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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있다면 사랑이 아니다 w.여민
열아홉, 그리고 도경수.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그 틈 사이에서 있을 곳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던 나. 그런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던 너. 고마운 마음보다는 가슴이 떨렸다. 들리지도 않을 소리로 대답하는 나를 보며 웃던 너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박찬열, 내 이름이 처음으로 그 입에 담겼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 이후로 내 세계의 중심은 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처음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열병에 괴로워했다. 남자를 사랑한다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잊으려 발버둥을 쳤다. 그래, 도경수를 사랑하고 있어. 결국 인정하게 되었을 땐 또 다른 문제들이 나를 옭아매왔다. 이루어 질 수 없을 거라며 몸부림치고 나를 죽여만 갔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내 안의 악마가 속삭였다. 너를 가지라고. 이 지겨운 열병의 끝을 보자고. 억지로, 억지로 널 가져버리려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내겐 네가 너무 소중했다. 소중히 하고 싶어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네가 내 품에 걸어 들어왔다. 마치 처음부터 넌 내 것이었던 것처럼. 사실 돌이켜보면 경수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지 않았을까. 뻔히 다 보이는 주제에 정작 아무 말도 못하는 이 남자가 불쌍해 먼저 와준 게 아니었을까. 일 년간의 지독했던 짝사랑이 끝맺음을 맺었을 때, 행복보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먼저 휩싸였다.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사랑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질 거야. 너를, 우리의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었다.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너만을 보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끔씩 원인을 알 수 없는 갈증에 목말라했지만 그래도 너는 내 것이었다. 적어도 도경수가 그와 다시 재회하기 전까지는. “맞는데, 무슨 일이시죠.” 낯선 이가 제 연인을 찾자 찬열은 경계의 태세를 갖췄다. 경수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없다 였다. 경수가 언제쯤 오는지 아십니까. 조용히 읊조리는 그 말에 대답해주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가 경수랑 어떤 사이인지 아는 바가 없었지만 도경수씨라는 딱딱한 호칭을 내려놓고 경수라고 부르는 게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안 올 겁니다.” 대화를 잇지 못하게 말을 끊어버림으로써 더 이상 경수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보여주었다. 그도 찬열의 의도를 눈치 챘는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리곤 한마디, 도경수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김종인, 번호는 예전과 같다고. “경수야” “응?” “도경수” “응” “그냥 심심해서 불러봤어” “뭐야, 싱겁긴” 김종인이란 그 남자의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누굴까. 처음 보는 얼굴. 적어도 경수와 함께한 삼년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경수의 주변사람은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경수에게 이걸 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냥 말하기 싫었다. 말도 안 되는 고집 이였지만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찬열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경수야” “또 왜, 오늘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혹시…” “응” “너… 김종인이라고 알아?” “…누구?” “김종인” “…너가 걜 어떻게 알아?” “어?” “너가 걜 어떻게 아냐고” 표정을 굳히며 되묻는 경수에 찬열이 당황했다. 찬열에게 낮에 있었던 일을 전해들은 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몇 분간 조용히 혼자 생각했을 뿐. 찬열은 머릿속을 가득채운 한마디를 가까스로 조심스레 꺼냈다. “누군데?” “옛날…, 옛날 친구” 돌아오는 대답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옛날 친구, 그게 다였다. 찬열의 머릿속은 추측성 짙은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찼지만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핸드폰 붙잡고 뭐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는 경수는 여전히 핸드폰을 꼭 쥔 채로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찬열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제가 어젯밤 김종인이라는 남자의 이름을 언급했을 때부터 경수는 안절부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핸드폰을 붙잡고 있거나 멍하게 있었다. “찬열아,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딜?” “응…, 그냥. 어제 너가 봤다던 사람 있지? 옛날 친군데 유학 갔다가 오랜만에 한국 들어왔다는데 잠깐 만나자네.” “언제 오는데?” “모르겠어, 연락할게” “올 때 데리러 갈까?” “됐어, 애도 아니고 다녀올게” “응, 차 조심하고 술 마시지 말고.” 애써 평정한 척 가장하고 있었지만 실은 그 남자와의 관계를 좀 더 추궁하고 싶었다, 가지 못하게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럴 권리가 없는걸. 어쩌겠어, 오랜 친구라는데.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가 저를 보던 눈빛이라던 지, 도경수의 반응이라던 지 친구사이라고 생각하기엔 미심쩍었다. 하지만 곧 애인을 의심해선 안 돼, 라며 단순히 친구라고 단정 짓고 잊으려 했지만 그 마음속은 아직도 두 남자의 생각으로 뒤죽박죽 엉켜있었다. “오랜만이네” “…그래, 오랜만이야” “섭섭하다 도경수, 4년 만에 만난 친구한테 할 말이 그것뿐이야?” “한국엔 언제 왔어?” “일주일 정도 됐어. 그 동안 너희 집에 하루도 안 빠지고 갔는데 항상 아무도 없더라고. 아직 너희 집 맞는 것 같던데 거기 안 사나봐?” “우리 집엔 왜 갔어?” “딱히 이유가 있어서 가나, 너 보고 싶어서 갔지.” “보시다시피 나 잘 지내.” “그러네, 그런 것 같아. 전보다 더 귀여워졌어.” “이제 보고 싶던 얼굴 봤으니까 됐지?”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그 남자 애인이야?”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일어날게” “보자마자 알겠던데, 진지해? 아니면 그냥 엔조이?” “나 먼저 일어난다.” “그 남자가 너랑 나, 어떤 사인지 알아?” “…김종인, 우리가 어떤 사인데? 우리가 무슨 특별한 사이기라도 했어?” “특별이라…, 특별한 사이 아닌가? 적어도 너한테는” “웃기지마. 그런 감정 이미 다 끝난 지 오래야” “과연 그 남자도 그렇게 생각할까?” “김종인!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그냥…, 놀라서. 도경수에게 애인이 있었다니, 당연히 아직도 나 못 잊고 있는 줄 알았는데. 도경수한테 난 별 거 아니였나봐.” “…….” “그 남자 어때? 같이 사는 거 맞지?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벌써 잤어?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 옛날엔 나만큼 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김종인, 진짜 왜이래” “오랜 친구로서, 그리고 도경수의 첫사랑으로써, 현재 만나는 남자가 어떤지 확인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종인아” “그래, 김종인이라고 딱딱하게 부르지 말고, 전처럼 그렇게 불러. 옛날 생각난다.” “김종인, 이러려고 나 찾아왔어?”
“경수야…,도경수. 나 정말 너 많이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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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씩 올리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어제 못 올렸어요...이 놈의 손이 말을 듣지 않아서...흡
오늘도 분량이 너무 적어서 뎨동해여...
오늘은 불마크가 없군요...하핳
불마크가 없으니 왠지 허전하고 심심한....흠
여하튼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해요!!
제 맘 알죠? 하트하트
댓글은 정말, 정말, 정말 힘이 되요! (경수빙의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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