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ness |
지난 밤, 크리스는 단 한숨도 편하게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잔인한 말을 경수에게 쏟아부은 뒤, 경수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저 마음이 심란해 잠이라도 자려는줄 알았다. 하지만 경수는 새벽으로 들어서는 어스름한 밤에 일어났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던 크리스는 움직임에 눈을 뜨고 침대에 멀뚱히 앉아있는 경수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손을 들어올려 그의 어깨를 잡으려할때, 경수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울었다. 오열하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고 조그마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팍까지 때려가며 한참을 오열했다. 무엇때문에 저렇게 우는 것일까. 자신의 손때문인건지, 아니면 제 말 때문인건지 심란한 마음을 저렇게 밖에 표현 못하는 경수가 안쓰러웠다.
크리스는 경수의 어깨를 감싸줄 수가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사랑과 싸우고 있을테니, 필사적으로 제 마음을 이기고 자신에게 오는 길을 걸어오고 있을 것이었다. 크리스는 그저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 길 끝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네가 언제 와도 제 품에 안길 수 있게 그렇게 가만히 서있을 것이다.
경수는 계속 깨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깨어나면 울었다. 경수의 우는 소리에 레이나 타오가 들어올 법도 한데 그들은 들어오지않았다. 아마도 크리스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푸른 빛이 선명하게 감도는 새벽에 경수는 나중에는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크리스를 물끄러미 응시한채 울기만 했다. 크리스는 보지않아도 경수의 눈을 알 수 있었다. 후회와 무서움, 그리고 사랑으로 뒤 덮혀있을 그 눈에 눈물이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폭풍같던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을때, 경수는 크리스의 품에 안겨있었다. 너무 울어버려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어미 새의 품에 숨은 아기 새처럼 그저 크리스의 품에 묻히듯 안겨있었다.
" 아침을 준비할까요. "
" 경수야.. 아침.. "
안 먹을래요..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려는 크리스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가만히 서있는 레이를 내보낸 크리스가 경수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잘잤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그저 눈을 마주보며 미소지어보이자 경수가 고개를 푹 숙인다. 이 조그만 머리로 무슨 어려운 생각들을 하는걸까..
" 어제 저녁에 잠, 못잤죠? "
" .... 응 "
" 그렇구나... "
멍하니 대답하는 경수의 몸엔 힘이 없다. 그 모습이 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준다면 금방이라도 모래바람이 되어 없어질꺼 같았다. 그 참을 수 없는 허망함에 크리스가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걸까, 그렇다면 이런 기분을 느낄때는 어떤 표정을 지어보여야 내 연인은 마음을 편해할까. 아쉬움과 이상한 마음이 뒤섞여 헛웃음이 나왔다.
한참을 멍하니 침대만 바라보던 경수가 고개를 들어 크리스를 바라봤다. 여전히 자신을 앞에서 지켜봐주는 이 남자의 뒤에서 자신은 잘 숨어 살 수있을까.. 그렇게 새벽에 울고 불고 스스로가 미친것처럼 느껴질만큼 발악을 했는데도 해결된건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은 이 남자의 세계에 스며들 수 있을까. 대답은 야속하게도 나오지않았다. 답답하리만큼 아무 말 없는 자신의 속이 미칠듯이 혐오스러웠다.
" 우리.. 헤어질래요? "
" ..... "
" 나 놔줄래요? "
" ..... "
" 봐봐, 순 자기 멋대로야.. "
환하게 웃는 경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사람을 위해서 난 나를 포기 할 수 있을까. 외면하고 외면해야만 하는 자신의 야속한 마음은 자꾸 아니라고 외쳤다. 그런대도 왜 자신은 이 남자를 놓을 수가 없는건지, 경수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사랑하면 모두 이렇게 힘든 것이냐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자신의 첫 사랑은 이렇게 가슴 떨리는 달콤함이 아닌 위험하고 아슬한 사랑이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 분명 속 안은 답답함에 썩어 문드러져가고 있을텐데, 누구를 위한 평범함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담담하니 평화로웠다.
* * *
" 꼴이 참 우습네, 병신같고.. "
멍하니 서재에 앉아있는 크리스를 보자마자 백현이 한 말이었다. 자신의 모습 또한 누구를 비웃을만한 차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크리스가 그렇게 가버린 후로 백현은 한참이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그 울음속에는 루한도 있었고, 찬열도 있었고 그리고 크리스도 있었다. 아마도 백현은 자신의 마음이 이미 괜찮아졌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크리스를 괴롭히고 찬열을 괴롭히고, 자신을 괴롭혔다. 이미 버릴 마음도 없는데 버려야한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멍하니 보낸 시간에 크리스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백현은 보자마자 알 수있었다.
" 너도 하고 있구나, 사랑이라는걸. "
" ... 그런가. "
" 내가 어리석었어, 다 가져놓고서는 잃었다고 생각했어. 항상 "
" 니가? "
" 내 옆에는 찬열이도 있었고, 루한도 있었고.. 그리고 너도 있었어. 아쉽게 루한은 놓쳤지만.. 그래도 그게 다 잃은건 아니잖아? "
비록 마음 한쪽이 찢어졌더라도 많은게 남아있으니깐.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백현을 응시하던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좋겠군, 그렇게 쉽게 알 수 있어서.. 순간 백현은 다 가졌다고 생각했던 크리스가 불쌍하다 느꼈다. 다 가진게 아닐 수도 있는데.. 한숨을 내쉰 백현이 크리스가 앉아있는 책상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섰다. 너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빙빙 돌아서 가려고 하지마. 길은 의외로 네 앞에. 그것도 말끔히 닦여져있어. 백현이 책상위로 올려놓은 것은 비행기 두 장의 비지니스석 티켓이었다.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봤다. 어릴적 자신을 동경하던 눈으로 쳐다보던 백현이 잠깐 생각 났다.
" 꼭 같이 가자고 해, 지금 그 아이에겐 네 마음이 필요해. "
그리고 너에게도 그 아이의 마음이 필요하고. 주먹을 꼭 말아쥔 백현이 등을 돌려 서재를 빠져나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찬열이 보인다. 환하게 웃는 모습에 백현도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크리스가 많이 힘들어 해, 남은 일들은 우리가 처리해야겠어. 백현의 말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인다. 익숙하게 자신의 넥타이를 반듯하게 고친 백현이 인사하는 레이에게 고갯짓을 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백현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가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채 앉아있는 자신의 주인의 모습은 이제껏 본적도 볼꺼라도 생각도 하지않았던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겉은 말짱해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말그대로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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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
글이 너무 어둡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쓰는데 내가 우울해... 그래서 그런지 글도 잘 안써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10-1과 10-2로 나눠서 올릴까 생각중...
벌써 다크니스가 10편이라니 ㅠㅠㅠ 감회가 새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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