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고등학교 EXO와 징어썰 3
민석이를 보내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 징어와 멤버들이 식사를 모두 마쳤어.
지금 시간은 7시 반. 등교시간은 8시 15분까지야. 등교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들 양치질을 하거나, 교복으로 갈아입거나, 아니면 티비를 보거나. 각자 나름대로 여유를 부리고 있어.
경수는 가계부와 마트 전단지를 펼쳐 놓고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있어.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은 중식 뿐이라서
조식과 석식은 매달 나오는 기숙사 생활비로 재료를 사 기숙사생들이 재량껏 해먹어야 해.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제일 간단하긴 하지만 운동하는 멤버들에게 그런 음식은 절대 금지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식사를
차릴지 사격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경수야. 가계부를 확인하다가 평소 식비보다 넉넉한 금액을 보고
의아해하던 경수가 양치질을 끝내고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돌아온 징어를 불러.
"징어야."
"응?"
"우리 이번주 식비 왜 이렇게 많지?"
"그거 지난주에 대회 상금!"
"어, 벌써 들어왔어? 빠르네."
지난주에 경수와 징어는 전국 대통령배 사격대회에서 각각 남자 고등부 우승, 여자 고등부 우승으로 상금을 타왔어.
고등부 사격계에서 경수와 징어를 모른다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둘은 유명해. 순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경기 시작 종만 울리면 둘 다 무서울만큼 날카로운 눈매로 쏘는 족족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자랑해서 시합 때마다 경쟁자들의 공포의 대상이야.
사실 학교 기숙사비가 넉넉한 편은 아닌데 징어네 기숙사는 기숙사생 전원이 대회만 나가면 다들 상금에 메달에, 있는 건 모조리 쓸어오는 통에
식비나 생활비에 쪼들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남는 기숙사비는 따로 통장에 모아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정도니까 말이야.
"아, 돈 들어온 거 보니까 뿌듯하네."
"그러게. 상금 들어오고나면 그제야 좀 우승한 게 실감이 나."
가계부에 추가된 금액을 보며 경수와 징어가 뿌듯하게 웃어. 맛있는 걸 차려놓고 자녀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미소 같아서
옆에서 그걸 바라보던 크리스도 둘이 귀여운 지 피식 웃어. 오늘 저녁 완전 기대된다, 맛잇게 해줘 경수야! 경수에게 그렇게 말한
징어가 앞치마를 다시 둘러 메고 설거지를 하려고 싱크대 앞에 서자 어느 샌가 나타난 레이가 징어의 몸을 돌려 계단 앞까지 밀고 왔어.
당황한 징어가 걸음을 멈추고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레이를 올려다 봐.
"잠깐만 레이. 나 설거지 해야되는데?"
"내가 할게, 징어는 올라가서 옷 갈아입어."
"아니야 내가 해야 되는 거잖아~ 내가 할게."
"볶음밥 맛있게 해줬으니까 됐어. 그냥 내가 할게."
아, 역시 레이야. 감동받은 표정으로 징어가 레이를 바라보며 손을 꼭 붙잡았어. 이씽, 최고. 엄지손가락까지 치켜 들어준 징어가
아이마냥 신나서 계단을 후다닥 올라가. 그 모습에 청소하던 종인이가 짜증스레 세훈이한테 청소기를 떠넘겼고 세훈이는
나도 설거지 할 수 있는데!! 청소에 빨래에 설거지까지 내가 만능인데!! 하고 씩씩대다가 레이 옆에 붙어서 설거지를 거들어.
"이씽형아 치사해여."
"세훈이도 도와줬다고 말해줄게."
"아 싸랑해여."
세훈이가 참 단순하다고 생각한 레이가 말 없이 미소 지었어. 세훈이는 아마 절대로 저 미소의 속내를 이해 못할거야.
그저 오늘도 레이형은 참 착해, 레이형 짱. 하는 마음만 쌓아가겠지. 레이도 루한과 같은 중국 유학생이고 종목은 양궁이야.
중국에서 학교 대표 선수로 활동할 적엔 양궁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한국 코치의 수제자라는 소문도 돌 정도였어.
날씨나 관중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선수로 유명해. 외부적인 여러 가지 방해요소에도 끄떡 없는 집중력과 정신력이 레이의 최대 강점이야.
활 시위를 당길 때도, 화살이 골드타켓(과녁 중앙에 위치한 노란 부분, 득점은 10점과 9점이 있다)이 맞았을 때도
흔들림 없는 표정을 유지하는 레이는 승리가 결정된 후에야 작게 미소 짓는 게 특징이야.
*
*
"징어야~~ 준비 다 됐어?""
"응응 내려가!"
방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징어가 방문을 벌컥 열고 계단을 다다다 뛰어내려와. 3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현관에서 징어를 기다리는 멤버들이 징어야 뛰지마!! 하고 놀라선 소리치지.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미끄러지듯 계단을 내려온 너 징어야.
"아무리 급해도 계단은 뛰어내려오지말랬잖아."
"안다쳐, 안다쳐~ 너무 과잉보호 하는 거 아니야?"
"과잉보호는 무슨. 누나 맨날 삐끗삐끗 하는 거 우리가 모르는 줄 알아여?"
준면이와 세훈이가 징어를 나무라자 결국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머리를 긁적이다 웃어버리는 징어야. 가장 윗층에서
늘 바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징어를 걱정하는 멤버들 마음을 징어도 아니까 더 이상 대꾸를 못하겠어.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고 신발 코를 바닥에 몇번 두드린 징어가 도복을 한 쪽 어깨에 메고 있는 백현이에게 다가가.
"백현아, 도복 잘챙긴 거 맞지?"
"당근이지."
"준면오빠 도복이랑 안헷갈렸지?"
"잘챙겼으니까 걱정하지말고 어서 가자. 늦겠다."
백현이 어깨에 붙어서 한 번, 준면이의 어깨에 붙어서 한 번. 둘의 어깨에 걸쳐진 도복을 확인한 징어의 어깨를 잡고
현관을 나서는 준면이야. 징어가 이렇게 둘의 도복을 한 번씩 더 챙기는 이유는 간단해. 둘 다 도복이 검정색이라
아침에 급할 때면 종종 서로 도복이 뒤바뀔 때가 있거든.
준면이는 검도부야. 까만 도복과 반대 되는 준면이의 흰 피부가 내심 부러웠던 징어의 속마음은 비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마르기도 마르고 작은 체구라서 설마 준면이가 검도부일 거라곤 꿈에도 몰랐어.
검도는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세와 태도도 중요시 하는데 검도를 하는 준면이를 볼 때면
차분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굳건한 모습이 그와 참 잘어울린다고 느끼는 징어야. 대련이 끝나고
호구를 벗으며 머리를 터는 모습이 펜싱을 하는 민석이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말이지.
"아, 맞다. 오빠 오늘 부실 먼저 들른다고 했지."
"응. 어제 연습 끝나고 정리 못한 게 있어서."
"어휴. 맨날 오빠만 너무 고생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졸지말고 수업 잘들어 징어야."
검도부 부장인 준면이는 부실을 정리하러 제일 먼저 징어와 헤어져 검도부로 향했어. 검도부는 죽도부터 시작해서
착용할 보호구가 많아서 꼼꼼히 정리하고 개수를 확인해야 해. 신입생들이 많아 부실 관리에 서툰 점이 많지만
부장인 준면이는 무게 잡으며 꾸중하기 보다는 먼저 모범을 보이는 스타일이라 후배들이 무척 잘 따라. 징어도
준면이의 그런 리더십을 항상 존경하는 중. 아쉬운 인사를 마치고 어느 새 학교 근처까지 거의 도착했어.
"누나 오늘 사격장 가도 돼여?"
"응? 와도 상관은 없는데, 왜?"
"그냥 누나 보고 싶어서여."
"나도 갈래."
유독 징어가 사격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막내들이야. 학교로 향하는 길에 세훈이가 말하자 종인이도 따라 말하고
비글들도 하나 둘 씩 손을 번쩍 들며 자기도 가겠다며 난리야. 징어가 고민하는 사이 벌써 루한, 크리스, 레이, 타오가 공부하는
국제관 앞에 도착했어. 징어네 학교는 유학생들도 굉장히 많아서 한국학생들이 공부하는 대한관, 유학생들이 공부하는 국제관으로 나눠져있어.
이론 위주의 수업은 대한관, 국제관 이렇게 나뉘어서 이루어지지만 실기 및 훈련은 전 학년 통합으로 이루어져있지.
"징어, 점심시간에 보러 올게."
"그래 같이 점심 먹자, 오늘 중식 맛있다더라."
"내가 아이스크림 줄게 징어, 내 옆에 앉아."
"무슨 개수작이야 타오. 얼른 들어가기나 해."
레이가 징어에게 점심시간에 오겠다고 말하며 루한과 함께 먼저 국제관 안으로 들어가. 꿈쩍 않고 버티던 타오가 점심시간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징어에게 신나서 말하자 찬열이가 콧방귀를 뀌며 타오를 떠밀고 있어. 다른 건물이래도 어차피 통로로 이어져 있는데다
마주 보고 있는 대한관과 국제관이라 아쉬울 것도 별로 없을텐데 징어랑 떨어지기 싫은 건 오늘도 어쩔 수가 없나봐.
수업 끝나고 훈련 중간중간에 꼭 보러 가겠다고 약속한 타오가 징어한테 붙어있다가 결국 크리스의 손에 질질 끌려가고 말아.
"징어, 이따가 봐!"
"응응. 공부 열심히 해."
"이따 봐 징어야."
"크리스도 수고해~"
국제관 앞에서 한 바탕 시끄럽게 헤어지고 대한관으로 다시 향하는 징어야.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신고
1학년 교실로 향하려던 세훈이가 징어에게 쫄래쫄래 다가와서 애교를 부려. 누나 오늘 사격장 가도 되는 거 맞져? 응?
키도 징어 자신보다 한참 큰 세훈이가 무릎을 굽혀가며 꽃받침을 한 채로 애교를 부리자 그저 귀여운 징어가
고개를 끄덕여. 그 옆에서 잔뜩 질투하는 비글 셋과 종인이는 우리도 갈거야, 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어.
"뭔 소리야. 어딜 따라온다고."
"너한테 말한 거 아니거든. 무슨 상관이야, 도경수."
"내가 부장이니까."
맞아. 경수는 사격부 부장이야. 사격부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경수의 손에 있다, 이 말이지. 단호박 먹은 듯
단호하기 그지 없는 경수의 태도에 맙소사, 세상에 등등 절망에 빠진 다섯 남자야. 특히나 사격부인 징어는
경수의 말에 따라야 하니까 그저 웃기만 할 뿐이지. 나중에 기숙사 가서 찡찡 거릴 저 다섯을 달래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 앞이 캄캄해져. 남은 식비로 간식이나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징어야. 경수를 제외한 남자들 모두
속으로는 경수가 얄밉고 얄밉고 얄미울 뿐이지만 말 한 번 잘 못했다간 영영 사격장 근처에 얼씬도 못할테니 한숨만 푹푹 쉬고 말아.
"어어, 종친다. 종인이랑 세훈이는 수업 잘 듣고 이따가 보자!"
다행히 자습시간 종이 치면서 상황은 마무리가 됐어. 종인이와 세훈이의 등을 두드려준 징어가 웃으며 인사하자
하회탈 마냥 따라 웃는 세훈이와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로 향하는 종인이야. 그 모습에 종대도 징~어~야~ 우리도 가자! 하고
징어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며 후다닥 올라가지. 뒤에서 매섭게 쫓아오는 백현이와 찬열이, 경수는 수업종이 쳤으니
급하단 이유로 애써 무시하고 말이야.
*
*
[에페 경기 뒤로 미뤄졌대여. 민석이 형 시합이 마지막!!] -세훈
마지막 교시가 끝나기 5분 전, 휴대전화 진동에 메세지를 확인한 징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어.
민석이의 시합이 마지막으로 미뤄졌다는 세훈이의 카톡 메세지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너 징어야.
사실 연습경기는 많이 봤지만 민석이의 경기는 징어의 경기와 겹치는 날이 많아서 자주 보지 못했거든.
세훈이의 카톡대로 제일 마지막 시합으로 미뤄졌으니 방과 후 훈련을 빠진다면 충분히 민석이의 경기를 볼 수 있어.
"경수야, 도경수."
"왜 징어야?"
"쪽지, 보고, 돌려."
급하게 공책을 찢어 몇 글자 써내려간 징어가 옆자리인 경수한테 쪽지를 던졌어. 필기를 하던 경수는
갑작스러운 징어의 쪽지의 놀랐다가 이내 그 내용을 보고 손으로 작게 오케이 모양을 만들어 징어에게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지.
경수가 백현이에게 쪽지를 넘기는 동안 징어는 옆반인 찬열이와 종대에게 카톡을 남겼어.
[수업 끝나자마자 벤치로 모여!] -징어
곧 이어 수업 종이 끝 마치는 소리가 울렸어.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교실에서 빠져나와 학교 뒤 한적한 벤치로 자리를 옮긴 징어와 백현이, 경수를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찬열이와 종대야. 심호흡을 몇 번 하고 신이 나는 지 발을 동동 구르며 조금씩 웃기 시작해.
"아, 이게 얼마만이야. 오랜만에 해가지고 잘 넘어가려나 모르겠다."
"무조건 성공해야지, 걸리면 우리 다 끝장이야."
은밀하게 위대하게, 방과후 연습을 빠지고 민석이를 응원하러 가기 위해 작전을 짜는 다섯이야.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일사분란하게 조를 짜서 헤어지는 모습이 비장해 보이기까지 해.
"각자 맡은 사람 데리고 기숙사에서 만나, 10분 이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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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이라니...감동 그 자체에요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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