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민루/클백/세루] 나는 펫 07
W. 냉동만두
Chapter 04. 싸장님 나빠요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더운 여름날, 민석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손에는 방금 전 샀던 아이스크림을 봉투에 잔뜩 담아들었다. 반갑게 아이스크림을 맞이할 오너들을 생각하니 절로 노래가 나왔다. 낑낑대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도착한 민석이 이마에 송글송글한 땀을 슥 닦았다.
[고장]
"헐..."
망연자실한 민석이 멍한 눈으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백현이 민석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백현도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종이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우르릉 쾅쾅 삐이삐이...
둘 사이에 기묘한 전류가 흘렀다. 신경전이 지속되고 둘은 한참을 서로 말없이 노려보았다. 백현이 민석의 입에 물려진 아이스크림과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 비웃듯 피식 웃었다. 기분이 나빠진 민석이 째려보기 시작하자 지지않겠다는듯 백현도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둘의 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크리스와 백현이 처음 만나고 그로부터 딱 일주일 후였다. 찬열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백현을 바꿔보고자 크리스와 루한, 민석 이 셋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 화근이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경계하던 둘은 오너들이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이빨로 물고, 발톱으로 할퀴고.. 난장판 속에서 간신히 둘을 떼어놓은 오너들은 그 날 펫들을 호되게 혼냈다. 찬열의 의도와는 다르게 민석과 백현의 관계는 당연히 더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야 고양이."
"뭐."
"너 혹시 일본에서 오지 않았어?"
"아닌데?"
"아, 그래? 난 또. 허여멀겋게 생겨가지고는 일본에서 온 줄 알았지. 너 키티랑 똑같이 생겼다. 우익같이 생겨가지고."
"야!!!!!!!!!!!!!!!!"
키티같이 생겼다는 말은 민석이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였다. 어딜 그 고양이에 나를 비유해? 자존심이 구겨진 민석이 백현을 향해 날카롭게 발톱을 세웠다. 백현도 여우로 변해서는 민석을 향해 울부짖었다. 고양이와 여우, 두 펫은 일주일 전 그 날처럼 다시 서로에게 잔뜩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니가 발톱 맛을 덜 봤지?"
"왜, 또 할퀴게? 하긴, 멍청한 고양이는 그거밖에 할 줄 모르겠지."
"이게 진짜!!!"
백현의 도발에 잔뜩 열받은 민석이 발톱을 높게 치켜들었다. 지난번 민석에게 잔뜩 할퀴어졌던 기억이 있는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 몸을 움츠렸다.
"김민석 멈춰!!!"
익숙한 목소리에 민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크리스..."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
크리스. 민석의 오너인 크리스였다. 민석이 오지 않아 걱정하던 크리스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루한의 말에 마중을 나가던 참이었다. 반가운 뒷모습에 인사를 하기도 전, 그는 민석의 손을 붙들어야만 했다.
"이거 놔!!!"
"너 또 백현씨 괴롭혀? 저번에 그러지 말라고 내가 그랬지?"
"쟤가 먼저 나한테 뭐라고 했어!!! 왜 나한테만 그래!!"
억울함에 눈물이 가득 고인 민석이 붙잡힌 팔을 빼내려 바둥거렸다. 크리스도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그것은 크리스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크리스는 거칠게 민석을 잡은 손을 풀었다.
"백현씨,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허, 민석이 실소를 내뱉었다. 누가 여우 아니랄까봐 남의 오너 앞에서도 여우짓이다. 백현을 한 번 째려보고, 크리스도 한 번 째려본 민석이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울음에 입술을 꾹 깨물고는 아이스크림이 담긴 봉투를 집어들었다.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가는 민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크리스가 백현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
"다친 곳은 없죠?"
"저 진짜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민석이가 자꾸 말썽을 피워서..저번에 상처도 아직 안나았네요. 이거 미안해서 어떡해."
"민석씨는 왜 절 미워할까요..."
잔뜩 풀이 죽은 백현이 크리스의 눈에 가득 찼다. 안고 싶다.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크리스의 손이 백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었다. 백현도 거부하지 않았다. 크리스는 조금 더 대담하게 백현을 품에 안았다.
"아닐거에요."
백현의 팔이 크리스의 허리를 감아왔다. 크리스가 놀란 눈을 하고 백현을 바라봤다. 백현은 피하지 않았다. 백현이 살풋 눈웃음을 짓고는 발 뒤꿈치를 올려 크리스의 입에 뽀뽀했다. 그 입맞춤에 이성을 잃은 크리스가 백현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둘뿐인 공간에서 끈적한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민석아 너 왜이렇게 늦ㅇ.. 울어?"
"흐어어어엉 루하아아아안...."
다짜고짜 울어대는 민석을 찬찬히 달랜 루한이 자초지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석이 많이 속상했겠다. 그치?"
끄덕끄덕. 민석은 항상 말을 하기 싫을 때는 고갯짓으로 답을 대신하곤 했다. 민석은 아직도 크리스가 자신의 앞에서 백현의 편을 들어준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보고 사랑한댔으면서.."
민석이 웅얼거리고는 루한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 코 자자 우리 고양이. 루한은 말없이 민석을 토닥거렸다. 이럴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새근새근 잠이 든 민석을 고양이집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종대로부터 전화가 25통, 문자가 20통, 카톡이 150통.
"이 새끼가 미쳤나..."
때마침 종대에게 카톡이 도착했다.
>ㅠㅠㅠㅠㅠㅠ사장님ㅠㅠㅠㅠ
>헐
>봤다
>사장님
>ㅅㅏ장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루싸장님빨리 가게로 호출이여ㅠㅠㅠㅠ
<나 오늘 휴가 ㅃㅃ
>사장이 휴가가 어딨어요
>걔 또왔어요
>교복
<오세훈?
>걔 싸장님 오실때까지 버티고있겠다고 선포
>빨리 오시떼
<휴가라니까
>싸장님 저한테 왜그러시떼
>10분 후에 저 퇴근인데 왜그러시떼
>싸장님?
>읽씹 ㄴㄴ해요
당연히 갈 생각이라고는 개미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니까 대략 2주 전, 루한의 카페에 노란 교복이 침입했다. 가슴에는 '오세훈' 이라는 명찰을 단 그는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루한의 카페에 들어와 마감 시간 직전에 나가고는 했다. 루한이 언제쯤 가나 지켜보면 세훈은 오히려 그를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일부러 말을 걸기도 했지만 루한은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세훈은 몇 번이고 루한을 붙들고 좋아한다 고백하고 루한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졸졸 따라가기도 했다. 물론 루한은 그대로 차에 타서 바로 집으로 와버렸다. 끈질긴 세훈의 애정공세에도 불구하고 루한이 무관심했던 이유는 사실 별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루한은 세훈이 귀찮았다.
그긋드으즈므니.
루한은 세훈에게 관심을 줄 이유가 없었다. 루한의 집에는 자신의 애정을 쏟아붓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아주 예쁜 펫이 있기 때문이었다. 더더욱 귀찮은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루한에게 세훈이 반가울 턱이 없었다. 루한은 종대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꺼버린 채 배터리를 분리시켜버렸다.
"......싸장님 나빠요..."
루한에게 전화를 건 종대가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안내원 누나의 말에 옛날 옛적 한 코미디 프로의 유행어를 내뱉었다. 아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마구 헤집던 종대가 저만치 앉아있던 세훈을 바라봤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매장 안에 손님이라고는 오직 세훈 혼자였다. 세훈이 종대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종대가 큰 결심을 한 듯 세훈의 맞은편에 앉았다. 의문을 담은 채 세훈이 종대를 바라봤다. 종대는 이렇게 된 이상 아예 세훈을 쫓아버려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니도 내가 웃기냐?"
"웃긴데요."
"내가 너랑 뭔 말을 하냐. 야, 교복, 너 나가. 나 퇴근할거야."
"에이 손님한테 이러시면 안되죠."
"저기요, 손님. 제 맘이에요. 저 퇴근 시간이라니까요?"
"손님 쫓아낸다고 사장님한테 말할까요? 요즘 그렇게 취업난이라면서요?"
"헐 님 살려주시떼..가 아니라, 우리 싸장한테 말하면 너님이 먼저 쫓겨나세요."
"제가 왜요."
"너 귀찮대."
"누가요?"
"우리 싸장님."
"헐."
내가 이겼다!!!!!!!! 홀로 승리감에 심취한 종대가 속으로 나이쓰를 외쳤다.
"자자자, 교복씨. 몇 짤?"
"..열아홉쨜."
"뭐야, 고삼? 야 고딩 가서 공부나 해."
"저 지금 인생공부중이거든요? 방해하지 마시고 빨리 사장님 불러와요!"
"인생공부 좋아한다. 너 수능 몇 일 남았는지는 알아?"
"저 수능 안보는데요."
"어 그러니. 졸라 좋겠다...는 개뿔. 왜? 우리 싸장 쫓아다니느라 공부 포기했냐?"
"수시 합격해서 상관없어요."
당황한 종대를 앞에 두고 세훈은 여유롭게 버블티를 쭉 빨아들였다. 몽글몽글 올라가는 버블들이 종대를 놀리는 듯 했다.
"열아홉이면 내년에 성인이네?"
"그렇죠."
"술 마실 줄 알아?"
"조금?"
새끼, 까졌어. 종대가 장난스럽게 세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형아가 술 산다! 가자!"
...라고 당당하게 외친 종대가 세훈을 데리고 갔으나 맥주 한 잔에 먼저 취해버린 쪽은 종대였다.
"마쎠라 마쎠라 마쎠라 마쎠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형..."
"얼구울으은 브이라이이인~"
"저기요...형?"
"몸매는 에쓰라이이인~"
".....형 집에 안가요?"
"집? 너 우리집 알아?"
"제가 형네 집을 어떻게 알아요.."
"으하하하하!! 나는 김종대다!!! 우리집을 알려주겠노라!!! 교복은 나를 데리고 당장 집으로 간다!!! 가자!!!"
종대는 막무가내로 세훈의 등에 업혔다. 당황한 세훈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종대를 업자 그 순간에도 종대는 술을 사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서 긁었더랬다. 세훈의 등을 퍽퍽 친 종대는 자신보다 등이 넓다며 헛소리를 주절주절 해댔다.
"집 어디에요?"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야 김종대."
"싸장님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싸장님?"
"교복아. 내가 너한테에 말 안한 거 있는데에... 히..."
"뭔데요?"
"말을 하까아 말까아...."
베실베실 웃는 종대의 얼굴을 날려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세훈은 종대를 업은 팔을 고쳐잡았다.
"말해줘요."
"이짜나아... 우리지입... 싸장님네 아파트다아...?"
"싸장님네 아파트면... 루한?!!!!!!!!"
"아이씨, 이 새끼, 아까부터 자끄 반말질이야아.. 재수없게..... 그러니까 우리집이 어디냐며언..."
*
띵동-
한참 잘 자고 있던 루한이 초인종 소리에 일어나 민석이 깨지 않았나 확인하고는 인터폰을 향해 비척비척 걸어갔다.
"누구세요?"
[으히히히 싸장니이이이임!!!!!!!!!]
"김종대?!!!"
[종대형님이 취하신 것 같은데.. 문 좀 열어주세요..]
"교복 너 여기 어떻게 알았어!!"
[싸장님 내가 알려줬다아아아!!!!!!와아아아아아!!!문 열어 주쎄요~]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루한은 나지막하게 욕을 하며 급하게 현관문을 열었다. 종대의 목청으로 계속 두었다가는 언제 민원이 들어올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 생각에 루한이 잔뜩 취한 종대를 보고 집에 들이려다 말고 익숙한 노란 교복이 눈에 들어오자 빠르게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고 노력했다. 문을 닫는 루한의 손보다 문틈 새로 들어온 세훈의 발이 더 빨랐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아~"
종대를 짐짝처럼 끌고들어오며 자신에게 미소를 날리는 세훈을 보면서 루한은 뿌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이쁜이들♥
루이♥
청강♥
미엘르♥
킁이♥
사진♥
경수♥
이과안소희♥
세하♥
콩이♥
종인♥
시우밍♥
쓔밍♥
경수어깨♥
민트초코♥
허니듀버블티♥
오르골♥
우산♥
세훈♥
펭귄♥
간호사♥
샤미♥
오빠는안되여♥
인쇄용지♥
종대♥
삼걸스♥
오여미♥
굥수꼬야♥
킬힐♥ 박찬열♥ 지나가던 나그네♥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