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꺼지?" "오케이 컷!" 아 힘들다..... 겨우 난 감독의 오케이 사인에 현우가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하여튼 이게 다 수현이 형 때문이야. 금방 끝낼수 있는 컷인데도 계속 비니를 씌울때 손을 떨어대던 수현 때문에 다섯번 이상이나 NG가 나버린게 그 이유라면 이유다. 이씨.. 빨리 집가서 드라마 보려고 했는데. 한껏 수현을 째려보자 시선을 느꼈는지 현우쪽을 바라보며 바보같은 웃음을 배시시 새어내는 수현이다. 저럴땐 진짜 바본거 같애. 억지웃음을 살짝 지어보이며 손을 흔들자 이쪽으로 오라는 뜻으로 알아들었는지 수현이 코디의 손길을 제지하곤 현우쪽으로 다가온다. "왜-" "아...그냥 잘가라고.. 인사한건데 형." "아 진짜? 오라는 줄 알았잖아." 머쓱한 듯 웃음을 내보이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은 또 얼마나 바보같은지 순진해도 한참 순진해보이는 그 모습에 현우도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어.." "푸흐흐... 아형 너무 귀여워.." "니가 더 귀여워." 그말을 끝으로 내머리를 헝클이던 형이 내손에 들려있던 비니를 집어들고는 나간다 하며 다시 코디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나도 옷이나 갈아입으러 가야겠다. 벤으로 향하려고 돌아서니 이현우. 하며 어느새 현우앞에 서서 현우를 돌려세운 수현이 말없이 뚫어져라 저를 바라보기만 한다. 괜스레 부담스러운 시선에 아 왜요 또. 하며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리깔자 또다시 수현이 이현우- 하며 저를 부른다. 아 왜 자꾸 불러 진짜.. 왜 이상황이 이만큼이나 창피한건지. 고개를 푹 수그린 현우가 발만 흙바닥에 툭툭 구른다. "후아.." "...형?" "사람들 많으니까 이거밖에 못하는거야." 한참을 양팔을 꾹 잡고있던 손이 팔을 넘어 제 몸을 끌어안는다. 당황한 현우가 수현을 밀어내지만 수현은 무슨 생각인지 꿈쩍도 않는다. "푸하하! 수현아 현우야 뭐하냐 니네?" "아 저 누나! 그런게 아니라요!!" 수현의 품에 가득 안긴채로 손사래를 쳐봐도 작가누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그래그래- 하며 주변에 떨어져있는 콘티쪼가리만 챙기며 킥킥댈 뿐이다. 이 형이 진짜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작게 귓가에 대고 소리쳐봐도 무슨 생각인건지 수현은 현우를 안은채로 가만히 서있기만 하고. "아 형!!" "......." 현우의 외침에 정신이 든건지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며 현우를 떼어낸 수현이 다시한번 바보웃음을 짓는다. 씨... 그렇게 넘어가겠다 이거지. 이 사람아 우리 지금 내일 당장 신문기사 1면 장식할 뻔했어. "문자해." 단순한건지. 걱정이 없는건지. 손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고는 얼굴옆에 딸랑이고선 다시 헤실헤실 웃음을 지으며 코디쪽으로 걸어간다. 저 형이랑 있으면 내 기운이 빨리는 기분이야. 수현이 헝클어놓은 머리를 슥슥 정리한 현우가 벤으로 향한다. "현우야 전화온다!" "어?어...어." 깜빡 잠이 들었나. 매니저형의 목소리에 눈을 북북 부비며 반떠진 눈으로 액정을 확인하니 화면에 뜨는 이름은 김수현이다. "응.. 형... 왜요?" [너 왜 전화 이제받아.] "잤어...왜?" [전화 안 받길래 걱정했잖아.] "아 전화했었어요?" [너 첫번째 전화는 거절했거든?] "히히... 기억 안나는데." [됐어. 마저 자. 피곤하겠다.] "응 끊어요-" 끊고보니 부재중통화가 다섯통이다. 뭐 때문에 이렇게.. 아 참 왜 전화 했는지를 못들었다. 항상 이런식이지 이현우. 제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다시 수현에게 전화를 거는 현우다. 끊자마자 바로 전화를 걸었는데도 수현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왜 안받아. 끊은지 얼마나 됐다고. 한참 계속되는 연결음에 지친 현우가 결국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곧 얼마지나지 않아 지잉하는 문자진동이 현우의 손에 느껴진다. [나도 잘거야.] 풉. 온갖 뜻이 내포되어있어 보이는 다섯글자에 터진 현우가 수현에게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내 남자 삐진거 풀어줘야지. 안 자는거 다 알거든요. 얼른 좀 받지? 웃음이 귀에 걸린채로 샐샐 웃던 현우가 수현의 목소리를 듣고는 수현이형? 하며 반응을 살핀다. [왜 뭐. 잘거라니까.] "혀엉. 자지말구." [.....자지말고 뭐.] "어... 우리 포창마차 갈까요?" 포창마차는 무슨 사람들한테 밟혀 죽으려고? 만날거면 조용하게 바에서 보자며 전화를 뚝 끊어버려 버리고는 바 이름 네글자를 꾹꾹 찍어보낸 수현이다. 그리고 현우는 차를 돌려 그 바로 향하고 있고. 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냐. 수현이형 삐지는 바람에. 일찍 오라는 매니저형의 말에도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비니를 눌러쓴 현우가 차문을 쾅 하고 닫는다. 바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바텐더 앞에 떡하니 자리잡고는 잔을 휘휘 돌려대는 수현의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웃음이 피어나는 현우다. "나 왔어요-" "어? 어. 잠깐만. 그래가지고-" 아는 사인지 연기할때나 현우에게만 보여주던 바보웃음 모드를 장착한채로 바텐더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있는 수현이다. 저만 모르는 얘기. 둘만 아는 얘기만 쏙쏙 골라하는 통에 끼어들 틈도 찾지 못한 현우가 결국 눈치만 보다 수현의 옷깃을 잡아당긴다. "형-" "어어. 잠시만 현우야." "...씨..." 현우의 손을 잡아내리고선 여전히 바텐더랑만 이야기를 나누는 수현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다. 결국 입에 지퍼를 꾹 채운채 바텐더가 내준 칵테일만 꼴깍꼴깍 마신 현우가 한참을 수현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나 갈거야 형." "어? 현우야. 잠까ㄴ" 나 불러놓고 다른 사람이랑만 얘기하고. 다시는 수현이형이랑 바 같은데 안 올거야. 마음속으로 상처를 쓸며 굳게 다짐한 현우가 수현의 손을 뿌리치며 바 밖으로 나온다. 그런 현우를 곧장 잡아세운 수현의 눈이 휘어진다. "화났어?" "........." "미안." 야 저거 김수현 아니야? 얼굴에 아무것도 가리지 않아선지 사람들이 하나둘 알아보기 시작하자 당황한 수현이 주위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하여간 진짜 나이 어디로 먹었어 이형은. 제 비니를 벗어 수현에게 씌워주는 현우다. 저보다 키가 커도 한참은 큰 수현때문에 발꿈치까지 들었건만 그래도 약간 모잘라 낑낑대는 현우다. 결국 비니를 제 스스로 고쳐쓴 수현이 현우를 보며 웃어보인다. "됐어?" "응." "형 아까 너 비니씌워줄때 심장 터지는줄 알았다." "바보. 그래서 NG 다섯번이나 내셨어요?" "형 좀 멋있지." "...아니." 미워 죽겠다. 아까 나 옆에두고 딴 사람이랑 얘기할땐 언제고. 웅얼거리며 뒤돌아서 걷는 현우를 붙잡으며 뭐라구? 하며 재차 물어오는 수현을 무시하랴 새어나오려는 웃음 참으랴 고개를 휙 돌려버린 현우의 앞에 수현이 딱 길을 막아선다. 수현의 가슴팍에 부딪힌 현우를 수현이 재빨리 꾹 껴안는다. "빨리 말해. 형 멋있어 안 멋있어." "안멋있어!!!!" "이게!!" 숨막히게 꽉 안아버리는 수현때문에 결국 멋있다고 항복아닌 항복을 한 현우가 수현의 품 밖으로 겨우 고개를 빠끔 내민다. "후아... 숨막혀 죽는줄 알았어!" "아이구 그랬어요?" "씨.... 근데 좋다." 형 냄새 좋아- 숨막히다 할땐 언제고 도리어 파고드는 현우를 다시 꼭 껴안는 수현이다. 이현우 진짜 내가 너때문에 제명에 못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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