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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마법사의 숲

-01-



백현은 눈을 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머리가 이대로 펑하고 터질 것 처럼 관자놀이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귓가에선 제가 내는 숨소리인지 혹은 아직 부는 비바람 소리인지 거친 색색이는 소리가 들렸다.

복부는 누군가 위에 커다랗고 묵직한 돌덩이를 쌓아둔 것 처럼 답답했고 숨을 쉬는게 불편했다.

백현은 끄응하고 길게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그래도 신은 제 편이기는 한 것 같았다.

애초에 제가 칼에 찔린 것 부터가 신이 완벽히 제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죽지 않고 살아는 있으니 제가 그리 미우진 않은 듯 하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눈을 뜨자 베이지색 천장이 눈에 감겨들었다. 벽지가 발라진 것이 엉성한 것을 보아 자신을 주워준 사람은 평민인 것 같았다. 백현은 후우-. 하고 긴 숨을 내뱉었다.

중앙으로 돌아가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고마운 사람에게 직위를 하나 내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손끝을 움직였다. 그리고 살짝 의아함을 품었다.


평민이 쓸법하지는 않은 시트의 감촉이 기묘했다. 그는 고개를 조금 움직여 제가 누워있는 곳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제가 누워 있는 곳은 딱히 집이라기 보다는 그냥 하나의 커다란 방 같았다. 방과 방을 나누는 벽이 없었다.

백현은 상체를 조금 일으켜 침대 헤드 부분에 등을 기대었다. 침대 역시 평민이 쓰기에는 꽤 질 좋고 커다란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곳은 귀족의 별장인가…? 백현의 궁금증을 달래줄 집 주인은 집 안에 있지 않았다. 백현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코를 간지럽히는 나무 냄새가 마치 제가 아직 숲 속에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있는 창문에는 온화한 색깔의 햇빛 편린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다.

햇빛 편린은 꽤 일정하게 흐드러져 나무바닥위에 내려앉아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집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햇빛이 이렇게 따뜻하게 드는 것을 보아 낮임은 확실했는데, 주변이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백현은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먼 곳에서 어렴풋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졸졸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물이 흐르는 소리는 꽤 아스라해서 정말 먼 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느리고 따스한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릴 때 마다 녹음 짙은 나뭇잎이 서로 부딪혀 소리 부스러기를 만들어 냈다.

마치 그 모든 것이 하나 하나 뒤섞여 숲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백현은 눈을 떴다. 


"……."


그는 잠시 호흡을 멈추었다. 제가 눈을 감고 잠을 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 침대 앞에 멀뚱멀뚱 서있는 사내는 무어란 말인가. 

백현은 혹시 이것이 환상인가 싶어 손을 뻗어 사내의 턱을 툭 쳤다.

사내는 영문도 모르고 제가 맞은 것이 꽤 황당한 모양인지 눈을 크게 떴다. 손등에 닿는 촉감이 밀가루 반죽같았다. 사람인가?


"집 주인이냐?"


사내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바닥 위에서 뛰놀던 햇빛 편린이 마치 주인이 왔음에 기뻐하듯 사내의 머리칼위로 내려앉았다.

환하게 빛나는 햇빛에 비춰진 사내의 머리칼은 눈부실 만큼 찬란한 갈색이었다. 백현은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가늠해보았다.


"꿈이 아닙니다."


사내가 입을 열어 목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명백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백현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 사내가 선홍색 입을 달싹여 목소리를 내자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기이한 간질거림이 느껴졌다.

그는 어쩐지 가슴을 마구 긁고 싶었다. 그러나 딱히 티는 내지 않고 무심한 듯 사내를 바라보았다.


"제가 당신을 주웠습니다."


백현은 사내의 말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는 제가 황제임을 모르는 것 같았다. 대체 얼마나 이 산구석에 박혀 살았으면 제가 황제인 것을 모르는 걸까.

그 생각을 함과 동시에 백현은 저에게 저런 말을 하는 사내의 저의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맹렬히 굴렸다.

사내는 조금 굳어진 표정의 백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인상을 썼다.


"당신은 황제군요."


"…."


"황제는 고맙다는 말을 할 줄 모르는 겁니까?"


백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내의 물음은 당장 목을 쳐도 할 말이 없는 물음이었지만 그 물음을 하는 사내의 표정은 더 없이 맑았다.

그는 정말 순수하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백현은 그제야 사내가 저를 뚫어져라 쳐다본 이유가 감사인사를 듣기 위해서 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고맙다."


"예."


백현의 마지못한 말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곧 기다렸다는 듯 침대에서 벗어났다. 백현은 사내가 무엇을 하는지 쳐다보았다.

사내는 집의 맨 구석에 박혀있는 문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어딜 가려는 거지? 백현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여긴 어디냐?"


"제 숲입니다."


사내의 목소리는 참으로 기묘했다. 집에 꽤 큰 탓에 백현과 사내의 거리는 꽤 멀었지만 마치 사내가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라도 하는 것 처럼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룽어룽져 제 귓가를 타고 메아리치는 사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백현은 심장이 다시금 울렁거렸다. 느낌이 이상했다. 백현은 손을 들어 제 심장을 콱 움켜쥐었다.

병인가? 제가 병에 걸리 것인가?


"이 곳이 왜 네 숲이냐."


"아무도 살지 않는 숲에 제가 먼저 들어와 둥지를 틀었기 때문입니다."


"너는 내가 황제인 것을 안다고 했지? 또한 이 숲은 내 제국 안에 포함된 숲이다. 그렇다면 이 숲은 내 것이 아닌가."


"어차피 당신은 이 숲이 있는 줄도 몰랐지 않습니까."


사내는 백현이 말을 걸어대는 통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문의 입구에 서서 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현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사내의 말에 틀린 구석이 없었던 탓이었다. 백현은 무어라 더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물었다. 유치하게 생명의 은인과 이 숲의 주인을 논하고 싶지 않았다.


"이름이 무어냐."


"…."


백현의 물음에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함부로 가르쳐드리지 않습니다."


"어째서지?"


"…. …."


백현의 물음에 사내는 대답을 피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시선을 움직이더니 백현을 보며 말했다.


"상처는 곧 나을 겁니다. 내일 저녁 이 곳을 떠나주세요."


사내는 흐르듯 잔잔한 말을 남기고 문을 열어 젖혔다. 사내가 문을 열자 햇빛 자국이 조금 집안에 번져들었다.

그러나 그 햇빛 자국은 사내가 문을 닫자 다시 어룽히 사라지고 말았다. 홀로 집안에 남게 된 백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함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제가 무슨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것인가? 황제 보다 더?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백현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저 사내는 제가 입으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제 생각을 마치 읽기라도 한 것 처럼 말을 꺼냈다.

'꿈이 아닙니다.', '당신은 황제군요.'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자연스러운 말이었지만 분명 무언가 이상했다.

어떻게 말을 하지 않았는데 대답을 한단 말인가. 


백현의 뇌리에 불현듯 무언가가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백현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딱히 저 사내가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백현이 사내를 기억하는 것에는 그저 '생명의 은인' 정도면 충분했다.

백현은 작게 하품을 내뱉었다. 날이 따스하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볕에 좋았기에 발 끝부터 노곤노곤 풀어졌다.


백현은 몸을 뉘이고 이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환자니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백현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기다렸다는 듯 잠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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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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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재밌어요ㅠㅠ 엄청 몽환적이고 이야기의 흐름같은 데에서 어색함도 없고... 문체도 취적이에요! 다음 편이 시급합니당 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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