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김태형×민윤기
타닥, 탁.
"...아, 미치겠네."
책상 위에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던 윤기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제 미간 사이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며칠 전 찾아온 감기 때문이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간밤에 열이 오른 것인지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이곳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헷갈릴 정도로 눈앞이 핑핑 돌았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윤기가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제 애인인 태형에게 전화를 걸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하고 태형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그사이 잠에 빠져 태형을 걱정시켰다. 그러다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기는 자판을 두드리며 계속 기침을 하고 한숨을 길게 쉬다 눈을 깜빡였다. 밀려오는 두통에 미간을 누르는데 현관 쪽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요란하게 저를 알리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 윤기는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관두자 생각하고는 노트북을 덮었다.
"형, 저예요."
"어어."
"많이 아파요?"
"아마도."
윤기가 비틀거리며 현관문을 열자 태형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윤기의 상태부터 살폈다. 신발도 벗지 않고 바로 윤기의 이마에 제 손을 얹어 열을 재자 윤기가 일단 들어오라며 다시 비틀비틀 걸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저기 좀 앉아 있어."
"응."
"앉아 있으라니까..."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라며 컵을 꺼내던 윤기 곁으로 태형이 따라 들어와 컵을 빼앗아 들어 따뜻한 물로 채우고는 오면서 산 것인지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윤기에게 건넸다. 탁자를 잡고 삐딱하게 서 있던 윤기가 가만히 쳐다보다 태형이 안 먹냐는 듯 고개를 까딱이자 약을 받아들고는 한 번에 삼켜냈다.
"뭘 해주고 싶어도 몸이 무거워서 못 하겠네."
"안 해도 돼. 약 먹었으니까 자요."
윤기가 컵에 남은 물을 다 마시자 태형이 윤기의 손을 잡아끌어 침실로 데려가 조심스레 침대 위로 몸을 뉘었다. 그리곤 건조대에 걸린 수건 하나를 집어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적셔 윤기의 몸을 닦았다.
"미안하다."
"응, 알면 빨리 나아요."
태형이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가만히 윤기를 보는데 어째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게, 저까지 더워지는 것 같았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에 발그레한 볼, 감기 때문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태형을 묘하게 자극했다. 태형은 침을 삼켰다.
"감기는 옮기면 낫는다던데."
"무슨 개소리야."
조금은 멍한 눈으로 말하는 태형에 윤기가 불안해진 건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태형은 슬쩍 웃으며 얼굴을 점점 가까이했다.
"감기, 나한테 옮길래요?"
"죽인다, 김태형."
살벌한 윤기의 말은 들리지 않는 건지 태형은 윤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점점 내려가며 코, 입술, 저를 밀어내는 윤기의 손을 잡아채 쪽쪽 거리며 애정을 표했다.
"미친놈이."
윤기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태형을 계속해서 밀어내지만, 감기 때문인지 나른하게 힘이 빠져 태형이 제 볼과 목에까지 입을 맞추는데도 끙끙거리며 피하지도 못하고 그저 다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시발, 하지 마."
"싫어."
"아, 하지 말라고."
"쪽, 쪽."
"하지 말라고 했잖아..."
풀린 눈으로 태형을 이리저리 피하던 윤기가 결국 감기 때문에 지친 몸 + 약 효과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잠들었다. 윤기의 목 언저리에 입을 맞추던 태형이 윤기가 반응 없이 가만히 있자 이상해져 입을 떼고 윤기를 확인했다. 아까 그렇게 싫다고 버둥거리던 모습은 어디 가고 곤히 잠든 것을 본 태형은 잠시 멍하게 윤기를 바라보다 풉, 하고 짧게 웃었다.
"귀여워..."
태형은 입가에 미소를 잔뜩 걸치고 잠든 윤기의 이마에 길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불을 여며주곤 가만히 머리칼을 쓸었다. 부디, 단 꿈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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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감기 조심하세요!:D (감기 걸린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