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여름, 서울]
길을 그저 하염없이 걷고만 있다. 배우인 오세훈은 깔쌈하게 제쳐두기로하고, 만남을 가진 우리는 정말 멍- 그 자체다.
"야, 뭐라도 하자. 이 시대의 청년들이 왜 이러고 있어야 해?" 라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 변백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우린 힘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망할놈의 더위.
그렇다. 여름이 왔다. 불쾌지수가 끝없이 상승하고, 축축쳐질 수 밖에 없는 더위도 같이 왔다.
더워서 힘을 내자며 만난 우리는 더워서 서로 멍한 상태다.
김준면의 핸드폰이 요란스레 울린다.
'예- 섹시 레이디. 오오오-'
오, 갓. 강남스타일. 그 놈의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노이로제에 걸리기 직전이고, 불쾌지수의 끝을 찍고있는 우리는 김준면을 힘껏 노려본다.
왜 이 타이밍에 우리는 그 노래를 또 들어야해.
김준면의 표정? 볼만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화를 받긴 했으나, 대체 지가 뭘 잘못했느냐는 표정.
이해는 한다, 김준면의 죄는 없다.
지금 이 나라는 말 그대로, '강남스타일'의 나라.
"Do you know Gangnam style?"
서울 사는 외국인, 아니 미국 사람들도 저 질문에 "Yes!"라고 대답하는 시대.
"Do you know K-pop?"
이라는 질문에 "Oh-! Gangnam style!" 이 튀어나오는 시대.
참 여러모로 대단한 노래이긴 하다. 분명히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노래가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 이유는.
우리는 이런 시대의 20살 청년들이다. 이런 우리는, 강남스타일을 들어도 너-무 많이 들었다.
강남스타일의 'ㄱ'을 들어도 자동으로 말 춤이 튀어나올 지경이다.
우리가 이 여름날 이 핫한 날 클럽이 아닌 곳에서 떠도는 이유? 역시 이것과 관련되어있다.
추기 싫다, 말춤. 듣기 싫다, 강남스타일.
우리는 묵언 시위를 하면서, 그냥 한 카페에 안착했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각자 할 일을 한다. 내 말은, 각자 핸드폰을 한다 이거다. 서로 기분도 별로고 하니까 아예 대화도 없다. 하, 참.
요즘 신인 이그조케인가 뭔가 하는애들의 마마라는 곡이 떠오르는구만.
스마트한 감옥에 자발적으로 갇혀, 0과 1로 만든 디지털에 내 인격을 맡겨.
나도 할 일이 없으니 기사나 볼 겸 해서 초록창 실시간 검색을 보는데 오세훈이 떡하니 자리잡아 있다.
이 새끼, 또 사고쳤나. 싶어서 보니 인터뷰다. 할 것도 없으니 읽어나 보자.
'아역배우때부터 쉴 틈없이 달려오며 느낀 것은-'
재미없다. 하.. 진짜 이렇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질 지경이다.
카페에서는 또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세상에, 왜 이 세상은 강남에 미쳐있는가.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 강남은 사실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닌 것 같은데. 되게 복잡하기만 한데. 이해를 정말 못하겠다.
참 나, 더위가 사람을 이렇게 부정적이게 만들다니.
얼마전까지만해도 살만한 더위에 우리도 말춤을 신들린듯 춰댔었는데 말이야.
인간이란 동물 진짜 웃겨.
그리고 내 시선이 허공을 향하다 경수에게 닿는다.
경수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경수다운 행동이야.
오랜 친구인 나는 안다. 경수는 창 밖 구경을 참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나에게 한 번 얘기해준 적이 있다. 사람 사는 것을 보는 것 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나는 그 때, 툴툴댔었던걸로 기억한다. 너도 똑같은 사람이면서 되게 웃긴다고.
몇 년 전일 뿐인데, 나는 참 어렸다. 경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나보다 딱 다섯 걸음 정도 앞서있다.
따라잡을 듯 한데, 따라잡히지 않는다. 그게 내가 경수와 오래붙어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따라잡을 때까지 붙어있어보려는 오기가 한 몫하는 것 같고.
그나저나 우리 경수 진짜 잘생겼다. 단정하게, 정갈하게. 참 잘생겼다.
우와-.
경수와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경수가 고개를 쳐 들건 뭐람.
시선을 어찌 할 지 모르고, 눈을 굴리다가 그만 두었다. 내가 뭔 죄를 지었나.
경수가 눈빛으로 말을 걸어온다.
'재미없다.'
나도 눈빛으로 답한다.
'그러게. 답답해.'
이렇게 우리는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사이다. 뭐 오래된 친구의 내공이라 해야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경수가 갑자기 입을 뻐끔거린다.
'날씨 되게 좋다, 그치?'
음? 밖을 보면 당장이라도 햇빛이 모든걸 녹일듯 싶지만, 뭐 경수가 날씨가 좋다는데 반박할 필욘 없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자, 경수가 생긋 웃는다.
어 이거 심장에 되게 해롭다. 이거 심장이 너무... 간지럽다.
이렇게 눈을 오래 맞추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ㄷ
"야! 이게 뭐야! 강남스타일의 나라의 청년들이!"
갑자기 변백현이 개소리를 한다. 뭐야 갑자기 왜 개소리야. 주변을 둘러보자, 애들도 마찬가지의 반응이다.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하는듯 한데.
'저 개새끼 왜 또 개소리야.'
분명하다. 근데 쟤는 이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얼굴이 왜 저렇게 빨개.
정수정이 유난스레 변백현을 힘껏 째려본다. 아, 수정이는 더위를 정말 미친듯이 죽을듯이 탄다. 즉, 수정이의 기분은 지금 아마 최악일거다.
"야, 변백현. 주둥아리 단속 좀 해."
우리의 변백현, 우리의 지랄견.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하!하!"
?우리는 전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게 내 주둥아리는 왜 단속이 안되지.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하하하"
뭐야 진짜 저 또라이는.
어, 큰일났다. 정수정의 표정이 정말 말그대로 썩었다.
경수와 나는 눈빛을 교환한다. 지금 정수정을 말린다거나 달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마 원빈도 강동원도 못 달랠거다.
"야, 나 간다."
망했다. 이 분위기 어쩔거야 변백현.
"수정아. 저기, 수정아!"
준면이가 뒤따라 나간다. 김준면도 못 말릴텐데.
"야, 변백현 너는 갑자기 왜 그런 또라이 짓을 하는 건데? 진짜 돌았냐? 더위 먹음?"
어쭈, 눈도 안 마주쳐? 얼굴은 왜 점점 빨개져?
"아니, 그.. 몰라. 나도. 야, 나도 갈래. 힘들어."
진짜 저거 또라이아니야? 경수한테 눈빛을 마구 마구 쏜다. 쟤 좀 어떻게 해보라고. 경수는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야.. 도경수. 너라도 어떻게 해보지. 좀. 이 상황 어쩔거야. 결국 이렇게 파하는거야, 오늘?
"야, 뭐가 힘든데."
니가 힘들게 뭐가 있는데.
"몰라. 나도. 더워서 그런가봐. 난 간다. 둘이 더 있다가던지 해라."
난다요.. 난다고레.. 쟤가 왜 저러는지 아시는 분 손을 들어주세요. 나만 모르는 거야? 그런 거야?
변백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린다. 진짜 나가버렸어.
"야, 경수야. 쟤 왜 저래? 저정도는 아니였잖아."
"낸들 알겠냐. 놔둬. 저러다가 말겠지."
뭔가 영 찜찜한데.
"○○야, 나랑 둘이 술이나 마시러 갈래?"
"낮술하자고?"
도경수 답지 않게?
"응. 낮술하자고. 너 낮술이 취미 아니였어?"
아오. 저걸 죽여말어. 하는 도중 경수의 입이 하트를 그린다. 저 하트 입술때문에 나오러던 욕이 쑥 들어가 버린다. 하여튼.
"그래, 하던가. 해. 해자고. 낮술. 후회하지 말아라."
그런데, 준면이랑 수정이는 알아서 집에 들어가겠지? 문자나 남겨두면 되겠지, 뭐. 변백현은 알아서 풀릴 놈이고.
그래, 그러면 되겠지, 뭐.
[2022, 서울, ○○의 집.]
"○○야, 뭐 도와줄거 없어?"
경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 예나 지금이나.
"없어, 임마. 가서 술이나 마셔."
"주인 마님이 도와드릴거 없다잖아요. 비키셔요~"
변백현. 저 깐족이는 맨날 경수한테 뭐라뭐라 틱틱대기나 하고.
"변백현, 너도 절로 가라. 너도 필요없다."
"마님, 너무 하신거 아닙니까?"
변백현이 툴툴대며 거실로 향하자, 곧내 경수도 거실로 향한다.
참 어쩜 저렇게 달라. 동갑인 두 사내가. 그것도 절친이라는 것들이. 원래 성향이 완전 다른 사람들끼리 친해지던가.
"○○야! 맥주 좀 더 없어?"
맥주 있을텐데. 냉장고 문을 열자, 맥주는.. 없다.
"야 이 미친 것들아. 맥주를 얼마나 부어라 마셔라 해댄거야. 맥주가 없어."
진짜 저것들은 술에 환장을 해가지고.
여보한테 사오라고 해야겠다. 여보 좋은게 뭐야.
"여보-"
"어, 왜-"
한 때 우리는 끙끙 앓기도 했고, 미친듯이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성장해온것이다.
그렇게 함께 성장해온 저기 거실의 남자들 중
내 부름에 경쾌하게 답변하는
나의 청춘을 설레게, 뜨겁게 만들어준 내 남편은, 누구일까.
네, 텔라입니다! 이번 편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생각보다 빨리 왔죠. 하루만인가요? 대신 이번 편은 짧잖아요. 되게 짧은 편이죠. 본격적으로 다음 편부터 러브라인이며, 사건들이며 쭉쭉 중요한 에피들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 편은 가볍게 워밍업! 혹시 주인공들의 감정을 읽으셨을지 모르겠어요. 아, 스포하고 싶어서 막 입이 근질근질해요. 과연 남편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제가 연재가 처음이라서, 분량이나 띄어쓰기라던가 문체같은 그런거는 지적해주시면, 고칠게요!! 연재텀은.. 일주일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하하핳(장담은 못함) 여러분의 피드백이 응답하라 2012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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