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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소나타

03


W. 포장





11

“강영현 씨?”


“네.”


“퀵이요.”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헬멧을 벗는 이가 낮은 목소리로 영현을 찾았다. 영현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대답하면 벗은 헬멧을 옆구리에 끼며 그리 두껍지 않게 봉해진 갈색의 봉투를 내밀었다. 영현이 서류 봉투에 눈길을 주다 무심한 표정으로 건네받았다.


서명까지 받고서야 방을 나서는 이는 갈 길이 바쁜 듯 곧바로 헬멧을 써 얼굴을 가렸다. 동시에 양손에 하나씩 파란색 이온음료 캔을 쥐고 몸을 틀어 들어오는 또 다른 남자가 방을 나서는 이를 흘긋이다 물었다.





“뭐야?”


“퀵. 하루 악보.”


“오- 드디어 왔어?”


“…”





차가운 음료 캔을 하나, 영현의 앞에 내려놓으며 남자가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서 아닌 척 영현의 표정을 빠르게 살폈다.


아무런 표정도 없어 보였지만 영현의 매니저로 옆에서 나름 오래 보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눈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순간 안쓰럽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영현이 얼어버리기라도 한 건지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였다. 봉투를 뜯어보지도 내려놓고 음료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저 멍하니 제 손에 들린 봉투를 바라보기만 했다.

봉투를 열면 그게 저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루와 관련된 것이면 늘 저런 식인 영현이 답답할 법도 하지만 둘의 사정과 그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그저 모른척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기다릴 뿐. 충분한 시간을 가지게 두었다.


지금의 영현에게 충분한 시간이란 게 존재하기는 할까 싶기는 했지만 어째 이번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길다.





“…바로 연습 시작해야지?”


[데이식스/강영현] 바이올린 소나타 03 | 인스티즈

“그래야지.”





대답은 곧 잘한 영현은 여즉 그대로였다. 눈치를 보다 말을 꺼낸 영현의 매니저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제 짐을 챙겨 연습실을 나섰다.





‘오늘 연습은 글렀네.’





영현이 그저 넋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 그날을 떠올리고 떠올리고 또 떠올리고 있었다.

하루를 향한 미안함의 무게를 한 움큼 얹게 된 그 날을.





“하루야…”





어느새 붉어진 눈으로 하루의 악보가 담긴 서류 봉투를 품에 안았다. 그게 하루라도 되는 것처럼.


그때의 하루는 영현을 항상 울고 싶게 만들었다. 수백 수천개의 바늘로 심장을 빼곡히 콕콕 찌르는 것 같이 찌르르했다. 정작 위로를 받아야 할 순간들에도 영현은 하루를 위로해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랬다. 하루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하루의 흔적을 끌어다 품에 넣었다.


착잡한 심정이 눈 앞을 가렸다.





12

수십 번 지나온 길이었다. 곡을 정해 셀 수 없을 만큼 연습하고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영현에게 또 다른 대회란 그러했다. 이전과 별다를 바 없는, 그런. 하루에게도 그랬던 것이 문제였지만.


영현이 긴장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저 저가 좋아하는 하루를 따라 곡을 정하고 하루가 좋아하니까 잘 보이기 위해 연습을 했을 뿐이었으니. 무서운 재능에 따라오는 순위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아, 그마저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축하해주던 하루의 웃음이 좋았으니 중요하긴 했던가.


아무튼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영현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





반대로 매 순간이 어렵고 괴로운 하루였다. 선택의 순간에도 실수라도 할까 긴장 속에 살던 순간에도 제 친구를 축하해 주어야 하던 순간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부단히 노력해도 어렵고 어려웠다.


분명 즐기던 일이었다.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매달리던 일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한다니 어떻게 즐기지 않을 수 있었겠나. 진심으로 영현을 축하해주던 날들도 있었다. 내 일인 것마냥 같이 기뻐해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럴 수 없었다.


못난 질투와 무너져 내리는 자존감으로 점철되어 제 오랜 우정과 애정의 상대를 애증의 대상으로 바꾸어버린 것은 순간이었다.





[데이식스/강영현] 바이올린 소나타 03 | 인스티즈

“하루야!”


“왔어?”


“응. 밥은 먹었고?”


“그럼.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벌써 그렇게 됐나? 얼른 보고 싶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오늘따라 더 기분 좋아 보이네.”


“당연하지! 곡 정하는 날인데!”





그렇지. 곡 정하는 날이지.





평소와 다르지 않은 웃음을 보였다. 그녀도 자각하지 못한 때부터 감정이 뒤죽박죽 섞인 채로 그저 웃음만 내보였다. 제 작고 초라한 마음을 숨기려 할 수 있던 일은 그것뿐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일. 힘들어도 익숙해졌다. 그래야 했다. 이 모든 일이 그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내 잘못인가…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품고 살았다.





연습이 부족한가?

사람들 말대로 영현이가 대단해서 그런 건가.

나 따라서 클래식한다고 할 때 말릴 걸 그랬나?

아니, 적어도 바이올린은 하지 말라고 할걸. 그랬으면 괜찮았을까.





영현이 바이올린을 배우고 무서운 기세로 저를 쫓아올 때도 그저 재능있다고, 우리 참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무렴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해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다니던 저만큼이야 할까 싶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

오만했던 것은 저였다.


그런 저를 벌하기라도 하는 듯 언제부터인가 영현의 뒤를 쫓고 있었다.





“영현이 너 곡 정했어?”


“나야 뭐 항상 똑같지.”


“이번에도 같은 곡으로 할 거야?”


[데이식스/강영현] 바이올린 소나타 03 | 인스티즈

“응. 하루 너랑 같은 거로 할래.”


“알았어. 이번에도 열심히 해보자.”


“그래!”





더는 입상과 상관없던 때, 그녀는 독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형화된 점수 매기기가 아니라 정말 관중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실력으로 앞서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에도.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 수준 꽤나 있다는 자들도 까다로워하는 곡으로 정하고 그도 그 곡을 연주하도록 두었다.





처참한 결과였다. 딱 죽기 직전까지 연습했던 곡이었다. 하루 스스로도 만족하는 연주를 끝내고 자신만만하게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점점 표정을 굳히며 깨달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이길 수 없겠다고. 저 괴물을. 어떻게 이겨. 아닌 척, 괜찮은 척 쌓아오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을 느끼며 그녀와 그의 실력 차를 인정했다.





“이번에도 영현이가 압승이지?”


“그걸 말이라고. 한 번 이기지도 못할 거 왜 맨날 영현이 따라 한대?”


“쪽팔린 줄도 모르는 거지. 저 잘난 맛에 사는 애니까.”


“나 같으면 바이올린 그만뒀다. 아니면 영현이 옆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던가.”


“내 말이.”





관객들이 퇴장을 하던 중 멍하니 앉아있는 하루를 향한 말들이었다. 평소 하루와 영현이 줄곧 붙어 다니는 걸 못마땅해 하는 무리였다. 그들의 대화에 나가던 이들 몇이 하루에게 잠깐 눈길을 주기도 했다. 여러감정이 화살처럼 하루에게 가 박혔다. 대화 말미에 저들끼리 깔깔거리며 장내를 나서는 그들에게 하루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보아도 같은 곡을 연달아 연주하는 것은 의도가 있지 않은 한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상했으니까.





내가 따라 했다고… 그렇게 보이는구나.





진실은 알려진 사실과 달랐다.

그에 상처받는 것은 하루 혼자였다.


잔뜩 가라앉은 눈으로 텅 빈 연주회장을 마지막으로 나서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그녀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기실로 저를 보러 오지 않는 그녀를 보러 기어코 하루의 집으로 찾아간 영현의 얼굴이 한없이 맑았다. 그녀의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침대도 의자도 아닌 바닥에 앉아있는 하루를 보고 놀란 영현이 하루를 일으켜 세웠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근데 왜 이러고 있어, 걱정되게.”


“그냥…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는 그에 희미한 웃음을 보이며 제 팔을 잡고 있던 영현이의 손을 토닥였다. 습관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영현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녀를 침대로 데려가 나란히 앉아 그의 생각을 조잘조잘 뱉어내기 시작했다.





“하루야, 너 오늘 완전 멋졌어.”


“그랬어?”


“그럼-”


“다행이네.”


[데이식스/강영현] 바이올린 소나타 03 | 인스티즈

“하루 네가 최고였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그 말에 하루는 힘들게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끊을 놓쳤다. 더는 괜찮은 척할 수가 없었다. 속에 다른 사람이라도 숨겨두었던 듯 그녀도 한 번 본 적 없는 모습이 튀어나왔다.





“…장난하니?”


“응?”


“너도 내가 우습지? 나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일부러 매번 같은 곡 선택했니?”


“하루야… 내가 그럴 리가…”


“아니면 왜 그랬는데?”


“아니, 나는 그냥 좋아서 그랬…”


“그래. 좋았겠지. 너만.”


“…하루…”


“그동안 내 속이 타들어 가는 건 모르고! 넌 그냥 다 좋았겠지!”


“…”


“그래서 항상 나보다 위에서 나 내려다보는 기분이 어때?”





자조적으로 웃으며 저에게 소리치는 하루를 보는 영현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저는 그저 좋아서 그랬을 뿐인데. 하루와 같은 것을 하는 게 좋아서. 하루가 저를 보고 웃어주는 게 좋아서. 하루가 칭찬해주는 게 좋아서.

하루가 좋아서.





[데이식스/강영현] 바이올린 소나타 03 | 인스티즈

“하루야… 갑자기 왜 그래…”





허- 헛웃음을 내뱉은 하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갑자기…”


“…”


“갑…”





방금까지도 그에게 흥분해 소리치던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단어를 만들고 문장을 끝내려 입을 열면 그 사이로 나오는 게 생각했던 문장이 아니라 울음소리일 것 같아서. 그는 놀란 눈으로 눈을 감고 울음을 목 뒤로 꾸역꾸역 삼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루야…”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뜨고 그를 치켜올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저를 원망스럽게 보는 그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녀가 닫은 문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괜찮냐고 달래주어야 하는데 몸이 굳어 그대로 앉아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그가 떠났겠거니 그제야 목놓아 우는 하루의 소리가 영현에게 가 닿았다.

너무 애처로운 소리에 영현이 고개를 숙여 제 발끝에 시선을 두었다. 끝날 기미가 없는 울음에 영현이 하루의 생각대로 움직여주기로 했다. 온몸에 힘을 주어 억지로 일어나 천천히 하루의 방을 나서는 영현이의 발목에 족쇄라도 달린 양 무거운 걸음이었다.


그날부터였다.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친한 친구 사이로 보이는 둘이 사석에서 말을 섞지 않은 것도 그녀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도.





13

혼자 쓰기에는 과하게 넓은 영현의 연습실에 드물게 사람이 많았다. 그래 봐야 평소보다 많을 뿐, 고작 다섯이었다. 연습실 중간 즈음 놓인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하는 30대의 반주자 한 명. 그보다 조금 앞에 서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영현.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 둘을 마주하고 있는 하루와 영현의 매니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불만이 가득한 하루의 옆에서 마냥 싱글벙글인 원필.


두런두런해야 마땅할 인원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과 찬 기운만 감돌았다. 그 속에서 묵묵히 연주를 하는 영현과 반주자였고.


아직 곡의 중간에 도달하지도 못한 채 하루의 손이 다시 한 번 들렸다.

동시에 영현의 연주도 멈추었다.


잠시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은 채로 여러 갈래로 시선이 엮였다. 영현만 응시하던 하루가 고개를 돌리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사람들 앞에서도 그렇게 연주할 생각이야?”


“…”





하루의 음성에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영현은 원필에게로 눈길을 돌려 피했고 매니저는 투박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으며 반주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둘이 친하다던데 분위기가 왜…’ 하는 생각은 덤이었다.

원필만이 하루 쪽으로 몸을 돌려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다.





“에이- 우리 하루 너무 예민해졌다.”


“너도 시끄러워.”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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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시끄럽다고 한 거야?”


“…그게 뭐.”


“어후, 냉기 철철 카리스마 넘쳐. 멋있어서 반했잖아.”





영현의 매니저와 반주자가 ‘쟤가 지금 무슨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나…’ 하고 놀란 표정으로 원필을 바라보았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하루가 코웃음을 치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루의 표정이 한껏 누그러졌다.

영현이 제 바이올린과 활을 꼭 잡아 쥐었다.





“저… 하루 씨, 정확히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말을 해주면…”





어물어물 하루의 뒤통수에 닿은 매니저의 물음에 고개를 돌리던 하루의 시선이 일순간 영현의 손에 머물렀다. 혼자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현을 짚는 손가락마다 피딱지가 앉았다.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따로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영현은. 마치 하루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래서 심기가 뒤틀렸다. 그게 다였다.





김하루. 못났다, 진짜.





차마 좀 전처럼 영현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영현의 손에 닿았던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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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하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주자가 제 몫의 악보를 가방에 넣지도 못한 채로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하며 연습실을 나섰고 영현의 매니저는 셋을 번갈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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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셋이서 밥 먹는 거 진짜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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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





고급 일식집 제일 깊숙한 방 안에 여자 하나와 남자 둘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 틈에서 웃고 있지 않은 이는 하루 한 명뿐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표정이 그리 날카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천천히 초밥을 집어삼키는 그녀를 연신 웃는 낯으로 흘긋 본 원필이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영현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관심 없는 척했지만 가만히 다 듣고 있던 하루의 머릿속에 교복을 입고 도시락을 나눠 먹던 저들의 어릴 적이 떠올랐다.


아무 걱정 없이 좋았던 때. 제 마음이 온통 검게 물들기 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때였다.





이제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에 빠져있느라 둘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 귓전을 때리는 원필의 질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본 원필과 시선이 엮였지만 질문의 대상은 그녀가 아니었다. 다른 의미로 동시에 하루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했지만. 여전한 웃음을 달고 곧바로 영현에게로 고개를 돌려 영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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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도대체 얼마나 한 거야?”


“응?”


“네 손가락. 숨기지도 못하면서.”


“아…”





영현이 하루의 눈치를 보며 젓가락을 놓고 급하게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원필이 저에게서 고개를 돌렸을 때 일찍이 영현의 손을 눈에 담은 하루였다.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감추지도 않은 채로. 하지만 뒤늦게 영현의 눈에 담긴 하루는 먹지도 않고 제 앞에 남은 초밥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는 중이었다. 영현은 그 순간마저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렇게 연주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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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원필아, 그만…”


“내버려 둬. 나 찔리라고 하는 소리 같은데.”


“또, 또! 반대로 말한다.”


“근데 질문이 잘못됐잖아. 제대로 물어야지, 원필아.”


“어떻게?”


“그렇게 연습을 하고도 왜 제대로 못 하는지.”





흐음- 원필이가 턱을 괴고 하루를 보았다. 죄책감 가득한 영현의 눈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제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뾰족하게 뱉어내는 말과는 달리 하루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괜히 심술부리기는. 원필이 생각했다.





“이만하면 오래 앉아있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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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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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그러던가 말던가.”





15

차를 모는 원필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훑은 영현이었다. 바짝 타는 입술만큼이나 메마른 제 속도 모르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가요를 흥얼거리기까지 하는 원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왼손을 뻗어 라디오를 껐다. 그 참에 원필이가 왜 그러냐는 듯 영현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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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내가 뭘?”


“하루.”


“하루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그게 괜찮은 거라고?”


“응. 나 믿어.”





여전히 못 미덥다는 얼굴의 영현이었지만 그도 사람이기에 결국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루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거라고. 오늘만큼은.





“마음에 안 들었겠지…”





원필이 힐끔 본인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영현을 보고 전방을 주시했다.

내내 걸려있던 웃음이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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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안 들겠지.”





목적어를 생략한 채 영현의 말을 따라 작게 읊조렸다. 그 탓에 자책을 하는 영현의 고개가 푹 수그러들었다. 상처가 가득한 제 손끝을 불안하게 쓸어내리면서.





하루는 다 마음에 안 들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제 자신이.





당장에라도 뱉어내고 싶은 말들을 속으로 꾹꾹 삼키며 운전하는 데 집중하는 원필이었다. 정적이 가득했다. 이따금 영현의 낮고 작은 한숨 소리가 아프게 가라앉았다.





미팅까지 취소하고 부러 하루를 태워 영현의 연습실로 향했다. 첫 연습이라서. 물론 앞으로도 다른 약속을 잡을 일은 없었다. 하루가 영현의 연습실을 찾을 때마다 따라갈 작정이었다. 오늘처럼 항상 그런 분위기일 테니까. 중간에서 저가 적절히 끊어내지 않으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또 둘은 자책하고 상처받을 테니까.


눈앞에 보이듯 훤한데 그걸 가만 내버려둘 원필이 아니었다. 생각만 해도 같이 괴로워지는 원필이었다. 제 소중한 이들이 언제든 마음을 먹으면 돌아갈 수 있게 최악의 상황을 막고 싶었다.


때마침 빨간 불로 바뀐 신호에 차를 세우고 영현의 고개를 돌려 저를 보게 만들었다.





“미안해하지 마.”


“어떻게 안 그래.”


“네 잘못 아니야.”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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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영현은 당연했고 하루의 잘못 또한 아니다. ‘그냥. 그냥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 거야.’ 확신에 차서 말하는 원필이 영현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런 저의 친구를 보고 영현이 쓰게 웃으며 차창 밖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세기 시작했다.





“정말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나는 하루한테 미안해.”


“…”


“하루만 보면 사과하고 싶고.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서 하루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그냥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어. 감히 같이하려고 하지 말 걸 그랬어.”


“강영현.”


“왜 그랬을까?”


“하루도 응원했잖아. 영현이 네 연주 좋아했어.”


“그랬지. 근데, 원필아.”


“…”


“지금도 그럴까?”





다시 원필에게 돌아와 딱딱하게 굳은 얼굴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파하는 쪽에 가까우면 그랬지 더는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하루가 아니면 난 이런 거 다 필요 없는데 그만둘 수도 없어.”


“…왜?”


“내가 지금 와서 그만둬버리면 하루는 어떻게 해? 이제 전처럼 연주도 못 하는데. 여태 마음고생 했던 건 다 어쩌고? 그 아픈 일을 다 헛일로 만들어 버리면 안 되잖아. 미워할 대상이라도 있어야지.”


“너나 하루나 진짜 답답해. 그거 알아?”


“하루 더 아프게 하는 거 나도 싫어.”


“너는. 너도 괜찮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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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나도. 하루가 그런 눈으로 보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데 그러면 내 마음만 조금 편해지는 거잖아. 차라리 미움받는 게 나아.”





영현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이미 신호가 바뀌어 뒤에서 원필이 출발하기를 기다리던 운전자가 가볍게 클락션을 울렸다.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깨물며 차를 출발시키는 원필이 답답한 듯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그런 원필을 보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영현이 차창에 기대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

오늘도 많이 감사합니다♥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독자1
아 진짜 마음아파. 둘다 돌이킬 수 있을까? 원필이 아무리 중재해도 결국 해결해야하는건 당사자인 둘일텐데.
•••답글
포장
맞아. 결국엔 둘이서 해결을 해야지. 원필이가 없었으면 또 어떤 상황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하는데 그건 또 나름대로 애들 성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애들 마음아파 해주는 하루 댓글 고맙당♥ 좋은 한 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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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님두 좋은 한 주 보내세요!! 그것도 그렇네요. 중재자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극단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깎아 내리며 영현이를 미워하고 그 사이 영현이는 점점 무너질 것만 같은 고런 너낌,,,ㅠㅡㅠ 저는 어떻든 다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쓰신 글이라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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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64.183
강영현 주인밖에 모르는 비에젖은 갱얼쥐 느낌이라 너무 안타까워요ㅜㅠ 그렇다고 하루가 이해안되는것도아니고ㅠ
하루가 방어기제로 영현이 미워하는 느낌 들어서 본인을 그만미워했음 좋겠는 마음 흑흑 😭😭
물론 맘처럼되진않것지만요

•••답글
포장
이 글에서의 영현이는 처연하고 아련하고 안타깝고 그래서 또 예쁘고... 비에 젖은 강아지 딱이네요, 정말 ㅠㅠ 사실 문제를 만든 계기 자체는 흔한 일이라 이쪽 저쪽 다 공감이 될 것도 같아요. 현실에서도 쉽게 둘의 상황에 처해지고는 하니까요... 하루 잘 이겨낼 수 있겠죠? 결국은 하루가 답이긴 하네요. 아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는 하루의 선택에 제일 크게 좌지우지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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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상황이 그들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면,그다음엔 그들이 주어진상황에서 주체적으로 상황을 바꿔 다시 만들어 나갔수있어”라고 말해주고싶은 세명이네요. 그저 언젠가 깊숙히 본연의자신을 마주할수있는 하루,저보다 하루가 우선순위였던 날들의 상처가 아물어지는 영현,본인의 노력이 결국 그들을 다시 아니 같이 이어지게 만들었음에 기쁠수있는 원필이되서 훗날 지금의 에피소드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들일였다 말할수있는 애들이였으면좋겠어요ㅠㅠ작가님필체가 너무좋네요.그래서 너무깊게빠져서 읽게되나봐요.이상하게 어쩌면 이상하지않게생각을 깊게해 얻어가는게 많은작품인거같아요!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답글
포장
그 말 너무 좋네요. 엉망인 상황을 주체적으로 풀어 해결한다니. 애들이 꼭 그럴 수 있기를... 정말 ㅠㅠ 제가 원하고 그리던 캐릭터 설정 완벽하게 이해해주셨네요. 꼭 꼭 그렇게 될 거예요! 그렇게 만들고 말겠어요. ㅋㅋㅋㅋㅋ 애들 나중에는 상처 다 잊고 더 더 행복하게! 항상 이렇게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필체 좋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참 좋네요 ㅎㅎㅎ 흔한 상황이라서 더 그럴 거예요. 흔하게, 흔하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당 ㅎ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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