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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다 (Daydream)
01
400M에서 실격 번복으로 인한 마인드컨트롤이 무너졌었다. 금메달이 아니라는 핑계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처음 느꼈다. 나도 이렇게 흔들릴 수 있구나. 그리고 울었다. 지난 4년 동안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것과 이루려고 했던 것. 어떤 것도 지키고 이룰 수 없는건가.
실격 취소가 되었을 때 내가 지금 느끼는게 기쁜건지, 내 몸이 순간 나락으로 큰 숨을 쉬고 있는지 헷갈렸다. 이런 경우에서 나는 어떤 컨트롤을 해야 할까. 머리는 백지장이 되어 가고 400M 결승은 다가왔다.
내가 원하던 기록은 전혀 아니였다. 그런데 내 몸은 원하던 것일수도 있다. 아마 실격이 번복 되었을 때, 내가 감지못한 내 몸 상태를, 나의 몸은 일찍이 알고 이 결과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변명할 수도 없다. 나한테 미안했기 때문이다.
단 하나만 떨쳐버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내가 400M 세계신기록을 연습에서 손쉽게 달성했다는 것. 마지막 올림픽인 지금 누구보다 억울한 사람은 나일 것이다. 그래도 억울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나를 가리고, 국가대표 박태환을 만들었다.
나는 괜찮냐는 가족과 지인 분들의 연락에, '저는 괜찮아요.' 이보다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괜찮았다.
200M를 하는 날, 웜업 운동을 하는데 쑨양이 보였다. 쑨양일 뿐이다.
예선, 결승이 끝날 때마다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쑨양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이해했다. 쑨양은 금메달이니까. 쑨양은 잘 하고, 칭찬해 줄 선수이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말했다. 정말 내 느낌 그대로 말했다.
원래 자국 선수들끼리 외에는 서로에게 신경을 안 쓴다. 아는 척 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때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주치면 인사를 하게 되는 선수가 있다. 쑨양이다. 그도 나도 별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나는 쑨양이 먼저 악수를 청하기에 살짝 웃으며 악수를 받을 뿐이고, 그도 그냥 나에게 악수를 청할 뿐인 것이다.
쑨양은 내가 우상이라고 했다. 이 이유로 한국에서도 유명한걸로 알고 있다. 나도 예전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우상은 있다. 쑨양이 국대가 되고, 자극제가 될 선수가 그 당시엔 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놀랍지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어쩌면 형식적인 거니까.
[ ] 안은 영어입니다.
[박, 안녕]
[안녕]
오늘도 인사를 걸어 온다. 나는 악수를 받으면서 어깨를 툭 쳐주고 간다. 더 이상 할 말이 있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때와 같이 이 순간은 내 인생에서 짧은 순간일 뿐이라 생각했다.
툭-
"...어?"
"..열심히 해"
한국어다. 지나가려는 나의 팔을 살짝 친 건 쑨양이였다. 그리고 들린 건 어색하지만 정확한 발음의 '열심히 해'.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쑨양이 한국어를 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기 때문이다.
"너도, 열심히 해"
중국어로 '너도'는 무엇일까. '짜이요'를 해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하고 나온 나의 말은 한국어였다.
알아들을거라 생각하고 웃으며, 쑨양의 등을 살짝 친 후 나는 다시 걸었다.
내가 연습하는 라인에 서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는데, 문득 기분이 이상해졌다. 쑨양이 나를 목표로 하고 훈련하고 연습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내가 쓰는 여러 물건들을 따라하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 '너도 누구를 이기려고 생각하듯이 쑨양도 그게 심하다더라. 예를 들어 라이벌 선수의 모든 것을 따라해서 그 선수 페이스를 스스로 느끼려고 하는거라 할까. 뭐 장린을 예로 들을 수 있겠지' 작년 호주에서 훈련 받을 때 코치님이 하신 말씀이였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아, 그래? 그래서 이제 나를 따라하나? 웃기는 애네' 이렇게 말했다. 진심이기도 했고. 그런데 점점 기분이 이상하다. 그럼 나도 쑨양에게는 이겨야 할 존재.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인가. 이기면 끝인,
그래서 더 이상 따라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될까.
이런 생각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내 마인드컨트롤에 별 흥미도 안 주는 그런 류의 생각. 그런데 왜 자꾸 기분이 싸해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쑨양의 '열심히 해' 라는 말의 의미를 내 식대로 해석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
몇 주를 눈팅만 하다가 겨우 가입을 했네요.
쑨양/태환 글을 흥미롭게 읽고, 또 댓글을 쓰다 보니 문득 '나도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비회원인지라 혼자 끙끙 앓으며, 메모장에 스르륵 써 나갔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본 적도, 올려본 적도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아요. 넓은 아량으로 봐주세요.
저는 박태환 선수의 팬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현실적이게요.
생각나는대로 써 내려가는 거라 다음 편에는 Q&A로 돌아올게요. 도움이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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