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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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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striker!

















차는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느라 연신 흔들거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논과 밭에는 얼음이 얼고 서리가 내려 어쩐지 절경인 것 같은 모양새가 펼쳐졌다. 나고 자라기를 도심에서만 지낸 은수였다. 조부모 또한 수도권에 살고 계셨으므로 이런 논과 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농촌은 처음 보는 게 맞았다. 기억이 없는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와봤다면 모를까.

호석은 창문에 딱 붙어 바깥만 구경하는 은수 뒤통수를 어쩐지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은수가 알게 된다면 소름이 돋는다거나 느끼하다는 말로 면박을 줄 게 뻔했지만 차창에 허옇게 김이 서리도록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단순히 후배를 뛰어넘어 조카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 뿌듯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윤기가 크랭크인 전 최종 답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호석은 잠깐을 놓칠세라 옆에 앉은 은수의 팔꿈치를 툭 찔렀다. 그러니까 팀에서 제일 바쁜 감독 대신 총무인 본인이 떠날 답사기에 함께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미임이 분명했고, 그건 휴학 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 은수에게 약간의 탈출구를 마련해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은수는 호석의 설득 없이도 단박에 오케이를 던졌고 두 사람은 평소 발 들일 이유조차 없었던 땅에 들어서게 됐다.





“원래 최종답사 같은 게 정식 절차예요? 제가 작년에 갔던 팀에는 없었거든요."
“정식은 아닌데 감독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우리 민감독님이 좀 많이 꼼꼼한 편이지.”






은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할 때 윤기의 성격이 어떤지는 이제 은수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윤기는 천천히 가더라도 많은 것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언뜻 보면 퍽 답답해 보일 수 있으나 영화는 치밀함과 느슨함이 공존하는 것으로, 종내에는 윤기가 가진 느긋한 깐깐함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호석과 은수는 실내 촬영이 예정된 펜션에 들어서며 동시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촬영지 섭외 당시 봤을 때만 해도 좁은 느낌은 없었는데, 얼마 전 다녀갔다는 미술팀이 설치한 세트가 전부 자리 잡고 나니 장비를 세워둘 자리가 모자라 보였다. 세트가 예상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잘된 일이지만... 이 상태라면 촬영을 진행할 동안 최소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차나 외부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 





“끼어있어야 하니까 친목 도모는 되지 않을까요."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야, 이거 1학년 스탭 애들이 보면 놀라겠다. 인원 맞춰 들어올 수가 있나?"







“근데 저 1학년 때 갔던 졸작 촬영장도 이랬어요. 촬영장이 넓으려면 아무래도 깨지는 돈이 많으니까.”






은수는 예산안을 작성할 당시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췄다. 이렇듯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특히 졸업 작품은 버석할 정도로 메마른 현실 속에서 반짝이는 이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일 뿐이니 더욱 그 간극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처음부터 아주 바닥을 생각하고 들어온다면 조금 나을지도 모르지만, 제 미래에 불운을 걸어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 꿈을 꿈대로 이뤄보고 싶은 마음을 누가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은수는 대충 장비들이 들어올 자리를 가늠하며 이제는 여느 자취방처럼 꾸며진 곳을 둘러보다 한가운데 털썩 주저앉았다. 폭이 좁은 게 매번 여러 명이 구겨 앉았던 윤기의 거실과 비슷한 느낌이라 괜스레 안락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맞다, 막내 저번에 우리 주연 배우 만나고 왔다며.”
“어... 네. 윤기 선배가 얘기해요?”







그냥 둘이 일정 얘기하다가 나왔어. 호석은 미술팀에서 대여했다는 물품이 전부 들어차 있는지 하나하나 종이에 체크하며 가벼운 투로 주제를 던졌다. 자세한 과정이나 상황이 듣고 싶은 듯한 얼굴은 아니라 그냥 대충 고개만 끄덕인 은수에게 이미 한 주 이상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석진이형 만나볼래?”







근처에 있으니 추워도 조금만 참으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던 윤기는 석진이 있다는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은수를 살폈다. 이번 영화를 같이 준비하는 후배란 말에 얼굴 한번 보고 싶다며 넌지시 찔러오는 것을 무시하지 못한 게 꼭 제 탓 같아 그랬다. 은수의 뽀얀 얼굴이 추위 탓에 발갛게 올랐다. 코끝이며 볼이 붉게 오르는 것이 곧 토끼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은수는 왜 그러겠다고 했을까. 윤기는 혹시 자신도 몰랐던 권위가 은수를 압박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다 이내 떨쳐냈다. 윤기가 겪어본 은수는 이런 일에 거절을 못 할 정도로 무른 사람이 아니었다. 생김새나 말투는 말랑하고 느른한 느낌까지 가지고 있었지만 은수의 성격은 윤기나 남준이 쉽게 인정할 정도로 똑부러지는 쪽에 가까웠다.








실내에 들어서자 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칼이 엉망으로 자리를 잡았다. 찬 기운 탓에 머리가 띵해 멍한 상태를 유지하던 은수가 구석 자리에서 손을 들어 보이는 석진을 보곤 유리창을 거울 삼아 급히 머리를 정리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후줄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으니까.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추운데 불러서 미안해요. 같이 일할 사람이라고 하니까 괜히 궁금해서.”







“얘 추위 많이 타서 오다 입 돌아갈 뻔했어.”







윤기의 말에 석진이 미안하다며 걱정 담긴 웃음을 보내고 은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윤기를 바라봤다. 왜 그런 소리를 하냐는 의미가 다분히 배어있었다. 제게로 도로록 굴러오는 눈빛에 윤기가 뻔뻔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자 은수는 마치 텍스트 같은 어색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런 거 아니에요, 라는 예의를 덧붙였다. 오다 입이 돌아갈 뻔한 건 맞지만 은수에게 이 자리는 아직 비즈니스에 가까웠고 이런 방식의 생색은 원 성격상 허용되지 않는 범위의 것이었다.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마실 건 내가 살게요.”
“와, 감사합니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제가 이런 거 거절하는 법을 몰라가지고... 일단 시도라도 해볼까요?”
“괜찮아요, 난 이쪽이 더 취향이라.”







은수는 석진의 말에서 진심을 찾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처음 본 사람이라서 그러려니 싶다가도 석진의 호의적인 표정을 보면 금방 그런 마음을 지워버리게 된다. 내가 지금 처음 본 사람을 덜컥 의심하는 중인가?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이 은수의 마음 깊은 곳을 콕콕 찔렀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모든 게 괜찮았지만 스스로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느낌. 은수가 가진 낯가림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 쉬이 이 감정에 적응할 수도 그냥 없는 셈치고 넘겨버릴 수도 없었다. 

결국 은수는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이상한 괴리감‘으로 정리했다. 화면에서만 본 사람을 실제로 만나 마주 보고 앉아있으니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본인을 괴롭히는 찝찝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것보단 이편이 훨씬 나았다. 







"뭐 좋아해요?"
"네?"
"내가 산다고 했으니까 뭐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게 맞는 순서 같아서."








석진은 매사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보다 인간관계에 능했다. 제 뜻을 분명하게 전하며 상대방에게 적당한 편안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건 재능에 가까운 것이고, 그건 곧 호감이 되어 돌아온다. 석진은 그런 흐름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윤기가 데려온 이 작은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긴다. 어느 부분에서 불편해하고 있는 거지. 열심히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으나 석진에게는 은수가 느끼는 불편함이 선명했다. 단순히 거짓말을 못 하는 편이라고 넘겨짚기엔 아까부터 잘 웃는 얼굴이 걸리고. 은수가 가진 것은 석진과 같은 완숙된 노련함이 아니라 어딘가 어리숙한 노련함이었다. 겉보기에 티 나지 않아도 감이 좋은 사람에게는 바로 걸리고야마는.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같이 가서 보고 정해, 얘 고르는 거 잘 못 해."









"... 선배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김남준이 그러던데, 네가 정호석보다 더 하다고."







셋이 밥 먹으러 갔을 때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댄다. 무심한 투로 툭 던져지는 말에 부끄러움보다 머쓱함이 먼저 퍼졌다. 윤기가 놀리는 것 같았다거나 앞에서 듣는 석진이 웃음을 터트렸다면 아마 민망했을 테지만 윤기의 목소리는 늘 듣던 튐 없는 톤이었고, 석진은 그저 그러냐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으로 은수를 부를 뿐이었으니.











“정했어요?”
“아직이요.”
“윤기한테도 물어보고 와야 되는 거 아닌가."
“아, 선배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라 안 물어봐도 돼요.”







그거 말고 다른 건 구경도 안 하시더라고요. 따라붙은 말에서 도톰한 친분이 느껴졌다. 







“원래 낯을 안 가리는 편인가 봐요.”
“아, 그런 건 아닌데 워낙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거짓말. 석진은 은수가 제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생각했다. 한 발의 거리를 두고 선 둘 사이에 친분이라고 할 것들이 자리 잡기도 전, 종이 한 장 두께의 의심이 쌓였다. 형체가 없는 것을 향한 의심. 은수는 석진의 진심을, 석진은 은수의 진실을 겨누고 있었다.







“진짜 죄송한데 왼쪽이랑 오른쪽 중에 하나만 골라주시면 안 될까요.”
“음, 오른쪽?”
“그럼 저는 밀크티요.”
“오른쪽 왼쪽에 뭐가 있나.”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친구랑 둘이 결정 못 할 때 가위바위보 해서 네가 이기면 이거 내가 이기면 저거.”
“처음 듣는데.”







말도 안 돼. 은수의 감탄사를 신호탄 삼아 간단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을 때까지 이어졌다. 어색한 사이라는 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볍고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 버릴 것들에 관해 이야기할수록 더 괜찮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실없는 이야기로 은수와 석진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조금 흐트러졌다. 윤기는 잔뜩 어색한 분위기를 가지고 갔던 두 사람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돌아온 것도 모자라 꽤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생소한 친분을 느꼈다. 





‘은수 낯 가려요. 친해지려면 좀 기다려야 돼.’ 





왜 하필이면 지금 이 상황에서 호석의 귀띔이 떠올랐는지. 윤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은수를 처음 본 날을 떠올리려다 관뒀다. 쟤가 나한테도 그랬었나, 같은 생각은 이런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아니니 이런 친분의 무게를 신경 쓸 때는 지났다고 정리해버리는 것이 간단하고 편했다.  







“둘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선배는 친구랑 뭐 결정 못 할 때 가위바위보 해서 네가 이기면 이거, 내가 이기면 저거 해본 적 없으세요? 아님 왼쪽 오른쪽 중에 고른다거나.”
“윤기도 결정 잘해서 해본 적 없을 텐데.”
“... 어, 없는 것 같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푸석한 볼을 긁적이던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의 은수치고 심각한 얼굴이기에 얼마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이런 줄도 모르고 섣부르게 처음 본 날을 떠올렸다면 혼자 뼛속 깊이 민망해질 뻔했다.







“근데 너 막상 만나니까 얘기 잘한다. 아까는 뭐, 배우님 찾았잖아.”
“그런 얘기는 그냥 묻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배우님?"







석진의 되물음에 은수는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잔을 내려두며 잠깐 마주친 눈빛에서 설명을 바란다는 의미를 읽어버렸으니 내뺄 수도 없다. 그래서 은수는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당신의 영화를 전부 봤다는 뜻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다 끝내 윤기를 원망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윤기의 탓으로 두 번째 당황하는 중이었으니까.







“그게, 출연하신 영화를 전부 봤거든요. 보면서 배운 것도 많고, 그래서 언제 한번 뵙고 싶었어요. 근데 저는 당연히 촬영장에서 제일 먼저 뵐 줄 알고 그럼 배우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고민을 좀... 했습니다."







진실. 석진은 거짓말 탐지기처럼 은수의 말을 구분했다. 사람의 입을 거쳐 나오는 모든 말은 진실이 아니면 거짓.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곧장 이렇게 굴게 된 것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은 버릇인지 기억이 자세하진 않다. 그저 석진은 배우가 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왔고, 누가 본인의 편인지 구분해내려면 반드시 두 가지를 인식할 줄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석진은 안다. 세상에 영원한 진실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님은 좀 부끄럽네."
“아무래도 그냥 선배님이 낫겠죠.”
“아무래도. 영화는 어땠어요.”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두 개의 시선이 은수에게로 닿았다.







"영화가 어땠냐고 물으시면 제가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는 말밖에... 이야기 구성이나 촬영 방식도 새로운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내 연기는?"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은수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던 윤기가 석진의 질문에 움직임을 멈추고 은수를 돌아봤다. 흥미가 당긴다는 의미였다. 배운 게 많다는 말은 비단 영화 연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단편 영화를 이끌어 가는 건 자본에서 나오는 세밀함보다 찬란한 연기인 경우가 많으니까. 

은수가 석진의 연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고 얼마만큼의 감정을 옮겨 받았는지. 전문적인 피드백이 아닌 좋고 싫음을 포함한 단순 감상평이 듣고 싶었다. 은수는 그 기대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기에 제가 봤던 세 편의 영화 속 석진의 모습을 끌어냈고,







'마음에 담아둔 눈물은 고여서 사람을 병들게 하고 흘려보낸 눈물은 곧 증발해서 없어져.'
'아래만 보고 다니면 이건 그저 땅이지만 앞을 내다보면 길이 되잖아.'
'너의 수고는 너만 알면 돼.'







그 모든 장면들이 반짝거리며 떠올랐다. 







"그냥 진실 같았고, 진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저 배우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이는 순간에…"







석진과 은수의 눈이 마주쳤다. 은수가 본 모든 것들은 결국 석진의 조각들이었다. 자신을 조금씩 떼어 만든 내가 아닌 나. 겉모습만 빌려 만든 감정의 총체. 







"아름다웠어요."











[방탄소년단/김석진/민윤기] Perfect striker! 02 | 인스티즈







이번엔 어려웠다. 진실일까. 흔들림 없이 석진을 바라보는 다갈색 눈동자가 분별을 방해했다. 구분해야만 하는데, 지금 저 눈을 보고 있자면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젠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같은 울렁거림을 느꼈던 것 같기도.

석진은 아주 오랫동안 알 수 없는 것들이 은수에게는 많다. 은수의 어리숙함은 그만큼 철저하지 못해서 결국 진심을 꺼내 보일 수밖에 없고 그건 아마 진실만 찾던 사람에게 아주 낯선 형태의 감성이 될 테니.















Perfect striker!














-네, 선배. 저랑 호석 선배랑 좀 전에 서울 도착했어요.
"어, 고생했어. 촬영 날까지 잘 쉬고. 이제 진짜 아프면 안 되니까."
-선배도 감기 조심하세요. 걱정스러워도 잠은 꼭 주무셔야 돼요.
"어, 고맙다."







은수와의 전화를 마친 윤기가 피곤한 듯 눈가를 꾹 눌렀다. 정말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모두가 기대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날이라지만 기대는커녕 벌써부터 막막해지는 기분에 한숨이 늘었다. 

깊은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기분이었다. 물 아래가 보이는 투명한 곳이 아닌 시커멓게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기어이 파도를 이겨내고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을까. 혹여 저 밑으로 가라앉는 건 아닐지. 아님 이리저리 쓸려 엉겁결에 무인도에 닿을 수도 있다.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버릇처럼 각본을 살피던 윤기의 눈에 석진 몫의 대사가 보였다. 막연히 잘 해낼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름다웠어요.'







그 정도였나. 은수가 느낀 아름다움이 온전히 석진의 재능인지 감독의 역량인지 계산할 수가 없다. 둘 다 잘했겠지 같은 말보다 조금 더 뾰족한 무언가가 필요한데. 배우와 감독은 경쟁보다 공생 관계에 가깝다는 것을 윤기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럼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욕심은 어디서 새어 나오는 건지. 기 싸움은 피곤할 뿐이고 윤기는 그런 류의 일에 관심 두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연기에 영화가 먹히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달갑지 않다.







"골때리네."







익숙하게 서랍을 뒤져 담배를 찾은 윤기가 그것을 입에 물었다가 이내 제자리로 돌려두었다. 딱히 금연을 실천 중인 건 아니지만 지금 담배까지 피운다면 어쩐지 준비한 모든 것들에게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려둔 담배 대신 핸드폰을 집어 들고 각본은 덮어둔 채 침대로 가 누웠다. 잠은 꼭 주무셔야 된다는 말마따나 촬영에 들어가면 자고 싶어도 못 자는 날이 많아질 테니 지금이라도 잠을 채워두는 게 낫겠다 하는 마음에. 물론 자리에 눕자마자 잠을 청한 건 아니었다. 확인하지 않은 카톡들이 빨간딱지를 달고 잔뜩 쌓여있는 것을 손가락만 굴려 가며 대충 넘겨보다 








[아까 통화할 때 말씀을 못 드려서요. 미술팀이 대여한 물품 전부 세트에 다 갖춰져 있었습니다!]
[정말 걱정 말고 푹 쉬세요.]
-연출/이은수-








마지막으로 들어온 연락까지 확인한 후 불안함을 떨쳐내며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비로소 출발선에 섰다. 이날은 웬일인지 자주 꾸지 않는 꿈에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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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알람 뜨자마자 바로 달려왔어여!!
영화 시작 전에 간단한 만남이지만 뭔가 팽팽한 신경전이 읽으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지네요ㅠㅠㅠ 영화 찍으면서 전개될 내용들이 너무 궁금해여ㅠㅠ 작가님 오실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4년 전
독자2
작가님💜오늘은 왠지 뭔가 묵직한 기분이 드는 내용이네요 석진이와 윤기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느껴지는 게 보는 내내 뭔가 기대감을 가득 담아 읽어내려갔어요.
이제 시작이네요 이들의 영화 속엔 어떤 이야기가 녹아 들어 갈지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설 연휴 재미있게 보내시길😉

4년 전
비회원72.238
윗댓님말씀처럼 오늘은 묵직한얘기들이네요!
작품고민하는윤기 왤케섹시해 ㅠㅠㅠ엉엉

오늘도잘읽었습니다!!

4년 전
독자3
기다렸어요 작가님!!💜 석진이랑의 묘한 긴장감.. 좋아요ㅠㅠ 석진이랑 윤기.. 앞으로 내용 너무 궁굼해여!
4년 전
독자4
기다렸슴다 작가님ㅠㅠㅠㅠㅠ넘 재미써요 ㅠㅠㅠㅠㅠ 다들 자기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군여 얘들아 그거 사랑이야!!!!(쩌렁) 여주의 말이 석진이 마음을 울렸을 거 같아요. 윤기가 남주인 줄 알았는데 뭔가 석진이가 꿰뚫어보는 게 심상치 않네여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넘 기대됩니당 ㅎㅎㅎㅎㅎ 💜
4년 전
독자5
기다렸어요ㅠㅠㅜㅠ석진이랑 묘한 긴장감 있는것도 좋고 윤기가 신경쓰는것고 좋고..ㅎㅎㅎ다 좋아여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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