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2 화창함
오늘은 날이 너무 좋다. 너랑 어울리는 날씨야, 김여주. 오늘 아침 학교가고 있는데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니 모습이 보였어. 뛰어가서 인사할까 백번 쯤 고민하다 또 용기를 못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니가 뒤를 돌아봐서 깜짝 놀랐어. 내 놀라는 모습을 니가 봤을까? 나 원래 그렇게 깜짝 놀라고 그런 남자 아닌데 너가 좀 우습게 봤을 까봐 신경 쓰인다.. 근데 왜 뒤돌아 본거야 너? 내가 뒤에서 걸어가고 있는거 알고 있었어? 알고서 돌아 본거였음 좋겠다.
어제 박찬열 개새끼가 게임하자고 조르지만 않았어도 이 월요일 아침 내 컨디션은 괜찮았겠지.. 오늘 박찬열 개새끼 조져버리겠다고 결심을 하고 나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길가에 뒹굴고 있는 돌멩이도 괜시리 한번 차고, 갖은 짜증을 부리며 학교를 가고 있는데,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저 앞에 김여주로 보이는 뒷모습이 보였다. 매일 보는 뒷모습에 익숙해져 저 많은 뒷통수 중 김여주를 한번에 찾아내다니,, 나도 참 징하다.
그래도 좋았다. 어제의 피로는 너를 보는 것 만으로 반쯤 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직 교문까지는 5분 정도는 더 걸어가야했다. 너랑 인사하고 싶다. 그리고 남은 거리를 이야기 하며 같이 걷고 싶다. 니 이름을 크게 불러볼까? 말이 안된다. 너랑 나랑은 떡볶이집에서 우연히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다. 내가 너를 제쳐 걸어 뒤를 돌아 인사할까? 이건 좀 말이 된다. 경보하면 또 변백현이지. 내 허벅지야 힘차게 걸을 준비 했니.
파워워킹을 하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김여주가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두리번 대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깜짝놀라 다리의 힘이 풀렸다. 이럴수가.. 죽고 싶었다. 눈을 내리 깐뒤 다시 한번 쳐다본 너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게서 시선을 거뒀다. 인사할 타이밍을 또 놓쳤다.. 이렇게 너랑은 또 멀어지는 구나
20150625 흐림, 비
여주야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너랑 우산을 같이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직 하나님은 날 사랑하시나? 이렇게 되라고 오늘 우산을 안가져 가게 하셨나?? 나 오늘부터 열심히 기도하려고 ㅎㅎ 근데 너 무슨 향수 쓰는지 엄청 궁금하다. 너가 지나갈 때 마다 좋은 냄새 난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우산 같이 쓰고 오면서 이게 뭘까 한참 생각했어. 도경수가 맨날 뺏어 가는 니 담요에도 그런 냄새가 나겠지? 나 원래 비냄새 되게 좋아하는데 이제 비 냄새 맡으면 너가 더 생각날거 같에, 김여주한테서 나는 좋은 냄새, 따뜻한 온도. 내일도 비가왔음 좋겠다. 난 또 우산 안가지고 갈 거야.
긴 가뭄 끝에 비가온다. 비가 올줄은 몰랐는데.. 학교에 앉아 있다 보니 하나 둘씩 빗방울이 창문을 치고 있었다. 비 냄새는 좋은데 비 맞는건 싫다. 박찬열 우산을 뺏어 써야 하나 아니면 엄마한테 sos를 쳐야 하나 잡생각이 많아졌다.
김여주는 우산 가지고 왔으려나? 문득 너는 어떤 우산을 들고 다닐까 궁금해졌다. 내 우산은 검정색이다. 남들이 다 가지고 다니는 흔하디 흔한 검정 장우산.
학교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박찬열은 오늘 약속이 있다며 날 버려 둔 체 곧바로 어디론가 향했다. 우산도 없고 엄마를 불러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꺼놨던 핸드폰을 켜 엄마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저 앞에서 도경수가 여주를 향해 ‘미안’ 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였지만 이미 많은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 안에서 내가 듣는 건 무리가 아니였다.
도경수는 재차 ‘데려다 줘야되는데...’란 말을 하고 있었다. 김여주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눈을 흘긴 뒤 됐다며 도경수의 배를 툭하니 쳤다. 김여주의 장난에 도경수는 마음이 놓였는지 내일보자란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갔다. 그제야 김여주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우산좀 가져다 줘 란 카톡을 보낸 후 나른하게 김여주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김여주가 짐을 다 챙긴건지 나가려고 하면서 교실을 슥 하니 훑었다. 이번에도 눈이 마주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김여주가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변백현 너 안가?”
엄마를 기다린다고 말해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갑자기 다가와서 말 걸줄은 몰랐는데...
“.. 우산 없어서”
뒤늦게 말을 뱉은 후 김여주의 손을 바라보니 하얀 손으로 꼭 쥐고 있는 회색깔 우산이 보였다. 담요랑 같이 산건가? 색깔이 똑같았다.
“너 ㅇㅇ아파트 살지? 나도 그쪽이랑 가까운데 우산 같이 쓸래?”
같이 쓰잔 그 한마디에 여러 가지 생각이 폭발할 듯 쏟아졌다. 얼른 대답을 해야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다.
“싫음 말구”
대답이 늦어지는 것이 싫다는 표현이라고 생각한 듯 김여주가 뒤를 돌아 나가려 했다.
나는 정신을 부여잡고 김여주의 손에 들려있는 회색 우산을 뺏어 들고 교실을 나섰다.
김여주와 함께 있는 우산 안은 신기했다. 김여주는 필사적으로 비를 맞지 않으려 내 팔을 잡고 꼭 붙어 있었고,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의외로 어색하지 않게 대화하며 걸었다.
“넌 왜 맨날 수업안듣고 퍼자?”
“알고 있었어?”
“선생님들이 너 자고 있으면 맨날 욕하셔”
나는 퍼잔게 아닌데,, 그냥 널 보고 있었던 건데.. 선생님들이 날 욕할 때 니가 날 봤으면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널 어떻게 보고있는지 알수 있을 텐데
“변백현 우리 같은 반이고 집도 같은 방향인데 인사는 하자 니가 나 별로 안좋아 하는건 아는데 그래도 인사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내가 널 안좋아해?? 그건 어떻게 도출된 결론이야?
“내가 널 왜 안좋아해”
“내가 말 걸면 너 표정 완전 안좋아”
그건.. 그래서가 아닌데...
김여주는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는 건지, 내일 보자 라는 말과 함께 아파트 현관으로 쏙 들어갔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혹여 김여주의 냄새가 씻겨질까 얼른 뛰어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아직 여주 냄새가 났다. 다른곳이 아닌 내 팔에서.
+비오니까 감성 터지자나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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