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씻어."
길기도 길었던 이닦기가 끝나고, 화장실을 나오는데 갑자기 화들짝 놀라선 날 붙잡는다.
"태환은?"
"난 저기 안방 화장실에서 씻을게."
......왜 풀이 죽고 난리여.
진짜 같이 씻으려고 했음?
"야아.. 너랑 같이 여기 서있기만 해도 지금 어엄청 좁아."
2m 다 되어가는 너의 체격을 좀 자각해주겠니.
음 물론 문제가 거기에만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왜 그렇게 나랑 같이 씻고 싶어하냐고!!!!!! 무섭다 너!!!
"알았어.."
표정은 전혀 알겠다는 얼굴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말한 녀석은
귀가 축 늘어진 강아지 꼴의 모습으로 물을 틀었다.
--------------------
어..맞다.
한창 안방에서 세수를 하는데 문득 든 생각.
'쟤 속옷이랑 갈아입을 옷 같은건 있나?'
.......없겠지.
칫솔도 안가져왔는데, 빤쓰가 있을라고.
근데 왜 미리 말을 안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대충 닦아내고 화장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야, 순양아!! 너 가져온 옷 있어?"
........
.....어?
"순양아?"
끼이익.
어라, 잠겨 있을 줄 알았던 문이 삐그덕 하고 열린다.
불도 꺼져있네, 어떻게 된거지?
"벌써 다 씻은건가?"
그럴리가 없는데.....?
순양아, 하며 보이지 않는 그를 찾아 여기저기 들쑤시는데, 어디선가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찰칵. 찰칵.
.....? 뭐여, 사진찍는 소리?
수상하기도 몹시 수상한 그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잉, 의외로 내 방 안에서 나는 소리다.
우리 순양이 내 방에서 뭐해?
"........"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방문을 열어재낀 난,
그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찰칵, 찰칵.
연속적으로 울려퍼지는 셔터소리.
쑨양이는....
우리 엄마의 새 아들 박순양씨는...
내방에서, 내 옷장을 있는 힘껏 열어놓고, 그것을, 그것을 배경으로,
셀카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그것도...
행복해 죽겠다는듯한 초절정 상귀요미 얼굴을 하고. "..........뭐하냐?" "허어억.....!!!" 쾅! "아악!!!" 세상에, 가지가지도 이런 가지가지가 없구나! 적막한 가운데, 방 안에는 규칙적인 셔터음과 박순양의 고통어린 신음만이 맴돌았다. --------------------------- 내가 방금 무엇을 본것인가.... 여즉 충격에 빠진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는데. 이자슥이...! 반응하나는 빠릿해서 좋구만. 역시 수영선수에요. 윗집에서 연락 오겠네. 그새 빨개진 손을 달달떨며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는데, 맞다. 아까 ABC할때 얻어터진데구나. 잘못해서 담임선생님께 손바닥 매를 맞은 애마냥 훌쩍대는게 좀 측은하다. 모자란 우리 순양이.... "무,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절대 내가 손들고 서있으라고 한 말에 아차,싶지 않았어.... --------------------------------------- 그냥 셀카면 이해를 해. 그래, 그럴 나이지.... "...순양아." '제길, 들킨건가..!' 그래.. 생각해보니 내가 강아지 번역기 같은게 아니었어. 이녀석 표정이 너무 정직하단 말이지. 어디서 헛수작♥ 그래, 저표정은... '젠장, 들켰다.' 진짜 얘가 왜이런담? 생각보다 심하군.. 이게 바로 스토킹인가.. 많이 컸다 박태환이? ...라며 자부심을 느낄 때가 아니지. 괜히 뜨끔해서는 빠릿해졌다. 태환아, 알지. 외국인에게는 다정하게.. 친절하게. 시뻘게져선 >_< 표정이 나오는걸 보니.. "으, 음. 왜 좋을까..?" '왜 좋을까하..↗?" 로 들렸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너의 대답이야. 형은 지금 괜히 네가 막 좀 무섭고 그렇다. 턱으로 뻣뻣하게 가르킨 곳을 보니, 아까 떨어뜨린 핸드폰이다. 너의 그 자연스러운 안면근육... 대단히 귀엽다. 2살 젊음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하늘 높이 뻗은 그 긴 팔로 핸드폰을 들고, 뒷목이 부러질듯 고개를 젖혀 액정을 보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너무 정직하게 고마워하는 그 얼굴에 모질이라고 구박도 못하겠다. 손이 솥뚜껑만해서 그런가, 그 주변만 이불 주름이 깨끗이 사라졌다. "봐." 자세히 보니, 스마트폰을 엄청 유용하게 쓰는구나. 난 노래만 듣는데. 뭐여, 한자가 참 복잡도. 검색 버튼인 돋보기를 누르면... 화면에 한국어 뜻이 떠올랐다. :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 흠모, 존경의 대상. "태환 내 이거." ...세상에. 우상? 너무 단어가..적나라하다. 특히 그 밑의 뜻풀이가. "우..썅?" 그리고 또 바보같은 웃음. 또 기분이 좋아지는건 어쩔 수 없다. 몰라, 나도. "아, 태환. 이거봐." ----------------------------------------------------------------------------------------------- 다음 화가 마지막이에요 원래 10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텍본은 1~10화 + 번외로 해서 공유할게요 그리고 네이버에 쑨환 찾아다니다가 발견했는데요. 누가 이미 긁어가셔서 텍본 만드셨더라구요. 댓글에는 그런거 허락 받으신 분 안계셨는데. 어떤 분은 블로그에 텍본 공유 안하면 긁어서라도 공유하겠다는 글도 쓰시고.. 그러지 마세요. 아 그리고ㅠㅠㅠ 추천이랑 댓글좀ㅠㅠㅠㅠㅠㅠㅠㅠㅠ
">_<v"
"........."
">_<v 찰칵 찰칵 찰칵"
찰칵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는 가운데 숨이 넘어갈듯 경기를 일으킨다.
심지어 깜짝 놀라 일어나다가 옷장 손잡이에 정수리를 갖다 박는다.
찰칵, 찰칵, 찰칵.....
연속촬영 꽤 기네, 좋은 폰 쓴다?
아픔이 가셨는지, 고개를 슬금슬금 들고는 멍하니 내려다보는 내 눈치를 본다.
"태, 태환. 씻었어?"
다 못씻었다 임마.
"태환.... 정신."
은근슬쩍 다가와 멍해 있는 내 볼따구를 콕콕 찌른다.
"야!!!!!"
"네, 네!!!!"
"너임마, 손 번쩍 들고 서있어!!"
"네?? 네!! 아악!!!!!"
쾅!!!
오우, 2차 자해.
번쩍 들어올린 손이 천장에 그대로 내질러졌다.
너 왜 자꾸 네가 198cm인걸 까먹어.
"흐어으어억....."
저기요, 윗집인데요. 글쎄 자꾸 바닥이 쿵쿵대서.. 댁의 아이 키가 좀 큰가봐요.
그러니까 도대체 그걸 왜 찍고 있냐고.
근데 왜 내 옷을 같이 찍으세요!! 존나 패션에디터세요?!
"순양아."
"네에......."
"........"
훌쩍.
코먹지 말고.
네에.
"우리 순양이 변태니?"
"벼..?"
"음,You.. 아이 관두자."
변태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이러는게 절대 아니야.
일본어로는 헨타이인거 아는데.
아.. 그렇다고 내가 오타쿠는 아니야. 이정도는 상식이지.
...아니야?
"그걸 왜 찍어, 응?"
내 옷장에 뭐 좋은게 있다고 찍어.
"그, 그냥..."
그냥이 아니지.응?
"네.."
"...너 나따라서 꽃무늬 수영복 샀더라."
".......!"
저 표정은
구만.
"그거 말고 세개나 더있다며?"
"어....,어,"
"코치님한테 내꺼랑 같은 유니폼 해달라고 그래서 혼났다며?"
"음, 음, 나, 한국말 못해."
나, 나, 못알아듣는다, 긴 말.
딴청을 부리며 눈을 피한다.
"찍어놨다가 내 옷이랑 똑같은거 사려구 그랬어?"
"....!!!!"
---------------------------------------
헤드폰이나 수영복 같은것도 기사로 봤을때 헐... 하고 말았지만.
"순양아."
"네, 넵."
아니야, 이건.
"순양이는 나랑 같은 옷 입는게 좋아?"
"........."
그, 그래. 내가 괜한걸 물었구나.
말 끝이 떨려서
"태환, 내.."
내?
"내...."
네 뭐여.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인상을 썼다가, 눈을 굴리다가, 내 눈치를 본다.
그리고 슬금슬금 무릎으로 다가오는데...
"왜,왜!! 왜 와!"
"어, 음.."
팔을 내리지도 못하고 계속 들고 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자꾸 눈치를 본다.
"왜, 또, 또, 똥마려?"
"아니이..."
그럼 뭐, 왜, 뭐. 뭐 왜 오는데.
그 셀카씬이 좀 충격은 충격이었다, 야.
"저..저거 좀."
잉, 저거?
말하다 말고 핸드폰은 갑자기 왜?
자.
괜히 조심스럽게 건네주니 쏙 받아간다.
그 사이 손이 스치자, 역시나 >_< 표정은 자동.
아, 젊음의 문제가 아닌가?
혼자서 이런 상념에 빠져 있을때에, 순양이는.
아까 손을 들고 있으라던 내 말을 꿋꿋이도 지키며.
"누..눈부셔."
당연하지. 천장엔 형광등이 있으니까.
이 모질아....
"이제 손 내려도 돼....."
"고마워!!"
그, 그래.
"태환, 태환. 이리 와봐."
어느새 내 침대 위로 쏙 올라가 제 옆을 툭툭 두드린다.
오오...
하며 감탄할때가 아닌데.
"왜..."
"가까이, 이리."
또 괜히 거리를 두고 힐끔 들여다 보는데, 팔을 쭉 잡아끌어 제 옆에 앉히곤 액정을 가리킨다.
응?
낯선 인터페이스.
"중한사전이네."
이걸로 공부하나?
역시.. 젊음이란.
내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는것을 확인하고는, 이어 무언가를 입력한다.
'偶像'
쑨양이 날 보고 웃는다.
偶像
우상 [명사]
"......."
큰일났다, 기분이 엄청 이상하다.
핸드폰을 보여주며 해맑게 웃는 그 모습이 너무 기분좋아 보이는것도 참 이상하다.
욕 같게 말하지마......
"우.상."
"아,응. 우상."
중국 최고의 선수가 날 우상이라고 하는게 참 신기하면서도,
얘가 왜이러나 싶으면서도,
미치겠다.
그 바보같은 웃음에 나도 똑같이 바보같은 웃음으로 답할수밖에 없다.
"뭐?"
커다란 손가락이 연이어 'Eng' 탭을 누른다.
그러자 떠오른 한 단어.
'idol'
:
(많은 사랑을 받는 대상인) 우상
(신으로 숭배되는) 우상
"태환, 내 아이돌."
"..............."
사람 인생은 참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
수영선수 박태환 24살에 아이돌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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