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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종적을 알 수가 없는 김선생의 묘연한 행방을 곰곰이 되짚어보다가, 도움이 절실한 미진의 병문안이 순서임을 깨닫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미진의 병실을 찾아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미진의 어머니와 친구들이었다. 어머니는 별말씀은 없으시고, 그저 갑작스런 미진의 사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슬퍼하기만 할 뿐이었다. 미진의 친구들 또한 별 말이 없었다. 병실을 들어서서야 보게 된 미진의 얼굴은 모든 기력을 소진한 한 앳된 소녀에 불과하였다. 무척이나 예쁜 얼굴. 이제 보니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미진은 먼저 김선생의 안부부터 물었다. 역시나 병석에서도 이어지는 김선생의 안부. 이 일에 대하여는 무책임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지만, 그의 인기는 병원에서도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가보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요?」
「음. 무슨 사정이 있어서 며칠 안 나오셨네. 것보다 몸은 괜찮아?」
「……」
미진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다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작은 가슴에 누가 이런 멍을 들인 것일까? 문득, 드레싱한 손목이 보인다. 그래도 아직 손가락은 퉁퉁 불어있고, 미세하게나마 보이는 피는 손목으로부터 흩뿌려져 말라붙어있었다. 누가 제 몸뚱이를 찢고 싶어 할까? 그 후로 미진은 울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환자다. 더구나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이때에, 내가 무슨 말을 할까? 인사와 함께 시집 한권을 두고 나왔다. 어떤 도움도 안 될 것이 뻔하지만, 가본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며 자위했다. 아니, 가보는 것을 그의 어머니나 친구들이 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김선생이 말한 쓰레기는 내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병원을 나서는데, 미진의 친구 중 한명이 나를 불렀다.
「선생님……저, 드릴말씀이 있어요.」
몇몇의 친구들이 그 뒤를 쫓아오더니, 난색을 표하며 한사코 입을 막아 그의 이야기를 저지하려들었다.
「왜 그래. 말해봐, 어서.」
한사코 말리는 그 친구들의 행동에 반해, 난 그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어쩔 수 없음을 깨달은 그의 친구들은 그저 안절부절 못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난 몹시 그 학생의 말이 궁금해졌다.
「……」
무슨 끽긴한 이야기를 하려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쉽게 말할 용기가 없어보였다. 나는 잠깐 자리를 옮겨 어디 앉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제야 결심한 듯한 매서운 표정으로 앙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미진이가 저러는 건, 사랑하는 남자 때문이에요.」
그건 안다. 오빠라면서? 치기어린 대학생쯤 되었겠지.
「그리고 그 남자는 우리 담임선생님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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