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런던, From. 태릉 Season 2
오랜만에 찬열을 만난 종인의 표정은 그야말로 똥이었다. 쑨양이랑 같이 은메달 딴 것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저 도비년은 왜 또 설친대니. 툴툴거리며 찬열을 째려보던 종인을 그제서야 알아보고 밝게 웃어보였다. 종인은 찬열에게 강렬한 뻐큐를 남기며 빙글 뒤돌았지만 매점을 빠져나오던 경수의 목소리에 붙잡히고 말았다. 끝내주는 타이밍이다 진짜.
“김종인! 흐흐흐 코알라 안대하니까 잠 진짜 잘 오더라!”
“다행…이네.”
“뭐야 그 찝찌리한 반응은. 아우 근데 우린 뭐 휴가도 안 가고 이게 뭐냐.”
하긴 올림픽도 안 나간 코찔찔이 국가대표들에게 휴개는 무슨. 햄버거를 만지작거리는 경수가 측은한지 자꾸 뒤에서 쿡쿡 건드리는 찬열을 거칠게 밀친 종인이 후덥지근한 햇빛을 피해 경수를 선수촌 안으로 이끌었다. 그래 뭐, 오늘은 올림픽을 제쳐두고 경수와 놀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종인은 숙소에 경수를 꾸겨넣고 가방 안에 차곡차곡 짐을 싸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하냐? 이젠 가출청소년이라도 되려고? 어쩌다 이런 놈이 국가대표라고.”
“준면이형한테 들키기 전에 짐이나 싸 똥꾸녕아.”
“아 뭐래! 이거 놔 더워죽겠는데 겁나 끌고다니네. 내가 변백현이야? 개야?”
“쉬. 우리 휴가가야지.”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끝난 경수는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며 종인의 볼에 쪽하고 뽀뽀를 한 방 날리고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갑자기 휴가를 떠난다며 짐을 싸는 김종인이나, 좋다고 뽀뽀하고 같이 짐 싸는 도경수나. 역시 참 잘 맞는 커플이었다. 그런 둘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찬백 브라더스는 숙소 안으로 쑥 들어가버렸다. 또 메달을 딴 건지 아님 더위를 먹은건지 숙소 안에선 환호성이 팡팡 터져나왔다.
“근데 우리 어디가는 거야? 더워죽겠는데 공원 그런 데 가는 건 아니겠지?”
“도경수 이 오빠 완전 무시하네. 마포대교 시원하대, 거기로 가자.”
오빠는 개뿔. 경수는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종인의 등짝을 때렸다. 아악 왜! 신경질적인 종인의 외침에 경수는 입술을 부루퉁 내밀고 짐을 다시 들쳐멨다. 운전도 못 하는 미성년자랑 대체 내가 뭘, 어디로 휴가를 떠나겠다고 신나한거야. 경수는 기가 차는지 헛웃음을 털어냈다. 종인은 그런 경수의 눈치를 살피며 연신 입술을 물어뜯었다.
“나 빠른 94라서 운전할 수 있거든. 면허도 있거든.”
“사람들 득실거리는 데서 우리 게이라고 자랑할 일 있니.”
“안 될건 뭐 있대.”
아이고 이 철없는 놈아. 경수의 핀잔에 종인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선수촌 안에선 둘이 워낙 유명…할 건 아니고 찬백을 잇는 두 번째 커플로 자리잡고 있으니 선후배 선수들 모두 편견없이 둘을 예쁘게 봐주고 있다만, 밖으로 나서면 두려움에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경수가 그늘에 기대 바리바리 싸 온 짐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뿜자 종인이 툴툴대기 시작했다.
“아 그냥 마포대교 가자니까? 거기 다리 밑이 그렇게 시원하다고 뉴스에도 떴다고!”
“…아 몰라. 더워.”
“아니 동물세상 보면 개랑 닭도 막 좋다고 지랄인데 사람끼리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아 진짜.”
“동물세상이 아니라 동물농장.”
“아―하.”
경수는 그런 실수가 또 귀여운지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우리가 국가대표라는 걸 지들이 어떻게 알아보겠어. 경수는 짐을 들고 가자 하고 외쳤다.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던 종인도 그제서야 경수에게 짐을 받아들며 렛츠 고를 외쳤다. 그렇게 기상천외한 그들만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
“뒤지고 싶냐 박찬열. 너보다 어린 김종인도 지 애인 끌고 휴가 나가는 거 못 봤어?”
“야, 쟤네 어차피 한 두시간 있으면 갈 데 없다고 다시 들어올 걸?”
“휴가를 가겠다는 저 의지를 배워. 의지가 부족하네 박찬열!”
숙소 안에서 한참 투닥거리고 있는 찬백 브라더ㅅ…… 아니, 찬백 커플. 아무리 생각해도 저 비글 두마리한텐 커플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데. 또 둘이 사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헌신적인 박찬열의 조공에 한번쯤 웃어주는 변백현의 끼가 만나야 그제서야 둘이 사랑하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되니까. 오징어를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티비에 시선을 쑤셔박는 찬열의 엉덩이를 발끝으로 섬세히 찌르는 모습은 흡사 10년차 부부같았다.
“아으으으아앙아! 너 진짜 개 짜증나 박찬열. 진짜 조져버려 이걸.”
“더워죽겠는데 어딜 가! 너 게이라고 욕 먹는거 세상에서 제일 싫다며. 그럼 어떡하냐?”
그도 그렇네. 백현이 한숨을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이자 찬열의 마음은 다시 약해졌다. 하여튼 생긴 건 개같애서 사람 마음 약하게 하는덴 뭐있다. 한숨은 내쉰 찬열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현을 두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음, 어떻게 하면 백현 멍멍이를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진짜 개라면 맛있는 껌 하나 던져주면 헥헥대면서 좋아할텐데. 끄아, 어쩌란 말이냐. 찬열은 자신의 MP3를 집어들었다. playlist를 떡하니 지키고 있는 노래는…마마. 케얼리스, 케얼리스. 역시 심란할 땐 노래가 최고야.
“너 어디 갔나 했더니 노래 듣고 있었어? 와 진짜 팔자 좋다 박찬열.”
“응? 아닌데? 몰랐냐 이거 엠피뽀야. 검색해보려고 킨건데?”
능청맞은 구라에도 속아넘어가주는 백현이 오늘따라 이뻐보이는 찬열은 허허 웃어보였다. 그 와중에도 숙소 안에선 계속… 도와줘요 마마마마마마마마 턴백! 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겁나 엄마 타령하네.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노래를 꺼버린 백현이 찬열에게 안겨왔다. 얼레레, 얘가 또 왜 이런대.
“휴가 안 가도 좋으니까 올림픽 좀 그만 보고 나랑 놀아주라고 이 개똥구리 셰이크야.”
“그런 구질구질한 말은 어디서 배워왔냐, 웃기네.”
“경수한테 배웠어. 경수가 김종인 개똥구리 셰이크라고 부르거든.”
더 깊숙히 안겨오는 백현을 힘차게 안아주던 찬열은 덥다며 에어컨을 틀었고, 그렇게 둘은 꼭 안은 채 올림픽을 관람했다. 바깥에선 폭염경보가 내린 쨍쨍한 날씨에도 꾸준한 연습량을 보유하고 있는… 김준면과 아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저의 깨알같은 드립이 많이 드러난…이 아니라 그랬음 좋겠네요^^ 하 너무덥다..ㅋㅋㅋㅋㅋㅋㅋㅋ
건강검진 다녀왔는데 키도 2센치 정도 크고! 몸무게도 정상이라 너무 기뻐요ㅜㅜ
근데 통통한 체질이라 혈액검사할때 핏줄 안보여서 꽤 헤맸어요^^.. 아 부끄롭당ㅋㅋㅋㅋ그래도 일키로 빠졌으니까 뭐
이메일 못 받으신 분들은 주소를 남겨주세요 중요 공지가 슝슝 날라갑니다요
알라뷰 독자분들! 초록창 ㅂㄹㄱ도 많이 와주실꺼죠? ㅎㅎ 사랑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