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나이 24살, 오래 전부터 꿈이었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담임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 저의 이름은 김민석이에요.
새학기 첫 날 저는 굉장이 떨렸습니다. 제가 맡은 반은 1학년 6반이었어요. 막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된 학생들이었죠.
저는 교실 앞에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어요.
"얘들아, 안녕!"
아이들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저를 바라봤어요. 얼마나 두근 거렸는지 몰라요. 목각처럼 교탁에 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의 이름은 김종인이에요.
"종인이는 학교에 안온거야?"
"모르겠어요. 그런데 걔 저번주부터 제 전화도 안 받아요."
대답해준 학생은 경수였습니다. 표정이 시무룩 한 것을 보니 종인이와 꽤나 친한 친구였나봐요.
"그래? 걱정되네. 혹시 좀 있다 종인이 오면 교무실로 오라고 해줘."
아, 선생님 이름은 김민석이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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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는 그 날 결국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았어요. 수요일인 오늘, 3일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종인이를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은 저는 종인이네 집에 찾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얘들아, 오늘도 종인이 안 왔어?" "안왔어요. 그런데 그 새끼 작년에도 가끔 그랬는데." 이번에 대답해준 학생은 백현이었습니다. 저는 작년에도 가끔 그랬다는 백현이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어요. "중학생 때도 그랬어?" "네. 그런데 신기한게 징계는 안 먹어요. 성적도 전교권에서 놀았어요." 저는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학교를 수시로 빠지는 데 성적은 좋고 징계도 받지 않는 학생이라니요. 제 자리로 돌아가던 백현이는 생각에 잠긴 제 얼굴을 슬쩍 보고는 은근히 말했어요. "그런데 선생님.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김종인 집에 찾아간다던지, 하는." "어? 오늘 갈 생각이었어. 안되는 거야?" "역시 그렇죠? 김종인은 비밀이 많아요.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 지 알 수 없는 놈이에요. 조심하시는 게 좋을걸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으로 맡은 반의 학생인데, 그냥 둘 수는 없었어요. 그 날 수업이 모두 끝난 후, 저는 종인이네 집 주소를 써놓은 수첩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문득 고래를 돌렸을 때 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어요. 교무실 창문에 백현이의 얼굴이 보였거든요. 백현이는 놀란 제 얼굴을 보고 크게 웃더니 교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뭐 하시는 거에요?" "아, 응. 오늘 아무래도 종인이네 집에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결국 가시는 구나. 어쩔 수 없네요, 뭐.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셨죠? 저는 이제 진짜 가볼게요." "그래. 조심해서 가." "흐음-. 선생님도 조심히 가세요." 백현이는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가방을 챙겨 곧바로 교무실을 나오니 복도엔 아무도 없었어요. * 어두운 곳이었어요. 조그만 불빛 조차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열심히 걷고 걸어서 종인이의 집 앞에 섰습니다. 보기만 해도 침울해보이는 집이었어요.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길래 살짝 열어봤는데,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것인지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습니다. 내부 역시 엄청 깜깜했어요. 벽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아 눌러봤지만 불이 켜지지 않았어요. 조금 무서웠지만 괜찮다고 제 자신을 다독거리며 좀 더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그 때, 철컥 하는 소리가 나면서 불이 켜졌어요.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이 집엔 저 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요. 철컥, 하는 소리는 아마 차단기 소리였던 것 같아요. 불이 켜지고 집을 둘러보니 이 곳은 난장판이었어요. 어지럽게 쏟아져 있는 물건들, 쓰러진 가구들, 깨진 컵과 접시들. 괜스레 겁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숨죽여있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습니다. "저, 종인이니..? 종인아?" 누군가가 제 바로 뒤에 서있는 것 같았어요. 한기가 느껴졌거든요.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고 저는 한 번 더 말을 내뱉었습니다. "종인아.. 대답해 봐." "미안하지만 걘 이미 죽었어." 낯선 목소리와 함께 제 목 부근에 차가운 것이 닿았어요. 침이 저절로 삼켜졌어요. 오른쪽 귀엔 낯선 사람의 입김이 느껴졌습니다. 제 몸은 이미 그 사람에게 결박되어있는 상태여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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