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ped prince 01. 그들이 사는 세상
w. Cascade
본 소설은 역사적 사실의 큰 흐름만을 따를 뿐, 세부적인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2013.5.2 - 민석이 사는 세상
창문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에 민석은 잠에 깬다. 벌써 아침 9시, 1교시 수업은 가지 못할 것 같다. 그를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스윽- 걷고, 민석은 거울 앞에 선다.
"살이 좀 빠졌나...."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얼굴을 돌려보며, 새삼 헬쓱해진 얼굴에 민석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에 진학한지도 어느덧 2년, 하루하루 무료한 삶에 매우 지쳐있던 그였다. 한학기 380만원이라는 등록금과, 월세, 그리고 책값들은 부담이 될 뿐이었다. 한 번도 학교를 맘 놓고, 재밌게 다녀본 기억이 없다. 남들은 두세개 씩 든다는 동아리 문턱 근처에 가본적도 없고, 친구들과 떠들석한 술자리를 가져본 기억도 없다. 그저 민석에게는, 낮에는 학교생활, 밤에는 각종 아르바이트로 얽혀있는 20대 인생이 숨막힐 뿐이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하기에, 집을 나선다. 출근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지하철역은 아직도 사람들로 붐빈다.
"이놈의 신도림.. 자취하는 곳을 옮기던지 해야지." 민석은 작게 읊조리며 인파에 몸을 맡긴다. 눈을 떠보니 어느덧 지하철은 신촌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민석 외에 학교를 가는 여러 대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축제 기간인지, 다들 한껏 부푼 표정이었고, 과티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친구들과 떠들석하게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이다. '부럽다...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새내기 시절을 되돌아봐도, 민석의 생활은 지금과 별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과외 여러 개를 맡아 해서 돈은 넉넉하게 벌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서 아르바이트 구하기 급급하다. 민석은 사뿐히 지하철 계단을 올라 학교로 향했다.
"야, 김민석! 이 새끼 이제 학교도 오기 싫냐?"
누군가 민석의 책가방을 끌어당겼다. 종대였다.
"아 늦잠잤어. 귀찮아 저리가. 피곤해" 민석은 종대를 장난스럽게 노려보며 밀쳤다.
"너 아침은 먹고 학교 온거냐? 오늘 수업시간에 조 짰어. 너 없어서 내가 그냥 우리 조에 너 넣었는데 괜찮지? 우리 조에 이쁜 새내기 여자애 두 명이나 있어. 어때? 나 잘했지? 궁디 팡팡 해줘~."
종대는 항상 민석 앞에서는 말이 많았다. 둘은 같은 과였고, 어쩌다 보니 군대 동기 사이가 되어 복학을 같이 하며 친해졌다. 민석은 그런 종대가 귀찮은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 머리아파. 나 일어난지 얼마 안됬어. 저리 좀 가봐~ 머리 울려."
"너 밥은 안먹냐? 학생회관가서 밥이라도 먹자. 난 배고파 죽을것 같단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어느덧 캠퍼스에는 목련, 벚꽃, 진달래가 만연하게 피어있었다. 그 앞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 찍느라 분주했다. 이 즈음 되면 항상 페이스북, 카카오톡은 꽃 사진들로 가득찼다. 민석은 그런 사람들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학생회관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다들 밖에서 꽃놀이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순서대기표를 붙잡고 있는 민석을 보고 종대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야, 너 요새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차라리 학자금대출을 받아 이놈아. 그러다 너 훅 가는 수가 있어."
"됬어 임마. 그나마 내가 자신있는게 체력이야. 대출은 무슨, 이제껏 잘 벌어왔는데 뭘. 좀만 참으면 되, 좀만..."
민석은 말을 흐리다가, 식탁 옆 기둥에 붙어있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과 마주쳤다. 배고픈 탓이었을까,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여느때보다 흐릿하고 슬퍼보였다.
1513.5.2 - 루한이 사는 세상
"마마, 주무시옵니까?"
"마마"
"마마"
"시끄럽다. 난 일어났으니 그만 물러나거라."
"아 머리야......"
또 악몽을 꿨는지, 루한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삼포왜란이 일어난지도 3년이다. 아직도 이 세상은 어둡고 뒤숭숭하기만 하다. 이런 세상 속에서 공부가 무슨 소용이며, 무술은 또 무슨 소용인가 싶다. 중앙에서는 비변사를 설치하여 변란이 있을 때마다 이를 포괄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이런 조직적 개편이 일어나면서 루한은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아버지가 비변사의 확대 및 상설화에 앞장서면서 이에 대한 공로가 인정된 것이다.
공로가 인정되면 궁 안으로 부를 것이지, 지방행이 무엇인가. 한양에서 출발하기 직전까지 루한은 남아있겠다고 생떼를 썼으나, 아버지의 완고한 주장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이곳이다. 사실 아직도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도 루한은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가 더 정확하겠다. 루한은 문을 열고 대청으로 나왔다. 조용한 것을 보니, 루한을 빼고 다들 외출한 모양이다.
"백현아."
"백현아."
루한은 애타게 백현을 찾았다. 근처 방 문이 열리면서 백현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예 마마. 부르셨습니까?"
"마마라니, 낯간지럽게. 단 둘이 있을 때는 편히 대하라한 것 같은데."
"더 이상 어린 시절의 마마가 아니옵고, 어리고 철없던 제가 아니온데 어찌..."
루한은 어쩔 줄 몰라하는 백현이 웃긴듯 미소를 지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그에게는 둘도 없는 벗이요, 루한에게 무술을 가르쳐 준 선생이요, 그리고 루한을 호위해 주는 호위무사이다. 백현의 부모님은 백현이 어린 시절 돌아가셨고, 그를 루한의 아버지가 거두었다. 세월은 지났고, 둘은 코 밑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나는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날씨도 좋은데, 근처 한 바퀴 돌고자 하는데, 함께 가자."
"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챙겨 나가겠습니다."
"이 근처인데, 칼까지 챙겨갈 필요 없다. 가볍게 걷고자 함이니 그냥 나와라."
"위험하옵니다. 아직까지는 방심하셔서는 안됩니다."
루한은 대문 앞에 서서 지붕 쪽을 올려다보았다. 어느덧 바람이 휙 불더니, 꽃이 흩날린다. 후두둑, 꽃들이 루한 위로 떨어지는 듯 하더니 바람 때문에 다시 위로 솟는다.
"어느덧 완연한 봄이구나...." 루한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꺼내더니 꽃 한 송이를 주워 담았다.
"이 순간이 이 꽃처럼 담겨 보관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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