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는 우물쭈물했어.
튕긴게 아니고, 정말 말그대로 뭐라고 대답해야되나 깊게 고민하는 그런 거.
김태형씨, 나 2년 쯤 봤다고 벌써 내 표정도 읽을 줄 아는건지 다시 입맞춰오더라구.
그렇게 내가 말로 수락하지 않아도 우리 둘은 사귀게 되었어.
하지만 이건 연애의 시작일 뿐.
"어머니한테 들키면 어떡해요..."
"
"내가 집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어도 그쪽한테 피해 안가게 할 거니까 걱정 붙들어매"
"...그래도.."
우린 밤새 가득찼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잠들었어.
또 밤에 손만 잡고 잤냐구?
응....아쉽게도...ㅋㅋㅋ
다시 평온한 날이 지속되었고, 나는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나서 이제 방학이니까 맘껏 놀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아주 유쾌한 기분을 즐겼지.
혼자라서 조금 왕따같기도 했는데, 뭐 요즘은 자발적 아싸도 있다면서? 남자친구 한시간 기다리는 동안 나도 그 자발적 아싸 좀 해보지 뭐.
교내 카페에서 커피 주문해서 테이크아웃한 다음에 저번에 김태형씨가 다 뺏어먹었던 치즈고구마돈까스정식.... 그 식권도 내 돈으로 두장이나 사고(학식에서 제일비싼....), 극단 연습실 들려서 오랜만에 연습도 하다가(며칠 말 없이 빠져서 얼마나 혼났는지....ㅠㅠㅠㅠ) 시간이 되서 경영관 앞으로 김태형씨 마중나갔지.
"늦을 줄 알았더니 딱 맞춰서 왔네"
"내가 김태형씨보다 한시간 일찍 종강했거든요"
"아...그래?"
"관심이 없구만 관심이 없어~"
툴툴거리면서 우리는 학식으로 향했어.
내가 미리 준비한 식권을 꺼내들었는데 김태형씨도 지갑에서 식권을 꺼내는거야!
근데...
"김태형씨...."
"새우볶음밥 좋아한다고 한 거 아니었나?"
"나 해산물 알레르기 있다고.."
"아...!! 못먹는다고 말했던거구나!!!!"
정신을 어따 팔아먹고 사는건지....
"내가 그럼 돈까스 먹을테니까 김태형씨는 새우볶음밥이나 많이많이 드세요. 흥"
"거 참 야박하시네~ 같이 먹읍시다!!!"
김태형씨가 순식간에 내 식권을 뺏어서 식권함에 넣어버렸어..,.이자식.
암튼 맛있게 돈까스를 해치우고 오늘은 조금 한가해서 김태형씨한테 영화를 보자고 했지.
흔쾌히 수락했고, 우리는 영화관으로 가는 길에 전정국을 봤어.
우리 둘 다 확실히 전정국의 모습을 봤지만, 딱히 전정국이라며 말을 하지는 않았지.
근데 전정국은 확실히 전과 달라져있었어.
그 전보다 훨씬 더 말랐고, 얼굴에 다크서클도 생기고.
하지만 여기서 내가 또 동정심에 나섰다간 진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서 연락을 하려던 걸 꾹 참았지.
그렇지만 결국 영화를 재밌게 보지는 못했어.
집에 돌아가는 길에 결국 참지 못하고 김태형씨한테 물어봤어.
"김태형씨"
"왜"
"정국이한테 연락해봤어요?"
"내가 그새끼랑 연락을 왜 합니까"
"아까 봤는데 너무 안색이 안좋아보여서.."
"그것때문에 아까부터 그렇게 넋을 놓고 딴 생각 중이셨구만?"
"나 딴생각 안했는데???"
"다 티 났거든"
"미안해요..."
"아 그럼 내가 괜찮은 딜을 하나 제시할게."
"???"
"나한테 지금부터 당장 반말을 하면, 내가 전정국이랑은 어떻게든 해결을 보고 올게"
"....."
"우리 나이도 동갑이고, 이제 부모님 의지로 만나는 사이 아닌데 자꾸 이러는거 불편해."
"..."
"고민 중인거야?"
"네"
"기다릴게."
내가 반말하는 걸로 딜을 제시한 거 보면 그냥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빤히 보였는데, 그래서 단지 나를 위해 김태형씨가 전정국 앞에서 비굴해지는 모습을 보일까봐 그게 걱정되어서 고민했어.
"아 언제까지 기다려~"
"음...그럼 나도 딜에 조건 하나 더 얹을게요."
"...?"
"절대 전정국한테 아쉬운소리 하지 않기로."
"하...그거 때문에 고민한거야? 내가 전정국한테 아쉬운 소리를 왜 해"
"정말이죠...?그렇다고 전정국한테 상처주지도 말고, 형답게 잘 달래서.."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그럼 나도 그 딜을 받아들인다"
드디어 만난지 거의 2년만에 말을 놨네.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