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총] 무제
w. 릿드
가끔 나는 그런 상상을 한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리고 떠나는 상상을. 내 잘못이 아님에도 모두들 제 말을 부정하며 한 줄기 바람처럼 사라지는 환상을.
절망과 슬픔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제게 다가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비참함을 현실에 동화시키는 순간, 내게는 그 비극이 현실이 되곤 한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백현아, 밥 먹어야지."
아, 이렇게 현실 아닌 상상에서 깨곤 한다.
*
아침에 일어난 순간부터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부터 느껴지는 충만감. 그 무엇도 나를 소외시키는 것이 없음에도 나는 여전히 내 상상은 이어진다.
"볼이 차, 또 바깥에서 멍 때리고 있었지?"
이렇게 다정한 찬열이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지고 있음에도 그가 날 저주하며 내 뺨을 내려치는 상상과.
"종구가 또 사료 흘렸네, 가만히 있어요 형. 제가 치울게요."
내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게 배려하는 종인이의 행동에서도 그가 나를 개처럼 기게 하며 사료를 햝아먹게 하는 상상을.
"백현아, 잠 안 와?"
"……."
"백현아?"
"……."
내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잘게 떠는 나를 끌어안는 준면이 형을 느끼면서도.
"……."
형이 날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처럼 잘 벼려진 칼을 내리꽂는 모습을 상상하고는 한다.
*
백현아, 백현아.
넌 참 예뻐, 그래서 너무 좋은데.
그래서 더 죽이고 싶어. 좋은 만큼, 사랑하는 만큼. 널 찌르는 걸로, 네 피로 그걸 표현하고 싶거든…
*
"……."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깨어났다. 눈물도 볼 썽 사납게 흘렸으니 분명 침대 상황은 개판일 터였다. 적신 거라면 어쩌지, 겨우 땀일 뿐에도 걱정이 된 나머지 베갯잇 부분을 더듬거리자 물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세훈이가 화낼 뻔 했네."
안심어린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자 작게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린다.
"형."
대충 걸쳐진 흰색 수건으로 닦아내자 한결 개운해졌다. 코 앞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세훈이가 보인다.
"미안해요, 미안, 정말 미안해요."
날 끌어안고는 그 나이 또래 답지 않게 서럽게 우는 세훈이를 작게 토닥이며 중얼거렸다. 난 괜찮아, 그깟 악몽 쯤이야. 어차피 한 번인데 뭘.
"정말, 너무..."
애써 숨을 들이키고서는 울음을 쏟아내는 세훈이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내 상상은 계속 이어진다.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내 팔을 내리긋고, 피를 보고 난 후에도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긋고
?
?
?
?
?
?
?
"백현이 형 49제야, 오늘이."
"벌써 그렇게 됐네. 죽었을 때가 초여름이었는데 말이야."
찬열이 짧게 끄덕이면서 이내 백현의 영정사진을 바라본다. 참 예뻤는데.
"끝까지 예뻤어, 백현이는."
그런 찬열의 어깨를 가볍게 잡고서는 지그시 준면 역시 영정사진을 쳐다본다.
"더 일찍 죽이지 못했다는 게 나는 아쉬워."
"나도 마찬가지야, 어릴 때의 백현이가 죽는 모습은 더 예쁘고 사랑스러웠을 텐데."
아쉬운 듯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투덜이는 경수의 손을 종인이 급한 듯 잡고는 말했다.
"가자, 백현이가 기다려."
탁, 불이 꺼졌다.
*
*
여섯 명이 미치는 걸 보고 싶었는데요 8ㅅ8... 백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섯이서 백현이를 죽이려고 하는 걸 백현이는 죽은 후에도 믿기 싫어하는 거고, 죽인 후 나머지 다섯 멤버는 여전히 백현이의 시체를 끼고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는데 망했슴다. 떡밥이랄 것도 없지만 몇 개 풀자면 백현이 대화를 제하고도 멤버들 대화는 이어지고, 내심 미안한 게 있었던 멤버는 끝까지 장례식장에 나오지 않은 세훈이 하나. 그리고 아무도 몰랐을 떡밥이긴 한데 하얀 흰 천은 죽은 후 시체에 덮는 천을 상징하고 땀 + 눈물이 흠뻑 났음에도 베갯잇이 하나도 젖지 않았다는 건 백현이가 죽었음을 상징. + 찬열이가 볼이 차다고 한 것 역시 시체라는 걸 은연 중에 암시. 초여름이 추울 시기는 아니잖아요...
똥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나중에 다른 픽으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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