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24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신이시여 전체글ll조회 357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날이 새었다.
예리는 뭐가 불만인지 계속 투덜거리다가 어느새 내 옆에서 곤히 잠들었다.
하지만 나는 또 밤을 새버렸다.
푹 자본 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러던 중 사경을 해매고 있던 지나가 깨어났다.
그녀의 눈이 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힘 하나 없는 눈.

“괜찮아??”

“.......아니요”

의외로 존댓말이 나왔기 때문에 놀랐다.
지나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다가 옆에서 새근새근 무신경하게 잘도 자고 있는 예리를 쳐다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저..언니는 뭐죠? 대체..?”

“예리가 뭐?”

“사람을 그렇게 완벽하게 죽여 버리는 능력이 있다는 건 들어 본적도 없어요.”

“아..그건 나도 그래..”

“저 언니도 실험체 였나요? 00367??”

정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들은 건 다 듣고 볼 건 다 본 것 같았다.

“응...”

“하지만...아무리 봐도 초능력은 아닌 것 같은데.......”

“아마도... 그런 것 같아.”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이제 어떻게 할꺼니?”

“모르겠어요...”

“설마 아직도 그 아저씨를...??”

“,..........................”

어이없게도 지나는 그렇게 배신당하고도 진철을 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사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알았어요... 그래도 조금은...”

예리보다 어린나이였지만.
그녀보단 훨씬 철이 들었달까. 어른스러웠다.


“이제 잊어버려.
살다보면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꺼야“

“.................오빠처럼 요?”

“뭐??”

“나 들었어요. 나대신 "Z"의 여자에게 하는 말.
믿는 걸 져버리는 사람이 나쁜 거라고. 멋졌어요.
아저씨도 오빠 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았을 까요...“

“지나야....”

지나가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너무나 슬퍼 보였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
그런 건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펐다.

“갈 곳이 없으면 우리랑 같이 있도록 하자.
안 그러면 너는 매우 위험 할꺼야...“

“그렇지만...”

“일단은 그렇게 해..”

“네....”

그녀도 우리와 같이 있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는지 결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져 버렸다.
여전히 잘 자고 있는 예리가 왠지 부러울 정도였다.
쳇.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

“그건 그렇고 언니하고 오빠는 어떻게 만났어요?
언니가 실험체 였다면. 오빠도 “Z" 의 사람이었나요?”

“그건 아닌데..움 말하자면 조금 긴데?”

“어차피 언니가 일어날 때 까지는 할 것도 없을 텐데 들려주세요.”

“그래...”

그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어색한 분위가가 아예 굳어버릴 것 같았기에 나는 예리와 관련된 일을 차근차근 말해주시 시작했다.
.
.
.
“아....그랬군요? 무서운 언니네요?”

“그렇지? 사실. 너도 죽어버렸을지 몰라..”

“오빠가 살려 준거네요?”

“뭐 그런 셈인가? 핫핫”

나는 머리까지 긁적이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같이 대할 수 있었다. 순전히 지나 덕분이었다.
예리와 같은 비참한 경험을 했어도.
비관적인 세계관으로 물들지 않은,
근본적으로 밝은 성격인 것 같았다.
.
.

“그런데 예리 언니는..팔려 간거구나?”

“응...뭐... 너는 아니야?”

“저요?....사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부모님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스스로 팔렸어요”

“뭐어???”

뜻밖의 사실 이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팔았다니.
게다가 그런 사실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그녀가 믿기지가 않았다.

“저는 사실 능력을 자각하고서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어요.
하지만 아버님의 사업이 망하고 곧 굶어죽어 버릴 신세가 되었는데. 도저히 버틸 수 가 없었어요. 제 동생들도... 너무나 불쌍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그래도 제 덕분에 다른 가족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기쁘니까....“

“부모님은 아직도 제가 실험체 로 팔려간걸 모르고 있을꺼에요. 말하지 않았으니까.”

웃으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하던 그녀의 눈에서 굵은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웃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얼마나 어려울 일인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착한 아이였다.
분명히 지금보다 더 어린나이였을 텐데도...

“그럼 이제 가보고 싶지 않아? 도망쳤으니까... 가족을 볼 수 있잖아”

“안돼요... 그랬다간 ”Z" 에게 부모님과 동생들이 위험 해질 테니까.. 그들은 무서운 집단이에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렇구나...”

“아저씨......는 그런 나에게 잘해 주었어요...”

“에..?? 그건 생각 하지 말라니까!!”

“언제나 제대로 된 밥도 챙겨다 주고. 영양제만 맞는걸 보고 있을 수 없다고. 아빠 같은 사람이었는데. 너무 좋았는데. 어느 날 저를 덮쳤어요. 그래도 그동안 잘해준걸 갚는다 생각하고 허락했는데. 바보같이 너무 좋아져 버려서. 아저씨는 그럴 맘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도망쳐 버리면....나와 같이 있어줄지 알았는데...”

“생각하지마...”

나는 조용히 그녀의 등을 다독거렸다.
지나는 결국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었다.
한참을 울던 지나가 겨우 진정이 되었을 때는 시간이 이미 정오를 지나가고 있었다.
쪼잔 한 여관주인이 체크인이 어쨋다며 계속 중얼거려서.
곧 나간다고 말해주고 온 사이에 예리가 깨어있었다.
멍하니 앉아서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내 눈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어디 갔었어?”

“잠깐 아래에.”

지나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움직임이 없었다. 아마도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했다.

“지나야. 여관에서 나가야 되니까 준비해..”

“그런가요? 알았어요..”

“나는...?”

지나에게만 말을 하는걸 보곤 예리가 자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도 당연히 가야지. 그걸 말이라고...
하지만 괜히 또 화를 냈으면 곤란했으므로

“너도 나갈 준비 해야지...?”

라고 말은 해주었다.

“으응.”

내말에 예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나는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마 퉁퉁 부은 얼굴을 정리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또 한명의 여성께서는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바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포즈를 취했다.

으아아아!

“예리야....”

“왜? 나가자며???”

“그...눈꼽이나 좀 때고 말해 ...”

“눈꼽??”

나는 결국 지나가 나온 뒤에 예리를 대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시켜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나가 살짝 웃어 보인다.

“왜 웃어??”

“조금 부러워 서요”

“이게 뭐가 부러워......”

“빨리 하고 나오세요, 훗”

지나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부럽다니? 모르겠군...
그런데 갑자기 왜 이렇게 차가운 물이 튀어오지?
나는 물이 튀어오는 쪽을 돌려 보았다.
예리가 샤워기의 꼭지를 최고로 돌리고 있었다.

“예리야!! 샤워기 틀지마. 오늘은 그거 아니야!!
옷 젖잖아.. 아악!!“

아아...어렵다.
나는 머리를 숙이며 샤워기로 뛰어갔다.
어렵사리 예리를 씻기고 셋이서 거리를 돌아다녔다. 셋이서 돌아다니는 건 의외로 즐거웠다. 예리는 지나에게 전처럼 강한 적의를 보이지는 않았고.
어느 정도는 그녀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이해해 준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지나와 가까워 진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또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일주일 이상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제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은근히 걱정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원래 조용한 것이 더 무서운 법이니까.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춥고도 조용한 밤이었다.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싸구려 여인숙으로 들어간 밤이었다.

“피곤하니까 빨리 자도록 하자.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되는 신세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자장가 불러줘”

“오늘은 그냥 잡시다....네?”

“불러줘.....”

예리가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모습을 이불을 깔면서 지켜보던 지나가 다시 조금 웃더니 입을 열었다.

“언니. 제가 불러드릴까요?”

“싫어”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는 예리였다.
뭐 언제나 와 같은 패턴이었지만.

“알았어. 알았어. 내가 불러 줄 테니까 누워”

“응...”

예리는 재빠르게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누웠다.

“자장...자장 우리아가...”

그 모습에 지나가 다시 웃음소리를 흘렸다.
속으로 웃으려다가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 것 같았다.

“또 부러워?”

“네.,..?”

지나가 이런 행동을 할 때에는 언제나 부럽다는 거였다. 뭐가 그리 부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야. 그럼 너도 예리 옆에 누워...”

“아니에요. 되었답니다. 자장가가 부러운 건 아니니까요...게다가 저기 언니 얼굴 좀 보시고 말 하세요”

예리?
헉!
예리는 지나와 나를 번갈아 가며 쏘아보고 있었다.

“이리 오면 죽여 버릴 거야”

라는 말까지 곁들인 체로..
어느새 내 손까지 꼬옥 움켜잡았다.
정말이지. 우리아가야 라니까.
결국 어느 정도 자장가를 불러준 후에야 예리는 잠에 빠져들었다.

“예리가 왜 너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어”

“언니는 다른 사람하고는 말도 하지 않는걸요? 저하곤 말이라도 하니까 어디에요”

“그건 그렇가...”

“게다가 언니는 저하고 오빠하고 친한게........쿡...”

“왜 그래..?”

“아니에요...언니도 그렇지만. 오빠는 정말 왜 이렇게 둔감 한 건지....”

“뭐...뭐가...”

“아니에요....주무세요....”

“그...그러지 뭐”

지나가 한 말의 뜻이 조금 궁금했지만 결국 피곤했기 때문에 쉽게 잠들어 버렸다.
좁아터진 여관방에서.

“끼이이익”

문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잠에서 깨버렸다.
둘러보니 지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나는 별생각 없이 그냥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였으나.
화장실 가는데 왜 밖으로 나가냐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얼레......?”

옆에는 어느새 이불까지 걷어차고 나와 거의 밀착한 상태로 잠들어 있는 예리가 보였다.
그런 예리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는 조심히 바깥으로 나왔다.
예리의 경우 생각이 행동에서 다 들어나기 때문에 거의 알 수 있지만.
지나는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밝게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떤 아픔을 삭이고 있을지.
워낙에 어른스러운 아이였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여관 밖 길가를 둘러보니.
짙은 구름사위로 보일랑 말랑 한 달을 쳐다보고 있는 지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검은 단발머리가 으스름한 달빛과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나는 나가서 말을 걸어볼까 하다가 혼자 나두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되어서 발을 돌려 다시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녀가 갑자기 무언가에 흠칫 놀라더니. 길 쪽으로 뛰어가 버렸다.

“???”

“무슨??”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쫒아가기 시작했다.
비록 지나도 초능력자이지만 예리와 같은 상식 밖의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곧 그녀의 모습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한참을 뛰던 그녀가 갑자기 멈추어 섰는데 그 앞에는 왠 사람이 서 있었다.
나는 급히 반대쪽 골목에 몸을 숨기고 빠끔히 얼굴만을 내밀어서 지나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지나가 갑자기 남자에게 안겨들었다.

“아저씨!!!”

곧 가려져 있던 달이 구름사이로 나왔을 때 나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정진철 이었다.
저 남자가 도대체 왜..
나는 그 남자가 지나에게 접근한 것이 왠지 꺼림칙했기 때문에 더 이상 몸을 숨기지 않았다.

“지나야!!”

놀란 지나와 진철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나에게 뛰어가 그녀의 손을 끌고는 진철에게서 떨어뜨렸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 저...아저씨가...아저씨가 ”Z“ 에게서 도망쳐 왔대요. 내가 보고 싶어서”

“바보야...그건 또 속는 거야...그건...”

나는 진철을 올려 다 보았다.
비록 나보다 20살 정도 위였지만 전혀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신. 이제 와서 나타난 이유가 뭐야? 요즘 제트가 조용한 것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아닙니다..저는 그저 지나가 보고 싶어서”

“나둘 때는 언제고! 그걸 어떻게 믿어...”

“오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것 봐요. 도망치다가 다리도 다쳤다고...”

지나는 진철의 다리를 가리키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하였으나 나는 진정할 수 없었다.
그쯤 상처 속이려면 얼마든지.

“지금 추격 받고 있어. 지나야...나 좀 도와줘...”

“아저씨..이제 괜찮아요. 아저씨도 보셨죠? 여기에는 무지 센 언니가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곧 올껍니다.”

“아..다행이군요...”

예리는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지만.
곧 올 것이라 말했다.
왜인지 꺼림칙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총알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우리의 발밑에 박혔다.
진철의 다리에도 총알 하나가 보기 좋게 관통하였다.

“아악...”

진철은 다리를 부여잡고 지나에게 외쳤다.

“지나야...도망가...그들이다...벌써 쫒아 온거야!!”

“아저씨..안돼요....”

"오빠...이래도 못믿어요?? 어서 도와주세요...네??“

여전히 미덥지 못했지만 지나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부탁하는 것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진철을 업어 매고 뛰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나가 열심히 쫒아왔다.
얼마를 달렸을까. 인근의 야산으로 올라갔다. 저격 총이라면 이런 곳이 안전했으므로 바위위에 진철을 앉히고 땀을 닦았다. 지나는 진철 에게 딱 붙어서 피가 흐르는 진철의 다리를 옷가지를 찢어서 싸매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지나가 진철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
뭐 정말로 도망친 거라면 지나에게 너무나 잘된 일이지.

“당신. 정말로 도망친 겁니까? 어떻게?”

“말하자면 길어요. 하지만 지나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서....괜찮으니까 다행이야”

“아니에요....아저씨 이제 왔으니까 괜찮아”

지나는 그렇게 말하며 진철에 안겨 들었다. 나는 왠지 방해만 할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야. 난 주위 좀 살펴보고 올게”

하지만 지나는 진철 에게 안긴 후 대답이 없었다.

“지나야??”

순간 진철의 표정이 바뀌었다.
지나의 몸이 그에게서 스르르 떨어져 내렸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배에 단도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야!!”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서 달려갔다.
진철은 웃어재끼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제 됐어! 됐다고. 이제 승진도 할 수 있어!!! 우하하 ”

팔을 하늘을 향해서 쫘악 벌리곤 미친 듯이 외치는 모습이었다.

“지나야!!!”

“아저...씨...”

“지나야..!!....”

그녀의 배에서 계속 피가 고여 왔다.

“오빠..? 아저씨는...”

“그놈은 너를 ...찔러..렀어....그..그래도 찾는거냐고...”

“오빠...”

“쿨럭 쿨럭”

그녀는 곧 피한덩어리를 토해 내었다.
이래선 안돼.
너같이 착한 아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 된단 말이야!!

“지나야...아무 말도 하지마. 곧 구해 줄테니까...”

지나는 피를 계속 쏟아내며 땀방울과 핏방울이 뒤범벅인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병원.
병원으로 대려가야데.

“오빠...이...이미 틀...틀려 어요.... 쿨럭...”

“나...죽는 거에요... 헤헤... 그래도 오빠같이 착한 사람 품에서 죽으니...괜찮네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까...!! 지나야!!”

“만약 오빠를 더 일찍 만났다면... 오빠를 좋아했으면.....행복했을텐데”

“말하지 말라니까..!!”

“나는 이미 틀렸는 걸요....”

“오빠....아저씨를...아저씨를 죽이지 마세요.......”

“무슨 소리야... 이렇게 이렇게 지독하게 당하고도......너란 아이는 정말...”

“괜찮으니까.....나....난 괜찮으니까... 자...잘 살아야 돼요...
그래...언니랑 잘 지내세....“

“지나야!!!!”

끝이었다.
지나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였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지나야....죽으면 안돼...이렇게 주..죽으면..”

착한아이였다.
죽는 순간 까지도 남을 생각하는 정말로 착한 아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돼는 아인데 죽어버렸다.
그것도 좋아했던 남자에게...

분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왜. 왜.
이렇게 착한 아이는 죽고. 그런 아이를 이용하는 자식은 웃고 있는 걸까..

“지나야......”

그녀의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부러워서요”

라며 웃어보이던 그녀의 밝은 모습이.
어떤 일에도 밝으려고 애쓰던 그녀의 어른스러운 모습이.

가족을 위해 희생했다고 그것이 기쁘다고 말하던 그녀의....얼굴이.
내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만들었다.

“우하하하하”

그런 지나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죽여 버린 진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의.
그래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랐다.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배를 꿰뚫어 놓은 단도를 뽑아들었다.
꽈악.
나는 그녀를 조심히 내려다 놓고 진철 에게 달려가려고 하였으나.
오른손이 자유롭지 않았다.
나는 지나가 죽으면서 내 오른손을 움켜쥐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저씨를 죽이지 마세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이 떠올랐다.
설마 내가 그를 죽이려고 할 걸 예상하고 온힘을 다해 내 손을 움켜 쥔 건가.
바보 같은.
바보 같은 것아.

나는 지나가 쥐고 있는 오른손을 풀지 못했다.
도저히 풀 수가 없었다.
단도를 쥐고 있던 오른손에도 힘이 스르르 풀려버렸다.
나는 지나의 옆으로 힘없이 주저앉았다.

“아아아아아앜!!!”

“정진철. 정진철!! 어떻게 너란 인간은. 너란 인간은!!
이렇게 착한 아이를 죽여 버릴 수 있는 거야!!“

여전히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웃어재끼고 있던 진철이 나를 돌려다 본다.

“그딴 년 알게 뭐야. 어차피 한번 즐기려고 잘해준 것뿐인데.
덕분에 승진까지 하게 되었으니. 고마운 존재이긴 하지! 크크크“

“.............지나는 어째서 당신 같은 인간을...”

“하하하하!!
“Z" 는 위대하다. 그들을 거역하면 죽음뿐이야”

“맞아요... 호호”

진철의 말을 덧붙이는 목소리.
바로 정장A였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뻔했다.
텔레포트를 사용해 나타난 것이리라.

“내가 말했죠? 그 쓰레기는 조만간 죽여주겠다고.
게다가 일부러 좋아하는 사람에게 죽게 해줬으니 행복하겠지. 후후“

“그..그게 무슨소리야..”

일부러 라고?
지나가 이렇게 죽게 만든 것이 일부러 만든 거라고?

“당연하죠. 사실 그녀를 발견한 순간부터 저격해 버릴 수 있었는데.
쓰레기가 너무 건방져서 말이죠. 일부러 진철씨를 이용해서 연출을 좀 했죠. 00367이 또 방해가 될까봐 산으로 장소까지 바꿔가면서.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다운 죽음이야“

나는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가 빙빙 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닥쳐!!!“

"뭐 지금은 그렇게 마음껏 분노와 슬픔에 휩싸여 있으라고. 호호호.
00367를 상대하는 것은 다른 부대니까.
오늘은 그냥 놔주겠어.
이제 그들도 좀 더 증원을 해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테니까 당신도 곧 죽겠지.
나는 내가 장담한데로 거기 있는 쓰레기를 죽였으니까 사라져야지.. 고맙죠?
호호호 진철씨 이리와요“

정장A는 진철의 팔을 잡더니 곧 사라져 버렸다. 나타날 때와 똑같이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내 가슴을 엄청나게 쥐어짜고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나는 한참을 웃었다. 한참을.
목이 쉬어 버리도록 웃었다.
그것은 분노와 슬픔을 최소한으로 표현한 나의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미친 듯이 웃다가 땅을 치다가.
무력함에 눈물까지 흘리다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다가.
지나의 식어버린 시신을 안아들고 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무슨 수를 써서 라도 “Z" 만은 부셔버릴 꺼라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와 지나의 시신을 잠시 이불위에 눕혔다.
예리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있었으면 지나는 살 수 있었을까?
지나간 일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보았다. 허나 예리가 있었어도 아마 지나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서 안겨든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는 걸 대체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다는 말이야.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예리를 깨웠다.
그런데 예리의 상태가 이상했다.
또 떨고 있었다. 그래 저번처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서는 심하게 떨고 있었다.

“예리야? 예리야??”

나는 놀라서는 그녀의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으...응?”

그녀는 곧바로 눈을 떴다.
그리 깊게 잠들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왜 이렇게 떠는 거야??”

“으....응?”

“왜 이렇게 떠는 거야..”

“몰라... 어디 갔었어? 아까 보니까 없던데...”

“근데 내가 어디 나간걸 알고도 잠만 잤냐?”

나의 물음 예리는 나를 한번 노려보더니.
획 고개를 돌려버렸다.

“흥... ”

왜 그러는 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예리야.”

“왜?”

“지나가 죽었어”

“................................”

잠시간 이어지는 침묵.
예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나의 모습을 찾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일어나더니 지나에게로 다가갔다.

“죽었어?”

“응....”

“왜??”

“진철 에게....찔려버렸어.”

나는 예리의 표정을 보았다.
미묘한 얼굴 이었다.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닌 그러나 그렇다고 무표정 하지도 않은 얼굴.

“인간을 믿지 말았어야지“

예리는 지나의 시신을 보며 그렇게 읊조렸다.

“인간보다는 ”Z"의 잘못이야
아무튼 이제 묻어주러 갈 꺼야.“

“묻어??”

“응. 가면서 알려 줄 테니까 나가자”

나는 지나를 다시 안아들고 여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 그녀가 죽임을 당했던 산으로 올라갔다.
예리는 내가 뭘 하려는지 궁금한 것 같았다.
죽은 사람을 묻는 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흙을 파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곧 손톱이 깨지며 피가 흘러내렸지만.
나는 “Z"에 대한 증오를 마음속으로 다시 새기며 흙을 파내려갔다.
하지만. 강추위에 딱딱하게 얼어버린 흙은.
파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예리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아들었다.

“땅은 왜파?? 피나”

“응. 지나를 묻을꺼야.”

“왜 묻어?”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묻어 줘야 되는 거야.
그래야 죽어서라도 평안하겠지.“

“후우움....잘 모르겠지만 비켜봐”

“뭐??”

그녀는 나를 살짝 밀쳐내더니 곧 파안으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흙이 사방으로 튀며 흙 아래 쌓여있던 나뭇잎과 함께 어지러이 날라 다녔다.
그래. 힘이 최고란 것인가?
고작 이런 구멍을 파는 데에도?
정말 웃기는 세상이다.


나는 지나를 그 구덩이에다가 묻어 준 뒤 다시 흙을 덮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서있었다.
한참을.
.
.
.
.
지나가 하늘로 떠난 지도 5일정도 가 지났다.
나는 어느 정도 기분을 회복해서 거리로 나왔다.
아니. 회복 했다고 하기 보다는 더 이상 그 일로 침울 해 있을 수 가 없었다.
주머니에 돈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갖은 여관비 지출.
그리고 먹고 살아야 하기에 식비 지출...
.
.
특히 지나와 같이 지낼 때 돈의 낭비가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집에서는 두 달에 한번 어렵게 생활비를 보내주시기 때문에 먼저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이 끝이 없는 추위에 노숙이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황천으로 갈 것이리라.
앞으로 남은 돈으로는 2틀이나 버틸까 말까이니. 후후 빌어먹을

“표정이 왜 그래?”

예리가 아마도 갖가지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을 거라고 생각되는 내 얼굴을 뜯어보며 신기한 듯이 물어왔다.

“돈이 떨어져서 그래..”

“돈??”“그래...”

“움.. 내가 가져올게, 그런 표정 짓지마”

“뭐??”
예리가 자신 만만 하게 하는 그 말.
돈을 가져 온다구?
나는 매우 심각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어떻게 가져 오려구?”

“돈 주면 살려준다고 할께. 조금만 기다려”

예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고도 길 반대쪽으로 뛰어가려고 포즈를 잡았다. 거의 몇 초의 간격으로 나는 겨우 그녀의 옷자락을 혼신의 힘을 다해 잡고 늘어졌다.


“자....잠깐!!!”

“왜 그래?”

예리는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왜 그러기는. 네가 하려는 짓은 강도 그 자체라고. 강도!! 뭐 살인보다야 낫지만.

“강도짓을 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정말이지...”

“강도가 뭔데?”

“남의 물건을 너처럼 힘만으로 뺏는 걸 말하는 거야”

“....................그러면 안돼?”

마치 뭐 그런 게 다 있냐는 얼굴 나를 보는 예리에게
나는 그만 그래도 돼 라고 말할 뻔 했다.
위험했다. 너무 귀여웠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며 손가락을 입술로 살짝 깨물며 눈동자로는 너무나 의문스러운 빛을 내는 그 모습은 정말로 사진으로 찍어놓고 싶을 정도였다.

“.......그...그러니까......
당연히 안 돼지!! 절대 안돼. 그런 짓 했다가는 정말 화낼꺼야. 자장가도 안 불러줘!“

“.....에?? 자장가도??”

“그래...!”

예리는 자장가를 안 불러 준다니까 말에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알았어....안하면 되잖아. 그래도 자장가 안 불러주면 인간들 마구잡이로 죽여 버릴 거야”

“알았어...알았어 불러줄게. 그니까 너도 강도 짓 같은 거 할 생각 마”

“끄덕 끄덕”

예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또 나의 승리였다. 하하.
예리는 지나가 죽은 뒤로는 그다지 일부러 인간을 죽이러 나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자장가가 더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살아온 인생의 전부 중에 편히 자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잠자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 하지만 그 잠자는 것도 희한하게 내가 곁에 없으면 언제나 악몽을 꾼다던지 몸을 심하게 떤다든지 결코 편히 자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제일 신기한 점이었다.
내가 무슨 편하게 잠들게 해주는 기계인가?
하하. 그래도 내 옆에서만 잘 잔다는 것이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인간을 죽이러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살인을 멈춘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기분이 나쁘다.
말을 걸었다.
부딪히고 갔다.
등등의 사소한 이유로 말릴 사이도 없이 살인을 저질러 버리곤 하였다.

“돈을 벌어야겠다..”

“웅? 돈을 벌어??”

“응”
“돈을 버는 건 강도하고 다른 거야??”

“당연하지. 자기가 일한만큼의 정당한 보수를 받는 거니까”

“우우웅?....”

“하여튼 일자리를 구해보자”


나는 일자리를 향해 앞으로 힘차게 걸어 나갔고 예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지만 쫄래쫄래 내 뒤를 따라왔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