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욱 세훈이 제 눈가까지 내려온 앞머리를 불어 넘기며 발 밑의 모래를 두어번 발로 찼다. 쨍한 햇빛이 세훈의 가지런한 앞머리와 보얗게 드러난 이마, 콧잔등 따위를 달구었다. 요란한 휘슬 소리와 아이들의 외침이 뒤섞여 귀가 먹먹해진다. 세훈은 제 쪽으로 공이 넘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세훈 넌 항상 너무 나서. 포지션 잘 생각하면서 움직이란 말이야. 수비가 왜 수비야? 감독의 꾸지람이 아직까지도 들려오는 듯 했다. 일학년에서 경기를 뛰는 것은 세훈이 유일무이했다. 나름 명문 고등학교의 이름난 축구부라고, 학교에서 하는 작은 경기에도 열과 성을 다해 뛰어드는 게 가소로웠다. 그래봤자 연습인데. 세훈이 짓씹듯 중얼였다. 중학교 때 까지 세훈의 포지션은 미드필더였다. 이유는 단지 동네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그저 그런 아이들보다 조금 더 날렵했고 공 차는 기술을 알았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모두가 원서 때문에 머리를 싸맬 때 그저 그런 공고에나 진학하려던 세훈을 감독님이 불러세웠었다. 너, 축구 계속 하고싶니? 사실 세훈에게 있어서 축구란 여가에 지나지 않았다.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닥 상관 없는 것. 아무래도 고등학교에 가면 축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 불보듯 뻔하니 이쯤에서 접을까 싶었다. 세훈은 제가 뛰어나게 좋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국에 잘 하는 애들이 얼마나 수두룩한데. 그렇지만 감독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세훈의 마음을 온통 들쑤셔놓기에 충분했다. 세훈이 네가 축구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다면 감독님이 추천서를 넣을까 해. 너는 꾸준히만 하면 아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는 체격도 좋고. 삼 년, 힘들겠지만 삼 년만 진짜 열심히 하면‥. 세훈은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턱을 약간 당기며 대답했었다. 갈래요, 그 고등학교.그리고 세훈은 가볍게 감독이 추천한 고등학교에 붙었다. 추천서에 말을 어찌나 잘 써놨던지 최초로 경기 뛰는 1학년이란 타이틀을 이름 앞에 단 채로." 야 오세훈. 공! "그렇지만 사실 세훈은 지금까지도 축구에 모든 걸 쏟아 부을 생각은 없었다. 세훈은 모든 것이 그저 그런 고등학생이였고 축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축구부에 든 것은 그저 신임을 얻고 있는 축구부의 일원이라는 것이 세훈을 보다 자유롭게 해주는데다가 특별사항을 기제하는 란에 ○○고 축구부라는 문장만 찌끄린다면야 왠만한 체대엔 찔러볼 수 있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녔다. 세훈은 이런 쪽으로는 꽤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세훈이 제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을 가르고 들어온 날카로운 외침에 다가오는 공을 발로 걷어찼다. 좋은 킥은 아니였지만 그런대로 먹혀 들어간 듯 싶었다. 바로 제 앞까지 공을 몰고왔던 종인이 가쁜 숨을 내쉬며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아. 세훈이 미묘하게 인상을 우그러트리곤 고개를 비스듬히 했다. 거의 뛰질 않아 보송한 세훈과 다르게 종인에게선 온통 땀내가 풍겼다." 아우 씨발 거의 다 왔는데. "아무래도 골대 거의 앞에서 공을 뺏긴 게 퍽이나 억울한 모양이였다. 세훈은 거칠게 숨을 고르는 종인에게서 눈을 떼어내며 물었다. 안 가? 그러자 종인의 시선이 세훈에게로 미끄러진다. 종인의 콧날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턱에서도 땀이 뚝 떨어진다. 반말 했냐? 묻기에 어깰 으쓱해보이자 쳇 웃더니만은 설렁설렁 걸음을 옮긴다. 빠른 생으로 학교 일찍 들어왔단 거 다 아는데 꼭 생색을 내고는 한다. 세훈은 이제 거의 뛰다싶이 하는 종인의 등에 시선을 굴려 박았다. 이학년 주장 김종인. 종인 하면 이름 앞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도 입에 굴려본다. 주장. 이학년 주장." 재수 없어.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 종인은 세훈처럼 그저 그런 고등학생이 아니였다. 축구밖에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세훈과는 달랐다. 정말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필드 위의 김종인에게는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인은 축구를 잘 했다. 엄청나게. 타칭 ○○고의 미래 아니던가. 그럼에도 거만하기는 커녕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웃으며 대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짜증이 났다. 그 중에서도 킹 오브 킹으로 재수 없는 모습이라는 건," 지가 뭐라고 공을 내주긴, 썅‥. "꼭 아까처럼 방향을 틀 수 있었음에도 세훈의 앞까지 와서 공을 내주고야 마는 것이였다. 존나 재수 없어 지가 뭔데 진짜. 세훈이 입매를 우그러뜨리며 다시 한 번 욕을 잇새로 씹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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