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Acid Town
w.감규
*조각글
-
“이렇게 좁은 데서 잘도 싸웠네.”
“…….”
“뭐, 그냥 일방적으로 쏴 죽인 거니까 좁은 게 더 낫나?”
피비린내. 죽은 사람들로 생각되는 검은 형체들, 어둡고 스산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한 공기. 동우에게 마음에 드는 곳 하나 없었다. 괜히 따라 들어가겠다고 했나. 혼자 다시 밖으로 나올 생각도 했으나, 이미 긴 복도를 돌고 돌아 온 것이기에, 다시 되짚어 돌아가기는 또 무리였다. 저만치 벌써 호원의 뒷모습이 작아진다. 얼른 동우가 걸음을 빨리한다. 챠박, 하고 구두에 젖어오는 것이 피가 아니길 바라며, 입술을 꾹 깨물고 호원의 뒤를 쫓았다.
[칙-.]
“…….”
[들려?]
“응.”
호원의 손에 들린 무전기에 잡음이 일었다. 버튼을 움직여 잡음을 조절하던 호원이 얼마 안 가 스피커에 입을 갖다 댔다. 스피커 너머로 사람의 목소리가 자그마하게 울렸다.
[잘 도착했나? 감시 카메라도 다 아작났네. 총알 좀 아낄 것이지.]
“조사 중. 아직 발견되는 건 없어.”
[그래, 생존자 있으면 데려 와야 되니까 꼼꼼히 봐.]
“응.”
[맨 끝 방에 사람들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던데, 가서 잘 봐. 제대로 다 못 쏘고 나왔대.]
긴 복도는 물론, 양 옆에 주욱 늘어진 방, 그 방문을 하나씩 벌컥벌컥 열 때마다 더미로 쌓인, 피에 절어있는 시체들. 구역질이 나올 뻔 해 겨우 고개를 돌렸다. 역한 공기에 동우가 코를 틀어막는다. 이곳저곳 총알이 지나갔는지 진열된 물건들도 성한 게 하나 없다. 금세 울상을 한 동우가 또 멀어진 호원의 뒤를 쫓았다. 다시금 무전기에 잡음이 일었다.
[조사 다 했어? 끝 방 가 봤어?]
“좀 기다려. 이 방 다음이야. 여기도 다 죽었네.”
다시 잡음. 지하라 그런가, 왜 이렇게 안 들려. 호원이 중얼거리며 무전기를 만지작댔다. 이내 발을 옮겨 끝 방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삐걱- 하고, 뻑뻑한 방문이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동우야,”
“으응.”
“사람들 잘 봐봐.”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역시 방문을 메우는 건 끔찍한 시체들이었다. 그냥 보는 것도 이렇게 힘겨운데, 잘 보라니. 눈을 차마 못 감고 죽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괜히 비명을 지를까, 입을 틀어막았다. 살아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돌아가자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어,”
한결같던 형체들 중 무언가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눈에 인상을 준 호원이 방 안으로 조금씩 발을 옮겼다. 절제된 구두소리가 딱딱한 바닥에 울렸다. 손, 손가락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손끝에 시선을 두고 따라가 보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이 있는 듯 했다. 호원의 무전기에 다시 잡음이 일었다. 왜인지 무전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그였다.
“호원아,”
“……,”
“호원아, 무전,”
순식간이었다. 피범벅이 된 사람 위로 호원이 총을 빼어 들어 그의 머리에 겨눈 것, 귀를 깨치는 듯 한 커다란 파열음, 피가 튀고 손을 뻗은 사람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총에서 나온 탄알이 떨어져 동우의 구두코를 건드리며 굴러온 것, 모두 다. 여전한 잡음에 호원이 무전기를 만지작댔다.
“미안, 지하라 그런지 신호가 더럽게 안 터져.”
[그래? 끝 방 가 봤어?]
“응. 생존자 없어.”
[그래? 알았어.]
“더 둘러 볼 건 없는 것 같고, 돌아갈게.”
호원이 무전기를 꺼 주머니에 넣고는 방에서 나왔다. 여전히 역한 공기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또다시 저만치에 있는 호원이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밤엔 이곳에 내가 몰랐을 폭풍이 일었을 것이다. 물건이 깨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고, 수많은 총알에 살갗이 뚫려 피를 쏟고, 사람들 사이에 사람들이 죽고, 방금 호원이 한 짓의 배는 더 했을 그 때였다. 그저 죽어가는 생명을 편하게 해 주었을 호원이라는 생각에 그쳐도 괜찮을 텐데.
호원의 변함없는 뒷모습을 응시했다.
“왜 그랬어.”
“…….”
“생존자, 데려 오라고 했잖아, 무전기에서.”
“그랬지.”
여전히 호원의 눈빛은 다정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나를 위해주고 있다는 것, 내 앞에선 한 없이 숙여 준다는 것도. 살짝 떨구었던 고개를 든 그는 여전히……. 단단한 얼굴에서 끼쳐오는 그 편안함이, 무척 소름 끼쳤다.
“왜, 무서워?”
“…….”
“걱정하지 마. 네 주변은 절대 건들지 않아. 네 가족도, 친구도, 네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 물론 너도.”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생존자를 데려 갔어야 한다는 거지? 네 말은.”
“응.”
“명령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 데려가서 뭐 해. 뭘 얻는다고.”
“…….”
“안 그래? 가자, 조사 끝났으니까 맛있는 거 사줄게.”
맞는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 다시 긴 복도를 걸었다. 옆을 따라 걸어 나왔지만 자꾸 동우가 뒤처지는 듯 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평소엔 생각도 해 본 적 없는, 늙고 병든 여인, 나의 어머니가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어머니가 호흡기에 숨을 번지며 애타게 하던 말ㅡ나와라, 더 늦기 전에 그곳에서 나와.ㅡ이 수많은 바늘이 되어 내 머릿속을 강하게 들이 받았다.
푸하, 텁텁한 지하실 안에서 밖으로 나오자 숨이 트였다. 늦은 오후인 듯 주위가 어둑하다. 호원의 뒷모습은 예전과 똑같았다. 사람을 위할 줄 알고, 배려심이 많고. 그저 말로는 전하지 않은, 무언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호원의 뒷모습에는, 나의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던, 나약할 대로 나약해 병든 생명ㅡ나의 어머니ㅡ에게 함께 손을 내밀던 그도 함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남은 것은 그저 그에 대한 위화감 뿐이었다.
어머니의 말이 이제는 울부짖음 같은 것이 되어 내 머릿속을 강하게 처박았다. 침을 삼키고 호원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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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전 편에 댓글 달아주신 예쁜 님들 내님들 찜꽁빵꽁
♥♥
애시드 타운은 원래 현성이었는데 호야랑 동우가 더 어울려서 변경! (그래서 호원이라고 써야되는ㄴ데 자꾸 우현이라고 써서 썼다 지웠다 반복.... 혹시 우현이라고 적힌 거 있으면 오타니까 알려 주시면....♥)
그리고 원래 장편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글쓴이 상상의 나래에 한계가 와서 때려 치움!
솔직히 장편으로 연재할 마음은 별로 없었어요...... 워낙 장편에 취약하다 보니(그렇다고 짧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근데 글 왜이렇게 어두침침......;;; 브금도 왜이리 어두침침....;; 뭐 튀어나올 것 같고
다음엔 짱짱개짱(?) 밝은 글로 뵙도록 할게요 하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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