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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전체글ll조회 483


조각이라 이해안될수도있습니다요•_•



#


독한 위스키를 몇잔이나 들이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눈앞의 형광등이 흐릿해져옴이 느껴지고,
그 일렁이는 빛무리들 사이에
또 네가 연기마냥 피어오른다.
신기루마냥
손을뻗으면 사라질것같은 너의 환상에
술을 한잔 더 털어넣고는 웃는다.
꼬맹아, 웃어주지그랬어.
아까, 한번이라도 웃어주지그랬어.
오늘, 너 얼굴보는거 마지막이었는데.
한번만, 웃어주지그랬어.
눈을감아도 끊임없이 날 괴롭히는 너의 환상에
마른세수를 몇번하고는 다시 가방에 짐을 쑤셔넣었다.
와이셔츠, 넥타이, 자켓..
어느것 하나 너의 냄새가 배지 않은것이없다.
너를 안은흔적이 짙게배어나오는 그 향에,
또 저릿저릿 한구석이 아프다.
널 데려온것을 후회하지는않는다.
내가 너와 공유한 십년가까이되는 시간은,
살아있음을 절실히,생생히 느낀 순간들이었으니까.
뚝뚝, 바닥을드러낸 위스키병을 들어
끝까지 잔에 비우고, 

몰려오는 감정들을 모두 녹아내 삼켜내자
네가 일렁이던 눈앞이
함께했던 추억몇가지로 물든다.
매일 너를 안고 되뇌곤했다.
행복하게 해 줄게.
네가 원하는것, 모두-
그러니, 그러니 너는,
자라지 않길. 
남아주길. 내 품안에서, 영원히 소녀의 모습으로.
내가 만들어준 이 정원에서,
오직 너를위한 이 요람에서,
넌 영원히 꿈꾸길, 행복하길.
이 모든것이, 내 부질없는 바램이라도.
내 목을 끌어안으며 
사랑스러운목소리로 아저씨,하며 부르던
그 모습이, 속이 아플정도로 그리워서
목이 메인다. 
어째서 그렇게 바보같게도,
멍청할정도로 순진하게도,
너는 소녀로 그대로 남아있으리라
의심한점없이 믿었던걸까.
네가 나에게서 벗어나 작은 날개짓을 시작했을때,
그래. 그때부터 이미,
너를 위한 작은요람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안된다는건 알고있었다.
지겨울정도로 각인시키던, 멈춰야한다는 사실.
매일 누워 죄책감에시달리며,
더이상 너로부터 누나가아닌 너의, 그 자체를 오롯이 바라보기 시작했을때부터
알고 있었다.
안된다는걸 알지만,
멈출수없는 빗나간애정의형태를.
술기가 머릿속을 에워싼다.
너의 어릴적과, 지금의 모습이
연속해서 겹쳐온다.
너는 예쁘다, 여전히.
순수하고 여리다, 그때와 같이.
내가 널 품지않았을때도, 품었을때도, 놓기시작했을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기억이 난다. 
너또한 여자구나, 하고 느꼈던 처음 그 날이.
열두살이 되던 생일날,
지친나를 현관에서 맞아주던 너의 얼굴엔,
그 입술엔 립스틱이 발라져있었다.
어디서났냐는, 왜발랐냐는 그 흔한물음하나 던질새도없이
짐을내려놓고는 다가가 막무가내로 손을뻗어 입술을 문질러대며 립스틱을 지워냈다.
그 억센손길에 너는 놀란듯 울먹거렸고,
나또한 두려웠던모양이다.
그 때의 너의모습에 서려있던,
어떤, 여자로서의 모습때문에.
입술을문질러대던 그 손길에 아프다며 발버둥치던너는,
이내 내 손가락을 깨물고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네 입술을덮었던 짙은립스틱과,
네 잇자국이 선명히 묻어난 손가락을 보며
헛웃음이 작게 새어나왔다.
네가 할수있던 최대한의 발버둥과,반항.
그깟 립스틱하나에,
왜그렇게 화가나고 이성을 잃었었는지.
가끔 너는 칭얼거리곤했다.
나를 보며, 왜 갑자기 멀어보이는지모르겠다고.
얘기를 잘 들어주다가도, 어느순간
어른들틈에 들어가버린다고.
이해시켜달라며 옷자락을당기곤했다, 물기어린 목소리로.
난 네가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게 끔찍한데.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어른들의 영역으로 건너오지마. 
거기에 남아있어.
그대로.

네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끝나지않는, 숱한도돌이표를 매단 음악마냥.

얼른 어른이 되고싶어요.

왜?

빨리 아저씨랑 같아지고싶어서요.

뭐가.

그러면 다 이해할수있잖아요. 나도 어른이되면 그럴테니까...

...

아저씨, 화났어요?

아니.

그럼 왜 눈썹사이를 찡그렸어요?

..그냥.



이런말도했었구나. 
허 하고 웃음이새어나온다.
손을뻗어 다시 잔을 채우려는데,
손등을 치는 다른손이 느껴진다.

" 그만마셔. "

" 넌 왜갑자기 찾아와서 간섭이야-.. "

" 한병 다 비웠잖아. 그만. "

" ..희수야. "

" 왜, 멍청한 늙은아. "

" 지금..나가는게 맞는거겠지. "

" ..왜그렇게 그 꼬마애를 못놔서 안달이야? "

" ... "

" 그애는 그냥 꿈같은거야. 덧없는거. 잊어, 일단 잊으려고 노력부터 해봐. "

" 노력안하는거같아? 그래보이냐? "

" ..그 꼬마가 영원히 소녀일것같아? 영원히 네 작은둥지안에서 여자가 되지않을것같아? 정신차려. 그 애를 지켜볼 너에대해서는 전혀 생각안해봤어? 정말 무방비한건 너잖아.
..내가걱정하는건 너야. 그 꼬마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지못할까봐. "

" 그 애로부터 날보호한다니, 무슨소리야.. "

" 가끔보면, 니가 그꼬마애를 길들이는건지, 그 애로부터 네가 길들여지는지 모르겠어. "

" ... "

" 네가 말했다고했지. 그 꼬마한테,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

" ..그랬지,내가. "

" 우리도 마찬가지라는생각은 안들어? "

" 뭐? "

" ..난, 니가 고등학교때 우리학교에서 그 졸업못한여자에 니가 빠져서 매일 옥상에올라가고, 차사고로 죽은 그 여자 딸까지 맡는 널 십년넘게 봐왔어. 여기서, 친구니까 하면서, 이 자리에서. "

" 그래서. "

" 그래서? 그거밖에 말이안나와? 내가지금여기서, 너한테서 뭔가 다른걸 바라는게 이상한건가? "

" ..손 치워. "

" 넌, 정말로- "


볼을감싸오는 손을 쳐내자 실소를터뜨리더니 이내 현관으로 걸어간다. 데려다줄게, 하고 뒤를따라가는내내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깐만, 네가 왜-
현관문 앞에 앉은채 나와 희수를 올려다보는너.

" ..꼬맹아, 친구집간거아니었, "

" 마침 잘왔네. "

" 뭐..? "

" 야, 꼬마야, 너 진짜 짜증나는거알아? 존나 사람 돌아버리게하는거 아냐고, "

" 정희수, 그만해,좀- "

" 이거놔봐- 내가진짜 어이가없어서, 존나 순진한척하는거야 뭐야 너? 니가 아저씨아저씨하는거에 이새끼가 어떤 감정느끼는건지나 알아? 넌 양심도없냐? 지금까지 키워준거고마우면 제발로 나가거나해야지 무슨낯짝으로 아직도여기 빌붙어사냐? 니가 얼마나 이새끼인생 막고있는지 감이안오나봐? "




쾅-



그 말을 남기고, 희수는 문을열고 나갔고,
나는 그저 멍청히 서서,
그 모진말들을 모두 받아낸채 떨고있는너를
안아줄수도, 휘청거리는너를 받쳐줄수도없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네가,
내게 어떤말을 뱉어낼지가, 너무 두려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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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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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좋아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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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좋아요!!필력완전조으시다 신알신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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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신알신하구가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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