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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 환상, 로망, 클리셰 (박찬열; 조건만남 아저씨) | 인스티즈

 

환상, 로망, 클리셰

W. 백빠

박찬열; 조건만남 아저씨

 

 

 

 

 

 

 

 

" 아, 씨발! 템 좀 그만 쳐먹으라고!!! "

" 병신새끼, 지가 못처먹은걸 어따대고 지랄이야. "

 

시끌시끌. 언제나 여긴 시끄럽다. 담배 쩔은 내가 폴폴 진동하는가 하면 맛있는 컵라면 향기가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채팅에 집중한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이 짧디 짧은 교복치마, 라는 사실도 잊곤 양반다리를 굳건히 유지한 채 말이다. 나는 찌뿌둥한 상체를 쭉 일으켜 스트레칭을 몇번 하다 띠링, 하고 울려오는 채팅방에 컴퓨터 앞으로 얼굴을 가져다댔다.

 

[ pcy1127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뭐야, 별명도 설정 안해놓는 아저씨네. 왠지 배불뚝이에 유머감각 하나 없고 돈은 별로 없는, 불쾌한 아저씨일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벌써 오늘 하루만해도 다섯번이나 퇴짜를 놔버렸는걸. 요즘 물정도 모르는 아저씨들이 얼마나 많은지 십에서 이십만원을 부른 덕분이었다. 이렇게 상큼하고 귀여운 여고생이랑 자고 싶으면 사십은 줘야지! 하며 퇴짜를 놓다보니... 평소엔 오십 부르는 아저씨들도 많았는데.. 요즘이 불경기긴 불경긴가보네. 아씨, 이번 달도 얼마 안남았는데. 조금 가격을 낮춰서 불러야되나.

 

[예쁜 여고생] 안녕! 오빠ㅎㅎ

[pcy1127] 사진

[예쁜 여고생] 어 사진은 없는데ㅠㅠ

[예쁜 여고생] 예쁘니까 걱정마요♥

 

나참. 조건하면서 사진 요구하는 아저씨라니. 여고생이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어야지 사진을 요구해? 감히? 게다가 내 인사도 안 받아주고. 다시한번 배불뚝이에, 대머리에, 침을 질질 흘리며 타자를 치는 아저씨가 상상됐다. 아, 괜히 또 퇴짜 놓고 싶어지네.

 

[예쁜 여고생] 근데 나 쫌 비싼데ㅠㅠ

[예쁜 여고생] 갠차나요?

[pcy1127] 얼만데

[예쁜 여고생] 선제시해봐요 최대한 맞춰줄게요!

[pcy1127] 100

 

...네? 지금 100, 100이라고 했어요? 백이요? 백?! 백만원?!! 순간 멍하니 pcy1127이라는 미친놈이 짓껄인 백- 이란 글자를 바라보았다. 조건 한번에 백만원을 준다고, 지금? 왜? 백만원씩이나? 혹시 SM플레이를 해보자며 수갑이니 밧줄이니 다 챙겨오는 건 아니겠지. 이상하게 생긴 기구들 가져와가지곤 다 해보자고 하는거 아니겠지. ...그렇다 해도 백만원이잖아. 백만원이면... 백만원이면, 내가 할 수 있는 상상 중 가장 최악의 최악이여도 할 말 없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동시의 꿈의 금액.

 

[예쁜 여고생] 콜 좋아요

[예쁜 여고생] 저 강변역 살아요

[pcy1127] 11시 강변역 앞 늦지마

 

몰라, 시발. 그냥 해보는거지, 뭐. 이따봐요 교복 입고 앞에 있을게요. 말해주고는 얼른 대화방을 나갔다. 백만원 정도면 상당한 재력가라는 소린데.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분칠을 정성들여 다시하고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블라우스 줄이길 잘했다. 스타킹 올 나간 건 없지? 얼굴도 상태 괜찮고… 기회 봐서 다음에 또 하자 해야겠다. 괴물 같이 생겨도 이해해줄게요, 아저씨.

 

 

 

 

강변역 앞.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교복 마이를 안 쪽으로 여몄다. 다시 휴대폰 시계를 힐끔. 벌써 11시 5분이다. 누구지, 하며 지나가는 나이 든 아저씨란 아저씨들은 다 쳐다보았지만 도통 알 수가 없다. 뭐 입고 나올건지 물어볼걸 그랬나. 어디라도 앉고 싶은데 앉을 덴 없고, 치마라 자리에 쪼그려 앉을 수도 없어 조금씩 신경질이 나려고하는데 내 뒤에서 빵- 하고 클락션이 울린다.

 

" …? "

 

깜짝 놀라 클락션이 난 곳을 바라보니, 왠 검은색의 외제 세단이다. …설마. 설마 pcy1127 아저씨에요? 천천히 다가가니 조수석 쪽 창문이 지잉, 하고 열린다. 그리고 나타난 pcy1127 아저씨의 얼굴. …에?

 

" 너야? "

" …일일이칠 아저씨? "

" 맞네. 타. "

 

…뭐야, 아저씨가… 아니잖아? 오빠, 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법한 남자였다. 거기에 그냥 오빠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오빠. 일단 추워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수석 문을 열어재꼈다. 좋은 향기가 나를 훅, 하고 덥쳐온다. 다시 꺼림칙한 기분이 들기 시작힌다. 취향이 엄청나게 독특하지 않는 이상 이 남자와 자지 않을 여자는 없을텐데 이렇게 조건만남까지 해가며, 백만원이나 줘가며, 한낱 여고생을 찾아다니는 것을 보아 엄청난 사디스트라거나, 후장 쪽을 좋아한다거나, 여튼 정상적인 체위를 바라는 남자는 아닌게 분명했다. 조수석에 타자마자 아저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 저기…, 혹시 취향이 어떻게 되세요? "

" 뭐? "

" 그러니까 뭐… 에스엠 이런거 좋아해요? "

" …. "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하단 듯 바라본다. 아마 얼굴을 보자마자 취향부터 물어본 여고생은 내가 처음이겠지. 그렇지만 불안한 걸 어떡해. 그는 어이 없다는 얼굴로 허, 하고 실소를 터트리더니 내게 묻는다. 그런거 좋아해? 

...뭐야, 아니잖아. 일단 손사레 치며 나 또한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체 그럼 뭐지? 취향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얼굴은 무진장 잘생겼고, 돈도 많아보이는데 대체 왜 조건만남을…. 남자는 핸들을 잡으며 내게 말했다.

 

" 아무데나 괜찮아? "

" 네? 네, 전 괜찮아요. 기왕이면 좋은 데로요!"

" 그럼 우리집으로 간다. "

" …집이요? 아저… 아니, 오빠네 집? "

" 응. 싫어? "

" 어…뭐…,  전 상관없어요. "

 

집으로 가자는 말에 더욱 더 의심스러워진다. 뭐지, 이 남자. SM쪽이 아니라면 대체 뭐란 말인가. 이미, 절대 정상적인 남자는 아닐 것으로 결론을 내린 후였다. 내 머릿 속은 분주히 많은 보기들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첫번째, 남자의 집에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 그러니까 쓰리썸을 좋아한다. 혹은 n썸. 두번째, 야외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아마 정원이 있을 집으로 향한다. 세번째, 부치텀을 좋아한다. 시발, 이게 가장 최악인데. …안되겠다. 그냥 물어보자.

 

" 저, 있잖아요…, 나 진짜 궁금한데. "

" 응. "

" 조건만남 왜 해요? 만나자는 여자 많지 않아요? "

" 취향이 독특해서. "

" …네? 에스엠도 아니라면서, 무슨 취향이 독특해요? "

" 여고생도 충분히 독특한 취향 아닌가. "

 

…아. 맞다. 나 여고생이지.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여고생도 사귀기 충분한 나이 같은데? 많아봤자 스물 일곱? 여덟? 아저씨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해서, 그렇다고 오빠라고 부르기에도 이상해서 뭐라고 불러야하나 고민된다고. 굳이 따지자면 오빠에 더 가까운 얼굴이야.

 

" 몇살인데요? "

" 몇살 같은데? "

" 한… 스물 일곱? 여덟? 그거보다 어린가? "

" 서른 하나. "

 

헉. 존나 아저씨 맞잖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아저씨야. 그냥 아저씨로 불러야겠다…. 서른 하나면 여고생과 사귀기엔 무리가 있지. 충격적인 나이에 텁- 하고 두 손으로 입을 막으니 날 힐끔 바라본 아저씨가 작게 웃는다. …목소리가 참 좋다. 말하는 목소리는 낮고 동굴 같다면, 웃는 목소리는 그 동굴에서 꿀이 줄줄 흘러나오는 느낌이랄까. 뭐야, 나 지금 조건만남하는 아저씨한테 반한거야? 하긴, 그럴만도 한게 번개치는 아저씨들마다 모두 안타깝게 생기긴 했으니까. 이런 비주얼은 생전 처음이거든.

 

" 딱 띠동갑이네. "

" 그러게요. 근데 서른 하나에 아저씨처럼 생기면 반칙 아니에요? "

" 반칙해서 미안. "

" 여태까지 반응이 다 어땠어요? 조건만남 하는 애들 아저씨같은 비주얼 평생가도 못 볼텐데. "

" 글쎄. 차까지 태운 적은 니가 처음이라. "

" …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 "

 

아저씨는 데리러 갔다가 마음에 안들면 약속한 돈의 절반만 주고는 되돌려보냈단다. 사진이랑 다른 애들, 사진 없이 왔다가 씹인 애들이랑은 차에 태우지도 않았다는거지. 이 아저씨 섹스 한번 하는데 까다롭긴 엄청 까다롭네. ...그럼, 결론적으로 난 마음에 들어서 태웠다는 소리잖아? 나도 모르게 흐헹, 웃으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 그럼 지금까지 내가 제일 아저씨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네요? "

" 너 예쁘잖아. "

" …그,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하면 부끄러운데. "

" 아깐 니 입으로 예쁘니까 걱정말라며? "

 

그건… 돈벌려고 아무렇게나 짓껄인 상술이구요. 이거 참 조건만남 하면서 가슴이 두근대긴 처음이구만. 다른 아저씨들이 침 질질 흘리며 헥헥 우리 애기 예쁘다! 말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음- 이 아저씨는 뭐랄까, 굉장히 신사적인 느낌이다. 신사 아저씨. 미스터 젠틀맨. 아, 매일이 오늘만 같아라. 오늘만!

 

 

 

 

" …여, 여기가 아저씨 집이에요? "

 

으리으리. 삐까뻔쩍. 어마무시. 라는 단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집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건 무슨 드라마에 나올 법한 집이다. 시크릿 가든에 현빈 집… 이라고 하면 조금 과장이 있겠지만, 그거 못지 않다. 진짜. 뭐하는 사람이길래 집이 이럴까. 이정도 재력이면 여고생 한명 사고도 남을 것 같은데. 들어간 집 안은 더 대단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이라고 하면 또 과장이겠지만, 거실이 무슨 왠만한 피씨방보다 더 넓다.

 

" 우와, 진짜 아저씨 집 좋다..! 살면서 이런 데 처음 와봐요! "

" 좋아? "

" 응!! 진짜, 진짜 좋아요!! 아저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울 만큼요.."

" 엄청 좋아하네. "

" 우와, 우와! 이거 그림 되게 예쁘다! 저건 뭐지? "

 

잔뜩 설레이는 얼굴로, 혼잣말까지 해가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조건만남하는 여고생 주제에 너무 나댔나 싶어 헛기침을 큼큼하며 아저씨 앞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그래두 이런 집 데려오면 흥분되잖아요... 욕실도 좋을 거 아냐, 그럼. 맨날 지저분한 모텔 화장실에서 꾸역꾸역 씻다가 드디어 오늘 넓은 욕실에서 천천히 상큼한 기분으로 씻어보는구나.

 

" 어디서 씻으면 되요? "

" 왜, 더 구경 안하고. "

" …음, 그냥요. 그건 예의가 좀 아닌 것 같아서. "

" 예의는 무슨. 천천히 구경하다가 저기 맨 끝 방가서 씻고 나와. 나도 씻고 나올테니까. "

" 흐흐, 알겠어요! "

 

뭐, 집이 이렇게 크니까 당연한거지만 욕실도 여러개구나. 동시에 씻을 수도 있고 좋네. 맨날 자기 혼자만 씻고 나와선 하자는 아저씨들, 나 혼자 씻고 나왔는데 그냥 하자는 아저씨들, 그런 진상들 무지하게 많았는데. 나는 룰루랄라 밝은 발걸음으로 휘휘 집 안을 훑어보다가 (자세히는 구경 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조건 만남하는 여자애가 집 안 구석구석 까지 보는건 아니잖아?) 아저씨가 가르킨 맨 끝방 욕실로 들어갔다. 키야, 욕실도 엄청 좋네.

 

 

 

수건으로 머리를 꾹꾹 누르며 문 옆에 구비되어 있던 가운을 걸쳤다. 무슨 귀족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가운 같은 건 내 생애 없을 줄 알았더니만. 신나는 마음으로 머리를 탈탈 털었다. 드라이기가 어디있으려나아~ 드라이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드라이기를 찾는데 어딜 봐도 없다. 드라이기가. 아니, 가운도 있는 마당에 드라이기가 없다는게 말이 돼? 뽈뽈 거리며 욕실 이쪽 저쪽을 살펴보는데… 드라이기가 없어, 없다고!

 

결국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려대며 밖으로 나왔다. 교복을 곱게 개켜 한쪽에 놓고는 거실로 나가자 이미 머리까지 다 말린 채 밑에 수건만 두른 아저씨가 티비를 보고 있다. 몸은 또 어찌나 좋은지, 은근 실해보이는 잔근육들. 그래도 남자들 몸은 꽤 많이 봐왔다고 생각해왔는데 또 아저씨를 보니 부끄럽기도 하다. 게다가 알몸도 아닌데. 우물쭈물하며 아저씨 쪽으로 다가가자 내 머리의 물기를 보곤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 머리 안 말리면 감기 걸릴텐데. "

" 저… 드라이기를 못찾아서요. "

" 드라이기? 없어? "

" 네. 못 찾겠어요... "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아저씨가 쇼파에서 일어서서는 내 손목을 잡곤 아까 내가 들어갔던 화장실로 향한다. 손목을 꽉 잡은 아저씨의 다부진 팔뚝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어으, 왜 이렇게 화끈거리냐 얼굴이. 아저씨는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위 선반 서랍을 연다. 에, 거기 무슨 이상한 고데기 같은 것만 있던… 뭐야, 그게 드라이기였어?

 

" 에, 그거 드라이기에요? 아. 접힌거였구나... 미안해요. 금방 말리고 나갈게요. "

" 앉아봐. "

" 네? "

 

아저씨는 말 없이 화장대 밑에 들어가있는 의자를 빼준다. 고분고분 그 의자에 앉았더니 드라이기를 켜 내 머리를 살랑살랑 말려준다. …와씨, 머리까지 말려주는 남자라니! 빨리 하고 끝내려 안달반달이었던 아저씨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너다. 내 머릿결을 살살 빗는 아저씨의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는다. 소형 드라이기라 윙윙 거리는 소리도 조그맣고. 가만히 아저씨를 불러보았다.

 

" 아저씨. "

" 응. "

"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

" …. "

" 알려주기 싫으면 안 알려줘도 돼요. "

" 박찬열. "

" 박찬열? …찬열. 이름 이쁘다. "

 

내 이름도 말해줄까, 하다가 딱히 너는? 이라고 물어보지 않아서 말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아저씨가 물어보게 되면 답해줘야지. 아저씨의 손길에 조금씩 나른해져가는 몸. 연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돈 때문에 하는 맹목적인 관계라는 생각도 안 들고… 오늘은 진짜 좋다. 눈을 감고 머릿칼에 닿는 아저씨의 조심스런 손길을 느끼고 있는데 아저씨가 내게 물어온다.

 

" 넌 이거 왜 해? "

" …뭐요? "

" 조건만남. "

" …. "

" 대답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

 

내가 조건만남을 하는 이유.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그 누구도 물었던 적이 없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돈을 지불한 건 내 몸뚱아리를 위해서였고 지불한 만큼 값을 받아내는게 목적이었고 그 사이에 이유 같은건 없어도 되는게 당연했다. 아무도 궁금해한 적이 없으니 물어본 적이 없었고 물어본 적이 없으니 대답해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박찬열, 이 사람은 내게 물었다. 조건만남을 왜 하느냐고.

 

" …. "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내 머리를 말려주고 있던 아저씨에게 입을 맞추었다. 위잉, 돌아가던 드라이기 소리가 멈춘다. 대답을 해줄 수 없었기도 했지만 물어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그래도 왜 너가 나랑 자는지, 그 이유를 물어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 아저씨의 입술을 점점 깊숙히 물어대자, 내 허리를 감싸안아오더니 그대로 화장대 위로 날 앉혔다. 가운을 빠르게 풀곤 스르륵, 떨어지는 가운 사이로 드러난 내 알몸, 그대로 내 가슴사이로 얼굴을 묻는 아저씨. …돈부터 먼저 봐야하는데…. 아으-!

 

 

 

 

 

" 하아…, 하아…, "

" 힘들어? "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안에 그렇게 큰 게 왔다갔다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아저씨가 내 안으로 들어올 땐, 솔직히 첫경험 했을 때보다 더 아팠다. 진짜, 진짜 아팠다. 진짜 엄청. 나는 시간제로 돈을 받는게 아니라, 관계를 맺는 만큼 돈을 받는 식이라 제시한 금액에 딱 두 번 할 수 있다. 시간으로 했더니 빨리 끝내고 빨리 서는 사람들은 열번도 더하더라고. 그러니까, 나는 박찬열이라는 사람과 두번의 사정을 끝내면 백만원을 받는다는거다. 그리고 지금 약속한 두 번이 끝났고.

 

" 많이 힘든가보네. "

" 응… 나 많이, 많이 힘들어요."

" 나 아직 안 끝났는데. "

" …아아, 진짜 힘들어요. 그리고 우리 두번이나 했잖아요. "

" 더 내면 되잖아. "

 

응? 하며 다시 슬금슬금 내 위를 올라타온다. 이 아저씨 서른 하나라면서 정력 하나는 끝내준다, 정말. 게다가 평생 섹스만 해오고 살았는지 기술도 장난 아니고. 아니, 취향은 여고생이라면서 세상 모든 여자와 다 자 본 느낌이다. 애무할 때부터 정신 나가는 일은 정말 드문데, 이 아저씨는 진짜… 그니까, 진짜 잘한다. 엄청.

 

" 알았어요, 그럼 조금만 이따가. 응? "

" 싫어. "

" …아저씨이…. "

 

결국 다시 한번 아저씨의 손길에 나를 내맡긴다. 그러니까 지금 난 이백만원을 한번에 번거다. …젠장, 할 만 하잖아. 아저씨같은 사람들만 왔음 좋겠, 아, 아저씨! 거기 만지지 말, 아!

 

 

 

아마, 이제 진짜 끝일 것이다. 아니, 끝이여야한다. 손 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축 늘어졌다. 이 아저씨 관계할 땐 얼마나 거친지 아주 끝까지 나가서 끝까지 쳐올린다. 게다가 여자가 힘든 자세는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뒤에서 하는거라던가, 선녀강림이라던가, 힘든 자세를 좋아한다. 아, 이젠 진짜 힘들어. 이거 칼로리 소모를 얼마나 한거야. 다행히 아저씨도 이제야 힘든지 내 옆에 얌전히 누워있는다. 슬쩍 바라본 아저씨의 옆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땀까지 촉촉한게.

 

" …아저씨이…. 나 자고 가도 돼요? "

" 내일 학교는. "

" 안가도 돼요. 으아, 너무 졸려요…. "

" 이리 와. "

 

스르륵, 저절로 눈이 감긴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벌써 램수면의 세계로 입문하려는게 느껴진다. 그때 아저씨가 이리와, 하며 나를 제 품에 안아왔다. 땀이 나서 끈적끈적한데도 그 품이 따뜻하고 좋기만 하다. 관계 후 안아주는게 이렇게 좋은거구나. 뭐, 끝나고 안겨본적이 있어야지. 마누라 때문에 일찍 들어가봐야한다고 부리나케 달려가던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 …고마워요, 아저씨…. "

 

그 품 속에서 잠들면서도 고마워요, 아저씨. 중얼거렸다. 오늘 하루, 내가 아저씨 때문에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 좋은 것들 뿐이었으니까 고맙다고 이야기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매일이 불행하다고 여겼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잠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서있는 나임에도 아저씨의 목소리는 선명히 들려온다.

 

" 앞으로 이거 나랑만 해. "

" …. "

" 다른 아저씨들이랑 하지말고 나랑만. 응? "

" …. "

" 아가, 약속하고 자. "

 

…이거? 조건만남? 아저씨랑만…? 아까 관계를 맺을 때도 몇번 들었던 말 같은데…. 나는 그 품 속에서 고개를 끄덕거려본다. 응, 아저씨랑만 할께요, 라고 말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제서야 겨우 꿈뻑이며 들어올렸던 속눈썹을 편안히 내려놓은 채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조건만남은 오로지 한사람만을 위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오직 박찬열, 나만의 아저씨만을 위해.

 

 

 

 

 

 

 

 

BGM - Fuck you all the time (Dirty.ver)

환상, 로망, 클리셰는 수위 없이 야해보기 도전 시리즈 단편입니다. 실망하신 분들은 변태(부끄) 오작가 번외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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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09
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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