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achoo] 들개 A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0150419/f/0/2/f02fd97ce8ee2af20f4135cebe75de94.gif)
00
얼굴을 쳐내리는 손이 굳세다. 피범벅에 내려치는 살갗엔 푸른 멍까지 들었는데 여전히 거침 없다. 너는 무자비한 들개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명목이기도 하다. 근데 왜 우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에서 백현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와르르 터트린 웃음소리에 주먹질이 멈춰졌다. 소리가 새는 제 쪽에 고개를 돌리던 멍청한 개의 모습을 보던 백현이 일말의 고민 없이 말갛게 웃어보였다.
‘잘했어.’
나는 들개를 잡는 소년이다.
01
나를 위해서 뭘 할 수 있어?
좀 웃던 백현이 턱을 괸 채 물어왔다. 경수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뭐든. 대답에 백현이 키득대며 웃었다. 그거 좋다. 나를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다는 거네? 웃음과 함께 발이 짧게 발재간을 친다. 의자에서 바둥대는 헛발질이 꼭 일곱 아이가 때쓰는 것 같이 보였다. 경수가 백현의 목덜미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 경수가 백현의 어깨를 잡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너를 위해선 팔이 잘려도 상관 없다.
02
열 다섯이었으니까 중학교 2학년 때 인 것 같다. 처음 너를 봤던 날에 비가 왔는지, 눈이 왔는지 흐릿하게 잔상만 있어서 어렴풋 읽어보자면 하늘에서 뭐가 내렸던 11월 이었던 것 같다. 눈이 내리기엔 일렀으니 비가 왔나. 여튼 그랬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내렸던 날. 나는 횡단보도 앞에서 초조하게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짝다리 짚은 발이 까딱까딱 점점 속도만 빨라질 뿐, 신호는 바뀔 생각을 안했다. 아 씨발, 진짜. 제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고개를 치켜드는데 망가진 비닐우산을 든 채 계집 마냥 하얀 얼굴과 발간 팔꿈치를 내놓은 웬 남자애가 반대편에 서 있었다. 저렇게 입고 안 춥나. 짜증스럽게 목도리에 얼굴을 뭍던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부러 보려던 것은 아니지만 살갗이 희다보니 확연 눈에 띄는 푸르른 멍들과 붉은 자욱들에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애를 쳐다봤다.
그러나 남자애는 나를 보고 있지 않는 듯 했다.
흐릿하게 흩어진 시선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주기도 했다. 내가 이마를 찡그리며 목도리를 얼굴에서 끌어내리려던 순간 남자애가 천천히 횡단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나는 힐끔 신호를 봤다. 아직 빨간색 불이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빛났다. 걸음걸이는 비틀거리며 볼품없었지만, 내게 그것은 마치 비 젖은 나비를 형성화 하는 몸짓이었기 때문에 넋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 아이를 따라 횡단보도를 큰 트럭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녀린 몸체를 끌어당겼다. 아슬아슬하게 비켜난 트럭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른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야 너 괜찮냐? 너…,"
"개새끼야."
"뭐?"
"넌, 진짜 개새끼야, 이 개새끼야!!"
무차별적인 발길질과 욕설에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애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일지도 모를 울분을 받아내느라 급급했다. 울 때 어떻게 하더라, 잘 울어 본 적이 없어서 어렸 적 기억을 더듬었다. 길 바닥에 엎어져 엉엉 울며 집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우리 경수 많이 아팠겠구나, 하며 저를 품에 껴안았다. 잠시 고민하던 내가 그 애의 마른 등을 붙잡아 꽉 안았다. 엄마처럼 위로는 해 줄 수 없었다, 그 애의 이름을 몰랐기에. 워낙 마른 몸이라 으스러질까 걱정도 됐다. 그정도로 그 애는 약해보였고, 가녀린 작태였다. 그 애가 딸꾹질을 하며 내게 등허리를 맡길 쯤 나는 그 애를 품에서 떼어내곤 등졌다.
"업혀. 너 피나."
"됐어. 나 여자 아니야."
"누가 너 여자라서 그렇대? 너 다쳤으니까 업어준대잖아."
여자 아니라는 말에 뜨끔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애를 여자로 보았던 것은 아니지만 가녀리고 유약한 존재라고 생각 했었다. 입술을 깨물며 그 애가 업히길 기다렸다.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몸이 천천히 제게로 기울여졌다. 목을 감싼 가는 팔이 힘 없이 늘어졌다. 나는 다리를 단단히 움켜잡곤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너 집 어디야?"
"나 집 없어."
그 애가 몸을 옹송그리며 늘어진 팔에 힘을 주었다. 심지어 치졸하게 목덜미에 얼굴을 부볐다. 온 몸이 쭈뼛 섰다.
너랑 같이 살면 안 돼?
이건 반칙이다.
_
응 돼돼돼 백현아 돼돼돼돼 나랑 살아 백현아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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