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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의 숲 01


부제; the kingdom of castle
















성에는 남자가 살아요.
















숲을 헤매다 만난 노파가 말했다. 당시의 나는 매우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달려 들었던 것 같다. 이 숲 속에 성이 있어요? 내 목소리는 유일하게 숲의 적막을 깨는 창이었다. 노파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사람을 만났으면 했다. 성에 가고 싶었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간에 아무 상관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잡으면 으스러질 것 같은 노파의 팔을 잡고 그 성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노파는 조용히 숲 깊숙한 곳을 가리켰다. 내가 방금까지 걸어 나온 곳이였다.
































애당초 노파를 만났을 때 노파를 사람이라고 생각치 못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던 거다. 나는 그 노파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임에 안도하지 못했다. 은연 중에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았다 떴더니, 나는 이 곳에 있다. 이 초록빛 무성한 숲속에. 나 홀로 고립되어 있다.
















첫날에는 그저 걷는 것이 힘이 들었다. 걸어야 했다. 살고 싶은 욕망도 죽고 싶은 감정도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과거가 있는 것 같았으나 나의 예전이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갈증이 나지도 않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니였기 때문에 그저 걷기만 했다. 빛이 쬐는 곳으로 걸었다. 그래야 숲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둘째 날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걸으며 힘들고 지친 것보다는 왜 계속 힘을 소비하는데 지치지 않은 걸까? 하는 의문들이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입으로 소리를 냈다. 아. 아. 숲 안의 모든 것들이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정적 속 세상을 내가 깨어 버린 것 같은 미안함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셋째 날에 노파를 만났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내가 왔던 길을 돌아 걷기 시작했다. 뒷통수가 노파의 눈빛 때문인지 따가웠다.























































마지막으로, 지금.










[EXO/김민석] 몽환의 숲 1 | 인스티즈























" 너는 누구야?"




















남자와 나의 첫 대면.
























어째서인지 머리가 아팠다. 목이 마구 탔다. 나는 꼴깍꼴깍 침을 삼켰다. 남자는 숲 사이를 헤집고 나와 내 앞에 섰다. 목이 너무 말랐고, 배가 고팠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남자를 만난 순간부터 그랬던 건지, 아니면 이제 와서 깨달았던 건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나에게 지금은 세 번의 밤을 홀로 지새우고 처음 사람을 대면하게 된 날인 것이다.
























" 물을 주세요."
























이것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 내가 물을 주면, 너는 뭘 나에게 줄건데?"
























"……."
























" 평생이 아니면 나는 받지 않아."
































어때? 미묘하게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내가 이 세계를 가졌어.”





















가뭄의 도시에서 온 사람도 아닌데 나는 남자가 주는 물을 보자마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 건지 내색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성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몇 발자국을 걷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보이는 성 탓에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별 일 아니라는 듯 남자가 나를 이끌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모든 걸 다 해.”
















“ …….”
















“ 하지만 넌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 같으니.”




















“ …….”
















“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나.”




























목이 울렁였다. 남자는 아직도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손가락 끝이 와삭와삭 흔들렸다. 이유 없이 자꾸만 겁이 난다. 남자의 발 끝이 보인다. 작고 하얀 발은 양말도 신지 않은 채로 무방비함을 내뿜고 있다.

















“ 이 숲에는 왜 동물이 살지 않아요?”





















맞다. 며칠을 걸었지만 동물 하나 보기가 어려웠다. 남자의 발 끝이 미동했다.












“ 묻는 말은 얼굴을 보고 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지 않은 이방인이군.”












“ …….”












“ 침묵이 답이 아니라는 건 깨달을 만큼 성장한 여인 같은데.”












“ 미안, 해요.”












“ …….”




















내 사과에도 남자는 답이 없었다. 우리는 한참을 고요한 정적으로 남아 있었다. 고개를 들기가 겁이 났다. 당장이라도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무례함을 욕하며 목을 찍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얀 발의 남자는 그만한 영향력을 이미, 나에게 미치고 있었다. 성에는 남자가 살아요. 노파의 말이 오버랩 되었다.


























ㅡ성에는 남자가 살아요.

















아니, 성에는 군주가 산다. 세계를 가진 군주가 산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죄를 빌 생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말이 더 빨랐다.












“ 숲 속에 강아지를 풀어 놓으면,”












“ …….”












“ 이 성에 너를 풀어 놓을 수 있어?”












“ …….”












“ 또 대답이 없군, 무례한 여인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목소리와 달리, 남자의 눈은 끊임없이 나를 이 성에 머무르게 만들 궁리를 찾아내고 있었다. 그 눈이 내 온 몸을 아주 교활하게 찔러 오고 있었다. 나는 어쩐지, 겁이 났다. 발 끝이 제멋대로 말렸다. 남자의 시선이 방금의 나와 같이 발 끝에 꽂혔다.








“ 나와 함께 이 성에 있자.”






남자가 나를 향해 요구했다.




























[EXO/김민석] 몽환의 숲 1 | 인스티즈

























성 안은 넓었다. 남자와 나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세상에 와서 만난 건 고요와, 남자. 그리고 노파.… 몸에 한기가 돌았다. 성 바깥이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 어둑서니를 알아?”






“ 아니, 잘…….”






“ 사람이 가진 공포를 먹고 커지는 요괴지. 무서움을 먹고 자라.”








남자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이상한 말을 했다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까 싶어 나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 이 숲의 밤에는 어둑서니가 사는데, 그게 내가 숲 안에 생명을 풀어 놓지 않는 이유거든.”








하룻밤만 지나면 다 사라져 버려서. 남자는 뒷말을 흐렸다.










“ 세계는 내 것인데, 왜 어둑서니 따위가 기승을 부리는 건지.”






“ …….”






“ 그리고 여인은 어떻게 살아 나의 눈에 띈 건지.”






“ …….”






“ 혹 여인이 어둑서니는 아닐까, 내가 어둑서니를 성 안으로 들여 놓은 것은 아닐까. 이 어둑서니가 내 세상의 밤으로는 모자라 나의 성까지 우적우적 씹어 먹으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두려워.”






“ 어둑서니는 사람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면서요.”






“ …….”






“ 군주도 사람이 아닙니까?”






“ ……그렇지. 나 또한 사람이야.”






“ 어둑서니는 군주의 무서움을 먹고 자랄 수도 있는데…… 어찌 이렇게 안일하게 구시는지.”












또 다시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내가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 중요한 건, 내가 어둑서니가 아니라는 거예요.”






“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 나는 지금 배가 고프고, 군주의 무서움으로 허기를 달래긴 어렵거든요.”








남자의 교활한 눈이 내 온 몸을 찔러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내 시건방진 말투에 칼을 꽂아 넣을 것 같은 표정으로 남자가 웃었다. 웃었다고? 사라진 어처구니에 나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남자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 음식을 줄게. 나와 이 성에 있자.”








군주가 나에게 하는 두 번째 요구였다. 해가 어둑하게 저물어 버렸다. 남자의 손은 하얀 발과 다르게, 크고 뜨거웠다. 나는 남자의 집에 진지하게 체온계와 해열제가 있는 건지 고민했다. 이 뜨거움이 옮을까, 두려워서.






















































잘 부탁드립니다! 브금을 같이 들으시면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첫 화의 키워드는 '어둑서니'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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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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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거 내가제목........헐진짜이걸로해줄지몰랐어ㅠㅠㅠ글잘봤어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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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
고마워요 'ㅅ'!!!!!!!!! 좋은 제목 잘 쓸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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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이요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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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 대박... 이렇게 잘쓰셨는데 포인트를 왜안받으세요ㅠㅠㅠㅠㅠ 마구마구드리고싶은데ㅠㅠㅠ 분위기 소재 다 취저에요ㅠㅠ 신알신하구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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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브금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스카보로우 페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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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 분위기도 문체도 전부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취저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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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으아아아ㅇ 분위기가... 이렁거 너무 좋아요 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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