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고 더 이어진 ABC 게임에 양쪽 다 손이 팅팅 부어서는 별 장난을 다 치다가,
거실로 나와 한참동안 wii에 빠져 시간 가는줄을 몰랐다.
어느새 시간이.. 흐엑, 벌써 이렇게 됐어?
"아들, 밥먹어!!"
"어어 갈게!"
"너 말고 순양이!!"
....아. 벌써 아들 삼았구나.
축하해 박순양.
내 어머니는 어디서 찾아야하지, 중국인가.
"어우 엄마 뭘 이렇게 많이 했어?"
"순양이 먹으라고 한거야. 누가 너 먹으라고 했대니."
....아. 진심이었구나.
나는 중국으로 떠나야 겠구나.
"야, 쑨. 얼른 앉아. 배고프....어?"
맞기도 많이 맞았고 놀기도 많이 놀았으니 당연히 배고프겠지, 하고 돌아봤는데.
쑨양의 표정이 이상이상하다.
"왜그래?"
"응, 아니...."
뭐지.. 이 쓸데없이 긴장한 얼굴은?
어...
그러고 보니, 오늘 메뉴가.
김치랑 닭볶음탕, 비빔소면 등등등등...
"엄마. 얘 이거 안매울까?"
"어? 어머. 그생각을 못했네. 괜찮겠니?"
그러자 가만히 땀만 흘리고 있던 녀석이 소리친다.
"하, 한국 매운거, 잘먹어요!!"
그러니까 왜 그렇게 비장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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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내가 눈치만 보는동안, 이녀석은 꿋꿋이 아무런 말도 없이 입속으로 음식을 집어넣고만 있다.
"후흐...흐아...하.."
간간히 내뱉는 숨은 그냥 듣기만 해도 매워 죽겠어요인데..
"아, 안매워?"
"순양아....."
그와중에 감동받지 마 엄마...
그리고 마지막 한숟가락.
"자..자, 잘먹어슴니다!!"
얼굴이 시뻘게진채, 얼굴엔 잔뜩 땀을 달고. 아까 손등을 맞았을때보다 더 빨개진 눈을 하고서.
사뭇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로 외친다.
"응, 어유 우리 순양이 잘먹네!"
"야..욕봤다...."
미안해 순양아, 내가 생각을 못했어. 좀 덜 맵게 할걸.
티슈를 뽑아 그 맨들맨들해진 얼굴을 닦아주며 엄마가 말하자, 또 비장하게 입을 연다.
"매운거, 연습!"
"어?"
"연습했어!"
매운걸 왜 연습해.
우스운 마음에 물어봤더니, 왜 또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 난리.
"태환이랑, 밥..같이.."
한국인 매운거 좋아해.
중얼중얼 말하는 그 얼굴은, 그새 또 >_<로 변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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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안쓰려?"
아직도 시뻘건 얼굴은 원상태로 돌아갈 생각을 안한다.
애써 밝은 얼굴을 하려는게 눈에 보이는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땀냄새가 훅 끼친다.
너 아직 맵지?
킥킥 웃으면서 물어봐도 세차게 고개를 저을 뿐이다.
"아니, 아니, 하나도 안맵다!!"
"구라친다. 땀나고 난리 났는데."
"구,구라...?"
구라? 구라?
구라가 뭐지, 갸웃거리는 녀석의 등을 툭툭 쳤다.
"야, 땀냄새 나. 씻고 나와."
"어..어?"
"씻으라고."
샤워. 오케이?
손으로 몸을 문지르는 제스쳐를 취하자 그제서야 아~ 한다.
"같이?"
지랄 똥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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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계속 혀가 쓰라린듯 헥헥대는게 개같아서,
아니 그러니까 나쁜의미로 개같다는게 아니라 그 외적인 모습이.. 아 뭐라는겨.
그러니까...
아무튼 그래서. 이부터 닦게 하려는데,
"어, 너 칫솔 없지?"
뭐 들고 온게 있어야지.
너 진짜 대책없이 왔다.....
헐 깜빡했다, 라고 얼굴에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녀석을 보고 쯧쯧 대다가 선반 위쪽의 새 칫솔을 꺼냈다.
잠깐 칫솔걸이를 보니, 내것도 바꿀 때가 됐네.
"오오. 딱 두개 있네, 잘됐다."
마침 그것도 빨간색으로 두개.
내것 하나를 튿어 들고 나머지 하나를 내밀자,
"....왜?"
"어,어,어..."
받아들고는 아무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린다.
"뭐해? 뜯어야 쓰지."
답답한 마음에 뜯어줄게, 손을 내밀었더니...
"아니!!!!"
"어...어??"
"아, 안뜯어!!"
얘..얘가 왜이런담?
"이 안닦게?"
"하나 더줘..이거, 이거는 기.."
"기?"
"기념품!!!"
.......코치님...
얘한테 기념품이 뭐라고 가르치신거에요.....
"헛소리 말고 내놔 짜샤."
부욱-
얇은 플라스틱과 종이가 갈라지며 칫솔이 맨공기에 닿자,
"허으엉억!!!!!"
울부짖고야 만다.
......정신차려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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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훌쩍거리며 빳빳한 칫솔에 치약을 묻힌다.
치약도 새거네. 페리오 레몬향이다.
아깝다는듯 칫솔모를 한번 아련히 쳐다봐주시고.
입으로 쏙 넣는데,
야.... 손이 너무 커서 무슨 이쑤시게 넣은것 같다....
".....허억."
..왜, 또?
"뭐, 왜그래?"
"이..이거."
큼지막한 손으로 치약튜브를 가리킨다.
응 이거 뭐?
"....맛있다."
"........"
"중국거는, 맛없다."
"......그래......"
"응......."
"...삼키면 안돼..."
"........."
"안돼..."
"........"
"삼켰냐?"
미치겠다.
니가 애냐!!!!!!!!
다시 그 멍한 입에서 칫솔을 빼내 새로 치약을 짜 입에 처넣었다.
"웁,"
"별...어이구."
그래. 중국 치약 맛없긴 하더라.
베이징때 썼던 호텔 치약도 그모양이었으니.
진짜 맛없었어.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이빨을 닦는데.
뭐여.. 넌 왜 이빨 닦으면서 그렇게 실실 웃어?
"왜웃어?"
"으응?"
여전히 헤실헤실.
그렇게 맛있나?
"이거, 이거."
"뭐. 칫솔?"
"응."
중국 진짜 빨간색 엄청 좋아하네.
손에 꼭 쥐고 있는 폼이 아주 보물이다, 보물.
"태환이랑, 커플."
"푸우우웁!!!!!!!"
젠장, 뿜었다.
"태환, 왜?"
아파?
큰 손으로 등을 콩콩 두드리는데,
아, 아야 어 그래 시발 너때문에 아야, 아파. 아 아프다.
근데 방금 박순양씨 뭐라고?
"커..커플?"
"헤...같은거 좋아."
태환이랑 같은거.
.......똑같은거 겁나 좋아하네.
으어, 허리야.
간신히 고개를 드는데, 커다란 손이 코앞에 있다.
"태환, 흘러."
뭔 엄지손가락이 우리집 은수저만하대.
큰 손가락으로 내 입술밑에 주륵 흘러있는 치약을 훔쳐낸다.
드럽게, 짜식이.
말하는것도 행동하는것도 애보다 훨씬 애같아서, 그게 또 웃겨서 마주본채로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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