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x, 성년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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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됐다.
도경수와 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케이스였다. 이야기하자면 '게이'정도. 커밍아웃을 했다고 해도 맞는 말이었고. 주위 사람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사이 좋은 친구 정도로 아는 모양이었지만 사실 사이좋은 친구는 어떤걸 이야기 하는 걸까. 사실 딱히 정의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우리를 그저 '사이좋은 친구'로만 정의하곤 했다. 우리는 딱히 그것에 대해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게이라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나라라면 환영을 받지 못할 바에야 그렇게라도 대접받아 편히 지내는게 좋았으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경수도 찬성하는 바였고, 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였다. 우린 평소와 다름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우리가 사귄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 그래, 그랬다. '평소와 다름 없었다.' 사실 평소와 다름없었다. 라는 이야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딱히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어느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위화감, 혹은 불안함을 심어준다. 마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작도 그녀가 먼저 원했고, 나는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한사코 괜찮다며, 자신이 다 바꿔 줄 거라며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 그녀와 지내다보니 문득 도달한 생각은 이거였다. 딱히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는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 나를 도우려 애 쓸 것이었고 나도 내 위치에서 최대한 노력하려 애 쓸 테니까.
교양강의가 끝나자마자 대학로로 향했다.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 온 찬열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입에 담배를 문 내 모습에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내가 입에 문 담배를 도리어 뺏어 제 입에 물었다. 어차피 담배피러 가자고 부른게 틀림없음이었다.
" 남이사. "
" 난 결혼 안 할거랬지. "
으름장을 놓는 모습이 꽤나 편해보여서 신발을 들어 박찬열의 발등을 세게 한 번 밟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교 내에서 흡연금지였으니 불편하더라도 담배가 피우고 싶으면 나가서 피우는게 맞았다.
" 이거 피우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
" 약속 있어. "
" 구라치지마. 너 한가한거 세상이 다 알아. 없어도 시간 만들어. 맛있는데 알아 놨거든? "
진짜 바쁜데. 귀찮은게 세상에서 내가 제일 질색하는거란걸 안 뒤부터 박찬열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내가 들어주지 않으면 끈덕지게 붙어오곤 했다. 그러면 마지못해 승낙할 나를 아니까. 분명 나와 달리 박찬열의 주위에는 여자들도 많았고, 친구들도 많았는데 말 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귀찮은 거라면 딱 질색하는 내게 왜 관심을 주냐고 물었더니, 박찬열이 대답하는게 ' 그러니까 편한거지. '더라. 계집애들처럼 아, 뭐야. 하면서 삐질 일은 아니었지만 그다지 기분이 썩 좋은 일도 아니었다.
아, 그래. 하고 대충 수긍하는 나를 보던 박찬열은 특유의 이빨 웃음을 내보이며 그래서 네가 편한거야, 임마. 했다. 그와 정 반대로 나는 전혀 편하지 않았지만. 박찬열과 함께 다니면 편했다. 그러니까, 정신적인게 아니라 육체적으로. 반대로 정신적으로 괴로웠다. 그냥 피곤한 것도 아니고 괴로웠다. 내가 대답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박찬열은 끈덕지게 이것저것 물어오곤 했다. 대답을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더욱 싫은 건, 박찬열은 도경수와 지독하리만치 닮아 있었다.
얼굴도 아니었고, 어깨도 아니었고, 키는 더더욱 아니었다. 도경수는 동글동글하게 생긴데 반해 박찬열은 차가운 냉미남 스타일이었고, 어깨가 좁은 도경수에 반해 박찬열은 남자답게 어깨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도경수는 쪼끄맸고 박찬열은 키가 컸다. 나보다도 훨씬.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경수가 생각나는 건, 순전히 박찬열의 행동때문이었다. 박찬열은 도경수와 완전히 다른주제에 하는 행동들이 도경수와 지독하리만치 닮아 있었다. 그래서 초기땐 박찬열과 붙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박찬열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히려 먼저 붙어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늘어놓고 이것저것 챙겨주기에 바빴다. 그게 너무 싫었다. 도경수와 닮아 있는 것. 도경수는 도경수 하나면 충분했다. 그 하나여야 할 도경수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고, 나한테 남아있는건 도경수라는 기억의 파편과 잔재들 뿐이었다. 떨어트리지 않으려 애를 쓰면 쓸 수록 가슴에 깊숙이 박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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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어느날 갑자기 백도가 쓰고 싶어서 쓰는 거니까 재미로 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재는 ㅇㅇ2에서 얻어왔어요!
그분 보고계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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