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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지민] 박씨전 #00
(부제: 박지민: 씨발, 전정국!)

 

 

 

w.알러지

 


  그 좆같은 고딩을 만난 건, 4월의 마지막 월요일이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나는 화창한 봄날에도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와 걷는 따스한 햇살 대신, 과장의 아밀레이스 받이로서 살아가는 일개 대리일 뿐이었다. 나름 엘리트의 삶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나, 박지민이다. 특목고를 졸업해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해서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석사과정까지 밟고 원하던 기업에 취업하는 데 성공! 많은 동기들이 나를 부러워했고, 나 또한 그들의 부러움을 당연시 여기며 내 목에 사원증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고! 우리 과장은 계속 승진에 실패해서 과장 퇴직 예정자인지 매일 히스테리를 부리는 데 급급했고, 그 화살은 항상 나를 향했다. 내가 순박하게 생겨서 그런가, 사람들을 뭐만 하면 다 나에게 맡기고 퇴근하고는 했다. 그럼 난 또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니 궁시렁 거리며 그걸 다 해주고, 자진 야근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2년이 흘러 지금 31살의 박지민은 대리가 되었다. 도대체 대리가 과장의 대리기사인지 사원들 실책을 대리로 혼나주는 자리인지 모르겠는 일상 속에, 나는 절인 배추를 넘어서서 건어물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었다.


   그 날도 계속된 야근으로 피곤에 쩔어서는 절인 배추처럼 걸어가는 길이었다. 그래, 그날 내가 그 길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항상 아파트 정문이 아닌, 우리 동 뒤에 나있는 뒷길로 가곤 했다. 가로등에 벤치에 나름 느낌 낸다고 낸 길이라 그 길이 마음에 들어서 야근 후 어두운데도 그 길을 향하곤 했다. 그런데 그 4월의 어느 날, 어두운 길이 뭐랄까,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컴컴해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 육감이라는 것이 지민아 위험해! 가지마! 하는 데도 내 다리는 발을 휘휘 저으며 가던 길로 가버렸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망할 발.. 내 발.. 그 때부터 내 발의 이름은 씨발이 되었다, 씨발!


  저기 보이는 시커먼 형체 둘. 꽤 있는 높이에서 빛나는 주황색 불과 연한 탄내까지, 이건 빼박 흡연자들이다. 나, 바른생활 사나이 박지민! 내 몸에 일체의 니코틴과 타르는 반입을 금한다! 숨을 참고 얼른 지나가려 경보스킬을 시전하는데, 뭔지 모르게 흡연자들에게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스키니마냥 남사스러운 쥐색 바지에, 흰색 와이셔츠에 조끼..? 에이 설마 우리나라의 착하고 예의 바른 청소년이 그러겠어, 하는 심정으로 흘깃 보고 지나가...려고 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아니 그 공공장소의 흡연자께서는 나는 파릇파릇 10대야! 하는 얼굴을 하고서 성인의 상징인 니코틴 향수를 장착하고 계신 것이었다! 요즘 애들이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설교하는 설교 전문가이자 바른 생활 사나이이다. 니코니코니 같은 니코틴이 우리 선량한 아이들을 현혹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저기 학생"


  조심스레 부르니 동시에 나를 사악 쳐다봤는데, 나 무슨 데칼코마니인 줄 알았다. 오른쪽에 서있는 애가 조금 더 다람쥐같이 생긴 것 말고는 무슨 쌍둥이가 쌍쌍바로 담배를 피는가 싶어서 20살 이후로 나에게서 자취를 감추었던 부산의 구수한 사투리가 턱에까지 올라왔었다. 둘 다 뭐야 담배가 아니면 꺼져, 라고 얼굴에 써 있어서 아주 조금, 진짜 조금 무서웠다.


"학생이 담배 피면 안되지, 늦은 시간까지 이러고 있으면 안돼, 빨리 들어가."
"싫은데-요"
"어허, 담배 몸에 안좋은거야, 나중에 다 커서 피워."
"전 이미 다 커서 아저씨보다 큰 것 같은데요"


  둘 중 왕눈이가 내 말에 대답을 했고, 다람쥐는 들은 체도 않고 다시 본인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살다살다 흡연 다람쥐를 보는 건 그 날이 처음이었을 거다. 왕눈이의 되도 않는 키 어택에 다람쥐를 쳐다보며 왕눈이에게 설교하다가 드디어 제대로 왕눈이를 째려보며 말했던 것 같다.


"나처럼 작아지기 싫으면 담배 끄고 집 가라"
"전 커서 많이 피워도 아저씨보단 클건데요"
"학생도 그렇게 키 큰 편 아니거든?"
"아니면 아저씨도 같이 펴요, 이거 피면 키 클수도 있어요"


  도대체 이 애 머릿속엔 뭐가 든 건지 말하는 것마다 따박따박 되도 않는 말을 하는게 정상이 아닌 듯하여 비행 청소년 구출작전은 실패! 어서 집으로 가자! 는 생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을 뒤돌아 선 순간,


"아저씨"


아까의 그 왕눈이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누군가 내 팔을 잡아서 나를 뒤로 돌렸다. 다람쥐였다.


"담배 안해봤죠"
"그걸 내가 왜해, 그 발암덩어리를 왜 먹니 내가"
"아, 그럼 모르겠네"
"뭐를?"


이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게 아니라니까요, 하면서 다람쥐는 피우던 담배를 발로 짓이겨 껐다. 이게 얼마나 끊기 힘든 거냐면, 하면서 운을 뗀 다람쥐가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


"아저씨 나랑 사겨요"
"...뭐?"
"아저씨 나랑 사귀면 담배 끊을게요"
"그냥 끊기 싫다고 하지, 왜"
"저는 지금 그 말 하는건데요?"


다람쥐는 입을 다물고 있길래 정상인 줄 알았더니, 이새끼는 왕눈이보다 더한 새끼였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나랑 사귀면 담배를 끊겠다며 얼굴을 들이대는 다람쥐 녀석의 교복에는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름도 발음하기 참, 어렵게 지은 것 같다. 자칫하면 전전국이라던가 정정국이라던가 정전국으로 개명당할 수 있는 다람쥐와 뒤에서 뭐가 그리 웃긴지 왕눈을 반으로 접어서 실실 웃고 있는 왕눈이까지 2종세트로 상태가 이상했다.


"몸에 안좋다고 했어, 피지마"
"그럼 아저씨 나랑 사겨야 한다니까요?"
"아저씨, 이새끼 진짜 게이에요, 조심하세요"
"김태형 좀 닥쳐"
"오 전정국 개쎄다 오줌지릴뻔"


되도 않는 드립을 치는 게, 진짜 말이 통하지가 않는 애들 같았다. 마치 우리 과장이 술 취하고 나한테 대리를 맡길 때 되도 않는 말을 하며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걸 받아주는 기분이었다. 아 잠시만, 너희 혹시 설마...


"너희 술도 마셨냐?"


우리나라 비행청소년 구출작전 실패는 무슨, 나는 내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워 두었던 서류 봉투를 둘둘 말아 두 좆고딩의 머리를 가격했다. 요즘 그 아이돌 중에 총탄소년단인가, 우리 나라 청소년들을 위해 총탄을 날린다는 그룹 있었는데, 아무래도 거기 사장한테 편지를 써야겠다. 총탄으로 세상에 총을 날리기 전에, 이 왕눈이랑 다람쥐 좀 잡아가라고.


그래 그랬었다. 그러고는 너희 한 번만 더 걸리면 그 땐 정말 부모님한테 전화할거야,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일은 나한테서 까맣게 잊혀졌고, 고딩들 덕분에 불타올랐던 나의 바른 생활 사나이의 인격은 일주일 만에 다시 대리기사의 인격으로 바뀌어있었다. 좆고딩은 나한테 있어서 내 좆만큼도 안되는 존재로 사라졌고, 그렇게 그 다람쥐와 왕눈이와의 조우는 아름답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씨발.

 

 


-

 

안녕하세요, 알러지입니다.

부족한 필력인지라 호흡이 많이 짧습니다. 앞으로 차차 고쳐나갈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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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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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올ㅋㅋㅋㅋㅋㅋㅋ재밌는데옄ㅋㅋㅋㅋㅋ다음편기다리고있을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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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감사합니다 ♥ 부족한 글 좋아해주셔서ㅠㅜ.. 조만간 1화 들고 올게요!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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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짐니 구ㅏ여워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재밌어요... 신알신 하고갑니당!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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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본편 들고 찾아뵐게요 <3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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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짐니 귀요ㅕ어어ㅓ 재밌어요ㅠㅠ다음편 기다리고있을게용 신알신하고가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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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감사합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열심히 써볼게요 곧 다음편 뱉어낼테니 기대해주세요 ~ <3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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