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을 바꿨다. 고3씩이나 돼서 한달에 한번 씩 바꿀 필요가 있나 싶다. 수능 보면 다 끝날 사인데 무슨. 나는 운이 좋게 지금 앉아있는 자리를 뽑아 하품을 쩍 하며 누가 내 옆으로 올까 엎드려서 무료하게 기다리는 중이였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야, 도경수. 선생님이 잠깐 교무실로 오래." 귀찮게 자꾸 부르고 난리야. 이 학교는 고3에 대한 배려가 눈꼽 만큼도 없다. 뭐 그렇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니였지만. 잔뜩 툴툴거리며 교무실에서 이번 모의고사에서 떨어진 성적에 대해 잔뜩 꾸중을 듣고 울적해져 버렸다. 크흥, 대학같은거 도움 되는거 하나도 없는데. 가만히 서 있자니 시큰해지는 코 끝에 코 끝을 비비며 괜히 더 힘차게 교실로 올라갔다. 내 옆자리에는 언제 옮긴건지 누군가가 곧은 자세로 앉아 영어단어책을 보고 있었다. 아, 가까이 다가서니 한번도 말을 섞어보지 않은 아이였다. 변백현이였나, 이름이. 아무튼. "오늘 단어 시험보는 날이야?나 공부 하나도 안했는데." 아무리 사람에 관심이 없는 나였어도 최소한의 관계유지를 위해 애써 웃음짓고 히 하고 말을 건네자 돌아오는건 응.이라는 단답이였다. 아 답답한 사람 제일 싫은데. 그 사람이 나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도 애써 호감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는 오래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생각이였다. 그러므로 그 아이와 나와의 관계는 여기까지 인 거다. 무한의 시간을 가진 나에게는 잠깐 스쳐가는 인연일 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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