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혈육에 연연하지 않았다.
“젓가락질 똑바로 하라구.”
가족이 내겐 의미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벌의 아들.명성 하나만큼은 높다고 자부할만한 집안의 딸.두 사람들은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만났고 얼마뒤 결혼했다.서로가 아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나름대로 가정에 충실하려 애썼다.남자가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우긴 했지만 적당한 시기에 애도 가졌다.그리고 열 달 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에서 애를 낳았다.그 애가 바로 내 언니였다.언니는 태생 부터가 유명했다.가진 핏줄이 남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할머니가 엄마의 출산 소식에 직접 병원으로 행차해 언니를 안았기 때문이었다.대한민국을 틀어 쥐고 있는 재연그룹 여회장의 행차는 꽤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돈 많은 늙은 노인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언니의 사진은 한동안 화제였다.재연그룹 공주님.회장의 외손녀.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호칭들이었다.사람들은 재벌가의 일원으로 태어난 언니의 장밋빛 미래를 부러워하면서도 언니가 재연그룹 권력의 다툼의 도구로 이용될것을 알아 동정했다.
“살면서 식사 예절 하나 똑바로 안 배우고 뭐했어?”
내가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는 언니가 더 잘 알았다.나는 술집 마담의 딸이었다.
“모르시나본데.”
들고 있던 젓가락을 식탁에 내던졌다.
“사창가에서는 식사 예절 같은거 안 가르쳐요.남자 좆 빠는 법 가르치지.”
언니의 아빠가 우리 엄마를 안았다.명성 높은 집안의 남자가, 하룻밤을 십 오만원에 파는 여자와 잤다는 말이다.피임을 했지만 실패했다.집안 사람들은 업소 여자의 딸로 태어난 날 받아주지 않았다.아마 평생 모른체 했을 것이다.아빠가 유언장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갈겨놓지만 않았어도.
죽기 직전 아빠는 유언장을 수정했다.독한 사람이었다.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면서도 변호사를 불렀다.수정된 유언장에는 아빠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회사 주식의 80%를 내 앞으로 돌린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나머지 20%는 언니의 몫이었다.그마저도 날 본가로 데려와 호적에 올리지 않으면 지급이 파기됐다.
내가 사창가에서 엄마를 배우면서 자랄때 단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았으면서, 왜 유언장에는 날 언급한건지 알 수가 없었다.자기가 손 안 쓰면 사생아로 자라게 될 아이가 불쌍했던 걸까.그걸 뒤지기 전에 느낀 건가.
“그래서 너도 몸 팔았니?”
“애새끼한테 발정하는 남자가 많아서요.”
“......”
“근데 다행히도 난 일은 서빙만 해서.내 친모가, 약에 빠져 살긴 해도 딸년 창녀짓 시킬 정도로 맛간건 아니거든요.”
묶어도 헝클어져 보이는 머리.창백한 피부.엄마는 미인이었다.약에 빠져 살아서 제정신이 아니긴 했지만.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누가 믿으래요?”
“말버릇 못 고치지 씨발년아.”
“고칠 수 있었으면 언니가 나 교육하러 오지도 않았겠죠.”
“못 배운게 자랑이야?”
“언니, 동생년 교육하러 왔으면 그냥 시간 맞춰서 가르치고 꺼져요.말 되게 많다.”
“안 그래도 갈 생각이야.너 같은 애는 백날 교육해봤자 갱생이 안 돼.”
“잘 생각했어요.”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어서 꺼져요 언니.
아름다운 얼굴을 있는대로 구긴 언니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찌푸려져도 예쁜 언니의 얼굴을 감상하다, 시선을 가방으로 옮겼다.샤넬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가방은 이번 시즌 새 신상품이었다.저걸 보고 있자니 얼마전 언니가 인터뷰한 기사의 내용을 떠올랐다.
<저는 명품을 좋아하지 않아요.브랜드가 유명해도 가방은 그냥 가죽 가방이고 지갑은 지갑일 뿐이잖아요.> 언니.명품을 안 좋아해서 샤넬 가방을 새로 나오는 족족 사요? 인터뷰 기사를 스크랩해서 면상에 던져주며 묻고 싶었다.
가방을 챙긴 언니가 걸음을 옮겨 현관에서 구두에 발을 우겨넣었다.구두도 명품이었다.
“알아? 난 니 얼굴 보는게 역겨워.”
“난 언니 얼굴 보는거 좋아요.언니 생긴게 예뻐서.”
“교육하러 오는것도 짜증나 죽겠다.”
“표정 펴요.다음주에 약혼하는 사람이 좀 웃어야죠.”
“내 약혼식 언급하지마.”
“약혼식이 무슨 볼드모트에요? 언급하면 안되게.”
“넌 거기에 절대 못 와.”
“저 약혼식에서 그 누구보다 언니를 축하해줄건데.”
“남자 쪽 친구들 후릴 생각이겠지.”
더러워 진짜.
신경질을 낸 언니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집을 나갔다.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정적이 감돌았다.현관에 서 있는데 언니의 향수 냄새가 났다.나는 한 짝이 뒤집어진 내 신발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나한테 막대하지 언니는?
“내가 자기 약혼자 후리면 어쩌려고.”
*
써놓고 보니 나도 뭘 쓴건지 모르겠다.아무튼 여러분 잘 부탁드려염.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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