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하다. 불안한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다. 내가 올림픽에서 수영을 해온 동안, 판정 번복은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기에 정말이지 너무 불안했다. 판정이 번복될 확률은 정말 적었다. 만약에 된다고 하더라도 이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출전해서 메달을 따올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금메달은 너무나도 당연해져버려서 단 한번의 실수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강한 강박감이 내 목을 죄여왔다. 쑨양, 쑨양이 있었더라면 지금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줄수 있었을까? 아무리 밝은 쑨양이라도 속으로는 내가 은근히 떨어지길 바랄텐데.
" 참… "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밉다. 사람이 다급해지면 못할 생각도 한다고 하던가. 쑨양은 진심으로 날 대해줬고 물론 지금도 날 진심으로 대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쑨양이 내가 떨어지길 바랄수도 있다고 생각하다니, 진짜 나도 참 알다가 모를애다. 아니지,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모른다고 쑨양도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 아 진짜! "
그럴리가 없다고 내 자신에게 몇번이고 말하고 타일러봐도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왜? 단순한 열등감인가? 미치겠다.
" 태환아! 태환아아!! "
" 어? 형! "
" 너! 실격! 번복됬데! "
…내가 잘못들은거겠지? 25년만에 판정이 번복되는 일 같은건 없을거야. 만약에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행운의 주인공은 아니겠지.
" 형도 참, 농담이 심해. "
" 무슨소리야! 진짜라고! 실격 진짜로 번복됬어! "
하하.
" 태환아? "
이게 거짓말은 아니겠지?
" 태환아! "
" … 아싸 !!!!!!!!!!!!!!!!!!!!!!!!!!!!!!!!!!!!!!! "
내 숙소가 있는 3층의 숙소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난 그렇게 소리를 질렀고 그렇게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건 쑨양이었다.
쑨양! 파티하자!
* * *
" Can I buy… this, this, this, this, this, this… and this? "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 이거 살수 있나요?)
" Sure. It is £13.19 "
(당연하죠. 13.19파운드입니다.)
" I'll take it. "
(살게요.)
" Here is your change."
(여기 거스름돈이요.)
쑨양, 형이 간다!
* * *
쑨양이 있는 층은 5층. 편의점은 1층에 있어 상당히 번거롭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무엇이 귀찮으랴. 세상에, 수영 심판 번복이 나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이었다니. 진짜 믿을수 없지만 그렇게 됬다면 어찌되었든 정말 좋은거 아닌가. 사실 아직까지 긴가민가하긴 하지만, 아, 모르겠다. 진짜 좋다! 하늘을 날아갈수도 있을법한 기분! 쑨양을 보면 뽀뽀 백만번을 해줘야지. 쑨양은 분명 심판 번복이 될거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쑨양의 덕도 크다. 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불어준 장본인이니. 이세상에 간절히 바라면 안되는 일은 없다. 야호! 열심히 해서 메달을 우리나라에 갖다줘야지.
수백만가지의 생각이 쑨양의 숙소를 가는데 지나쳐갔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말이다. 하하!
쑨양 숙소가 어디라고 하더라…. 5층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리고있는데 나보다 키가 큰 어떤 귀여운 남자 하나가 문밖에 서서 기다리고있다. 쑨양이로구나!
" 쑨양! "
" Oh! My Park! "
"My Park?"
" It just a pet name. Never mind."
(그냥 애칭이야. 신경쓰지마.)
"Yup! I'm home!"
(그래! 나왔다!)
손에 들려있는 검정색 비닐봉지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내 손에 들려있는 봉지가 무척 궁금한듯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봉지를 단숨에 뺏고는 내용물을 확인한다. 안에 잔뜩 들어있는 과자에, 쑨양은 정말로 행복하다는듯 눈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어 웃는다. 쑨양의 웃음은 언제나 사람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난 그런 쑨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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