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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관계, 그 부적절함 01 | 인스티즈








A.





조금 늦을거야. 먼저 자요. 내일 데리러 갈게.

"응. 무리하지 말고. 밥 챙겨 먹어."

- 알았어요. 

"나 자러 갈게. 내일 봐."

- 응. 사랑해요.

"....나도."



전화가 끊긴 액정엔 윤기의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에 대답을 망설인게 마음에 걸렸다. 그는 감정표현에 솔직했다. 매번 수줍고 서툰 나와는 다르게, 낯뜨거운 말을 하는데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런 말이 오갈때마다 부끄러움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잘시간이 가까워오니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앉았다. 졸린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손을 뻗은채로 옆자리를 헤집었다. 몇일째 비어있는 자리가 허전했다. 두사람이 누워도 다 채우지 못할 넓은 침대위에 나 혼자 누워있을 때면, 숨막히는 고독함이 찾아왔다.



"보고싶다."



내 입 밖으로 나간 목소리는 메아리조차 돌려보내지 못하고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소리들을 하나씩 모아 그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그는 고민하는 기색도 하나없이 저도 마찬가지라며 대답해오곤 했다.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통화를 마친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가끔은 이런 나를 주책맞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이 나이 먹도록 자기 감정하나 제어하지 못한다고, 정도를 모른다고 나를 책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죄책감보다 그를 향한 애정이 더 강한 탓인지,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 했다. 그의 옆에 있을때면 사고회로가 정지하는 기분이 들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을 늘어뜨렸다. 방안 가득한 과일향이 훅 끼쳐왔다. 내 취향에 맞춰 뿌려놓은 향수 덕분인지, 달큰한 냄새가 온몸에 밸것같이 코를 찔렀다. 몸을 옆으로 돌리고 이불을 조금 더 위로 끌어올렸다. 오랜만에 일찍 잠에 들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새로 꺼낸 이불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새하얀게 꼭 민윤기같았다. 내일 윤기가 돌아오면, 어제 누워서 이불을 보면서도 널 생각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B.





오랜만에 연습실을 찾았다. 결혼과 동시에 무대에서 내려온 나를 위한 그의 선물이었다. 몇년전부터는 후배들을 데려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내 허리에 닿을듯 말듯한 작은 아이들을 보면서, 종종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낯선 곳으로 들어와 눈치만 보던 나는, 몇달새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유치원이 끝나면 항상 연습실로 가곤했다. 그 일상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오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걷게 될 길이 얼마나 고된 길인지 몰랐던 어린 나는, 발레복을 입는 일부터 즐거웠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일은 그 무엇보다 자신있는 일이었다.


한계에 부딪혔다고 느낀건 발레를 시작한지 꽤 지난 후의 일이었다. 갓 중학교를 입학해 역시 학교와 연습실만이 나의 공간이었을때, 나는 처음으로 내게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무한한 경지에 이르는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임에도, 나는 바보같이 내게 한계가 있을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만심. 아직 배워갈 감정이 많은 나이에도 나는 그 감정을 일찍이 깨우쳤다. 독이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채로, 스스로가 만든 늪으로 빠지고 있었다.



'너 요즘 왜 그러니, 정말?'

'.....'

'너보다 잘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줄 알아? 이정도 노력으론 어림도 없어!'



연습실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은채로 꾸지람을 받아내던 내 모습이 그려졌다. 어린 내게 따끔한 충고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부턴 내 한계를 높이고자 죽을듯이 연습만 해댔다. 똑같은 동작을 수만번이나 반복하고, 배경이 되는 곡들을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다. 섬세한 소리 하나하나에 귀기울여가며, 손끝하나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놓지 않았다. 내가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건지, 연습이 빛을 발한건진 모르겠지만 나는 한번 더 성장을 겪었다. 꾸지람은 칭찬으로 바뀌었고, 내 위치는 조금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내게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한국의 천재. 내가 얻은 최고의 찬사였다.


자만심은 그 이후로 날 찾아오지 않았다. 내 활동범위는 훨씬 더 넓어졌고 엄마는 덩달아 바빠졌다. 어린 딸을 데리고 연습실을 들락날락하는 엄마를 유난떤다며 나무라던 아버지도 이젠 나의 후원자였다. 18살을 막 넘었을때는 일주일에 2번씩 비행기를 타곤했다. 평범한 나였다면 누리지 못했을 경험들이, 어린 내게 당연한일이 되어갔다. 어쩌면 그것들이 나를 일찍 지치게 했을거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와 결혼했고,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 발레는 결혼이란 핑계로 나를 무대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충분했다. 20년이 넘도록 발레에 미치고 싶지 않았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제2의 인생을 사는일이라고, 엄마가 내게 말했다. 지금까지와 비교되지 않는 사랑을 받을거라고.



'무대에는 서지 않겠지만..가끔 찾게 될것같아서. 집은 연습하기에 불편하잖아.'



처음 내게 연습실을 보여줬던 그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고마웠다. 내겐 넘치는 애정이었고 사랑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부족한것 없이 자란 나였지만, 여자로써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 결혼생활은 꽃길을 밟는것 처럼 행복했고, 그 중심엔 그이가 있었다. 서로를 바라볼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어쩌면 평생을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침마다 출근하는 그에게 서툰 손으로 넥타이를 매주는 일과 인터넷검색과 엄마의 도움으로 식탁위를 하나하나씩 채워가는 일이 익숙해질때쯤, 윤기가 우리집에 발을 들였다. 




C.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사춘기의 도련님과 동거를 한다는게 여간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초반의 걱정과 달리 윤기는 너무나도 착했고, 한창 사춘기를 겪을 나이인데도 의젓했다. 다정하고 예의바른 그이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냥 보기엔 그와 전혀 다른분위기의 얼굴이었지만, 웃을때는 서로가 형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똑같이 휘어진 눈을 했다. 내가 그이에게 처음 반했을때와 똑같은 웃음으로 날 바라볼때면, 내가 보고있는게 민윤기인지, 민윤성인지 헷갈리는 마음마저 들었다. 


항상 웃는 낯이던 윤기가 어느순간부터 눈에 띄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말을 걸어도 눈을 피하기 바빴고, 그이가 말을 걸면 겨우 한두마디정도로 대답했다. 그이는 내게 지금까지 오지 않았던 사춘기가 늦게 찾아온거라고, 더욱 윤기에게 신경을 기울여달라며 부탁했다. 남편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은 쉬웠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도 모르게 윤기를 찾고있었다. 이런 나를 남편의 부탁으로 포장할 수 있음에 기뻐하던 찰나, 나는 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두번째로 찾아온 나의 한계는, 주체하지 못하고 본능을 따르는 나의 모습이었다.


윤기를 붙잡아야 하는 나마저도 혼란에 빠져있을때쯤, 여름이 왔다. 방학을 맞은 윤기가 본가로 돌아가겠다고 그이에게 말했고, 그는 당연히 윤기를 보내주었다. 한달간의 좋은 휴가가 될거라고 윤기를 다독이면서. 나는 윤기가 집을 떠났다는 사실을 그날 밤에서야 알았다. 날 가르쳐주시던 교수님의 제자들이 발표회를 했던 날이라, 공연을 마치고 뒷풀이까지 하고서야 집에 돌아왔고, 항상 제자리에 놓여있던 윤기의 운동화가 없어졌다는걸 알아챘을때 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믿었다. 가벼운 마음이니 금방 날아가버릴거라고, 다시 그이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해요. 형한테도 미안하고 형수한테도 미안한데 이게 내 마음대로 안돼요. 자꾸...자꾸 생각나서, 그래서 한달동안 집에도 안들어왔는데....'

'...윤기야.'

'...나 이제 어떡해요....?'



비에 흠뻑 젖어 한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린 윤기를 감싸 안았다. 널 안아주는 손길에 담긴 감정이 연민만이 아니라는걸, 넌 이미 알고 있었겠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위험한 감정이라고, 절대 가져서는 안될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함 없는 결혼생활과 나란 사람에겐 과분한 남편의 애정. 그것만 생각하면 내가 저지르는 일들이 죄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가끔 마주치는 눈과 건네오는 말한마디에 둔탁해지는 심장소리가 원망스러웠다. 마음이 혼란스러우니 겉으로도 티가 났는지, 남편이 내게 요즘 왜이러냐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마저도 윤기가 집을 나간후라 신경이 예민해졌는지 거북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따져보면 모든 잘못은 내게 있는데도 오만한 감정에 판단력이 흐려졌다.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좋아해요....'



어쩌면 순수했던 민윤기를 내가 망쳐놨다는 생각도 했다. 그것은 수년간 관계를 유지하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날 괴롭혔다. 내 눈앞에 그를 두고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았다. 날 만난 이후로 부터, 나와 이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한 이후로 부터 그는 많이 달라졌다. 눈빛, 말투,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까지. 소년이 남자로 성장한것 이외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어떤말에도 당황함 없이 받아치는 유연함과 흥분할수록 차분해지는 명민함 또한 갖췄다. 그는 완벽했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도 완벽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내 앞에서."

"그냥...있잖아, 윤기야."

"왜 그렇게 불러요. 무슨 말이라도 할것처럼."

"우리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 너랑 나랑. 언젠간 끝날텐데."

"글쎄, 끝낼 수 있을까?"

"....."

"못할걸. 우리 둘다 이미 넘었잖아요, 그 선을."



그가 말하는 선이 어디쯤인지 확실하지 않았으나 나는 어렴풋이 알았다. 그가 와인잔을 가볍게 돌렸다. 의식적인 행동인지 모르겠으나 그이와는 철저히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말할때 나와 눈을 맞추는것, 나를 안아오는것에 거침이 없는것. 한없이 다정한 그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닮지 않은 얼굴과 성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코를 맞대고 입을 열때마다 입술이 닿아올때, 나는 그가 마약같다고 느꼈다. 끊어내야 했으나 그럴 수 없어서 이미 취해버린 상태로 그를 찾았다. 그를 향한 끝없는 갈망이 나를 잠식했다. 











안녕하세요!

독방에서 보신 분들도 있을거에요! 분량이 짧죠ㅠㅠㅠㅠㅠㅠ차차 늘려나갈예정입니다휴ㅅ휴...다음글은 더 길거에요...아마.....글잡에 올리기엔 조금 부끄럽네여...뻔한 제목 뻔한 소재 뻔한 내용이지만 잘부탁드려요 :) +댓글쓰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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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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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05.209
헐.. 취향 저격이예요. 빵야빵야! 다음회도 기대해욥!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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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비
감사해요! :)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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