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님의 윤재팬픽, 닿지않는 혀끝을 보고 쓴 글입니다. 글 속의 재중이는 윤호와 헤어진 뒤 만나기전의 시점입니다. 기분나빠하지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호x재중]
: 벚꽃 흐드러지는 소리
이따금씩 뒤를 돌아보면 나를 쳐다보고있는 그가 보인다. 그럴때면 난 한달음에
달려가 낙화만치 아스라한 그의 품에 안기는 꿈을 꾼다. 달큰히 퍼지는 꽃향이
마치 진짜인 양, 생생한 그런 꿈을.
어찌하면 그가 그 탄탄한 두 팔로 나를 가둘지, 매 순간 고민하며 나는 그를 향해
꿈 속을 달린다. 가끔은 잔인한 꿈의 농간에,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늘 그래왔던 듯...혹시라도 그가 날 두고 돌아설까봐...한없이 달려가
절대로 닿지않을 그의 품에 안긴다. 그의 품에 폭삭 안기면 그는 정말로 신기루였던 양
서걱대는 와이셔츠의 감촉만을 남기고 나를 꿈에서 깨운다. 축축해진 얼굴로 멍하니
눈을 뜨고 나면, 나는 그저 그의 품을 추억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안겼던 너의 품은, 빳빳이 다려진 교복 와이셔츠. 매일 밤 향수냄새를
흘리며 커버린 너에게 교복은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보였다. 너와 잤던 여자들에겐
누구보다 나쁜 남자였을 네가 고고하다는 듯, 깨끗하다는 듯, 희고 단정한 교복을 입을 때
마다 난 묘한 환멸에 사로잡히면서 배알이 꼴렸다. 얘, 교복아. 넌 지금 네가 감싸고있는
남자의 몸을 아니? 쟤 몸이 얼마나 아름답고 섹시한 지 알아? 넌 감히 내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좋은 말로 할때 당장 스스로 벗겨져!
매일 아침마다 아주 미친 짓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가끔 그 정신나간 감정이 사춘기의 틈새를 파고들어 꼭지가 돌았을땐, 지깟게 뭐 잘난듯
언제나 나를 베려는 듯 제 주인을 범하려는 추잡한 나를 밀어내듯 새하얗게 날 서 있던
와이셔츠 깃이 얄미워 일부러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네게 키스하곤했다. 네가 날 밀어내고
아침부터 잘난 면상이 욕을 내뱉는 걸 보는게 90%, 반항없이 받아들여 아침부터 찐한 애정을
나눌때가 10%. 어쩌다 그 10%의 행운이 주어지는 날엔 앞으로 못할 것을 대비해 싸가지없는
와이셔츠깃을 잔뜩 구기면서 너와 키스했다. 그래서 나와 키스하는 너의 교복은 항상 엉망이
었다. 키스가 끝난 뒤 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구겨진 교복을 바라보며 일부러 더 야하게
입술을 훑으면, 넌 방금전까지의 격정적인 키스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듯 여전히 나를 경멸
하면서 부엌으로 내려가 내 입에 들어있었던 혀로 흰 밥알을 아무렇지도않게 먹었다.
그런데도 내가 마구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교복은 정리하지않았다. 그게 항상 뿌듯하고 네가
귀여워 난 조금 늦게 네 맞은편에 앉아 실실 웃으면서 기분좋은 아침을 처먹었다.
엄마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정성스레 다렸을 너의 와이셔츠. 그게 형편없이
구겨지고 립스틱 자국을 묻혀올때마다 엄마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었다.
그 우스운 얼굴이 내겐 더없는 즐거움이라, 네가 그 꼴로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면
난 아홉시뉴스를 보면서 엄마의 얼굴을 구경했다. 정윤호를 보진않았다. 섹스하고 온 뒤
녀석을 보면, 나 말고 어디서 굴렀을지 모를 다른 여자와 자고왔을 널 보면,
그 자리에서 내가 널 물고빨고 다 할까봐 겁이 나서.
무심하고 섬뜩한 너의 눈빛. 난 그 눈빛마저 내 것이었으면 했다. 사죄의 의미든
반항의 의미든 그런 눈으로 엄마를 보는 넌 마음에 들지않는다. 너와 엄마가 마주보고
있을때 내가 소리높여 시끄럽게 깔깔대는 날이면, 눈에 아무것도 뵈지않는 엄마는 내가
개그콘서트를 보는지 아홉시뉴스를 보는지 누가 죽었는지 모른다. 내가 미친듯이
웃거나 큰소리로 욕을 해야만 엄마는 내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내게 주의를 준 다음에
정윤호를 끌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다 올라갈때까지, 혹시 네가 날 쳐다봐줄까 네가 그 듣기만해도 서버릴 것 같은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욕을 해주진않을까, 윤호야. 네 미친년 여기있어. 네가 자고왔어도
너 여전히 안아줄 그런 미친년 여기있어...소리없이 외치며 나오지않는 웃음을 짜내어
정말로 미친것처럼 웃기만했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
내가 억지웃음을 그칠때.
내가 더없이 초라해질때...
엄마와 방으로 들어가는 널 막지못하는 내가 얼마나 죽을 것 같은지, 너는 몰랐겠지.
난 시발 네가 허락해줄까 안해줄까 전전긍긍하면서 조금씩 행동범위를 넓혀가는 온통
너로 뒤덮힌 그 파란 방을. 내가 너랑 뒹굴고싶은 파란침대가 있는 그 방에.
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와 들어간다.
엉엉. 슬프다. 엉엉...김재중 언제부터 이렇게 병신이었니? 언제부터?
널 봤을때부터.
참 진득하게도 똑같은 꿈을 꾼다. 오늘의 나는 조금 감상적이다. 나는 불쌍한 인간이
되고싶어진다. 나는 축축해진 얼굴에서 더 물을 빼려 얼굴을 일그리고 흑흑거리지만,
이미 흘러나온 눈물은 더 나올 생각을 하지않는다.
"......"
책상 위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어느 여름에 내가 그의 방에서 내것인 양 뻔뻔히
가져와 책상위에 올려놓은 그의 사진. 교복을 입고 갈색머리, 박유천과 활짝 웃고
있는 그 사진...
그는 정말로 박유천을 친구로 여겼나 보다.
나는 그에게 뭐였을까. 세월이 흘렀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를 모른다.
꿈 속의 그곳, 그 자리에 섰다. 그때는 수능을 기다리던 철없었던...아마도 내가 그를
풋풋하게 사랑했던...'우리 나중에 같이 살자.'이런 말을 던졌었던...
벚꽃이 만개했다.
뒤를 돌아보면 나를 쳐다보고있는 그가 보인다. 그러면 난 한달음에 달려가 낙화만치
아스라한 그의 품에 안기는 꿈을 꾼다. 달큰히 퍼지는 꽃향이 마치 진짜인 양. 생생한...
...집에 가야겠다.
벌써, 벚꽃이 흐드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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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국 자컨에서 내내 한 쪽 팔 가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