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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 각자의 사정 | 인스티즈

8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환한 미소를 지은 너는 날 지긋이 바라봐 주었다. 날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쑥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목덜미를 쓸며 말하는 게 8년전 내게 수줍게 웃으며 좋아한다고 말하는 모습 같아 보였다. 

우리는 17살에 처음 만나 18살에 서로를 향해 조심스레 마음을 고백하고 시작한 우리의 관계는 1년도 가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균열이 간 관계는 전처럼 돌아오지 못했고, 감정을 잡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끝내자는 말을 쉽게 내뱉었다. 그렇게 우리는 19살이 되기전에 허무하게 관계를 끝냈고, 몇 달 뒤 너가 해외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쌓아 왔지만 연애는 하지 못했다. 바빠서 연애할 틈이 없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너를 잊지 못했다는 구차한 이유가 마음속에 자리 잡아 내게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 틈을 내어주지 않았다. 너는 나를 다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는데, 나만 못 잊고 아파하는 것 같아 괜히 울컥했다. 술을 마시니 울컥함이 진하게 올라와 결국엔 눈물까지 쏟아내는 지경까지 이르는 날 보며 친구들은 혀를 내둘렀다. 너랑 끝난 지가 2년이 훌쩍 넘었는데 왜 못 잊고 다른 사람도 못 만나고 너만 그리냐며 친구들이 내게 걱정이 섞인 질책을 해댔다. 나도 다 잊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관계를 쌓아가고 싶다. 하지만 1년도 안되는 너와의 추억이 내 눈앞을 채우고도 넘쳐흘러서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21살이었던 아픈 모습의 나는 많이 무뎌진 26살이 되었다. 매일을 날 괴롭히던 아픔들이 시간에 눌려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내가 그 아픔에 적응을 하게 해줬다. 아픈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눈물만 흘리던 나는 그 아픔이 날 덮쳐와도 덤덤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흐른 시간이 무색하게 나는 여전히 내 곁에 아무도 두지 못했다. 새로운 인연들이 날 찾아왔지만 나는 번번이 그 인연들을 거절하였고 또 하염없이 외로워했다. 새로운 인연이 내게 손을 뻗을 때면 나는 어느새 내 손을 따스히 잡아줬던 너의 손을 떠올렸고 새로운 인연이 내게 눈을 맞추며 다가오려 하면 나는 또 나를 바라보며 활짝 휘던 초승달 같은 너의 눈을 생각하며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냈다. 나는 참 모순적인 사람인 것 같다. 너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면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에게 너의 모습을 씌우며 널 그리워하고 있었으니. 

하지만 21살의 나와 다른 점은 더 이상 널 그리며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너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만 한다. 그리고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나는 너 말고 다른 사람은 평생 못 만날 것 같다고. 물론 말만 이렇게 해두고 2~3년 뒤에 덜컥 결혼을 해버릴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확신을 할 수 있었다. 18살의 풋내 나는 소년의 모습을 한 너는 26살이 된 나를 여전히 괴롭히는구나, 하지만 나는 날 괴롭히는 널 놓지 못했다. 모든 게 서툴렀던 첫사랑에서 나는 풋내는 코 안을 가득 채워 빠져나갈 줄을 몰랐다,

우연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다. 나도 참여했던 꽤 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가진 회식자리는 복작거렸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같이 협업했던 다른 회사의 사람들도 함께한 자리인지라 분위기가 매우 시끌벅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별로 즐겨 하지 않는 나는 구석에 앉아 프로젝트 동안 함께 고생한 팀원과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식당 문이 열리며 바람이 불었다. 구석 자리까지 닿는 시린 바람에 나는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너를 보았다. 18살의 풋내 나는 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26살의 완연한 성인의 모습을 한 너를. 

교복만 입고 다니던 네가 정장을 갖춰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고 다닌다. 그리고 조금은 통통하던 볼도, 경계가 흐릿하던 턱 선도 날렵하게 자리를 잡아 네가 완전히 자랐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너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고, 그렇게 우리의 시선은 그대로 마주쳐버렸다. 조금 놀란 듯 커졌던 너의 눈은 어느새 내가 언젠가 보았던 초승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며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아, 어쩌면 앞으로 나는 너와 다시 함께 추억을 쌓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대표 사진
독자1
사진이랑 찰떡,, 감성 좋아요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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