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 시점)
하루가 넘어가는, 거의 자정에 가까운 새벽이었다.
"출소하시겠습니다"
쇳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너에게서 멀어진지도 20년, 목도리는 이미 완성한지 오래다.
유일하게 너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매개체라 어루만지고 또 어루어만져서 손때가 묻어버렸다.
네가 과연 좋아해 주려나… 물론 그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고있어야만 해당되는 걱정이지만.
만약 기다려줬다면…그렇다면 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교도관에게 들었는데, 내 사건은 사망자가 없기 때문인지
매스컴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아 형량이 어느정도인지, 무슨 교도소에 있는지조차 알아내기 힘들거라 했다.
손에는 오직 손때묻은 목도리와, 너와 내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집 열쇠 두 가지 뿐이었다.
긴장탓으로 다리가 떨렸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우리는 이미 사십대에 접어들었는데,
얼마나 변해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계속 다리를 떨어대자 보다못한 택시 기사분이 말을 거셨다.
![[EXO/백현] 어린아이 같은 번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116/27f0a5b51e6bfafc906576a636130bab.jpg)
"출소하시나보네요"
"누구를 보러 가시길래 그렇게 떠세요?"
"사랑하는 사람이요…아주 많이"![[EXO/백현] 어린아이 같은 번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116/cad18e53a2b510748f92efa15c16232e.jpg)
"...만약에 그 분이 계속 손님을 기다리고 계셨다면, 꼭 안아주세요"
"많이 외로우셨을 거에요"
"지인 중에 출소하신 분이 계시나봐요?"
"제 아들놈이…허허 많이 외롭고 힘들었죠"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린다는게 참 힘든 일이더라구요"
기사님의 씁쓸한 웃음에 나도 쓰게 웃었다.
잘 웃진 않았지만 한번 웃을때마다 주위까지 반짝반짝해지는
너도 과연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착잡해졌다.
백미러로 그런 내 표정을 본 기사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착잡한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롭지만 다시 볼수 있다는 희망에 금세 일어서게되니까요"
교도소가 지방에 있어 택시로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간 후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따라 내 마음도 덜컹거리는 듯 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침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급하게 계약했을 때는 최신식 아파트였는데, 세월의 무게는 역시 이길 것이 못 되었다.
떨리는 손으로 동 수를 세어가며 열쇠에 쓰여있는 동으로 들어갔다.
호수까지 찾아냈을 때의 그 기분이란 말로도, 글로도, 영상으로도 표현할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렇게 열쇠로 문을 열려하는데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문 너머로 그토록 그리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잘 다녀오고"
"사랑해"
나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투였다. 응, 나도. 라고 대답한 사람은 젊은 남자인듯 싶었다.
이상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곧이어 문이 열렸고 나는 망부석처럼 열쇠와 목도리를 들고는 동그마니 서 있었다.
네가 틀림없었다.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주먹을 꽉 쥐고는 놀란듯한 너에게 따지려고 했다. 분명히.
넌 왜 내가 나를 기다리라 준 집에서 다른 사람과의 추억을 품고 있냐고.
하지만 그건 시도로만 그쳐 버릴 듯 싶었다.
네가 나에게로 뛰어 안겨든 것이다. 언뜻 본 눈가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래, 네가 누구와 살고 있던, 무엇이 되어 있건 난 너를 사랑해.
그렇게 한참을 안고있었을까, 눈을 떠 본 너의 모습은
이십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아직 주름도 지지 않았고
앳되던 그 모습에 여인의 향기와 몇몇 새치만 자리잡고 있었을 뿐이다.
그 순간만큼은 옆에 벙쪄있던 젊은 남자조차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남자가 너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혹시 저 분이..."
엄마라. 엄마. 네가 어떻게 살고 있던 충격받지 않기로 했던
나는 정말 놀라버렸다.
동거남이라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었지만 엄마라니.
아마 얼굴에 다 드러났을 거다.
그런 내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너는 나를 식탁으로 이끌었다.
![[EXO/백현] 어린아이 같은 번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116/39b3f6d2c7505d7d29a52ffbf840f20d.jpg)
꽃차를 내오면서 한다는 말이
"보고싶었어, 백현아"
"하나도 변한게 없네"
내가 보고싶었다면서 이미 대학생이 되어버린 네 아이는 뭐란 말인가.
입속으로 되뇌었지만 결코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저 소심하게 물어봤을 뿐이다.
"저 애는..."
그렇게 운을 띄우자 너의 눈이 동그래졌다.
세월따라 너도 많이 변했구나. 표정 참 보기 좋다.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내가 초라해졌다.
그래, 너만 행복하면 되었다.
이만 가 볼게. 옛날 생각 나서 좋았어
아들 잘 키우고.
그렇게 미련 없는 척, 쿨한 척 돌아서려는데
네가 내 손목을 잡았다.
"내 아들 이름 변유현인데"
"성이 변씨라고, 백현아"
"나랑 네 아이라고"
처음과는 다른 의미로 손이 떨렸다.
너와 네 아이.
우리 아이.
우리라는 수식어가 이렇게 벅찼었던가
얼굴을 마주했을 때도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무릎걸음으로 기어서
너에게로 향하며 내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 자신이 휩쓸려버렸다.
20년동안 혼자 나와 네 아이를 키우며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와 이름이 비슷한, 이제 생각하니 얼굴도 닮은 아이를
얼마나 많은 정성으로 키웠는지
'너의 아버지는 감옥에 가 있어'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얼마나 밤마다 많은 고민을 했을지-
손에 꼭 쥐고만 있던 목도리를 눈물 젖은 얼굴로 지금에서야 전해주었다
![[EXO/백현] 어린아이 같은 번외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116/1f1be08b8b5d4d5d45c200ccc7a105a1.jpg)
사랑했고, 사랑하고, 또 앞으로도 사랑할 너.
성이름
철부지 어린아이었던 나를 바꾸어준 너인데
또 이렇게 힘들게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성이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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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제가 쓸 여건이 안되서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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