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박찬열 그것 좀 주워줘"의 표정같은 움짤
[찬백] 소년기 prologue
Written by achoo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밖으로 내민 손가락 마디마디에 비가 떨어졌다. 소년이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해서 넋을 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얀 손바닥이 손뼉을 치며 붉어진다. 찬열아, 예쁘지? 이름 모를 들꽃을 손에 꽉 쥐곤 제 눈 앞에 흔들던 소년의 엷고 희다란 손이 경직된 채 파리하게 떨렸다. 찬열은 당황한 얼굴로 작은 손을 감싸쥐었다. 그러자 여린 손이 바스러져 거무죽죽한 흙이 되었다. 손에 든 것이 갑자기 없어져 바닥에 손을 짚은 찬열이 급히 다른 손을 뻗어 잡지만 잡히는 것 마다 숨쉬지 않을 뿐이다. 찬열은 결국 잡는 것을 그만두었다. 흰자위에는 붉게 핏대 서 울음을 터트렸다. 일곱 아이쯤 된 마냥 엉엉 울었다. 거칠게 기침을 하던 소년이 걸쭉하게 토해내던 것은 곧 꽃으로 변해, 옅은 바람에 너풀너풀 날아가 버렸다. 한줌에 사라져 버린 소년이 놔두고 간 하얀 꽃잎들은 소년의 설익은 흔적이다. 이것은 마치 현실이 아니라 마치 꿈이나 환상 같아서 허상의 소설, 또는 미친몽상가의 허구라고 믿었다.
*
[자유를 걷는 소년]
그것은 숱하게 불린 백현의 별명이었다. 백현의 엉망진창인 책 독후감 때문이었다. 문학시간에 조느라 몸체를 가누지 못하던 백현은 제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는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의자 끄는 소리와 함께 넘어지는 제스처가 동반되었기에 반 아이들은 와르르 웃기 바빴다. 선생이 나서서 미간을 찌푸린 채 교탁을 두어 번 두드린 후에야 교실은 겨우 잠잠해졌다. 엉덩이가 꽤 아픈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갤 푹 숙인 백현이 벌개진 얼굴로 제 독후감 종이를 꽉 잡았다. 구겨지다 못해 찢어질 것만 같은 종이가 아슬아슬하게 붙들려있다. 변백현 읽어라. 선생의 명령에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마냥 더듬더듬 그것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따, 따가운 것을 참지 못하는 어리광쟁이 입니다."
그것은 멍청한 버릇이었으며, 앞으로 사회에 나아갈 때 자신의 선택에 큰 불편을 주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것은 자신의 표현 자유라고 생각했으며 여전히 자유를 걸었습니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자유의 끝은 우습게도 외로움이었으며 그 결과는 자살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착각 한 게 있습니다. 소년을 사랑하는 것은 분명 있었습니다. 소년의 바다는 그를 사랑했습니다. 소년의 꽃은 늘 그의 말을 들어주었구요. 소년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백현이 종이에 코 박은 채 읽던 것의 끝을 맺자 주변에선 넘어질 때 보다 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선생의 얼굴만 울그락불그락한게 금방이라도 터질 듯 했다. 변백현, 나는 독후감을 써 오란 것이었지 창작을 하라는 게 아니었다. 선생의 말에 고개를 푹 숙여 있던 고개가 빳빳하게 들어졌다. 제 글을 읽던 것과는 다른 면모였다. 고른 숨을 두어 번 내뱉던 백현이 머뭇거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창작이 아니에요. 자유를 걷는 소년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소년 뿐이었어요."
백현의 말에 교실은 와글와글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웃음보 터진 아이들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선생은 결국 소리를 냅다 지르며 손가락은 낡은 문짝을 향했다. 변백현 당장 교무실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어!! 백현은 잔뜩 울상을 지며 주변을 둘러보다, 찬열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기 때문에 찬열은 굳이 얼굴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저는 교무실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백현의 제법 쏘아붙이는 말에 선생이 거칠게 출석부를 펼쳐 훑어보더니 찬열을 지목해 일으켜세웠다. 박찬열, '소년기'에 대한 네 독후감을 읽어봐라. 찬열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 것을 읽었다.
"소년은 유난히 따가운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그 버릇에 다가가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소년은 늘 혼자 길을 걷고, 늘 혼자 얘기를 나눴으며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전혀 파악하지 못하였고, 결국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소년은 모래 위를 거닐다 극심한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겨울바다에 뛰어들었으며, 소년의 끝을 알아주는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늘 혼자였고, 외로웠고, 죽음마저 새파랬습니다. 교과서적인 대답을 마친 찬열이 자리에 앉자 선생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며 훌륭한 대답이라고 찬열을 칭찬했다. 그러곤 더욱 더 눈을 부라리며 백현을 쳐다봤다.
"네가 한 말 중에 옳은 건 하나도 없다. 이래도 대들 거야?"
일방적인 꾸중이었던 것 같은데. 찬열은 턱을 괸 채 무심하게 백현을 쳐다보았다. 백현의 달싹대던 입술을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꽉 힘주어 잡은 탓에 혈색 없이 질린 작은 주먹은 총총걸음과 함께 시아에서 사라졌다. 재밌네. 피실거리며 웃는 입매가 간질거린다.
*
[찬백] 소년기
01
Written by achoo
검푸른 바다는 나의 죽음을 삼켜주었습니다.
웃기는 게 있다. 찬열이 턱을 괸 채 뚱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움직였다. 그 이후로 부터 줄곧 나는 변백현을 주시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문학 나른한 시간을 떼우는 거며, 웃을 때 제법 사내 답게 호탕하게 웃는 것 하며,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도 새겨 보았다. 마치 상대의 그림을 그리는 것 처럼. 겉 껍질만 보았을 땐 그저 체구가 왜소한 사내였으며, 수학시간만 되면 턱을 괸 채 침까지 흘려가며 꾸벅꾸벅 조는 것 정도. 꾸벅꾸벅 졸다가 종 울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마른침을 소매로 벅벅닦는 것을 본 찬열이 제 목덜미를 매만졌다. 왜 저런 걸 보고 있는 거지. 가까스로 자각하는 것이 조금 늦었다.
"박찬열, 그것 좀 주워 줘."
갑자기 불린 제 이름이 놀란 찬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변백현이 옅은 한숨을 뱉으며 턱 짓했다. 내 볼펜 좀 주워 달라고. 그제야 찬열의 시선에 제 발 밑에 내려갔다. 문구점에 들어서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볼펜 중 하나였다. 기다란 손을 뻗어 몇 번 바닥을 휘젓던 찬열의 손바닥이 마침내 그 것을 주워 잡았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나. 찬열이 몸체를 일으켜 백현의 자리까지 갔다. 행동을 본 백현은 멍청한 소릴 내며 중얼였다. 어어, 던져도 됐었는데. 어정쩡하게 쥐고 있던 펜이 백현의 손바닥 위에 얹어졌다. 고마워. 짧은 인사치레 같은 말에 찬열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내 이름 어떻게 알아?"
말에 짐짓 당황한 표정이 어렸다. 그야…, 같은 반이니까. 우물쭈물 말을 뱉은 백현이 잡은 펜을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펜 주워줘서 고마워. 백현의 말에 찬열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나랑 같이 매점 가자. 찬열의 말에 이해를 못했다는 듯 백현이 인상쓰며 되물었다. 어? 뭐라고? 어순이 틀린 것도 없고 백현의 귀가 잘못 된 것도 아니다. 백현이 어색하게 웃보이며 제 바지주머니 위를 매만졌다. 나 지갑 없어. 백현의 말에 상관 없다는 듯 찬열이 어깨를 으쓱인다. 괜찮아, 너보고 사라고 안 했잖아. 당황함이 역력한 백현이 손목 붙들림에 의해 일으켜졌다. 가자. 찬열이 어설픈 휘파람을 불었다.
*
쭈쭈바를 입에 문 백현이 야무지게 제 꼭다리를 처리하는 찬열을 보곤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먹으면 암 걸린데. 장난스럽게 내뱉은 말에 찬열이 하던 행동을 멈추곤 굳은 표정으로 재빨리 그것을 입에서 떼었다. 당황한 표정의 백현이 손까지 내저으며 아니라고 일러주니 다행이라는 듯 가슴에 손을 올려두곤 웃었다. 어지간히 제 몸 아끼나보네. 짧게 찬열에 대해 생각한 백현이 제 아이스크림을 다시 입에 물었다.
"너는, 있잖아."
"어?"
"왜 소년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소년 뿐이라는 거야?"
"…아."
뜬금없이 묻는 바람에 한참을 찡그리며 생각한 백현이 기억이 난 듯 미간을 폈다. 그냥, 거기에 다 나와. 백현의 말에 이번엔 찬열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어디?
"소년이 항상 꽃에게 말을 하지. 꽃은 말 없이 그것을 들어줬어. 그것은 상대를 받아주겠다는 행동이고. 소년을 사랑한 건 하나 더 있지, 바다."
"바다가 왜? 소년이 자살한 곳이잖아."
"소년의 죽음을 받아줬잖아. 죽음을 받아주는 곳이 세상 어디에 더 존재할까."
붉은 것을 검푸르게 삼켜버리니 얼마나 좋으니.
백현의 말에 벙찐 찬열이 다급하게 하나 더 물었다.
"소년이 자유를 걷는 다는 건 무슨 말이야"
그건,
백현이 손가락으로 힘있게 쭈쭈바 밑 부분을 누르며 대답했다. 덕분에 조금 억눌린 목소리가 터졌다.
"소년이 그 모든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야."
따가운 것이 싫었기에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선택했고, 꽃과 대화하는 것을 선택했고, 죽음을 선택했지. 소년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변을 알았더라면 그런 비극적인 선택은 안했을 텐데. 웅얼거리며 대답한 백현이 마지막 남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털어넣곤 차갑게 젖은 제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질렀다. 밖이 더워서그런가. 차가운 손가락이 따갑기까지하다. 작은 신음소릴 낸 백현의 고개가 갑작스레 제 손을 잡아오는 것에 의해 들려졌다.
"손."
"… …,"
"추워보여서."
따가움이 증폭한다.
*
저런 책 실제로 없어요..ㅎㅅㅎ..
변백현 짤 이쁘당ㅠㅠㅠ
여기까지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요! 다음화에 영향 안끼친다면 다 대답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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