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던 독자가 있어서 말해주는데 우리는 지금 나름 진행중
요즘 얘기쓰려고 하다가 저번에 미리 말해놓은게 있어서
오늘은 대학탐방때 썰 풀어줄게
반이 총 10반이었는데 반마다 2명씩 짝 지어서 가고싶은 대학교 골라서 가는거였고 나는 그 때 성대담당이었어
선생님들마다 가고싶은 대학교 고르고 한 일주일인가 지났을 때 쯤 공룡이(썸탔던 고등학생)가 자기 친구 2명이랑 교무실로 날 찾아왔더라고
갑자기 오자마자 사탕 내밀면서 사탕드실래요? 이러길래 얼떨떨하게 일단 받기는 받았지
그러고 나서 왜 찾아왔냐고 물어보니까 자기 성대 가고싶은데 한 반에 두 명밖에 못 가서 나한테 허락 받으면 더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난 올해 처음 부임받은 학교라서 잘 몰랐지 그래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명단 받아줬어
애들 셋이서 조용한 교무실에 쌤 완전 쿨해요 왜 이렇게 착해요 부터 시작해서 와, 그 때 들어볼 칭찬 다 들어본거 같아
아무튼 걔내가 가고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원래 왠만하면 허락해주는게 아니라고 옆에 앉아 계셨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
대학 탐방 날 아침에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모여있으라고 전체 문자를 보내고 나도 지하철 타고 가고있었어
다들 답장이 네, 알겠어요 뭐 이런식으로 왔는데 유독 눈에 띄는 문자가 있더라고
선생님 오늘 밥 언제 먹어요?
누구랑 먹을거에요?
저희 밥 사주시는거에요?
답장 안 하셨으니까 긍정으로 알아들을게요 애들한테 다 말했어요
문자 온 간격이 거의 1분마다였어 수업시간엔 조용히 수업만 들으니까 몰랐는데 은근히 친구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그런 아이더라고 역시 고등학생이니까 그랬던거 같아
어떻게 답장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씹고 혜화역으로 갔지
갔더니 20명중에 반 정도 와있더라고 그때 시간이 12시였는데 애들한테 각자 밥 먹고 1시 반까지 성균관대 정문으로 오라고 전달했지
애들 거의다 갔는데 공룡이가 남아서 선생님 저 맛있는거 사주신다면서요라고 하면서 안 가더라고 나는 내가 언제 그랬어 얼른 가서 밥 먹어라고 했지
공룡 - 쌤은 안 먹어요? 나머지 애들 기다려야돼요?
나 - 응 그러니까 가서 먹고 이따 보자
나 밥 늦게 먹는다고 하니까 뭔가 불쌍해 보였나봐 자기 친구한테 아까 그거 줘봐 이러더니 공룡이 친구가 가방에서 커피 꺼내서 주더라고 공룡이가 이거라도 먹고 있어요 이러면서 가더라 평소에 아메리카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냥 먹었어
지각한 애들이 좀 있어서 밥은 못 먹고 그냥 간단하게 카페가서 샌드위치 먹고 성대 정문에 갔어
역시 젊은 애들이라 옆에 공원?같은 밴치 있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뛰어놀고 있더라고 애들 불러 모으고 캠퍼스 투어 했지
성대가 워낙 경사진 곳이 많아서 맨 뒤에 뒤쳐져서 따라가고 있는데 공룡이가 선생님 힘들어요? 쌤 다리가 짧아서 느린가보다 라고 장난치길래
날씨도 덥고 그래서 그냥 반응 안 하고 묵묵히 걸어갔어 그랬더니 내가 삐진줄 알고, 사실 조금 삐지긴 했지만
공룡 - 삐졌어요? 쌤 더워서 그러는거죠? 진짜 삐졌어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까 초기에 나눠준 학교 책자로 나한테 부채질 해주는거야 내가 표정이 뭔가 좋다 이런 표정이었나봐
공룡이가 선생님 시원하죠? 제가 그렇게 좋아요? 이러면서 또 자기 혼자 웃더라
그런 일이 있고 탐방이 대충 끝났어 말 했듯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셔틀 타고 나가려는데 동전이 없는거야 공룡이가 옆에 있길래 너 동전 있냐고 물어봤지
바로 눈치 채고 자기는 200원밖에 없다고 하면서 친구들한테 동전 좀 달라고 그랬었어
받긴 받았는데 내가 학생한테 받는다는게 좀 미안해서 여기 근처에 편의점 있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사줄게 이랬지
공룡이랑 공룡이 친구 3명이 좋다고 아이스크림 먹고 같이 셔틀타고 혜화역으로 왔어
애들이 선생님은 어디로 가냐고 해서 학교 근처로 간다고 했어 집이 그 쪽에 있었으니까
공룡이 친구들이 공룡이랑 같이 가주세요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왜? 라고 하니까 자기네 셋은 여기서 놀건데 얘는 과외있어서 지금 집에 가야한다고 그러더라고
어쩔수 없이 둘이 지하철 타고 돌아오는데 4호선은 사람도 별로 없고 널널해서 그냥 서서 갔는데 2호선으로 갈아타는 순간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
우리가 같은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지하철 문이랑 좀 멀이 떨어져 있는 곳에 있었거든
사람이 많이 내리는 역도 아니라서 어떻게든 내려야 하는데 공룡이가 좀 더 문에 가까이 있어서 자기가 뭔가 사람들을 뚫어야 할거 같았나봐
죄송합니다 나갈게요 죄송합니다 하면서 자기가 내 앞에서 길 만들어줘서 무사히 내릴수 있었어
역은 같은 역이었는데 버스는 다른 버스 타야해서 같이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먼저 와서 선생님 먼저 갈게~하면서 버스에 탔지
자리는 없고 서서 창문밖에 봤는데 공룡이가 웃으면서 손 흔들어주더라고
그 때 되게 떨렸었어
다음에는 수능 100일에 술먹고 나한테 전화한 일이랑 대학 붙었을 때 썰 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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