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 bom!
봄, 봄!
점심시간, 백현과 나란히 앉아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던 경수에게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다가왔다.
"경수야, 곧 종인이 복학한다며. 그럼 1학년으로 들어오는거래?"
"……."
"……야, 그걸 경수가 어떻게 아냐…?!"
"아니, 둘이 제일 친했잖아."
"…그래도 그걸 어떻게 알, 경수야! 경수야, 기다려!"
백현의 부름에도 경수는 계속해서 급식판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백현이 서둘러 남은 급식을 한곳에 모으다가 그마저도 그만두고 뒤늦게 경수를 쫓아 나갔다. 백현이 달려나가는 경수의 뒷모습만 보며 급하게 뒤따라나가고 있을 때, 반대쪽에서 찬열이 백현을 발견하고는 들뜬 마음으로 백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
"…이런, 씹……."
"경수야, 괜찮아?!"
정신없이 걸어가던 경수와 백현의 얼굴을 보며 걸어오던 찬열이 서로 부딪힌 것이다. 경수와 찬열의 식판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경수가 바닥에 넘어졌다. 처음부터 경수에게만 신경을 쓰고 걸어오던 백현에게 찬열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식판을 아무데나 놓고 달려온 백현이 경수의 앞에 쪼그려 앉아 옷에 묻은 음식물을 대충 손으로 털어내고 고개를 푹 숙인 경수를 일으켜 급식실을 빠져나갔다. 옷에만 살짝 묻은 경수에 비해 얼굴에까지 음식물이 튄 찬열이 경수를 데리고 나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고있다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이 씨발!!!!!"
찬열이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손에 들린 식판을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던졌다.
"경수야, 괜찮아?"
"……."
"그냥, 떠도는 소문일거야. 새학기니까……."
"…아니야."
"……응?"
"몇일 전에, 종인이한테 연락왔어……."
"……."
"곧 돌아오겠대."
아무 말 없이 있던 백현이 겁을 먹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에 보일듯 잘게 떠는 경수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날의 기억은 아직 나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무뎌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네가 종인이를 버텨내기에는 무리구나.
평소에 자신의 주변에서 시끄러운 두 명이 조용한 일에 기분이 이상해진 백현이 수업중에 몰래 책상 밑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경수는 죽은듯이 책상에 엎드려 있었고, 매일 테러와 같은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던 찬열에게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책상 아래에서 애꿎은 잠금버튼만 계속해서 누르던 백현이 다짐한 듯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놓고 카카오톡을 열었다. 책상 밑에서 하는 것 보다 책상 위에서 아예 대놓고 하는 것이 앞에 앉은 사람의 몸에 가려져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채팅방 목록중에서도 맨 위를 차지하고 있어 쉽게 들어갔지만 뭐라고 보내야할지 한참을 생각하던 백현이 천천히 손가락을 놀렸다.
[야 차녈]
평소같았으면 순식간에 없어졌을 숫자 1의 표시가 한참동안이나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동안 보고있다보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화면에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화면을 눌렀다. 계속해서 보고있었지만 숫자 1은 야속하리만치 사라지지 않았다. 이거 렉 먹은거 아니야? 혼자서 생각한 백현이 뒤로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백현의 바람과는 다르게 채팅방에서 너무 쉽게 밖으로 나와졌다. 핸드폰을 하느라 고개를 숙였던 백현이 짜증스레 핸드폰을 뒤집어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기운없이 엎드려 있는 경수를 한 번 돌아보고는 따라 엎드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집어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돌려보았지만 화면은 여전히 까맣기만 했다. 다시 핸드폰을 뒤집어놓은 백현이 아예 핸드폰을 등지고 엎드렸다.
"야, 박찬열!"
"……."
"너 핸드폰 좀 봐!…가 아니고."
"……."
"핸드폰도 갖고 있으면서 왜 내 카톡 씹어?!"
아까 그렇게 엎드려 차라리 잠을 자는게 났겠다고 생각한 백현이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어 참다못해 찬열의 반에 찾아왔다. 문을 열자마자 맨 뒷자리에 앉은 찬열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백현이 쿵쾅거리며 반에 들어와 엎드린 채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찬열의 등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역시 무반응인 찬열에 백현이 전보다 더 세게 찬열을 건드렸다. 그러자 평소와는 다른 표정의 찬열이 보였다.
"뭐가 불만인데."
"……뭐?"
"선배도 맨날 내 카톡 씹잖아. 나는 씹으면 안돼?"
찬열이 의자 등받이에 걸어두었던 와이셔츠를 들어 책상에 던지듯이 펼쳤다.
"이게 뭐같아?"
"…밥 흘렸어?"
"아까 선배 친구랑 부딪힌거, 누군지 봤어요?"
"……."
"그거 나였는데."
"……."
"내가 몇년동안 미쳐서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니까 존나 만만하지."
"……야, 그런말이 어디있,"
"나 우습잖아, 그치."
"……."
"…하아, 가라."
한 손으로는 백현의 팔을 잡고 한 손으로는 문을 연 찬열이 백현을 밖으로 내보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백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끝끝내 눈을 피하며 문을 닫았다. 백현은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칠 때까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교실에 돌아와보니 경수는 자리에 없었다. 주변에 앉은 애들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나간지 얼마 되지않아 조퇴를 하겠다며 교실을 나갔단다. 자리에 힘없이 앉은 백현이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어 카카오톡을 열었다. 분명 자신은 경수에게 잘 가고 푹 쉬라는 말을 하려던 것이었는데, 여전히 답장이 없는 찬열과의 채팅방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두어번 내저은 백현이 경수와의 채팅방을 찾아 들어갔다.
[경수야 조심해서 가]
[푹 쉬고!]
[이제 내가 절대 그런 일 없게 할거야]
[내가 도경수 지킴이가 될게ㅎ]
[아무 걱정도 하지마]
여러번으로 나누어 보낸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던 찰나 진동이 울렸다. 알겠다는 경수의 답장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백현이 확인하지 않고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밀어넣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야자를 튀어야겠다!
선생님에게 아무말도 없이 야간자율 학습을 빼고 나온 백현이 평소에 타던 버스도 타지 않고 힘없이 터덜터덜 걸었다. 찬열이한테…, 사과해야 되겠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꺼내려다가 다시 손을 떼어내 가방 끈을 고쳐잡은 백현이 좀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박찬열도 야자 할텐데, 방해하면 안되니까…, 하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생각보다 빨리 집에 도착한 백현은 빠르게 걷던 걸음을 급하게 멈추었다.
"……."
"…선배."
"…너 왜 여기있어? 야자는…!"
"왜 또 내 카톡 씹어."
"……응?"
찬열의 말을 들은 백현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카오톡을 확인하려 했지만, 찬열이 백현의 손과 핸드폰을 큰 손으로 덮어버린 탓에 확인하지 못했다.
"창피하게 무슨 바로 앞에서 확인을 해."
"…뭐야."
"……화내서 미안하다고."
"……."
"나는 씨발, 얼굴에까지 다 튀었는데 선배가 친구만 데리고 쪼르르 가버리니까 화나서……."
"……."
"아니, 정확히는 서운해서 그랬어."
"…야아,"
"나는 쳐다도 안봐서."
"……."
"미안해요."
찬열이 덩치에 맞지 않게 고개를 숙인채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가며 말했다. 백현이 그런 찬열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올려 찬열의 양 볼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뭐 안어울리게 이러구 있냐아?"
"……."
"나도 미안해, 아깐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
"…아니에요."
"……너 그리구 아까 나한테 너 만만하게 보냐고 그랬지?!"
"아, 그건 진짜 홧김에…,"
"그래, 너 만만하게 본다!"
"……."
"고맙게 생각해."
"…뭘."
"내가 처음처럼 너 안무서워 하는거."
"……."
"너 무서워했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지낼 수 있었을 것 같냐, 바보야?"
백현이 볼을 잡았던 팔을 내려 손바닥으로 찬열의 마른 배를 툭 치며 말했다. 듣고있던 찬열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고맙네."
"그치? …야, 너 근데 너 은근히 반말 섞어서 한다?"
"내가 지금 존댓말 하게 생겼어?"
"나 간다."
"가긴 어딜가."
"……."
"요."
어째 옛날 생각이 나는 것 같네, 나 간다고 하니까 존댓말 하는게.
그 때도 선배가 나 무시해서 그랬죠.
그 땐 무시한게 아니라 무서워서 숨은거야!
예전 이야기를 하며 투닥거리다가 결국에는 서로 마주보고 웃는 둘이었다.
★☆백현이가 집에 와서 확인한 카톡☆★
<악마새끼ㅗ>
[야 차녈]
[선배]
[잘못했어요]
[♡]
[♡]
[?..]
[좋냐?]
[네 존낰ㅋ]
[ㅇ]
진짜 카톡 모양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도 모바일로 보면 못알아보겠어서 허접하게 색으로 구분해염..ㅎ
백현이는 공주니까 핑크 찬열이는 쿨하니까 민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깔 고르는 센스봐랔ㅋㅋㅋㅋㅋㅋㅋ^-^bb
우와 연재했어
연재 했다
연재물 안멈추고 연재 했다!!!!우왕ㅋ
봄봄 되게 오랜만에 썼는데도 짧져?
..아무 생각 없이 지내서 그래요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해요..♡
잉여주제에 슬럼프 비슷한거 와서 다 연중 때리고 숨고싶었는데 정말 힘이 많이 됐어요ㅠ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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