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에그 - 햇살이 아파
햇살, 오세훈
"세훈아! 우리 여기가면 안돼? 아 너 싫어하려나.."
"어, 안돼."
마카롱 축제를 가자하는 나의 제안에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세훈이는 당연하듯 거절했었어. 나는 세훈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매번 부탁했고 항상 퇴짜 맞았지. 그거 하나 못 가주나라고 생각할텐데 오세훈 성격을 보면 생각이 바로 바뀔테지만..
"세훈아, 나 동창회 있는데 다녀와도 돼?"
"어디.중학교?"
"아니, 고등.."
"안돼."
동창회도 뻔했지, 뭐. 중학교는 여중을 나왔는데 고등학교는 공학을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대답은 '안돼'였어.
덕분에 고등학교 동창회 한번도 가본 적이 없어, 그래서 친구들한테만 욕 왕창 먹고있어
다들 세훈이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근데 정작 고백은 오세훈이 했다? 웃기지
처음엔 오히려 내가 세훈이 관심이 어색하고 불편해서 내가 피해다녔어
나한테 세훈이 첫 인상은 그냥 무서움 그 자체였단말이야..
그래도 나한테 항상 잘 해줬었어. 내가 산책하는걸 진짜 좋아하는데 세훈이는 걷는 걸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꼬박꼬박 나랑 산책해주고 데이트있던 날엔 우리 집 오기 전에 공원이 있는데 일부러 공원 한 바퀴 돌고 데려다 줬어.
음.. 또 하루는 내가 아팠었는데 그 날 세훈이한테 정말 중요한 면접이 있었단말이야? 근데 집 앞에 가서 응원하기엔 내 상태가 너무 안 좋고 전화하기엔 내 목이 너무 갈라지는 거야. 그래서 별 수 없이 문자로 보냈어.
[세훈아! 오늘 면접 짱짱 잘 보고 와. 내 남자친구 화이팅♥]
세훈이는 그게 이상했나 봐. 평소에 할 말있으면 목소리라도 듣게 전화로 하는게 나거든, 그런데 문자로 했잖아?
먼저 연락안하는게 오세훈인데 그 날은 문자 보내자마자 전화왔다..
"..여보세요."
"무슨 일있어?"
"..아니, 무슨 일은. 없어."
"아파? 목소리 왜 그래"
"응? 아니.. 그냥 감기몸살?"
"..넌 그걸 말도 안하고, 기다려."
"어, 뭐라고?"
나는 진짜 바로 달려올 줄 몰랐어. 면접까지 고작 30분 남았었거든.
지금 생각해도 나 진짜 미친년이다, 아픈 걸 왜 말 했지? 그 면접 세훈이 한테 중요하고 유리한 걸 누구보다 잘 알던 나였는데..
그래도 그 날 세훈이가 간호해줘서 바로 나았다! 세훈이는 그 면접 결국 안 가고 다른 곳 면접보고 그 회사 입사했어.
근데 내가 봐도 욕 나올 정도로 세훈이 한테 모진 말을 한 적이 있어. 세훈이가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고 진짜 피곤해했거든.
다들 인턴때 떠올리면 알거야, 얼마나 끔찍한지.. 한 시간도 못자고 보고서 작성하는 날도 있었고, 세훈이네 회사가 무역쪽?이라 상대 회사랑 연락하려면 시차때문에 밤을 새야하는 경우도 다반사였어. 그러니까 세훈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한테 연락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겠지.
내가 데이트하자해도 피곤하니까 세훈이 입장에서는 거절하는 게 당연했거든.
나는 그게 이해가 안되는거야. 아무리 바빠도 통화 한 번 할 수 없나.. 이러고 하다하다 내가 질려서 일부러 나를 피하려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어.
그리고 나는 결국 펑!하고 터트렸지. 솔직히 1~2주는 참았는데 그게 한 달을 넘어가니까 나도 너무 지치는거야.
다들 생각하는게 맞아. 헤어지자고 했어.
[세훈아. 피곤하고 바쁠텐데 문자해서 미안해. 근데 꼭 할 말이 있어서, 마주보고 애기하고 싶은데 너 바빠서 못 나올거아니야 그래서 문자로 남겨둬. 우리 그만하자. 4년이면 충분히 사겼다고 생각해. 너도 나 맞춰주느라 힘들었잖아.. 나도 무뚝뚝한 너 맞춰주느라 힘들었고 솔직히 지쳤었어. 다만 타이밍을 못 찾았을 뿐이지. 너도 이제 나 질리고 별로잖아, 너랑은 하나도 안 맞고 그런데 나한테 맞춰주느라 고생했고 고마웠어. 앞으로 행복해, 세훈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답이 없더라..? 나는 답이 없는 세훈이를 보고 '역시 내가 질린게 맞구나..' 라고 생각했어.
막상 세훈이한테 헤어지자고 통보를하고 돌이켜보니까 그 동안 같이 했던 것들이 다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밖에 나갔다오면서 무의식적으로 나 혼자 공원 한 바퀴 돌고 집 들어오거나, 일어나자마자 카톡 들어가보거나..
몇 일이 지나서야 '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라고 생각 들더라.. 세훈이 성격을 생각해보면 나름 나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챙겨주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겹쳐져서 그냥 눈물이 났어.
다시 세훈이한테 미안하다고하기엔 내가 너무 못된년이잖아. 그래서 그냥 몇 일을 꼬박 앓았어.
일주일을 울고 앓았을까, 결국 내린 결정은 '돌아가자'였어. 세훈이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해야만 할 거같았거든.
하루종일 세훈이만 생각하다보니까 나에게 세훈이는 햇살같은 존재였던거야.
하루를 세훈이로 시작하고 세훈이로 끝내면서 세훈이 때문에 웃는.
그래서 염치없지만 세훈이한테 다시 연락을 했어. 나 진짜 못된년이지?
..헤어지고 미안하다고 연락을 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네.
근데 햇살같던 세훈이는
지금 내 곁에 없어.
사담'ㅅ' |
워후 일주일 후에 보자면서 신알신 울려서 당황하셨죠? 사실 저도 글 쓸지 몰랐어요..... 근데 기다리시던 글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8ㅅ8 무슨 생각으로 쓴 건진 모르겠다만 새벽에 쓰고 가요.. 올리는 거 역시 부끄러우니까 바로 올리고갑니당 (생물때문에 도른 자까를 이해해조!) 암호닉은 원래 글이 아니니까 쉬어갈게요. 그럼 다시 빠르면 주말이나 늦으면 다음주에 뵈요! 총총=33 |
맞춤법 오타있을시엔 알려주세요 (소곤소곤)
새벽 늦게 글 쓰는거라 검사기 돌리는게 너무 힘들어서 ;ㅅ; ♡
검토 안하고 올려요, 틈틈히 수정할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