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 bom!
봄, 봄!
"맛있냐?"
백현이 뒷자리에 앉은 경수를 돌아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백현의 뒤에 숨어 야금야금 빵을 먹던 경수가 입을 하트모양으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은 경수를 한 번 째려보고 다시 앞을 봤다. 내가 그 빵을 위해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모를거야, 넌. 평생 몰라야해.
*****
"안낸새끼가 지는거다, 가위, 바위, 보!"
"……."
"와, 변백현 얼른 매점으로 꺼져."
"당장 꺼져."
"얌마, 빨리 안가?"
"…아, 뭐야……."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던 백현이 주변에서 빨리 나가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일어났다. 경수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채 얼굴을 있는대로 찡그리고 일어난 백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야, 빨리 갔다와."
"…어딜?"
"어디긴 어디야. 매점."
"내가 왜?!"
"니가 아무것도 안냈으니까."
이것들이……. 예전에 경수한테 써먹었던 방법을 이번에는 저한테 써먹은 듯 했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차례로 한번씩 노려본 백현이 다시 엎드리려 폼을 잡자, 경수가 백현의 이마 아래에 손을 넣어 백현을 다시 일으켰다. 빨리 가라니까, 이 자식아! 백현이 결국엔 짜증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이 손에 쥐어주는 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뭐!, 나는 뭐! 하며 외치는 놈들의 외침은 무시한채 툴툴거리며 매점으로 향하는 백현이었다.
아, 여길 어떻게 뚫어!
백현이 남학생들로 가득한 매점 앞을 발꿈치를 높여가며 기웃거렸다. 아무리 들어갈 곳을 찾으려 해도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면 엄청 지랄할텐데……. 한숨을 쉬며 멀찌감치 서있던 백현은 곧 자신의 정수리가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기다란 손가락이 자신의 정수리를 꾹꾹 찌르고 있었다.
"…뭐야, 어……."
"여기서 뭐해요."
"…뭐 좀 사려는데 못들어가겠어서."
"사다줄까요?"
"……정말?"
"네, 그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그럼 그렇지, 됐어!"
"진짜 쉬운건데."
"……어떤건데?"
"오늘 하루동안 나 만나면 오빠라고 부르기."
"미친놈! 야, 야!"
백현이 무어라고 욕지꺼리를 내뱉기도 전에, 백현의 손에 쥐어져있던 돈을 순식간에 빼낸 찬열이 수많은 인파 속을 헤치고 들어갔다. 백현이 뒤에서 야! 하며 계속 소리질렀지만 찬열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아까 자신이 서있을 때는 꿈쩍도 않던 놈들이 찬열이 들어가니 슬금슬금 길을 내주었다. 어느새 맨 앞까지 도착한 찬열이 형! 뭐 사다줘요! 하고 소리쳤다. 발을 구르고 서있던 백현은 찬열의 질문에 찬열의 부탁은 잊고 똑같이 소리쳐 대답했다.
"구구콘이랑! 아, 뭐였지…. 그냥 빵 아무거나 3개!!"
백현이 말한대로 손에 한가득 산 찬열이 이번에도 편하게 매점을 빠져나와 백현에게 갔다. 백현이 활짝 웃으며 찬열의 손에 있는 것을 가져가려 했지만 찬열이 머리 위로 팔을 들어 백현을 막았다. 뭐하는 거야?!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백현이 나름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찬열에게 말했지만, 찬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현을 내려보며 말했다.
"오빠, 한 번 해봐요."
"…미쳤지 진짜?!"
"빨리요."
"……."
"안하면 이거 내가 먹고."
"……."
"안해요?"
"…오, 오…."
"오?"
"……빠."
"이어서 다시."
찬열의 대답에 아, 진짜! 하며 머리를 헤집은 백현이 잠시 망설이듯 하다가 오빠! 하고 소리쳤다. 매점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쳐다봤지만 백현은 미처 눈치채지 못한 듯 찬열의 손에 들린 빵과 아이스크림을 낚아채는데 정신이 팔렸다. 큭큭대며 웃은 찬열이 눈앞에서 폴짝폴짝 뛰는 백현을 보고 말했다.
"하루동안 이에요."
"몰라, 이 새끼야!"
"오늘은 나 자주 보게 될거에요."
변태새끼! 하고 소리친 백현이 양손 가득 빵과 아이스크림을 들고 교실로 향했다. 그런 백현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이나 웃던 찬열이 매점 앞을 보았다. 여전히 자신과 백현이 있었던 곳을 쳐다보는 무리들에 찬열이 표정을 굳히며 뭘 봐, 하는 눈빛을 했다. 무리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앞을 보고 매점을 향해 소리쳤다.
거 봐, 아직 박찬열 죽지 않았다니까!
*****
"악, 너 뭐야!"
"1학년 건물 화장실에 사람이 꽉 찼길래."
"뻥치지 마!"
"뻥이면 어쩔건데요."
당당히 말하는 찬열에 오히려 당황한건 백현이었다. 백현이 아무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찬열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너, 라뇨. 그게 아닐텐데."
"……."
"다시 불러봐요."
백현은 오줌보가 터질듯 했지만 다시 뒤를 돌아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전생에 제가 화장실을 파괴하고 다녔던 것이 틀림없다. 왜 화장실만 가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박찬열을 처음 만났을 때도 화장실 때문이었잖아! 뒤를 돌아 온갖 오만상을 쓰던 백현이 쿵쿵거리며 교실로 향했다. 뒤에서 박찬열의 웃음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착각일거야. …착각이여라, 제발!
백현은 죽을맛이었지만 화장실을 그렇게 빠져나와 찬열을 피한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잠시였다. 오늘은 자신을 자주 보게 될거라는 말처럼 찬열은 정말 백현의 앞에 자주 나타났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2학년 건물로 오거나, 이동수업을 할 때 2학년 건물을 들려 돌아간다거나, 하는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아예 백현의 교실 안까지 들어왔다. 지금처럼 말이다.
"형, 빨리 나 불러봐요."
"싫어."
"진짜 이럴거에요? 오늘 나 몇번이나 봤는데 한 번을 안불러."
"다 니가 의도한 만남이잖아!"
"에, 아닌데."
백현이 자신의 앞자리에 뒤돌아 앉아 자신을 약올리는 찬열을 째려봤다. 하지만 이제 째려보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찬열이 팔꿈치를 백현의 책상에 대고 턱을 괴어 계속해서 백현을 쳐다봤다. 찬열의 눈빛과는 상반되게 혼자서 눈싸움을 하듯 찬열을 노려보던 백현이 책상에 엎드렸다. 하지만 찬열은 교실을 나가기는 커녕 손을 내려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현이 온몸에 소름이 돋아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뭐야, 너 진짜!"
"오빠라고 하기 싫으면 다른걸로 바꿔줄게요."
"……."
"뽀뽀."
"…미친새끼."
2년간 백현의 온갖 욕에 단련된 찬열은 이제 백현이 무슨 욕을 해도 예쁘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정작 그 웃음을 받는 사람은 괴로워했지만 말이다.
그 날, 점심시간이고 저녁시간이고 백현을 쫓아다니던 찬열은 급기야 야자시간에는 책을 들고와 백현의 옆자리에서 공부하기까지 했다.
ㅇ_ㅇ
아리아에 이어 이것도 못쓰겠다 손이 점점 똥이 되어 굳어가고 있어..
글의 길이는 날이 가면 갈수록 짧아지고..
몇몇 독자분들이 기대 하신다고 하셨는데 이것밖에 못해서 죄송합니다ㅠ
내일 방학이니까 방학때는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해볼게요..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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