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앙 촹피행
![[경탁x성수] 白 : 희디흴 백 中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2/d/c2dc02181872798b75f3c8d526fac9ea.jpg)
[경탁x성수]
白 : 희디흴 백
색색깔의 노리개였다. 둥글게 손질한 옥돌과 조개껍데기. 말린 꽃잎. 치자물을
들인 가느다란 실다발......
그는 누구를 위해 이 곳에 다녀가셨을까.
"......이쁘네요."
아마, 그 고운 아씨겠지. 이방인인데다 천한 자신관 다른 그 귀한, 자상하고
다정한......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인.
성수의 엷은 눈꼬리가 서글피 내려앉았다.
"어이구, 눈도 높지! 그건 비싼 거여. 어디 연모하는 처자라도 있는감?"
마치 그의 관모에 달린 것처럼 아름다운 파란 구슬이 달린 노리개였다. 흰 파도가
눈물처럼 얽힌 희푸른 구슬. 성수는 묘한 끌림에 노리개를 집어들었다. 제가 꽃인 마냥
활짝 피어난 실묶음 밑에, 방울처럼 구슬 두개가 양쪽에 흔들리고있었다. 구슬에선 노란
실이 각각 빠져나와 작은 하얀 구슬이 꿰어진 채 연꽃처럼 부풀린 연두색 꽃술이 달렸다.
"아까 그 나으리가 사가시고 딱 하나 남은 거여. 그것 말고 다른......"
"네?"
깜짝 놀라버렸다. 아까 그 나으리라면, 경탁이 분명했다.
......누굴 주려고......
분한 마음이 치솟았다. 왜, 나는 몰라주고. 그 아씨만. 그 여자만......
"성수야!"
다급한 발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좌판의 아주머니는 반가워하는 동시에 경멸
스러워하는 눈이 되었다.
"아야!"
우악스런 손아귀가 성수의 온손목을 찹아채었다. 소질되어 반들반들 빛이
나는 투명한 손톱. 성순느 여태 만지작대던 노리개를 떨어뜨렸다. 딸그락. 하고
구슬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미약하게 울렸다.
"야! 어이구 이 놈아! 너! 헉......너......!"
반쯤 가채가 흘러내린 화래였다. 아마 성수가 없어 먼저 기방에 갔을거라 여기고
흥겨이 치장을 하다 애닳게 성수를 찾고있었던 것이리라. 기방의 여인들은 모두 심성
이 선하다. 그러나 그래선 안되기에 일부러 서로에게 날이 선 듯 군다.
그럼에도 이들은 성수에게 친절하다.
땀인지 눈물이지 모를 것으로 온 얼굴이 범벅이 된 화래는 숨을 급히 몰아쉬었다.
저 뒤로 화래의 바로 아래인 옥주와 나경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헉......야! 박성수!!"
언제 숨이 찼다는 양 화래는 두 눈을 흡뜨고 앙칼지게 고함을 내질렀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새로 사 발랐을 분이 온 얼굴에 희뿌옇게
번져있었다. 성수는 아래를 내려보았다. 성수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쥔 가느다란
손목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자니 어째선지 웃음이 났다. 화래가 숙였던 허리를
곧게 세우고 성수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너! 너 이 놈의 자식. 너 감히 누굴 이렇게 애타게 만들어?! 너 돌았니?!!
길도 모르는 애가 어딜......! 애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이 쌍놈 자식......이
후레자식!!"
화래의 보드라운 입에서 거친 욕설이 쏟아져나왔다. 성수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
이었다.
"웃어?! 너 지금 웃음이 나와!! 너 이......"
"아이고 언니! 그만 좀 하소, 어? 누구 기방을 망신시키려고 이 언니가
아까부터....."
"그래 언니. 발리 이제 가요 좀, 언니 꼴이 지금 어떤 줄 알아......?
박성수 넌 오늘 저녁 없어! 이거 소영언니가 정했으니 그리 알아!"
바락바락 악을 쓰느 화래의 입을 나경이 막고 옥주가 성수를 잡아끌면서 넷은
장터를 가로질렀다. 사락사락 흙투성이의 치맛자락이 바닥을 쓰는 소리. 온갖
걱정에 가득 차 성수를 찾아 헤멨을 젖은 눈시울. 투박하고 다정한 손바닥.
동경과 멸시에 찬 눈초리들이 성수들에게로 집중되었지만 넷은 전혀 개의치않았다.
아마도 예전 회사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경박할 험담들.
그럼에도 성수는 웃음이 나왔다. 그건 아마도 화래가 여전히 성수의 손목을
꼭 쥐고 있으며 옥주가 등을 팡팡 조금 아프게 치고, 나경이 타박섞인 우려를
해주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 날 저녁 성수는 한바탕 혼이 났다. 누나들은 다시는 장터에 데려가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고 동생들은 오늘 오빠 밥은 없다며 신나게 조잘거렸다.
결국 밥은 없었다. 돌아가면서 쿵쿵 맞은 등도 아팠다. 그런데도 성수는 여직
웃음을 그대로 내보이고만 있었다. 아마 몹시 얄미워보였을 것이다.
해가 지고 기방은 화려한 문을 열였다. 문 옆을 지키던 성수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배가 주렸다. 차라리 여자였다면 부엌에서
몇 개 얻어먹기라도 했을 것을, 기방의 사내라도 그녀들은 성수를 부엌에
들이지않았다.
그런데 그는 어디로 갔을까.
밤이 깊고 어느 술 취한 양반이 요란스럽게 떨구고간 술병을 주우며 성수는
생각했다. 내 모습을 보셨을까.
솔직히, 그가 자신에게 와 도와주길 바란 면도 어느 정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러나 동시에 그런 추한 모습을 보이고싶지는 않았다. 아니 가장 바랐던 것은
그가 그 소동을 전혀 눈치채지못하고, 설사 눈치챘더라도 그곳에서 여전히
자신이 볼 수 있도록 그 강직한 등을......그대로 내보이고계시는 것이었다.
"......가당키나 한가......"
별이 밝고, 마당은 술과 발자국으로 어지럽고, 창호지에서 불이 새나오는 밤.
무심히 지나가는 양반들과 기생들.
정지한 시간에, 성수는 없는 달이 꾸역꾸역 어둠을 집어삼킨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바라는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이 곳에 없거늘.
이 곳의 어떤 것을 바라는 것이 내게......
성수는 동떨어진 기분이 되었다. 어떠한 쓸쓸함이 가슴 밑에서 잔잔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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