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민루/심신] 나는 펫 03 W. 냉동만두 Chapter 2. 첫사랑 끙.머리 아파. 눈을 떴다. 민석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무언가 걸리적거렸다. 생소한 링거 바늘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란 민석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누워 있는 병실 침대에 루한이 엎어져 자고 있었다. "일어났어?" 금새 일어난 루한이 멍한 눈을 하고 물었다. 에어컨을 키고 잔 탓인지 얇게 입고 잔 민석이 열이 펄펄 끓자 놀란 크리스와 루한이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왔다는 것이다. 민석이 오너들 앞에서 아팠던 적은 처음이라 둘 다 당황한 듯 했다. 열은 내렸지만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한 탓에 며칠은 입원해야 한다는 말에 민석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크리스는?" "회사." "아아.." "미안하다고 전해달래. 많이 바쁜가봐." "원래 크리스는 바쁘니까 뭐." "근데 저기.. 말랑아." "응?" "나도 지금 급하게 나가야될 것 같은데.." 루한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민석은 애써 괜찮은척 루한을 보내주었다. 루한은 계속 신경쓰이는 지 뒤돌아봤지만 민석은 핸드폰으로 연락하라며 손을 방방 흔들어주었다. 루한이 문을 닫고 나가자 민석이 쓰러지듯 누웠다. 오너들 앞에서 괜찮은 척 했지만 외로워졌다. 핸드폰으로 연락할 수 있었지만 괜시리 방해가 될까 싶어 눈만 꿈벅댔다. "안녕하세요." 옆자리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민석이 고개를 돌렸다. 아.. 안녕하세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민석이 자신도 모르게 방금 전 말을 건 옆자리 펫을 쳐다봤다. 펫이라 하기엔 좀 뭣하지만 여기는 펫 전문 병원이니 펫은 펫이겠지. 비록 그 펫이 말이긴 하다만. 심지어 망아지도 아닌 그냥 다 자란 말. 근데 말이 좀 심하게 잘생겼다. 요즘엔 말도 키우나보다. 히히힝대며 당근 먹는 건 안 어울릴것도 같은데. 말이 말을 걸어주었다. 문득 든 생각에 피실피실 웃었다. "오너가 둘이에요?" "네에.." "와, 좋겠다. 역시 고양이는 좋아하는 오너들이 많아. 이름이.. 민석?" "어떻게..?" "방금 나간 오너 말고 다른 오너, 키 엄청 큰, 그 사람이 새벽내내 그쪽 이름 부르면서 손 꽉 붙들고 있더라구요." 크리스 얘기인가 보다. 사실 조금 삐쳐있었던 민석이 그 말에 사르르 풀렸다. "내 이름은 시원이에요. 최시원. 잘 지내봐요. 민석씨." "잘 부탁드려요." 시원은 운동을 하다 다리를 다쳤다고 했다. 말의 생명은 다리라며 오너가 억지로 병원에 쑤셔박은 탓에 시원은 심심해서 죽을 뻔 했다고 했다. 그동안 같은 병실을 쓰는 펫이 없어서 그랬는지 시원은 끝없이 민석에게 말을 걸어왔다. 민석도 딱히 그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말동무가 생기자 기분이 좋아진 민석도 잔뜩 신이 났다. "오너가 둘인 건 처음 봐요. 안 힘들어요?" "사실 쪼오금... " "하하하하. 민석씨 부끄러워하는거에요? 진짜 귀여워!" "이이익..." "민석씨 진짜 귀엽다. 이래서 고양이를 키우나봐." "시원씨는요? 오너가 한 명밖에 없으면 어때요?" "음.. 저는 별로 안 힘든데." "말이라 그런가.."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은.. " 시원이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제가, 오너를 깔아요.." "네에?!?!!!" "사실 다리도.. 섹스하다가.." "그마안!!!!!" 민석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자신은 둘한테 깔리는데 이쪽은 깔다니. 묘하게 자존심이 구겨졌다. 시원은 민석이 또 부끄러워하는 줄 알고 장난스럽게 볼을 꼬집었다. 시원이 민석을 신기해하는만큼 민석도 시원이 신기했다. 오너가 둘인 것과 오너와 펫의 포지션이 바뀐다는 것은 대부분 드문 케이스였다. 서로가 서로를 신기해 할 만도 했다. "우리 오너가 남잔데 엄청 예뻐요." "예뻐..요?" "진짜 예쁜데 막 몸매도.. 어휴, 끝내줘요. 성질이 좀 더러워서 그렇지." "원래 이쁜 사람들이 싸가지 없대요."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어휴, 나 망아지 때는 잘해주더니 한 번 잔 이후로 변했어요." "네?" "우리가 술먹다가 잔 적이 있는데 오너가 너무 예뻐보여서 덮쳤다가 포지션 바뀌었어요. 이제 우리 오너가 너무 밝혀서 탈이야." 민석은 가만히 포지션이 바뀐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니, 상상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오너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포지션이 바뀌는 것은 민석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최시원!!!! 나 왔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며 누군가가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이 인사를 하며 맞아주자 민석은 뒤돌아 누웠다. 시원의 오너는 양손가득 들고 온 짐을 내려두고는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하여간 비싼 것만 사달라고 하고, 내 등골 빠지겠다." "오, 아싸 초밥!!!! 사!랑!해!요!김!희!철!" "야, 야, 손 씻고 먹어." "자기가 먹여줘." "닥쳐. 당장 씻고 와. 내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 "하여간 우리 자기 까칠해." 시원이 휠체어를 타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등지고 누운 민석이 희철의 눈에 들어왔다. "안 자는 거 아는데, 같이 초밥 먹을래요? 넉넉하게 사왔는데." 민석이 천천히 일어났다. 민석과 희철의 눈이 마주쳤다. 희철의 손에 들려있던 나무젓가락이 밑으로 추락했다. 당황한 희철의 얼굴이 민석의 시야에 들어왔다. "민석아.." 민석은 말없이 입술을 질끈 물고는 희철을 바라보기만 했다. '너같은 고양이는 필요 없어!' '다시 분양원으로 돌아가! 내가 미쳤지. 너같은 어린애나 데려오다니.' '버려지고 싶어? 길고양이처럼 쓰레기 주워먹고 살래?'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민석아..' '그래도, 그래도..! 내가 니 오너잖아 민석아..' 첫 주인. 민석에게 희철은 첫 주인이었다. 하지만 희철에게 민석은 첫 펫이 아니었다. 민석은 희철을 졸졸 잘 따랐으나 희철은 매정했다. 그럼에도 우스운 사실은 그런 희철이 민석의 첫사랑이었다. 대개 알을 깨고 나온 새끼가 으레 처음 시야에 들어온 것을 엄마라 여기듯, 민석은 첫 주인에게 본능적으로 애정을 갈구했던 것이다. 그런 민석을 희철이 알 턱이 없었다. 결국 지쳐버린 민석이 분양원으로 돌아가 자진 파양을 신청했고, 몇 번이고 찾아온 그를 냉정하게 외면해야 했다. 그랬던 이들이 다시 이렇게 만났다. "잘..지내셨어요?" 턱끝까지 올라오는 울음을 애써 내리눌렀다. 희철은 그 사이 더 예뻐졌다. 충분히 사랑받은 덕일까. 민석의 머릿속으로 희철이 분양원으로 다시 찾아온 날들마다 아무도 몰래 울어야 했던 자신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응... 너도... 잘 지냈,어?" 떨리는 것은 희철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분양되었다는 소리는 들었어. 병실안으로 희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알고 있었구나. 어쩐지 두 오너에게 분양된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다. 그냥 나를 잊은 줄 알았는데, 목구멍으로 넘기는 침이 썼다. 병실은 그 대화를 끝으로 아무런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민석은 차마 잘 지냈다고 말할 수가 없어 발끝만 바라봤다. 희철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민석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산책이라도 하려는 요량으로 병원 복도로 나왔다. 머리가 아파왔다. 잊은 줄 알았는데 잊을 수가 없었나보다. 그건 병실 안에 남겨진 희철에게도 똑같았다. ♥이쁜이들♥ 루이♥ 청강♥ 미엘르♥ 킁이♥ 사진♥ 경수♥ 이과안소희♥ 오르골♥ 세하♥ 콩이♥ 시우밍♥ 루민행쇼♥ 산딸기♥ 쓔밍♥ 경수어깨♥ 민트초코♥ 허니듀버블티♥ 우산♥ 떡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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