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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purple moon 전체글ll조회 2102l 2


오늘이다. 오늘이야.


회사를 찾아가 대표님을 만났던 것도 저번 주, 그러니까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 계속 연락을 이어오며 입장을 맞추다가, 드디어 오늘.


남들은 갑자기 기사가 난 거라 생각할 테지만 사실은 10일을 미루고 미루다 오늘 발표 난다는 사실.


아, 회사를 자주 찾아갈 수가 없어서 대부분 대표님과 통화로 해결했다.



"일단 선생님 병원이랑 연락했는데, 병원은 무조건 '의료진 사생활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하기로 했어요."

"아, 병원에서 그렇게 해준대요?"

"사실이잖아요. 선생님이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옆에 있을 때 통화하기도 했다. 최대한 연락이 오는 대로 받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우리 문제 때문이니까. 엄청 신경 써주시는 대표님이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오늘 뭐..."

"오빠 잠시만요."



그가 가끔 삐치기도 했지만,



"네, 대표님."

"전화 괜찮으세요?"

"네. 말씀하세요."

"기사 나가는 거, 금요일로 할까 싶어요. 바로 뒤가 주말이니까, 좀 시끄럽긴 할 텐데 그래도 평일에 발표해서 선생님 일하실 때 난감한 거보다는 주말이 나을 것 같아서요."

"아..."

"시간은 오후가 낫겠죠? 한 5시쯤 생각하고 있는데, 어떠세요?"

"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네. 혹시 뭐 다른..."



내가 차마 말을 잇지 못 했던 건 할 말이 없다거나 생각이 안 나서 가 아니라,


입술이 잡아먹혀서.


누구한테?

당연히 김석진한테.



"여보세요? 선생님?"



입술을 떼어냄과 동시에 내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가져간다.

나와 시선을 맞춘 그대로,


"뭐. 네가 얘를 왜 찾아."

"아, 형. 형 때문에 통화하는 거 아니야."

"나 때문이면 나한테 전화를 해. 왜 남의 여자친구를 괴롭혀?"

"아 빨리 선생님 바꿔줘. 아직 할 얘기 남아..."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끊는다."



숨결이 내 얼굴에 그대로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가만히 날 내려다보던 그가 다시금 고개를 꺾어 다가온다.


그가 가끔 삐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섹시한 질투도 받고.

나름 좋았다.







"그래도, 미리 말해야 하지 않겠어?"

"네?"

"그 너 동기하고 선배. 너한테 되게 중요한 사람들이랬잖아."

"....."

"기사로 알게 되는 것보다는, 직접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맞다.

선배하고 전정국한테는 미리 말을... 해야 할까?


전정국은 소파에 널브러져 있고, 선배는 의자에 기대앉아 논문 읽는 중이고.

마침 다른 선생님들도 없고, 호출도 조용하고. 기회다.



"저..."

"응? 왜?"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술 땡기냐?"

"... 넌 오지 마라."

"아, 왜! 나 시간 많아! 많다고!!"



아, 시끄러운 새끼.

덕분에 선배가 웃긴 한다만.



"난 시간 괜찮아."


"나도, 나도!"

"저, 그게..."



아, 어떻게 말해야 하지.



"사실은..."



지금 시간은 4시 48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제가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어?"

"엥?"



방청객인 줄. 동시에 말하길래 짜고 말하는 줄 알았네.



"근데... 그 사람이... 좀..."

"왜, 이상한 사람이냐?"

"아니, 그게 아니고..."

"아, 답답해 죽겠네. 뭔데. 설마 형이에요?"

"미쳤냐?"



아 저 새끼는 잘나가다가 꼭...



"연예인이야."

"... 미친."

"근데 사진이 찍혔어. 오늘 5시에 기사 나가기로 했는데, 둘한테는 미리 말해놔야 될 것 같아서."

"....."

"기사로 알면 배신감 들 거 아냐. 그래서... 미리 말하는 거야."

"와...."

"저녁에 술자리도, 그... 그 사람 오고 싶어 하던데..."



눈동자를 휙휙.


전정국은 놀랐는지 입을 벌린 채 날 쳐다보고 있고, 선배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을 모르겠다.



"5시에 기사 나가는 거야?"

"네..."



어느샌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나를 바라보며 묻는 선배.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왜 눈치를 봐."

"잘못했죠, 형! 우리를 그렇게 감쪽같이 속이고..."

"우리가 무슨 보호자냐. 괜찮아."


"미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진심이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두 사람을 속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인정하기로 했어?"

"네, 굳이 거짓말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회사에선 괜찮대?"

"네, 되게 신경 많이 써주셨어요. 병원에서는 그냥 의료진 사생활이라 알 수 없다고 밀고 나가기로 했고, 그쪽에서만 인정하는 걸로..."



"잘 됐다. 축하해, ㅇㅇ아."




살포시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선배가 의국을 나갔다.



"야 넌 진짜..."


"......"

"에효. 어깨 펴. 왜 그러고 있냐, 쭈구리처럼."

".... 미안. 속이려고 그랬던 건 아닌데..."

"됐어. 축하한다. 2분 남았네."

"... 어."



기분이... 이상하다.

핸드폰이 울린다.



[괜찮아?]_17:59


나는 괜찮은 걸까.

김석진이 보고 싶다.









"솔직히 오늘은 네가 사야 된다."


나와 전정국은 앞에서 둘이. 선배는 뒤에서 천천히 우리를 따라오면서 걸어가고 있다.


선배가 의국을 나가면서, 아 저녁은 안되겠구나 생각했는데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날 찾아와서는



"야, 그래서 오늘 뭐 사줄 건데."

"어?"

"호석이 형이랑 둘이서 네 지갑을 털어버릴 거야. 각오해라. 네가 먼저 먹자고 했다."


하고는 끌려 나왔다.



"솔직히 오늘은 진짜 네가 사야 된다니까?"

"뭐 먹을 건데?"

"야, 우리한테 비싼 거 못 사주냐? 우리 사이가 어?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이였어?"



아, 진짜.



"알았어, 알았어. 가자."

"아예!!!!!!!"



저 새끼 내가 지금 미안해서 뭐라 못하는 거 알고 저러는 거지 저거.



"선배, 빨리 와요."

"... 응."



나와 눈이 마주친 선배가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해 질 녘의 바람이 둘 사이를 지나간다.










"그래서, 얼마나 된 건데?"


여기는 우리가 자주 오던 고깃집.



"... 반년 정도."

"와, 생각보다 오래됐네."

"야 근데 나는 진짜... 배우 김석진이랑 너랑..."

"야, 목소리 좀 낮춰, 진짜."

"아, 미안 미안."



고기를 입에 쑤셔 넣었다.

하여튼 저거 저렇게 나불거리다가 사고 한번 치지.



"오늘 여기 오신대?"

"아, 오고 싶어는 했는데, 좀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끝나면 연락하래요."

"와도 되는데."

"네?"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인지."



의외의 대답.

선배랑 전정국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불렀는데.



"나도 궁금하다. 와, 내가 ㅇㅇㅇ 연애하는 걸 다 보고 세상 오래 살았다, 진짜."

"야 너랑 나랑 몇 살이나 먹었다고..."



아, 김석진 빨리 왔으면 좋겠다.

술이 좀 들어가니까 더 보고 싶네.



[오빠, 여기 올래요?]_19:57


[지금?]_19:58

[벌써 끝났어?]_19:58



오, 답장 정말 빠르다.



[아뇨, 끝난 건 아니고. 오빠 궁금하대서...]_20:01

[부담스러우면 안 와도 돼요!]_20:01


[아냐. 나도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어.]_20:02

[너한테 소중한 사람들이잖아. 그럼 나한테도 중요한 사람이지.]_20:02

[금방 갈게.]_20:03



오, 온다.


[조심히 와요.]_20:04




"오신대?"

"아, 네. 가까워서, 금방 올 것 같아요."

"좋아 보이네. 다행이다."



소주잔을 들고 내게 내미는 선배에 맞춰 짠.

아, 오늘따라 술이 잘 넘어간다.



"야야, 적당히 마셔. 그분 오시기 전에 너 꽐라되면 우리 욕먹는 거 아니냐?"

"아직 그 정돈 아니야. 내가 무슨 주정뱅이냐?"

"야 너 술 취하면 그 뒤치다꺼리를... 어우..."

"야!"



저걸 확 진짜.

한대 때리려 했더니 그걸 샥 피해서 일어난다.



"어디 가!"

"화장실 간다! 따라오게?"



미쳤나 보다.

꺼져! 소리쳤더니 꺼질 거거든! 하고는 화장실로 간다.

열받으니까 덕분에 술기운이 더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오늘 선배...



"괜찮아요, 선배?"

"응?"

"아니 오늘 좀..."



술잔 넘어가는 속도가...



"좀 많이 마시는 것 같은데..."

"아, 괜찮아. 걱정 마."

"너무 빨리 마시는 것 같아서요. 고기도 좀 드세요."

"응. 그럴게."



무슨 일 있나.

저렇게 술만 마시는 사람이 아닌데.




"... 이제 혼자 안 걸어 다녀도 되겠네."

"네?"

"밤에. 너 밤길 걷는 거 좋아하는데 혼자 걸어 다닐 필요 없잖아."

"아..."

"다행이네."

"사실 한 번도 같이 못 걸어봤어요."

"...."

"누가 알아보면 어떡해요. 그래서 한 번도 같이 걸어달라고 말한 적 없어요. 제가 걷는 거 좋아하는 건 잘 모를걸요?"

"... 그래?"

"선배 덕분에 잘 다녔죠. 공원도 가고, 집까지 걸어도 다니고."



종종 걸어서 퇴근할 때마다, 같이 걸어줬던 선배.



"감사해요. 덕분에 진짜 잘 걸어 다녔어요."

"... 이제 혼자 돌아다니지 마. 위험하잖아."

"네."

"... 숨길 필요도 없으니까. 같이 다녀, 밤에 혼자 다니지 말고."

"그럴게요."



선배는 끝까지 다정했다.



"소소한 행복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

"저야말로 감사했어요, 같이 해주셔서."



눈이 마주쳤다. 언제봐도 참 다정한 사람.


의자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가 난다.



"뭔데? 둘이 무슨 얘기 해?"



전정국이었군.



"그런 게 있다."

"아, 형. 뭐예요! 이번엔 둘이 비밀 만드는 거? 나 빼고?"

"짠 하자, 짠."




역시 단순한 놈.

바로 넘어온다.



"짠!"


술잔을 부딪히는 순간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녕하세요."

"... 어."


그가 들어왔다.



"술 많이 마셨어?"



술기운 때문인가. 아니면 오늘따라 더 그런 건가.

겁나 잘생겼네.









"안녕하세요,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정호석이라고 합니다."

"전정국입니다."


"ㅇㅇ이 한테 두 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 그래요?"

"두 분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요. 가끔은 질투 날 정도로. 굉장히 많이 아껴요, 두 분을."

"저희는 아예 몰랐거든요.. 티를 아예 안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워낙 불안해해서. 저한테 피해될까 봐 걱정하더라고요."

"저희는 오늘 직접 얘기해 주기 전까지 남자친구 있었다는 것도 몰랐어요."

"아 정말요? 되게 잘 숨기고 다녔나 보네요."

"혹시 그때 병원 앞에 계셨던 그때도..."

"아뇨, 그때 ㅇㅇ이 보러 간 건 맞는데, 그때는 만나기 전이요. 제가 열심히 꼬시고 있었어요."

"아... 그랬군요. ㅇㅇ이 잘 부탁드려요. 저한테는 여동생이나 마찬가지라서."

"그럼요. 안 그래도 굉장히 얘기 많이 해요. 도움도 많이 받고, 정말 잘 챙겨주신다고."

"제가 뭘요, 그냥. 워낙 예쁜 동생이라서요."



오빠랑 선배 둘 다 워낙 성격이 좋고 예의 바른 타입이라, 대화와 굉장히 원만하게 이어진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한 명 빼고.


옆에서 옆구리를 쿡쿡 질러오는 놈.



"야... 나 연예인 처음 봐..."



아니 왜 이렇게 소곤소곤 말하는 거야?



"개 잘생겼어... 야 실물이 훨씬 낫다. 저런 사람이 널 왜 만나는 거냐?"

"아 귀 간지러워. 벌레 기어가는 것 같다고."

"내가 벌레냐? 아니 저렇게 잘생기고 성격도 좋으신 분이 널 왜 만난대?"

"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직접 물어보던가."

"와 진짜.. 옆선 미쳤다 진짜."

"반했냐?"

"어, 나 잘하면 반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취했네. 술 그만 마셔."

"아냐. 제정신이야. 저분은 진짜... 친해지고 싶다..."

"그럼 다가가보던가."

"안돼... 나 따위가..."



왜 갑자기 쭈구리가 돼서는 옆에 들러붙어서 이러고 있는지.





차를 가져온 오빠는 술을 마시지 않고, 대신 사이다로 분위기만 맞춰줬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술잔.


술이 한 잔, 두 잔.

슬슬 올라온다.



"어지러워?"



고개를 절레절레.

어지럽진 않은데 얼굴이 뜨겁다.



"얼굴 빨개졌어."



내 얼굴을 쓸어주는 손이 시원하다.

그대로 큰 손에 얼굴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웃음소리가 머리맡에서 흩어진다.



"큰일 났다. 취했네-"






"먼저 가세요. ㅇㅇ이 꽤 많이 마셨어요."


얼마나 기대서 있었을까. 자리를 정리하려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도 될까요?"

"네, 그럼요. 저희도 곧 정리하고 일어나야죠."



그가 내 어깨를 감싸 안고 일어난다.



"가자, 집에."



내 가방과 겉옷, 얼굴이 터질 것 같은 나까지 챙기고서야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차 두고 올게요. 그때같이 술 한잔해요."

"좋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ㅇㅇ아, 조심히 들어가. 병원에서 보자."

"네, 선배. 먼저 가볼게요."


선배와 인사를 나누는 그.


"조심히 들어가라. 와 오늘 네가 사는 거였는데 먼저 꼴아가지고..."

"야, 내가 계산할 거야."

"뭐라는 거야. 지갑 어딨는지는 아냐?"

"그 정도는 아니야. 나가면서 계산하고 나갈 테니까 더 먹을 거면 빨리 시키던가."

"됐어. 얼른 들어가라. 병원에서 보자."

"엉. 너도 조심히 들어가라."



내가 전정국 보라고 계산하고 나간다.



"다음에 뵐게요."

"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빠와도 세상 어색하게 인사한 놈이 나에게 손을 흔든다.

나도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아, 찬바람 맞으니까 정신이 좀 드는 것도 같고.



"괜찮아?"



코트를 어깨 위에 걸쳐주는 손길이 다정하다.



"괜찮아요. 막 정신 놓을 정도로 많이 마신 건 아니고."

"...."

"얼굴이 좀 뜨거워서."

"엄청 빨개, 지금. 귀엽다."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는 환하게 웃으며 쳐다본다.



"얼른 차로 가는 게 어때요? 얼굴 너무 팔릴 것 같은데."



아까부터 저기 입구에 서있는 젊은 여자분들 알아본 것 같은데.

신경 쓰여 계속 힐끔거렸다.



"괜찮아. 어차피 다 알 텐데, 뭘."



자꾸 돌아가는 내 고개를 붙잡더니, 가볍게 입을 쪽.


너무 놀라서 눈 튀어나올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긴 길 한복판인데.



"이러려고 공개한 거야. 너 내 거라고 소문 다 내려고."



아, 정말.


"가자, 집에."


그렇게 이쁘게 웃으면서 말하면 내가 어떻게 이겨.













+ 두 사람이 먼저 자릴 뜨고 난 후의 테이블.


"... 형."


말없이 잔을 채워 들이키기만 하는 호석을 말리는 정국.



"... 괜찮아. 정신 놓을 때까지는 안 마실 거야."

"형도 진짜 등신이에요. 알아요?"

"....."

"자그마치 5년이에요, 5년. 5년 동안 표현 한번 못 해본 게 말이나 되냐고."

"....."

"형 바보 아니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나중에 후회한다고."

"......"

"그놈의 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요. 이게 뭐예요."

"......"

"형은 후회도 안돼요? 진작에 표현 좀 해볼걸, 들이대볼걸. 아니면 내가 너 엄청 오래 좋아했다, 나 좀 봐달라. 말이라도 한번 해볼걸 싶지 않아요?"

"....."

"진짜 말이라도 한번 해봤어야지. 맘먹고 표현이라도 한번 제대로 해봤어야지. 혼자 끙끙 앓던 형 마음이 불쌍해죽겠어요, 나는."

"...."

"형, 지금이라도..."

"정국아."



말없이 술잔을 들이키던 호석이 잔을 내려놓고 나지막이 정국을 불렀다.



"너 쟤 10년 동안 알면서 저렇게 밝은 모습 본 적 있냐?"

"...."

"나 6년 동안 저런 모습 처음 봤어."

"...."

"아까 문자 보낼 때 못 봤냐, 웃는 거? 진짜 처음 봤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거."

"....."

"알잖아, 쟤가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아등바등 살았는지."

"....."

"여자라고 밀리기 싫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하고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안 자고 공부하고. 남들 피하는 거 다 맡아서 하고 정작 지 몸, 지 인생 돌아볼 생각은 못 하고."

"....."

"엄청 힘들어했잖아. 많이 힘들어했잖아.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그냥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도와주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할 수 있게 알려주고."

"....."

"그게 다였어."

"... 형..."

"근데 저분은, 그냥.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나 봐, ㅇㅇ이 한테."

"....."

"나는 죽어도 못해주잖아,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거나 쉴 곳이 되는 거. 나는 못했잖아."

"....."

"근데 저분은 하잖아, 그걸."

"...."

"요 근래 애가 많이 밝아졌다 싶었는데, 감사하네. 그분한테."



빈 잔에 소주를 채우려는 호석에게서 술병을 뺏어들어 대신 잔을 채워주고는 본인의 잔도 채우는 정국.

두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 형은요."

"나 뭐."

"형은 어떡하냐고요."

"...."

"ㅇㅇㅇ도 중요한데, 나한테는 형도 중요해요."

"나는 그냥..."



빈 술잔을 내려놓는 호석.



"나는 그냥 ㅇㅇ이만 행복하면 될 것 같아."

"아... 형 진짜..."

"진짜야. 진심으로."

"...."

"그냥 웃는 것만 봐도 충분할 것 같아."

"....."

"하던 대로 편한 선배, 믿을만한 선배. 그 정도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

"키다리 아저씨. 힘든 일 있으면 좀 도와주고. 딱 그 정도."

"...."

"그러다가 그 사람이 ㅇㅇ이 울리면 뭐, 가서 한대 치고 돈 물어주는 거지."



피식, 웃은 호석이 술병으로 손을 뻗으려 하자 다시 정국이 막아선다.



"진짜 괜찮아요?"

"괜찮지는 않겠지. 그래도 ㅇㅇ이 앞에선 괜찮아야지."

"....."

"너도 티 내지 마라."



술병을 든 정국이 호석의 잔을 채워주고, 자신의 잔도 채운다.

다시 두 잔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형은 진짜 바보 등신 멍청이에요."

"알아, 인마."



한 번에 술을 털어 넣으면서, 호석은 그렇게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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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오늘은 호석이가 안타깝네요ㅠㅠㅠ흐아엉 나중에 좋은 인연 찾을거라 믿습니다...휴휴 오늘도 잘 봤습니다 작가님💜
4년 전
독자2
아ㅜㅜㅠ오늘 정말 좋으면서 호석이가 안타까워서 눈물 나는 편이네요,,,! 호석이더 언젠가는 좋은 사람을 만나겠죠! 언제나 작가님 글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는거 같아서 항상 잘 보고 갑니다💜
4년 전
독자3
ㅜㅜㅜ서브남주...너무 안타까워요 흐헝 그래도 너무 달달합니다ㅜㅜㅜㅜㅠ달달한 장면 너무 좋아요ㅎㅎㅎㅎ
4년 전
독자5
이씽..호석아..왠지 그럴 것 같더라 싶었는데..역시 호석이가 여주를 좋아했었어..뿌엥...ㅠㅠ 호석이 막 음성지원 되는 것 같아..우리 호석이 맘이 얼마나 쓰릴지.. 언제나 서브 남주는 너무 쓸쓸한 것 같아요..너무 안타까워.. 정국이도 알고 있었구나..힝구..바보같이 여주만 몰랐어..울 호석인 나중에 여주만큼 아니 여주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길..ㅠㅅㅠ♥
4년 전
독자6
호석아 ㅠ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7
아 호석아ㅠㅠ
4년 전
비회원79.171
선생님 오늘도 기다렸습니다!!!💟
4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호석선배때문에 오늘 정말 눈물콸콸ㅠㅠㅠㅠㅠㅠㅠ호석선배 진짜 좋은 여친 만났으면 좋겠다..
4년 전
비회원21.238
아으... 어쩐지 호석선배 나올 때부터 여주 좋아하는구나 했는데 진짜였네요ㅠㅠㅠㅠㅠㅠ 짝사랑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더 눈물나요ㅠㅠㅠㅠㅠㅠ 호석선배한테도 꼬옥 좋은 여자 생기길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예쁜 글 잘 보고 가요 작가님ㅠㅁㅠ❤️
4년 전
독자9
아 역시 ㅠㅜㅜ 설마했는데 호석이가 ㅜㅜ 정국이도 완전 의리있고 ㅠㅜㅜ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4년 전
독자10
아 호석이 ...... 결국은 좋아하는게 맞았네요.......... 속상해요 근데 진이랑 여주보면 너무 또 행복해요..... 큽 이런 나의 이중성...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4년 전
독자11
아 헝유ㅠㅠㅠ 예상은 했지만 ㅠㅠㅠㅠ그래두ㅜ 여주의 인생을 바꿔 준 석진아ㅏ 너가 최고다 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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