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purple moon 전체글ll조회 2298l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방 때문에, 눈을 게슴츠레 떴다.


손을 옆으로 뻗어 휘적휘적 움직여보니, 핸드폰이 잡힌다. 벌써 11시를 넘겼다.

간만이었다. 알람 소리 없이, 벨 소리 없이. 푹 자고 저절로 눈이 떠져서 일어난 게.


내 허리에 올려져 있던 묵직한 팔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곧 내가 그의 품 안으로 끌려들어 갔다.



"조금만 더 자자...."



머리 위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퍽 나른하다.


눈도 뜨지 못하고 날 끌어안던 그가 곧바로 다시 잠든다.



콩닥콩닥.

고개를 숙여 그의 맨 가슴팍에 귀를 대었다. 안정감을 주는 소리.



여기는 내 집, 내 방의 내 침대 위고, 이 사람은 외부인인데. 늘 나 혼자 잠들던 침대인데.

낯설지가 않다.


그의 향기가, 그의 온기가, 그의 존재가. 마치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여기 있어야 하는 것처럼.



품에서 꼼지락거리는 내가 간지러웠는지, 내 허리를 두른 팔에 조금 더 힘을 준 그가 나를 꽉 껴안는다.


그리고선 토닥토닥. 커다란 손으로 내 등을 살며시 쓸다가, 토닥여주다가.

맨살에 닿는 그의 손길이, 피부가 부드럽다.



눈앞에 그의 맨 가슴이 보인다. 문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맨몸이 부끄럽다.


눈을 꼭 감았다. 눈을 감고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머리 위에서 흩어진다.

나를 토닥이는 그의 손길이 다정해서, 그의 품이 꽤나 따뜻해서.



"잘 자."



그의 목소리가 흩어지듯 들린다.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깼어?"


눈을 번쩍 떴다.

언제 다시 잠든 거지. 얼마나 잔 걸까.



"... 지금 몇 시예요?"

"1시 다 돼가. 12시 47분."


아, 1시간쯤 더 잤다. 너무 많이 잤을까, 몸이 찌뿌둥했다.



"잘 잤어?"

".... 네. 완전요."

"예쁘네, 아침부터."



눈 뜨자마자 얼굴이 달아오른다.


차마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팔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품을 파고들었다. 숨고 싶었다.


또 웃는다.

머리 위에서 그의 웃음이 또 한 번 흩어진다.



"유혹하는 거야?"

"네?"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얼굴을 쳐다봤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진다.



"일어나자마자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야?"



그제서야 내 맨 등을 살살 쓰다듬는 그의 손이 느껴지고, 내 팔에 닿은 그의 맨살이 느껴지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상체가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귀가 뜨거워졌다.


너무 따뜻해서, 너무 편해서. 그의 품이 어느샌가 익숙해서. 평소처럼 안았던 건데....



한 팔은 내 허리를 당기고, 다른 팔로는 자기 품으로 내 머리를 지그시 누르면서.

맨 가슴팍에 이마가 닿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한 그의 향기가 난다.



"괜찮아?"

"네?"


목소리가 울린다. 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허리. 안 아파?"

".... 네."

"다른 곳은. 불편한 곳 없어?"

".... 네. 괜찮은데."



나는 부끄러운데, 그의 목소리는 꽤 담담했다.

그래서 나도 담담한 척, 괜찮은 척.


"....."


실패. 안되겠다. 담담한 척은 개뿔.

얼굴 안 터지면 다행이다.



"좋다, 이렇게 붙어있으니까."

"...."

"일어나자마자 네 얼굴 보이는 거, 생각보다 엄청 좋더라."

"...."

"진짜 오래간만에 푹 잤어. 몸도 개운하고, 네 향기로 둘러싸인 이불 속에서 눈 뜨는 것도 좋고, 내 품에서 편하게 자고 있는 너 보는 것도 행복하고."

"....."

"물론 네가 제일 좋고."



눈뜨자마자 받는 사랑 넘치는 고백이 참 부끄럽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나는 무너지고 만다.



터져버릴 것 같은 얼굴을 숨기기 위해 품을 더 파고들었다. 그의 가슴팍에 내 코가, 입술이 살짝 닿았다.



"... 자꾸 나 시험하지 마."



엥.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머리를 꾹 누르는 손에 얌전히 고개를 파묻고 있어야 했다.



"일어나자마자 너 괴롭히기 싫어."


아, 품 속에서 느껴지는 내 움직임이, 맨살에 닿는 감촉이 꽤나 자극적이었나 보다.



"엄청 좋은데, 맘 같아서는..."

"....."

"지금은 그냥 이렇게 안고만 있자. 나랑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잖아. 시간 많으니까."

"......"

"조금만 이렇게 안고 있다가, 밥 먹자."



나는 생각했다.

아, 저 사람과 함께라면 밥 먹다가 체할 수도 있겠구나. 침대에서의 김석진은... 적응하기 쉽지 않겠구나.








"뭐 먹지. 나갈까 아니면 시켜 먹을까?"


한참을 끌어안고 누워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싶어서 몸을 비척비척 일으켜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있던 참이었다.


워낙 집은 잠만 자는 곳이라, 냉장고에 정말... 단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있던 재료는 어제저녁으로 다 써버렸다.

부엌 상태를 확인한 그가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내게 다가오며 묻는다.


어떻게 저 사람은 자고 일어나도 얼굴이 저렇게 잘생겼냐...



"왜. 나 너무 잘생겼어? 자고 일어나서 보니까 새삼스러워?"


미친. 또 빤히 쳐다봤나 보다. 근데 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그렇게 봐주니까 설레서 좋긴 한데, 우리 뭐 먹어야지."


그러고 보니 배가 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아, 마트 가서 장 봐올까? 오늘은 내가 진짜 맛있는 거 해줄게!"

"혼자 가서 장 봐오려고요?"

"응?"



어, 이게 아닌가.

장 봐온다길래 혼자 마트 다녀온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면 제가 갔다 올까요?

"왜?"

"네?

"왜 혼자가? 나랑 같이 가기 싫어?"

"아뇨,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마트..."

"응?"

"마트 저랑 가도 돼요?"

"어?"



말 그대로.

나랑 같이 움직인다고? 저 유명인이? 나가자마자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정말 망하는 거 아냐.



"왜 안돼."

"네?"

"안될게 뭐 있어. 너 나랑 다니기 싫어?"


뭐라는 거야.



"제가 왜 오빠랑 다니기 싫어요?"

"그럼 됐네. 가자."

"아니 잠시만..."


된 게 아닐 텐데.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떡해요. 오빠 너무 유명해서, 아니 얼굴이 너무 눈에 띄잖아요."

"...."

"적당히 잘생긴 것도 아니고 좀 격하게 잘생겼잖아요, 오빠는. 근데 키도 크고, 어깨도 넓고 얼굴도 작아. 누가 봐도 연예인인데, 나랑 같이 나가면 어떡해요."

"너랑 같이 나가는 게 왜."

"... 네?"

"너 누구야. 너 내 여자친구 아니야?"

"... 아니... 맞긴 한데..."

"무슨 상관이야. 내 옆에 내 여자친구 서있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큰일은 그게 아닌데...



"...."

"... 혹시 알려지는 게 싫어?"

"... 음..."



사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아무리 꽁꽁 숨기고 다닌다 한 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고 알려지게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워낙 유명해야지, 저 사람이.


그렇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좀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병원도 병원이고, 소문도 소문이지만,


그가 힘들까 봐.


소속사와 계약으로 얽혀있고, 여러 광고와 드라마, 영화사와 계약되어 있는 그에게 내 존재가 피해가 될까 봐.

내가 방해가 될까 봐.



"뭐야, 생각보다 깡 세다며. 맞닥뜨려보기 전에는 모르겠다면서."

"...."

"무서워? 많이 걱정돼?"

"아뇨, 제가 아니고..."

"알아."



내 몫이다.

병원 일도, 사람들의 관심도, 수군거림도 걱정도 두려움도 전부 내가 감당할 몫이다.

이 사람을 선택했던 그 순간부터, 어렴풋이 다짐하고 있던 내 몫이다.


근데, 이 사람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함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감당해야 할게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좋겠다.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

"근데 내가 말했잖아, 내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나 진심이었는데."

"......"

"너한테 내 걱정 할 필요 없어! 하는 게 아니고, 나 다 너한테 맞춰서 준비하고 있었어."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나한테 맞춰서 준비했다니.



"우리 회사, 알고 있어. 내가 너 만나는 거."

"네?"



아니, 그럼 소속사는 소속 배우, 그것도 지금 젤 돈 잘 벌어다 주는 주력 배우가 연애한다는데, 알고서도 가만히 내버려 뒀단 말인가.



"촬영하다가 다쳐서 응급실 갔을 때, 네 병원으로 가겠다고 고집부린 거 데려다준 게 매니저야."

".... 아...."

"내가 너 길에서 만나고 너한테 반해서, 맨날 네 생각 하고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와, 나는...

사귀는 거 알려지면 소속사에서 협박하고, 병원으로 압력 넣고 그럴까 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제 여기 밑에까지 데려다준 것도 매니전데. 나 촬영장에서 바로 왔잖아. 차 없어."



세상에.

촬영장에서 바로 왔다는 걸 생각 못 했다. 당연히 운전해서 왔을 거라 생각했지.



"내일 아침에 나 데리러 오는 것도 여기로 오기로 했어."

"... 아니.. 매니저분은 여기가 제 집인 거 알고 계세요..?"

"당연히 알지. 여자친구 집인 거."

".. 와..."

"아, 혹시 매니저가 알아서 불편해...?"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 텐데요...



"매니저는 자세한 주소는 몰라! 나 진짜 그냥 앞에서 내렸어. 정확히 집 어딘지 몰라. 이 아파트에 여자친구가 산다는 것만 알아. 진짜야."

"집 아는 건 상관없는데.. 회사에서 뭐라 안 해요?"

"뭘 뭐라 해?"

"아니 그렇잖아요. 연애하는 거야 뭐, 그럴 수 있죠. 이 얼굴로 안 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 근데,"

"....."

"대놓고 만난다는 게 좀...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기사 나고, 말 나오고..."

"그렇지."

"그러니까요. 무조건 반대했을 텐데, 회사에서는."

"맞아."



이럴 줄 알았다.

어느 미친 소속사에서 저 공개연애할래요! 하는 배우를 그래! 해주겠나.



"거봐요, 알리긴 뭘 알려요. 그냥 회사에서 하자는 대로..."

"근데 나 다 허락받았는데."

"네?"

"대놓고 만나는 거. 회사에서 알겠다고 했어. 기사 나면 어떻게 입장 발표할지 이미 다 정해놨을걸?"

"아니, 반대했다고..."

"너랑 내가 만나는 게 뭐 그렇게 잘못된 일이라고 숨어가면서 만나? 죄지은 것도 아니고."

"... 아니 왜..."

"그렇잖아. 내가 너 사랑하는 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숨겨. 나는 너랑 숨어서 만나기 싫어. 그리고 나 숨길 자신 없어. 너만 보면 좋아 죽겠는데 어떻게 숨겨."



아니, 그 말이 아니란 말이다.



"아니, 그거 말고요!"

"응?"

"어떻게 허락받았냐고요!"

"아, 공개하는 거?"



그거, 그거요.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소속사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거냐고.


협박 당했나? 아니면 나 때문에 뭘 포기한 건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 때문에 소중한 걸 놓거나,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할 거라고 했는데?"

"네?"



눈 튀어나올 뻔 했다.

이전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다. 아니 나는 뭐 딜을 했다거나... 그런 거 생각했는데... 결혼?


진짜 미쳤나 보다. 경악스러운 표정이 저절로 지어졌다.



"걱정하지 마. 결혼 안 해도 돼. 말했잖아. 난 네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너랑 평생 연애만 하고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 아니...."


"그러니까 얼른 나가자! 밖에 날씨 좋다."


그렇게 입술 들이대시면... 나는 또 질 수 밖에.






"그렇게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안돼요. 그대로 있어요."

"아무도 나 안보는데..."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집 근처 마트로 왔다. 맘같아선 썬캡이라도 씌우고 싶은데, 그럼 더 눈에 띌테니.

목도리로 얼굴 꽁꽁 가려버릴까 고민하다가 겨우 참았다.


다행인 건 시국이 시국인지라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검은 마스크에 검은 모자 차림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데... 문제는,



"이리 와. 이쪽으로 가보자."



저 몸이다, 몸.

키가 저렇게 큰데 얼굴은 왜 저렇게 작으며, 저렇게 말랐는데 어깨는 왜 저렇게 넓은 거야. 다리는 왜 또 저렇게 길고...

얼굴을 가리면 뭐 하는가. 온몸에서 저 연예인입니다- 아우라를 내뿜는데.



"무슨 고기 먹고 싶어? 닭? 돼지? 소?"



뭐 어쩌겠는가. 다 잘난 남자친구 둔 내 탓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아, 모자 쓰지 말걸."

"왜요, 모자 벗지 마요. 안돼요."

"모자 벗은 게 더 괜찮지 않아? 너한텐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단 말이야."



참나.



"당신이 비닐포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어도 저한텐 멋있다 못해 사랑스러워 죽을걸요?"

"...."

"저 닭이오. 오늘은 닭고기 먹어요."



냉장고로 다가가 손질된 닭고기 한 팩을 들어 카트에 놓고, 앞으로 걸어가는데 따라올 생각을 않는다.

몸을 뒤로 돌리니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만 보고 있다.



"안 와요?"


그제서야 카트를 밀며 옆으로 다가온다.



"... 반칙이야."

"네?"

"갑자기 그렇게 훅 들어오는 게 어딨어. 설레 죽을 뻔했어.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진짜..."



참나. 자기는 깜빡이도 안 켜고 바로 들어오는 게 취미이자 일상이면서.








장본 것들을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다행히 별다른 일이 없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있고, 각자 볼일만 보고 얼른 들어가려고 빨리 움직이는 게 크기도 했다. 주위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난리 통에 거리에 사람도 없다.


우리도 얼른 집에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는데...


♪♬♬♪♪

웬 전화가... 설마 호출은 아니겠지.



[호석 선배]


핸드폰을 손에 쥐고 그를 한번 쳐다보니 얼른 전화받으라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여준다.



"여보세요?"

"ㅇㅇ아. 뭐해?"

"저 잠깐 나왔어요."

"지금? 밖이야?"

"네. 집에 먹을 게 없어서, 장 좀 본다고 마트 갔다가 집 들어가는 길이에요."

"아, 난 또."

"근데 웬일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오래간만에 쉬는 날 뭐하나 싶어서 전화해봤지."

"그냥 뭐... 쉬는 거죠."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겠네."

"그렇죠, 아무래도."



전화를 받은 채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선 그가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그냥 집에서 쉬기만 해?"

"네. 다른게 뭐 있겠어요. 저희는 하루 종일 자는 게 최고죠."

"하긴, 그건 그래. 자는 게 최고지."

"잠만 잤어?"

"네. 못잤던 잠 다 잤어요."



어느새 집 앞이다. 손을 뻗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짐을 든 그가 먼저 집에 들어가고, 뒤이어 내가 문을 닫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너 쉬는 날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을 테니까. 답답할까 봐."

"아,"

"답답해하면 산책이라도 갈까 싶어서 전화했는데. 괜찮네."

"감사해요. 저 괜찮아요. 오래간만에 잠 푹 잤어요."



짐을 식탁에 올려둔 그가 겉옷을 벗어 안방으로 들어간다. 옷 걸어놓으러 가나 보다.

나는 거실에 서서 계속 통화를 했다.



"다행이네. 어제 너 얼굴 안 좋아 보여서... 걱정했어."

"아..."

"얘기 들었어. 응급실에서..."

"괜찮아요. 뭐 한두 번 있던 일도 아니고."

"그래도..."

"진짜 괜찮아요. 자고 일어나니까 좀 나아요."



옆에 있어줬던 누구 덕분에.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날 위로해 줬던 사람 덕분에.



"그래. 목소리 들으니까 진짜 괜찮은 것 같네."

"감사합니다. 신경 써주셔서."

"별말씀을. 잘 쉬고, 내일 보자."

"네. 내일 봬요!"



누구에게나 참 다정한 사람이다.

핸드폰을 넣고 나도 겉옷을 걸어놓으러 안방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휙 돌렸는데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를 맞추고 있던 그가, 갑자기 내 목덜미를 잡아당기더니 내 입술을 물었다.



"아!"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날 더 잡아당겨 키스를 한다.

몸을 뒤로 떨어뜨리지도 못하게 한 손은 내 목을, 다른 한 손은 내 허리를 잡아당겨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킨다.




숨이 차오른다 싶을 때 즈음, 그제서야 입술이 떨어지고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 누구야?"



한껏 낮아진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 선배요?"

"그때 그 선배야?"

"아, 네."



말해줬던 선배라곤 하나뿐이긴 했다.


전화 통화 중 들렸던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를 모른체했던 자리에 있었던 사람.

내가 술 먹는 자리에 늘 있었고 나를 집까지 항상 데려다줬던 사람.



"...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 해. 엄청 다정하게."

"... 다정했어요?"



나와 선배가?

아마 이 사람은 자신과 통화할 때 내 목소리가 얼마나 녹는지, 내 표정이 얼마나 풀어지는지 몰라서 이런 말을 하겠지.



"... 하지 마."

"네?"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지 마."



잠시만... 이거...



"질투해요?"

"응."

"...."

"질투나."



세상에 질투라니. 김석진이 질투라니.

나만 할 줄 알았는데. 여자배우랑 애정씬 찍으면 어떡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남자랑 그렇게 다정하게 통화하지 마. 다정하게 대해주지도 마."

"...."

"나 옆에 있잖아. 나한테 많이 해줘."

"....."

"나 없어도 해주지 마. 아무한테도 해주지 마. 나한테만 다정하게 대해줘."



당신 말곤 아무도 없는데.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귀여워서. 질투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너무 귀여웠고,

질투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키스 한 번만 더 해도 돼?"


섹시했다.



"다른 남자 쳐다보지 마. 나만 봐."


다시 입술이 얽혔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비회원72.238
작가님 불막의향기가 풀풀나서 넘모넘모좋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석진이 질투할때 왤케박력잇고 멋져!!!!
자꾸자꾸 질투해줘석진아 난 너에게 베팅햇어
이순재 선생님도 울고가실 너의 직진본능을 나는 응원한다!!!!!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작가님
담편에도 찐한거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에헤ㅔㅎㅎㅎ

4년 전
독자1
어제 그냥 안넘어 가겠다 했어요 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 글 보기전 공지글?? 보고 와서 예상했습니당!! 오늘도 어김없이 완벽하네요.....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2
작가님 흑흑 하 정말 석진이...너무귀엽고 멋있고 섹시하고..암튼 다한다..흑흑...진짜....작가님 너무재밌어요ㅠㅠㅠㅠ
4년 전
독자3
매일 자기 전 작가님 글 보면서 힐링하고 있어요. 따뜻한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4년 전
독자4
작가님 정말...사랑합니다 ㅠㅠㅠ 오늘도 너무 재밌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ㅠㅠㅠ
4년 전
독자5
진짜 오늘 글도 설레고 예쁘고 다하네요ㅎㅎ 오늘도 역시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작가님 글은 언제봐도 너무 좋아요ㅎㅎ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6
흐억ㄱ ㅠㅠㅠ 제 심장이 남아나질 않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ㅇ<-<...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연모지정1 봄날의 너 02.21 22:09
우도환 [우도환/문가영/김민재] 지금은 섹시하지 -024 w.루아 02.21 15:4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불건전 가이드12 황하 02.21 14:38
박서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8 1억 02.20 02:0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6111 육일삼 02.20 00:1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딴따라와 장사치 0.1그녀의 멜로디3 그곳에 있어줘 02.19 16:52
이재욱 [이재욱/서강준/강하늘/지창욱/남주혁] 본드남_0639 1억 02.19 02:4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PLUMMY!7 우주 02.19 01:0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비밀부부(부제: 민이사님이 남편이 될 때 까지) 8화5 융기침강 02.18 18:00
우도환 [우도환] 지금은 섹시하지 -0115 w.루아 02.18 15:59
기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37 청소포 02.18 00:40
투모로우바이투.. [TXT/최수빈] 보조개-마지막5 블렌지 02.18 00:37
엔시티 [00즈] 청춘어불 특별편 카톡ver2 스청? 마이베이.. 02.17 11:39
방탄소년단 [김석진] 결혼배틀 00 (조각맛보기)96 빙고구마 02.17 02:54
이재욱 [이재욱/서강준/강하늘/지창욱/남주혁] 본드남_0523 1억 02.17 01:54
방탄소년단 [민윤기/정호석] 나의 냥냥이와 댕댕이 15153 빙고구마 02.16 23:35
투모로우바이투.. [TXT/최수빈] 보조개062 블렌지 02.16 23:2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정호석/민윤기] 너 탄이 빅히트 입사한 썰-11-19 지화자 02.16 10:2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단골 카페 사장 김석진 상견례 프리패쓰 썰 -中-8 지화자 02.16 07:52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초능력] 신들의 세계 012 커피우유알럽 02.16 04:21
투모로우바이투.. [TXT/최수빈] 보조개056 블렌지 02.16 03:45
[김재욱] 쟤 13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연애한대_그냥34 1억 02.15 23:3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방탄 홍일점 글에 남주 김석진 EP 319 꽃놀이패 02.15 03:51
현빈 [공지철/김태평]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_1440 1억 02.15 01:57
엔시티 [NCT/정재현] COSMOS, COMPLETE 04 꺄아아아아 02.15 01:45
세븐틴 [세븐틴]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1824 소세지빵 02.13 20:4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딴따라와 장사치 00.네 번째 손가락의 아픈 사랑2 그곳에 있어줘 02.13 11:27
전체 인기글 l 안내
6/25 17:56 ~ 6/25 17:5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