엇입니까."
"…김여주라고 합니다."
"김여주… 여주, 예쁜 이름 입니다."
예쁜 이름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남자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 저는 박찬열이라고 합니다."
넋을 놓고 남자를 보느라 이름을 물어보는 것도 잊고 있었다.
"아… 찬열이라는 이름도 예쁩니다."
내 말에 빵 터져서는 웃는 찬열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왜 웃으십니까?"
"제 이름이 예쁩니까?"
얼굴을 가까이 하고는 물어오는 찬열에 심장이 진짜 쿵하고 떨어지다 못 해 쾅하고 떨어지는 기분.
아… 그게, 그… 하고 시선을 피하며 바보 같이 나오는 말에 속으로 내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찬열은 여전히 내 얼굴과 제 얼굴을 가까이 한 채로 날 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김여주"
오라버니다.
또 다시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에 찬열에게서 뒤로 물러나 오라버니를 쳐다보니,
난생 지은 적 없던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오라버니가 서 있었다.
그 때 본 표정은,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것도 엄청, 심하게 많이.
"아는 사람… 입니까?"
인상을 찌푸리며 저와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찬열이 내게 물었다.
그리고 오라버니는 내 손목을 낚아채 듯 잡고 가려고 했고, 또 반대쪽에서는 찬열이 제 손목을 잡았다.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이내 찬열도 제 손목을 잡은 반대쪽 오라버니의 손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인지, 내게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에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내 손목을 더 세게 잡아오는 듯한 오라버니에 놀라 오라버니를 쳐다보니
오라버니의 표정은 더욱 굳어가고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찬열은 내 손목을 놓아주었고, 내게 말했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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