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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그리고 주스의 상관관계 

w. 실버벨 (은종) 

 

 

 

 

 

"...어?" 

 

 

 

 

이른 시간, 사람 몇 없는 교실로 터덜터덜 들어오다가 내 책상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분명 내 주위 풍경들은 평소대로인데. 평소대로 아침에 일찍 와서 엎어져 자는 내 앞자리 김기범, 평소대로 화장과 잡담을 하는 여자애들 몇과, 평소대로 조금은 과격하게 대화를 나누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남자애들 몇, 그리고 평소대로 먼저 와서 정돈을 하는 반장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대로라면 허전할 칙칙하고 어두운 색의 갈색 목재 위에, 화려하고 눈에 띄는 분홍색의 뭔가가 올려져있었다. 아닌가, 다홍색인가. 하여간, 확실히 밝은 계열의 색이다. 

 

 

 

 

책상 쪽으로 걸어가 더 자세히 뭔지를 확인하고, 아 하는 깨달음의 뜻이 담긴 탄성을 내뱉었다. 주스다. 자몽맛 주스. 꽤 이름있는 브랜드의 주스이긴 한데, 요점은 이게 왜 내 책상 위에 곱게 올려져 핑크빛 자태를 뽐내고 있냐, 이거지. 내 손만한 투명한 병을 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려가며 그 안의 액체, 그리고 겉표면을 이리저리 눈 굴려가며 살펴봤지만 쪽지같은 건 없다. 뭐야, 그럼 누가 줬고 왜 준거지? 예쁜 색의 액체는 이리저리 유연하게 찰랑거리는데, 내 머리는 아무래도 아침이라 그런지 딱딱하게 굳어있다.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병을 책상에 내려놨다. 어쨌거나 지금은 목마르지 않으니까. 누가 준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뭐, 다른 반 여자애가 몰래 올려놨거니 싶다. 그게 아니면 누구겠어? 우리 반 여자애들은 반장에 미쳐있는데.  

 

좋지도 않은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하다가 반장 쪽으로 흘긋, 시선을 던졌다. 누가 바른 생활 반장 아니랄까봐, 사람 몇 없는 교실에서 남들은 다들 수다를 떨거나 엎어져 자고 있는데 교과서나 들여다보고 있다. 반장 이번 석차가 몇이었더라, 전교에서 3등쯤 했었나. 아, 2등인가? 남의 성적은 커녕 내 성적도 기억 못 하는 두뇌기에 금방 생각을 접었다. 어쨌든 요점은,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까지 잘하고 심지어 훤칠한 키에 배우라고 해도 손색 없을 만한 외모를 가진 우리 반 반장 최민호가 우리 반 여자애들의 로망이라는거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네 반에 최민호가 있는데 어떤 여자애가 날 좋아하겠어.  

 

어떤 남자애들은 쟤가 여자애들을 다 뺏어갔다며 질투어린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애가 착한 거 같아서 일단 난 호감이다. 물론 말을 제대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가끔 샤프심 빌려달라고 할 때 잘 빌려주는 정도면, 뭐. 착하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착하고말고. 

 

 

 

"왔냐?" 

"아까부터 와 있었다, 임마. 또 퍼자느라 몰랐지, 김기범?" 

 

 

 

어느새 깼는지, 생각에 잠긴 날 김기범이 가벼운 '왔냐?'로 건져준다. 장난스레 대답해주며 한번 주스를 슬쩍 봤다가, 다시 김기범에게로 시선의 방향을 돌렸다. 그래, 누가 줬던, 왜 줬던. 복잡한 건 싫으니까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 + + 

 

 

 

 

"예쓰, 세이,프! 반장, 나, 지각, 아니다!" 

 

"알았어, 박은종. 들어가 앉아." 

 

 

 

딩동댕동. 참 한결같이 단조로운 우리 학교의 종소리가 울리기 몇 초 전 뛰어들어와, 뛰어서 짧게 끊어지는 숨을 내쉬며, 척 보기에도 후들거리는 다리로 박은종이 내 쪽으로 비틀거려온다. 내 쪽으로 올 이유는, 뭐. 별 거 없고, 그냥 얘가 내 옆자리여서겠지. 상태만 봐선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은 내 짝을 비에 흠뻑 젖은 강아지 보듯 (얜 뭐로 보던 강아지와 거리가 멀었지만 땀에 흠뻑 젖어있긴 했다)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끙끙대는 목소리가 뭔가를 요구하는것 같아서 귀를 기울였다. ...울. 뭐? ..울... 뭐라는 거야.  

 

 

 

 

"무울, 물 달라고!" 

 

"아." 

 

 

 

박터지는 소리를 내며 서둘러 손으로 책상을 훑었다. 눈은 박은종에게 고정하고 손은 나무 책상 위를 마치 거미처럼 움직이니, 평평하고 적당히 시원한 책상 표면만 느껴지던 손에 갑자기 차갑고 입체적인 뭔가가 닿는다. 눈길을 손이 있는 곳으로 잠깐 옮기고, 내 손에 닿은게 뭔지를 확인한 즉시 재빨리 집어 은종이에게 건내주니까, 다급한 손길로 내가 쥐어주는 병을 잡고 급히 병뚜껑을 딴다. 생각보다 쉽게, 시원한 딱, 하는 소리 하나 없이 따진 병뚜껑은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병 입구는 은종이 입에 닿고. 자몽맛 주스, 다홍빛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박은종을 보면서 뿌듯해졌다. 왠지 죽어가는 사람 살린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선물로 받은 걸 남 준다는게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어차피 선물해준 게 다른 반 애면 지금 보고 있지도 않을 거고, 애가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 어떡하냐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크지도 않은 병이긴 했지만 단숨에 원샷한 박은종이 신기해서 넌지시 물었다. 시원하냐? 

 

 

 

"어, 시원하긴 한데. 맛 존나 이상해." 

 

"새끼, 줘도 지랄. 니가 자몽주스 안 먹어봐서 그렇겠지." 

 

"아닌데, 아웃백 가서 자몽주스 먹었는데 맛 다르던데. 이건 좀 쓰다." 

 

 

 

...씨발새끼야,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주스랑 그냥 매점에서 산 주스랑 맛이 같겠냐?! 아, 알았어, 알았어, 존나 목청만 큰 김종현님! 소리를 빽 지르는 나한테 건성건성 대답하더니 웃으면서 남은 방울들도 다 입에 털어넣는다. 맛없다면서 잘만 먹네, 라고 불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니까 삐졌어, 쫑? 하면서 머리를 마구 쓰다듬는 손을 대충 치우고 책상에 엎드렸다. 1교시가 뭐였지. 수학이었나...맞구나, 수학. 아, 씨발, 하면서 난 절망스럽게 우는 시늉을 한다. 미쳤나, 이게. 하는 박은종의 말은 가볍게 씹어주고,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면 수업 시작할 시간은 5분이 지나있고. 수학의 유일한 장점은 선생님이 늦게 들어온다는거다. 그것 외에는 장점도 없는데, 난 왜 문과면서 수학을 하고있지. 망할 수능. 

 

 

 

한숨을 쉬고서 선생님이 들어왔나, 체크하는 마음으로 교실 앞쪽을 흘긋거리니까 선생님은 안 오셨고 반장이 앞에서 교실을 지키고 있다. 자리에 앉아서 해도 될텐데 역시 반장. 반장은 수학도 잘하겠지. 존나 부럽다. 그렇게 생각하며 반장에게로 시선을 돌리다, 움찔했다. 

 

 

 

반장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쳐다본다는 말보단 뚫어져라 응시했다는 말이 맞겠다. 날 그렇게 깊게 바라보는 반장과 눈이 마주쳐서. 그 큰 눈이 뭔가를 말하고 싶은듯 일렁여서. 눈을 피할 타이밍이 되지 못 해서 그냥 멍하니 마주치고 있었다. 왜 쳐다봐? 왜 그렇게 보는데? 친하지도 않은데, 이렇게 볼 사이도 아니잖아. 라는 말이 입가에 멤돌았지만 나가지는 않았다. 시선의 끈을 먼저 놔주길 바랬는데, 그 쪽에선 놓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그런 식으로 선명한 눈과 탁한 눈은 서로 마주쳐 있을 뿐이었다. 이게 무슨 때아닌 에너지 소모야, 싶었는데도 눈을 떼기는 또 어려워서, 그렇게만. 그렇게만 있었다. 

 

 

 

 

"자, 수업 시작하자. 반장, 들어가고. 수고했어." 

 

 

 

 

평소에는 그렇게나 싫던 목소리가 구세주다. 수학이 들어오며 반장을 돌려보내고, 난 그 틈을 타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수학이 오늘따라 일찍 들어온 거 같은데, 그게 이상하게 반갑다. 대체 방금 그건 뭐지, 싶다. 우린 정말 친하지도 않고, 말은 반장, 샤프심 있어? 어, 여기. 이런 식으로 몇 번 주고 받은게 다인데. 언제부터 쳐다본거야.  

 

 

 

 

교과서를 피지도 않고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사실 눈을 마주친 거 자체보단, 그 눈빛이 거슬린다. 노려보는 것처럼 강렬했는데, 그러기엔 너무 선명했고. 마치 나를 탓하는 것 같은. 그래서 눈을 못 피한건가? 내게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최민호, 너는 왜 날 그렇게 쳐다본 거고, 난 왜 네 눈이 날 탓한다고 느꼈을까. 

 

 

 

 

 

 

+ + + 

 

 

 

"종현,아..." 

 

"왜, 박은종, 수학 10분 남았어. 이따 말해." 

 

"아파..." 

 

"뭐라고?" 

 

 

 

질문에 대한 답은 박은종의 목소리가 아니라, 쿠당탕하는 의자가 넘어지는 소음으로 들었다. 조용히 울리던 수학의 목소리는 끊기고, 반 애들의 웅성거림으로 대체된다. 평소라면 가장 크게 소란을 피울 박은종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싶었다. 

 

 

 

"김종현, 박은종 업어!" 

 

 

 

다급한 김기범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그제서야 내려다본 박은종은 바닥에 쓰러져 배를 부여잡고 있고, 입으로는 끙끙대며 복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 소리마저 멈추고 조용해진다. 눈을 감는다. 본인의 별명인 '은종이'처럼 창백해진 박은종의 얼굴을 놀라 바라보기만 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라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재빨리 바닥으로 넘어지듯 몸을 숙여 박은종의 한쪽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다른 팔을 잡는 길쭉하고 곧게 뻗은 손 하나. 

 

 

 

"종현아, 내가 할게." 

 

 

 

웃으며 그렇게 말한 반장이 내 짝을 등에 들쳐업었다. 아까의 눈맞춤 때문에 조금 꺼려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런걸 신경쓸 틈도 없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을 나서는 반장과 발을 맞췄다. 뒤에서 김기범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지만, 이내 수학의 "양호실은 두명만 가!" 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씨발, 이라는 작은 욕설과 함께 멈췄다. 그러는 새에 나와 반장, 그리고 반장 등 위의 박은종은 이미 교실을 나가고 있었고. 

 

 

 

복도를 탁탁탁 경보하며 별의 별 생각과 함께 의문점이 들었다.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던 앤데. 같은 중학교서부터 몇 년 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절대 아프지 않았는데... 원래 안 아프던 애가 아프면 마음이 더 다급해지는 법이라서인지, 아니면 최악의 상황이 두려워서인지, 반장의 발걸음조차 느리게 느껴졌다.  

 

 

 

"반장. 좀 빨리 걷자, 애 안색 좀 봐." 

 

"...어." 

 

 

 

...대답은 해놓고 걸음은 같은 속도다. 야, 반장, 빨리 좀 가자니까? 알겠는데, 종현아, 너 내 이름은 알아? 맨날 반장이라고 부르네. 아, 지금 그게 중요해? 뭐?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내 말에 반장이 다시 날 그 전의 일렁이는 눈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앞서 걸었다. 빨리 좀 오라는 소리를 덧붙이며. 

 

 

 

 

+ + + 

 

 

 

은종이를 양호실 침대에 내려다두고 왔다. 박은종을 업고 도착한 그곳에서 양호는 애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런저런 체크를 하더니 단순히 기절한 거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 한숨엔 나도 동참했다. 정말 위험한 줄 알았으니까. 그래도 안쓰러워지는 건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아팠으면 기절을 해. 근데 배 아파서 기절할 수 있나? 어쨌거나, 양호실 침대에 누워있는 박은종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양호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반장과 함께 양호실을 나섰다.  

 

 

 

말없이 걷는 반장이 어색하면서도 익숙해서 나 역시 그의 뒤에서 묵묵히 걸었다. 분명 올 땐 빨리 가라며 말도 잘 걸었는데. 그땐 너무 다급해서 정신줄을 놨던건가? 왜 이렇게 말이 안 나오지. 어색한 건 딱 질색인데. 뭐라고 말이라도 붙여보려는 순간, 앞서 걷던 반장의 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가 복도를 울릴 정도로 크진 않지만, 확실히 내게는 또렷하게 들리는 음량이다.  

 

 

 

"종현아, 너 박은종이 왜 아픈지 알아?"  

 

 

 

고개를 저었다. 아, 어차피 날 등지고 있어서 모르겠구나 싶어서 아니. 라고 큰 소리 내서 말했다. 그러자 반장은 휙 돌아 날 마주하고, 난 다시 흠칫한다. 아까 그 눈빛이랑 너무 같아서. 다 내 탓이라는 그 눈빛이랑 너무 동일해서. 반장이 다시 그 잘생긴 입을 연다.  

 

 

 

"너 때문이잖아." 

 

"...뭐?" 

 

"너 먹으라고 준 걸, 다른 애한테 주면 어떡해. 너 주려고 넣은 건데, 그 약." 

 

 

 

그리고 그 누가 봐도 반할 것만 같은 미소를 지었지만, 딱딱하게 굳은 내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네가 한 말을 머리가 인식하지 못 해서, 이해하려 애를 썼다. 그러니까, 주스를 마셔서 아픈 거라고...?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약? 약을 탔다는 거야? 음료수에, 그 주스에 약을 탔어? 약 때문에 아픈거야? 반장이, 그 착하고 성실한 반장이 한 거라고? 수많은 의문들에 어지러워졌다. 그 중에서도 확실한 건, 반장이 박은종을 저 꼴로 만든 것. 그리고 원래 목표는 나였다는 것. 

 

 

손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손 끝아 차가워지고, 입이 말라오고, 마른 침만 넘어간다. 말도 안돼... 아니, 빌어먹게도 말이 된다. 그래, 마치 퍼즐처럼.  

 

 

 

 

시원한 소리 하나 없이 이상하리만큼 쉽게 따진 병뚜껑이. 

 

맛이 이상하다며, 조금 쓰다던 박은종의 말이. 

 

나를 탓하는 것이라고 느꼈던 최민호의 그 눈빛이. 

 

 

모두 다, 말이 된다. 

 

 

 

"왜...?" 

 

 

힘겹게 입을 열어 목소리를 끄집어냈다. 왜, 왜 그런 걸 한거야? 왜 주스에 약을 탔어. 아니, 이게 아니다. 내가 가장 궁금한 건. 

 

 

 

"왜 나야...?"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 말에 다시 최민호가, 반장이 씨익 웃는다.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다. 선량해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 업어보고 싶어서." 

 

"..." 

 

"좋아하거든." 

 

 

 

안타깝게 됬네, 못 업어서. 다음엔 기회가 있겠지? 라며 덧붙이는 말들에 아찔해졌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잖아. 차라리 내가 너무 싫어서, 라고 해. 좋아해서 업어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아냐, 진짜 말이 안 돼. 말이 하나도 안된다고, 반장. 아마 흔들리고 있을 동공으로 올려다보니까, 내 어깨에 팔 하나가 걸쳐진다. 소름이 돋았다.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넌 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한 애였다. 박은종은 나 때문에 누워있다. 좋아한다고 했었지, 최민호. 약을 탄 건 싫어서가 아니라 좋아서라고. 근데 이게 네 표현방식이라면, 넌 아마... 아, 그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용어에 식은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이건... 

 

 

 

"너무 죄책감 들어하진마. 솔직히 죄책감이 뭔진 모르겠지만, 다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는, 뭐 그런 거 맞지?" 

 

"..." 

 

"어차피 그 새끼랑 너랑 눈 맞추고 니가 그 야한 눈꼬리 접으면서 웃을 때마다 죽여버리고 싶긴 했어." 

 

 

 

이건, 정말 아닌데.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김기범과 웃고, 박은종과 웃었다. 뭐 하나 특출난 것도 없었는데. 어쩌다 네가 날 좋아하게 되서, 이렇게 위험한 네가. 여자애들의 선망을 받으면서, 왜 나여야만 했던 건지. 

 

 

교실에서와 같이 마주친 눈은, 아까와 같이 선명한 눈빛을 보내왔다. 역시나 피할 수 없는 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희열을 담고 있었다. 그 때는 책하는 눈빛이었지만 이번엔 기쁨을 담는다. 대체 왜 기쁜건지 묻고 싶지만 대답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가 네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게 넌 그렇게 좋을까. 아, 그래. 이게 너의 사랑 방식이었지. 내게 다가온 너가 내 등을 팔로 감싸고 귓가에 선이 곧은 너의 입을 가까이한다. 마치 연인을 대하듯, 연인을 끌어안고 밀담을 속삭이는 것처럼, 그 저음으로 내게 말하는, 내겐 두려운 존재가 된. 

 

 

 

"앞으로는 반장이 아니라, 최민호로 불러." 

 

 

 

최민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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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몽주스 생각하면서 입맛다셧는데 약들어잇을까봐 못먹을둡..
10년 전
독자2
이게 얼마만에 호현이래 헐 세상에 작가님 꿀잼...소름돋앗어여...신알신하고가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헐??!!!!!호현이다!!!!!!!!!!인티와서!!!!!!!!처음보는!!!!!!!!!호현!!!!!!!!!!!!이다!!!!!!!!와!!!!!!!!!! 이러면서 들어왔는데..... 소오름ㅠㅠ작가님짱짱b신알신하고가오
10년 전
독자4
완전 소오름....민호야 너 너무 무섭다...
10년 전
독자5
으아아아아아아 좋ㅎ아ㅏㅏㅠㅠㅠㅠㅠㅠ 리거혹시.다음편도 있나요????
10년 전
실버벨
다음편은 없어요 엉엉ㅠㅠ 죄송해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이러뉴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ㅋㅋㅋㅋㅋㅋㅋ민호ㅋㅋ귀엽네요ㅎㅎㅎ 한번 업어보고싶었다니ㅎㅎ 여자애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면서도 민호는 종현이를! ㅋㅋㅋㅋㅋ 귀여워요ㅋㅋㅋ 종현이 업고 야자째는 번외 보고싶은데ㅠㅠㅠ 윗댓글에 없다고 해두셨으니ㅠㅠ 저는 웁니다ㅠㅠㅠ 신알신하고 갈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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