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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혼의 법칙



정국은 매우 심란했다. 여주가 결혼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안 드는데, 쌍방도 아니고 배여주 혼자 애달아하는 거란 게(여주피셜) 그를 더 짜증나게 했다. 물론 쌍방인 것도 싫겠지만. 여주가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싫고, 그 남자가 여주를 이용하려고 결혼하는 것도 싫었다. 미운 일곱 살도 아닌데, 여주를 제외한 제 주위의 모든 것들이 고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아니꼬운 것들 중에서도 제일인 건, 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거다. 

여주네 집안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여주가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자리를 잡고 싶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정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알바에 매진하느라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진 여주 곁에 꿋꿋이 단짝친구로서 남아주는 것, 힘들어 보일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뿐이었다. 여주에게 당장 필요한 '금전적' 도움은 정국이 내어줄 수 있는 범위 밖이었으니까. 여주가 부담 가지거나 혹시라도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된 게 첫번째 이유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도와줄 여력이 되지도 않았다. 무릎 부상이 꽤 심했어서 병원비로 이미 그동안 모은 돈을 많이 쓴데다 앞으로 태형과 서울에서 생활할 걸 생각하면 지갑 사정도 팍팍했다. 거기다 아직은 제대로 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근데 여주랑 결혼한다는 그 남자는, 그러니까 여주가 좋아하는 그 남자는 여주의 등록금이나 생활비 따위 푼돈 쓰듯 내줄 수도 있었고 미래도 아주 짱짱한, 상위 0.01퍼센트의 사람이었다. 저 지긋지긋한 빚에서, 알바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 여주의 구원이 되어줄 사람. 게다가 여주가 좋아할 정도로 멋있는 남자라니. 지나가는 길고양이가 봐도 지금 여주에게 필요한 사람은 '김석진', 그 사람이었다.


근데 내가 어떻게 결혼하지말라그래. ...내가 뭐라고.

 

하지만 하늘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가. 1년짜리 시한부 결혼이라는 것과 석진이 여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정국에게 그나마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뭐 물론 여주는 저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지만, 친구로라도 계속 곁에 남고 싶으니까. 여주에게 진짜 남편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은 어려웠을테니. 

그러나 이 상황은 아주 예외의 경우였다. 여주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만큼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적어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제 진심은 그랬다. 


그래서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마음도 다잡고 앞으로 서울에선 찍기 어려울 부산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바다로 갔던 건데.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여주를 만났다.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석진도 함께.


"뭐냐? 사진 찍으러?"

"어. ..옆에 분은,"


기사 사진으로 봐서(궁금해서 결국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이미 누군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예의상 건넨 서두였다. 여주 입에서 결혼할 사람이야, 라는 말이 나오는 게 탐탁지 않긴 했지만.   


"아, 우리 교수ㄴ....."

"여주씨 남자친구예요."


근데 이 쪽이 더 기분 더럽네.


석진이 직접 입을 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정국이 여주만 보고 있던 눈길을 옮겼다.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이 흔들림 하나 없이 담담해 보여서 더 짜증난다. 

그 와중에 여주는 정국과 다른 의미로 옆에 서 있던 석진을 올려다 보았다. 놀라서 커진 눈이 평소보다 더 땡글땡글하다. 잘 달아오르는 뺨은 여지없이 분홍빛이 되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시발 남자친구래!!!여주씨 남자친구래!!!!!!!앞으로 제 묘비명은 '여주씨 남자친구예요.'입니다아아아앜!!!!!!!(내적비명)


정국은 십 수년의 우정 짬바 덕에 여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거 속으로 설레고 난리났네. 코평수 커진거 봐라. 

설레하는 여주는 귀여웠지만 그 대상이 석진인 건 불쾌했던 정국은 괜히 딴지를 걸고 싶었다. 찌질하게 구는 건 싫은데, 기만인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여주 남자친구세요?해야하는 게 더 싫었다. 저 사람은 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뭘 바다까지 같이 놀러오고 있어.(심통) 결국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이는 마음은 보란듯이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아, 여주랑 계약했다던 분." 

"?"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남자친구 아니신 거 아니까 굳이 거짓말 안 하셔도 됩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여..?


엘사가 지나간 것마냥 삽시간에 싸해진 분위기에 여주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전정국 저거 갑자기 왜저래..? 쟤 저렇게 싸가지 밥 말아먹은 말투 쓰는 건 고딩 때 장진상 새끼 퇴치할 때 말고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심지어 표정까지 싸가지 없어.

아니 근데 내가 분명 계약결혼인 거 입 다물라고 몇 번을 말했을 텐데....? 교수님한테는 말해도 된단 뜻으로 이해한 건가..? 그래, 내 잘못이다 임마...(빠른 수긍)




여주는 사실 저렇게 대놓고 적개심을 보일 줄 몰라서 그렇지, 정국이 석진을 왜 싫어하는 건지는 이해했다. 저였어도 전정국이 잘 모르는 여자랑 결혼을, 것도 계약결혼을 한다고 했다면 많이 경계했을 테니까. 혹시나 여자가 전정국한테 나쁜 짓 하진 않을 지, 상처를 주진 않을 지 생각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굳이 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건데. 이건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둘 사이가 좋진 않더라도 나쁘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여주는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은 내가 어떻게든 얘기해 볼 수 있다 치고. 교수님한테는 정국이가 알고 있단 거 미리 말 못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될 거 같은데. 화나시진 않았겠,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



...이 아니네??? 저건 화나신 거다. 분명해.(확신)


여주 앞에서는 항상 다정하고 너그러웠던 탓에 여주는 석진이 저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실 석진의 회사 사람들이나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웃는 모습보단 지금 같은 예민한 모습을 더 자주 본다는 걸, 오히려 웃는 게 희귀한 거라는 걸 여주는 알 턱이 없었다. 

여주는 얼음땡을 하듯 사고회로가 꽁꽁 얼어붙어 고장났다. 누구나 처음 겪는 것에는 면역이 없듯이, 초면이나 다름없는 석진의 차디찬 예민함이 마냥 낯설었던 탓이다. 계약 결혼인 건 남들한테 비밀이어야 하는데, 함부로 정국이한테 털어놔서 화나신 거겠지...? 어떻게든 해명과 사과를 해야한다 생각하는 여주의 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막상 석진이 신경 쓰인 부분은 여주가 계약 내용을 발설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남자친구 아닌 거 아니까 거짓말 안 해도 된다라.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긴 했다. 아니, 얼핏이 아니라 아주 꼼꼼히 따져봐도 저 문장에 오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데 왜 이렇게 거슬리지. 

저와 여주의 관계를 다 안다는 듯 쳐다보는 오만한 눈빛도, 더 가까운 사람은 저라는 걸 티내는 양 자연스럽게 여주 어깨에 걸쳐놓은 팔도, 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친구, 신경전하자는 거네. 스물 넷 어린 정국의 패기와 순정은 석진의 눈에 지나치게 읽히기 쉬운 것이었다. 여주는 근 10년을 알아채지 못한 마음이었다고 하나, 상대는 김석진이다. 여주를 보는 눈빛 한 번으로도 대충 어림 짐작할 수 있을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티를 내니 모를 수가 있나.   


"ㄱ,교수님, 그러니까 얘는 정국이고요,"
"정국이?"
"네에..전정국이라고, 저랑 제일 친한 애라서..그게....(안절부절)"
"전정국 씨, 반가워요. 그 쪽 말대로 여주 씨랑 계약결혼할 사람입니다."


석진은 여주의 남자친구에서 계약결혼할 사람으로 자신의 신분을 정정했다. 평온한 말투와 시니컬한 표정이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라는 의미를 깊은 곳에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까진 눈치 못 챈 여주가 이 살얼음판 같은 기싸움이 끝난 줄 알고 한 시름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네. 전 별로 반갑진 않네요."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하... 시발 전정국 저게.... 아빠고 전정국이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속에서 우러나오는 환멸) 

아니 나 걱정해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알겠는데!! 교수님이 아니꼬운 것도 알겠는데!!! 다 됐고 저는 좋다고여 이 붓싼남자들아ㅠㅠㅠㅠㅠ나느뉴ㅠㅠ이미 김석진한테 인생 배팅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광광)



퉁명스러운 대답에 여주의 얼굴이 잔뜩 시무룩해진 걸 보자 정국은 바로 자신의 노빠꾸를 후회했다. 제 기분이 좋지 않은 것보다는 여주가 어떤 기분인지가 몇 배는 더 중요했는데. 

아무리 여주를 생각해서 저 '교수님'이란 남자를 경계하고 적의를 보인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불편해 할 사람은 분명 여주겠지. 정국은 생각이 짧았다는 후회와 동시에, 앞으로는 여주 없을 때나 jot 비슷하게 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두 눈에 맺힌 쓸데 없는 비장함이 마치 싸움을 앞둔 파워레인저 레드같았다. 


"배여ㅈ,"

"ㄱ,교수님 저 뭔가 좀 허전한데!! 그 머냐,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어여!! 가실래요??(다급)"


정국보다 여주가 한 발 빨랐다. 상황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맑은 눈동자가 간절하게 석진을 보고 있었다. 안타까울 만큼 어설픈 연기가 간절함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든다. 그 애처로움을 외면할 수도, 할 생각도 없었던 석진은 이내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전정국, 너도 이리 와. 내가 사는 거니까."


여주는 석진은 볼 수 없는 방향으로 야무지게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더니 '먹고 제발 입 다물어라.' 하고 앙칼지게 입술을 오물댄다. 그 입모양을 본 정국은 허탈한 듯 픽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러자면 그래야지, 뭐.



왼쪽엔 정국을, 오른쪽엔 석진을 둔 여주가 바로 코앞에 있던 가게로 향했다. 와플 같은 걸 파는 바닷가의 조그만 가게였는데, 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파는 것 같길래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저는 민트초코 하나랑... 교수님은요?"

"초코ㅇ...근데 진짜 여주씨가 사는 거예요?"

"네! 이번은 진짜 제가 계산할 거예요.(비장)"

"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

"ㅎㅎ..(뿌듯) 정구기 너는?"

"...나 민초."

"민트초코 두 개랑 초코 하나 주세요."


솜씨 좋고 인심 좋은 주인 청년은 콘 안쪽까지 탄탄하게 눌러 담아 하나씩 손에 쥐어주었다. 흔쾌히 6000원을 파워결제한 여주는 그제서야 한 시름 놓았다. 정국이나 석진이나 둘 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으니, 세상이 조용했다. 왜 애기 엄마들이 시끄러우면 입에 간식을 넣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덩치 큰 성인 남자 두 명이 길에서 얌전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게 뭔가 웃기기도 하고. 

흐뭇하게 보고있던 순간,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석진이 뒤늦게 머리를 스쳤다.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먹여버린 건 아닌가하고 걱정하기가 무섭게, 그건 정말 괜한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계약결혼의 법칙



정국은 매우 심란했다. 여주가 결혼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안 드는데, 쌍방도 아니고 배여주 혼자 애달아하는 거란 게(여주피셜) 그를 더 짜증나게 했다. 물론 쌍방인 것도 싫겠지만. 여주가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싫고, 그 남자가 여주를 이용하려고 결혼하는 것도 싫었다. 미운 일곱 살도 아닌데, 여주를 제외한 제 주위의 모든 것들이 고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아니꼬운 것들 중에서도 제일인 건, 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거다. 

여주네 집안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여주가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자리를 잡고 싶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정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알바에 매진하느라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진 여주 곁에 꿋꿋이 단짝친구로서 남아주는 것, 힘들어 보일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뿐이었다. 여주에게 당장 필요한 '금전적' 도움은 정국이 내어줄 수 있는 범위 밖이었으니까. 여주가 부담 가지거나 혹시라도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된 게 첫번째 이유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도와줄 여력이 되지도 않았다. 무릎 부상이 꽤 심했어서 병원비로 이미 그동안 모은 돈을 많이 쓴데다 앞으로 태형과 서울에서 생활할 걸 생각하면 지갑 사정도 팍팍했다. 거기다 아직은 제대로 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근데 여주랑 결혼한다는 그 남자는, 그러니까 여주가 좋아하는 그 남자는 여주의 등록금이나 생활비 따위 푼돈 쓰듯 내줄 수도 있었고 미래도 아주 짱짱한, 상위 0.01퍼센트의 사람이었다. 저 지긋지긋한 빚에서, 알바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 여주의 구원이 되어줄 사람. 게다가 여주가 좋아할 정도로 멋있는 남자라니. 지나가는 길고양이가 봐도 지금 여주에게 필요한 사람은 '김석진', 그 사람이었다.


근데 내가 어떻게 결혼하지말라그래. ...내가 뭐라고.

 

하지만 하늘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가. 1년짜리 시한부 결혼이라는 것과 석진이 여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정국에게 그나마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뭐 물론 여주는 저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지만, 친구로라도 계속 곁에 남고 싶으니까. 여주에게 진짜 남편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은 어려웠을테니. 

그러나 이 상황은 아주 예외의 경우였다. 여주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만큼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적어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제 진심은 그랬다. 


그래서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마음도 다잡고 앞으로 서울에선 찍기 어려울 부산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바다로 갔던 건데.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여주를 만났다.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석진도 함께.


"뭐냐? 사진 찍으러?"

"어. ..옆에 분은,"


기사 사진으로 봐서(궁금해서 결국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이미 누군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예의상 건넨 서두였다. 여주 입에서 결혼할 사람이야, 라는 말이 나오는 게 탐탁지 않긴 했지만.   


"아, 우리 교수ㄴ....."

"여주씨 남자친구예요."


근데 이 쪽이 더 기분 더럽네.


석진이 직접 입을 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정국이 여주만 보고 있던 눈길을 옮겼다.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이 흔들림 하나 없이 담담해 보여서 더 짜증난다. 

그 와중에 여주는 정국과 다른 의미로 옆에 서 있던 석진을 올려다 보았다. 놀라서 커진 눈이 평소보다 더 땡글땡글하다. 잘 달아오르는 뺨은 여지없이 분홍빛이 되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시발 남자친구래!!!여주씨 남자친구래!!!!!!!앞으로 제 묘비명은 '여주씨 남자친구예요.'입니다아아아앜!!!!!!!(내적비명)


정국은 십 수년의 우정 짬바 덕에 여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거 속으로 설레고 난리났네. 코평수 커진거 봐라. 

설레하는 여주는 귀여웠지만 그 대상이 석진인 건 불쾌했던 정국은 괜히 딴지를 걸고 싶었다. 찌질하게 구는 건 싫은데, 기만인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여주 남자친구세요?해야하는 게 더 싫었다. 저 사람은 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뭘 바다까지 같이 놀러오고 있어.(심통) 결국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이는 마음은 보란듯이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아, 여주랑 계약했다던 분." 

"?"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남자친구 아니신 거 아니까 굳이 거짓말 안 하셔도 됩니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여..?


엘사가 지나간 것마냥 삽시간에 싸해진 분위기에 여주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전정국 저거 갑자기 왜저래..? 쟤 저렇게 싸가지 밥 말아먹은 말투 쓰는 건 고딩 때 장진상 새끼 퇴치할 때 말고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심지어 표정까지 싸가지 없어.

아니 근데 내가 분명 계약결혼인 거 입 다물라고 몇 번을 말했을 텐데....? 교수님한테는 말해도 된단 뜻으로 이해한 건가..? 그래, 내 잘못이다 임마...(빠른 수긍)




여주는 사실 저렇게 대놓고 적개심을 보일 줄 몰라서 그렇지, 정국이 석진을 왜 싫어하는 건지는 이해했다. 저였어도 전정국이 잘 모르는 여자랑 결혼을, 것도 계약결혼을 한다고 했다면 많이 경계했을 테니까. 혹시나 여자가 전정국한테 나쁜 짓 하진 않을 지, 상처를 주진 않을 지 생각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굳이 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건데. 이건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둘 사이가 좋진 않더라도 나쁘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여주는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은 내가 어떻게든 얘기해 볼 수 있다 치고. 교수님한테는 정국이가 알고 있단 거 미리 말 못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될 거 같은데. 화나시진 않았겠,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



...이 아니네??? 저건 화나신 거다. 분명해.(확신)


여주 앞에서는 항상 다정하고 너그러웠던 탓에 여주는 석진이 저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실 석진의 회사 사람들이나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웃는 모습보단 지금 같은 예민한 모습을 더 자주 본다는 걸, 오히려 웃는 게 희귀한 거라는 걸 여주는 알 턱이 없었다. 

여주는 얼음땡을 하듯 사고회로가 꽁꽁 얼어붙어 고장났다. 누구나 처음 겪는 것에는 면역이 없듯이, 초면이나 다름없는 석진의 차디찬 예민함이 마냥 낯설었던 탓이다. 계약 결혼인 건 남들한테 비밀이어야 하는데, 함부로 정국이한테 털어놔서 화나신 거겠지...? 어떻게든 해명과 사과를 해야한다 생각하는 여주의 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막상 석진이 신경 쓰인 부분은 여주가 계약 내용을 발설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남자친구 아닌 거 아니까 거짓말 안 해도 된다라.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긴 했다. 아니, 얼핏이 아니라 아주 꼼꼼히 따져봐도 저 문장에 오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데 왜 이렇게 거슬리지. 

저와 여주의 관계를 다 안다는 듯 쳐다보는 오만한 눈빛도, 더 가까운 사람은 저라는 걸 티내는 양 자연스럽게 여주 어깨에 걸쳐놓은 팔도, 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친구, 신경전하자는 거네. 스물 넷 어린 정국의 패기와 순정은 석진의 눈에 지나치게 읽히기 쉬운 것이었다. 여주는 근 10년을 알아채지 못한 마음이었다고 하나, 상대는 김석진이다. 여주를 보는 눈빛 한 번으로도 대충 어림 짐작할 수 있을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티를 내니 모를 수가 있나.   


"ㄱ,교수님, 그러니까 얘는 정국이고요,"
"정국이?"
"네에..전정국이라고, 저랑 제일 친한 애라서..그게....(안절부절)"
"전정국 씨, 반가워요. 그 쪽 말대로 여주 씨랑 계약결혼할 사람입니다."


석진은 여주의 남자친구에서 계약결혼할 사람으로 자신의 신분을 정정했다. 평온한 말투와 시니컬한 표정이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라는 의미를 깊은 곳에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까진 눈치 못 챈 여주가 이 살얼음판 같은 기싸움이 끝난 줄 알고 한 시름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네. 전 별로 반갑진 않네요."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하... 시발 전정국 저게.... 아빠고 전정국이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속에서 우러나오는 환멸) 

아니 나 걱정해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알겠는데!! 교수님이 아니꼬운 것도 알겠는데!!! 다 됐고 저는 좋다고여 이 붓싼남자들아ㅠㅠㅠㅠㅠ나느뉴ㅠㅠ이미 김석진한테 인생 배팅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광광)



퉁명스러운 대답에 여주의 얼굴이 잔뜩 시무룩해진 걸 보자 정국은 바로 자신의 노빠꾸를 후회했다. 제 기분이 좋지 않은 것보다는 여주가 어떤 기분인지가 몇 배는 더 중요했는데. 

아무리 여주를 생각해서 저 '교수님'이란 남자를 경계하고 적의를 보인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불편해 할 사람은 분명 여주겠지. 정국은 생각이 짧았다는 후회와 동시에, 앞으로는 여주 없을 때나 jot 비슷하게 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두 눈에 맺힌 쓸데 없는 비장함이 마치 싸움을 앞둔 파워레인저 레드같았다. 


"배여ㅈ,"

"ㄱ,교수님 저 뭔가 좀 허전한데!! 그 머냐,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어여!! 가실래요??(다급)"


정국보다 여주가 한 발 빨랐다. 상황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맑은 눈동자가 간절하게 석진을 보고 있었다. 안타까울 만큼 어설픈 연기가 간절함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든다. 그 애처로움을 외면할 수도, 할 생각도 없었던 석진은 이내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전정국, 너도 이리 와. 내가 사는 거니까."


여주는 석진은 볼 수 없는 방향으로 야무지게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더니 '먹고 제발 입 다물어라.' 하고 앙칼지게 입술을 오물댄다. 그 입모양을 본 정국은 허탈한 듯 픽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러자면 그래야지, 뭐.



왼쪽엔 정국을, 오른쪽엔 석진을 둔 여주가 바로 코앞에 있던 가게로 향했다. 와플 같은 걸 파는 바닷가의 조그만 가게였는데, 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파는 것 같길래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저는 민트초코 하나랑... 교수님은요?"

"초코ㅇ...근데 진짜 여주씨가 사는 거예요?"

"네! 이번은 진짜 제가 계산할 거예요.(비장)"

"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

"ㅎㅎ..(뿌듯) 정구기 너는?"

"...나 민초."

"민트초코 두 개랑 초코 하나 주세요."


솜씨 좋고 인심 좋은 주인 청년은 콘 안쪽까지 탄탄하게 눌러 담아 하나씩 손에 쥐어주었다. 흔쾌히 6000원을 파워결제한 여주는 그제서야 한 시름 놓았다. 정국이나 석진이나 둘 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으니, 세상이 조용했다. 왜 애기 엄마들이 시끄러우면 입에 간식을 넣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덩치 큰 성인 남자 두 명이 길에서 얌전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게 뭔가 웃기기도 하고. 

흐뭇하게 보고있던 순간,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석진이 뒤늦게 머리를 스쳤다.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먹여버린 건 아닌가하고 걱정하기가 무섭게, 그건 정말 괜한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계약결혼의 법칙



정국은 매우 심란했다. 여주가 결혼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안 드는데, 쌍방도 아니고 배여주 혼자 애달아하는 거란 게(여주피셜) 그를 더 짜증나게 했다. 물론 쌍방인 것도 싫겠지만. 여주가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싫고, 그 남자가 여주를 이용하려고 결혼하는 것도 싫었다. 미운 일곱 살도 아닌데, 여주를 제외한 제 주위의 모든 것들이 고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아니꼬운 것들 중에서도 제일인 건, 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거다. 

여주네 집안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여주가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자리를 잡고 싶어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정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알바에 매진하느라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진 여주 곁에 꿋꿋이 단짝친구로서 남아주는 것, 힘들어 보일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 뿐이었다. 여주에게 당장 필요한 '금전적' 도움은 정국이 내어줄 수 있는 범위 밖이었으니까. 여주가 부담 가지거나 혹시라도 자존심이 상할까 걱정된 게 첫번째 이유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도와줄 여력이 되지도 않았다. 무릎 부상이 꽤 심했어서 병원비로 이미 그동안 모은 돈을 많이 쓴데다 앞으로 태형과 서울에서 생활할 걸 생각하면 지갑 사정도 팍팍했다. 거기다 아직은 제대로 된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근데 여주랑 결혼한다는 그 남자는, 그러니까 여주가 좋아하는 그 남자는 여주의 등록금이나 생활비 따위 푼돈 쓰듯 내줄 수도 있었고 미래도 아주 짱짱한, 상위 0.01퍼센트의 사람이었다. 저 지긋지긋한 빚에서, 알바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 여주의 구원이 되어줄 사람. 게다가 여주가 좋아할 정도로 멋있는 남자라니. 지나가는 길고양이가 봐도 지금 여주에게 필요한 사람은 '김석진', 그 사람이었다.


근데 내가 어떻게 결혼하지말라그래. ...내가 뭐라고.

 

하지만 하늘이 꺼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가. 1년짜리 시한부 결혼이라는 것과 석진이 여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정국에게 그나마 아주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뭐 물론 여주는 저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지만, 친구로라도 계속 곁에 남고 싶으니까. 여주에게 진짜 남편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은 어려웠을테니. 

그러나 이 상황은 아주 예외의 경우였다. 여주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만큼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적어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제 진심은 그랬다. 


그래서 여러모로 싱숭생숭한 마음도 다잡고 앞으로 서울에선 찍기 어려울 부산의 모습을 담기 위해 바다로 갔던 건데.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여주를 만났다.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석진도 함께.


"뭐냐? 사진 찍으러?"

"어. ..옆에 분은,"


기사 사진으로 봐서(궁금해서 결국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이미 누군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예의상 건넨 서두였다. 여주 입에서 결혼할 사람이야, 라는 말이 나오는 게 탐탁지 않긴 했지만.   


"아, 우리 교수ㄴ....."

"여주씨 남자친구예요."


근데 이 쪽이 더 기분 더럽네.


석진이 직접 입을 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정국이 여주만 보고 있던 눈길을 옮겼다.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이 흔들림 하나 없이 담담해 보여서 더 짜증난다. 

그 와중에 여주는 정국과 다른 의미로 옆에 서 있던 석진을 올려다 보았다. 놀라서 커진 눈이 평소보다 더 땡글땡글하다. 잘 달아오르는 뺨은 여지없이 분홍빛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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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남자친구래!!!여주씨 남자친구래!!!!!!!앞으로 제 묘비명은 '여주씨 남자친구예요.'입니다아아아앜!!!!!!!(내적비명)


정국은 십 수년의 우정 짬바 덕에 여주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거 속으로 설레고 난리났네. 코평수 커진거 봐라. 

설레하는 여주는 귀여웠지만 그 대상이 석진인 건 불쾌했던 정국은 괜히 딴지를 걸고 싶었다. 찌질하게 구는 건 싫은데, 기만인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여주 남자친구세요?해야하는 게 더 싫었다. 저 사람은 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뭘 바다까지 같이 놀러오고 있어.(심통) 결국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이는 마음은 보란듯이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아, 여주랑 계약했다던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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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아니신 거 아니까 굳이 거짓말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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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여..?


엘사가 지나간 것마냥 삽시간에 싸해진 분위기에 여주는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전정국 저거 갑자기 왜저래..? 쟤 저렇게 싸가지 밥 말아먹은 말투 쓰는 건 고딩 때 장진상 새끼 퇴치할 때 말고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심지어 표정까지 싸가지 없어.

아니 근데 내가 분명 계약결혼인 거 입 다물라고 몇 번을 말했을 텐데....? 교수님한테는 말해도 된단 뜻으로 이해한 건가..? 그래, 내 잘못이다 임마...(빠른 수긍)




여주는 사실 저렇게 대놓고 적개심을 보일 줄 몰라서 그렇지, 정국이 석진을 왜 싫어하는 건지는 이해했다. 저였어도 전정국이 잘 모르는 여자랑 결혼을, 것도 계약결혼을 한다고 했다면 많이 경계했을 테니까. 혹시나 여자가 전정국한테 나쁜 짓 하진 않을 지, 상처를 주진 않을 지 생각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말이 날카롭게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굳이 둘을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았던건데. 이건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둘 사이가 좋진 않더라도 나쁘지만은 않기를 바라는 여주는 상황을 어떻게든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은 내가 어떻게든 얘기해 볼 수 있다 치고. 교수님한테는 정국이가 알고 있단 거 미리 말 못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될 거 같은데. 화나시진 않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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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니네??? 저건 화나신 거다. 분명해.(확신)


여주 앞에서는 항상 다정하고 너그러웠던 탓에 여주는 석진이 저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사실 석진의 회사 사람들이나 심지어는 가족들마저도 웃는 모습보단 지금 같은 예민한 모습을 더 자주 본다는 걸, 오히려 웃는 게 희귀한 거라는 걸 여주는 알 턱이 없었다. 

여주는 얼음땡을 하듯 사고회로가 꽁꽁 얼어붙어 고장났다. 누구나 처음 겪는 것에는 면역이 없듯이, 초면이나 다름없는 석진의 차디찬 예민함이 마냥 낯설었던 탓이다. 계약 결혼인 건 남들한테 비밀이어야 하는데, 함부로 정국이한테 털어놔서 화나신 거겠지...? 어떻게든 해명과 사과를 해야한다 생각하는 여주의 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지만 막상 석진이 신경 쓰인 부분은 여주가 계약 내용을 발설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남자친구 아닌 거 아니까 거짓말 안 해도 된다라.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이긴 했다. 아니, 얼핏이 아니라 아주 꼼꼼히 따져봐도 저 문장에 오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데 왜 이렇게 거슬리지. 

저와 여주의 관계를 다 안다는 듯 쳐다보는 오만한 눈빛도, 더 가까운 사람은 저라는 걸 티내는 양 자연스럽게 여주 어깨에 걸쳐놓은 팔도, 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친구, 신경전하자는 거네. 스물 넷 어린 정국의 패기와 순정은 석진의 눈에 지나치게 읽히기 쉬운 것이었다. 여주는 근 10년을 알아채지 못한 마음이었다고 하나, 상대는 김석진이다. 여주를 보는 눈빛 한 번으로도 대충 어림 짐작할 수 있을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티를 내니 모를 수가 있나.   


"ㄱ,교수님, 그러니까 얘는 정국이고요,"
"정국이?"
"네에..전정국이라고, 저랑 제일 친한 애라서..그게....(안절부절)"
"전정국 씨, 반가워요. 그 쪽 말대로 여주 씨랑 계약결혼할 사람입니다."


석진은 여주의 남자친구에서 계약결혼할 사람으로 자신의 신분을 정정했다. 평온한 말투와 시니컬한 표정이 그래,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라는 의미를 깊은 곳에 내포하고 있었다. 그것까진 눈치 못 챈 여주가 이 살얼음판 같은 기싸움이 끝난 줄 알고 한 시름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네. 전 별로 반갑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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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발 전정국 저게.... 아빠고 전정국이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속에서 우러나오는 환멸) 

아니 나 걱정해서 일부러 그러는 거 알겠는데!! 교수님이 아니꼬운 것도 알겠는데!!! 다 됐고 저는 좋다고여 이 붓싼남자들아ㅠㅠㅠㅠㅠ나느뉴ㅠㅠ이미 김석진한테 인생 배팅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광광)



퉁명스러운 대답에 여주의 얼굴이 잔뜩 시무룩해진 걸 보자 정국은 바로 자신의 노빠꾸를 후회했다. 제 기분이 좋지 않은 것보다는 여주가 어떤 기분인지가 몇 배는 더 중요했는데. 

아무리 여주를 생각해서 저 '교수님'이란 남자를 경계하고 적의를 보인다 하더라도, 결국 그는 여주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불편해 할 사람은 분명 여주겠지. 정국은 생각이 짧았다는 후회와 동시에, 앞으로는 여주 없을 때나 jot 비슷하게 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두 눈에 맺힌 쓸데 없는 비장함이 마치 싸움을 앞둔 파워레인저 레드같았다. 


"배여ㅈ,"

"ㄱ,교수님 저 뭔가 좀 허전한데!! 그 머냐,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어여!! 가실래요??(다급)"


정국보다 여주가 한 발 빨랐다. 상황을 수습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맑은 눈동자가 간절하게 석진을 보고 있었다. 안타까울 만큼 어설픈 연기가 간절함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든다. 그 애처로움을 외면할 수도, 할 생각도 없었던 석진은 이내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전정국, 너도 이리 와. 내가 사는 거니까."


여주는 석진은 볼 수 없는 방향으로 야무지게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더니 '먹고 제발 입 다물어라.' 하고 앙칼지게 입술을 오물댄다. 그 입모양을 본 정국은 허탈한 듯 픽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러자면 그래야지, 뭐.



왼쪽엔 정국을, 오른쪽엔 석진을 둔 여주가 바로 코앞에 있던 가게로 향했다. 와플 같은 걸 파는 바닷가의 조그만 가게였는데, 콘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파는 것 같길래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저는 민트초코 하나랑... 교수님은요?"

"초코ㅇ...근데 진짜 여주씨가 사는 거예요?"

"네! 이번은 진짜 제가 계산할 거예요.(비장)"

"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

"ㅎㅎ..(뿌듯) 정구기 너는?"

"...나 민초."

"민트초코 두 개랑 초코 하나 주세요."


솜씨 좋고 인심 좋은 주인 청년은 콘 안쪽까지 탄탄하게 눌러 담아 하나씩 손에 쥐어주었다. 흔쾌히 6000원을 파워결제한 여주는 그제서야 한 시름 놓았다. 정국이나 석진이나 둘 다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으니, 세상이 조용했다. 왜 애기 엄마들이 시끄러우면 입에 간식을 넣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덩치 큰 성인 남자 두 명이 길에서 얌전히 아이스크림 먹고 있는 게 뭔가 웃기기도 하고. 

흐뭇하게 보고있던 순간,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석진이 뒤늦게 머리를 스쳤다.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먹여버린 건 아닌가하고 걱정하기가 무섭게, 그건 정말 괜한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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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닝!!"

"..?"

"ㅈ..제가 꺼낼게여..두 분 다 일단 뒤돌아있서여."

"두 분? 나는 왜 갑자기 극존칭이야."

"뒤돌아있으라고.(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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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씨면 몰라도 제가 전정국씨한테 그런 말 들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필요가 왜 없습니까, 여주 친군데. 쟤가 저래보여도 남자 한 번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던 애라, 이상한 놈 꾀임에 넘어간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자꾸 참견하게 되네요."

"..."

"계약이니 뭐니 하면서 7살이나 어린애 갖고 노는데, 친구로서 기분이 많이 더럽더라고요."


대놓고 비치는 적의에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석진은 비릿한 냉소를 지었다. 지금껏 나름 다양한 연애를 했지만, 이토록 투명하게 견제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신선하다고 해야하나, 재밌다고 해야하나. 

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주와 성향이 전혀 다른 것 같아서 도대체 어떻게 친한 건지 궁금했는데, 대충 알 듯도 싶었다. 감정 표현이 아주 투명하단 거 하나만큼은 똑닮은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여주는 여주고. 여주의 가족도 아닌 '그냥 친구'가 선을 넘는 것까지 봐줄 만큼 석진은 유들유들한 사람이 아니었다. 제게 적대적이라면 더더욱.   


"단순히 친구라서 기분 더러운 거 확실한가?"

"무슨 소립니까."

"진짜 여주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건지, 그 쪽이 다른 감정이 있어서 이러는 건지 확실히 하라는 뜻이에요. 내가 보기엔 후자 같아서."

"!"

"아까부터 티 많이 났는데."

"뭘 안다고,"

"교수님 저 다 입었어요! ...둘이 뭐해요?"


창문을 열고 빼꼼 얼굴을 내민 여주가 싸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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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바다오자고 했나. 여주씨 이렇게 젖어서 어떡하지."

"아니에요, 재밌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뽀송해여. 머리는 그대로지만...."

"집 가서 씻어야 겠네. 찝찝해도 조금만 참아요."

"네엥...근데 교수님, 아까요...."

"응, 왜?"

"정국이 때문에 기분 상하신 거 있으면 제가 사과 드릴게여...걔가 원래 그렇게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닌디.."

"아니야, 기분 안 상했는데. 여주씨가 왜 사과해요."

"하, 다행이다. 제가 정국이한테 사실대로 얘기해버려가지고 화나신 줄 알고..."

"화 안 났어요. ...근데 그 친구랑 많이 친해요?"

"음, 워낙 어릴 때부터 같이 다니고 그랬어서 그냥 옆에 있는 게 자연스러운 친구예요. 부모님들끼리도 친하시구. 대학가고 나서는 자주 못봤는데 작년에 휴학하면서 계속 붙어있긴 했어요."

"그렇구나."

"근데 왜여?"

"그냥, 그 친구가 여주씨 많이 아끼는 거 같아서."

"걔가요?(환멸) 하긴 뭐...초딩때부터 오빠노릇하고 다녔으니깐...생일도 나보다 늦은게 말이야.(꼰대모드)"


조잘조잘 어릴 때 썰을 풀기 시작하는 여주의 목소리를 들으며 석진은 제 생각보다 여주의 삶에 정국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주가 말하는 유년기, 청소년기에는 항상 정국이 있었으니까. 아까 정국의 태도로 보았을 때, 정국에게 여주도 분명 그런(혹은 그보다 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뽑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뿌리내린 사람. 지워내면 지금까지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만 같은 사람. 

갑자기 정국이 저에게 왜 그렇게 열 받아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호감이란 건 아니고.(단호)


"그래서 걔랑 저랑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그 때 같은 반이어가지구,(어쩌고저쩌고)"


초등학교 6학년이면 열 세살인가. 그럼 그 때 내가 스ㅁ.... 

막 성인이 되어 남준과 술잔을 주고 받을 때 여주는 최종학력이 유치원인 아가였단 생각에 석진은 새삼 나이 차를 실감했다. 석진아, 어쩌자고 저런 애기를...(한숨)

석진의 짧은 한숨을 캐치한 여주는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하고(그런 의미의 한숨이 아니었지만) 그만 입을 다물었다. 석진 앞에서는 항상 눈치가 빨라졌다.


"교수님은 이런 얘기 재미없으시져... 너무 제 얘기만 했낭..(머쓱)"

"재밌어요, 괜찮아. 여주씨 더 잘 알게 되고 좋은데."

"진짜요? 그럼 나중에 기회되면 교수님 얘기도 꼭 해주셔야 돼요?"

"내 얘긴 진짜 재미없을걸요."

"무슨 소리예요(ssap정색), 지금 교수님 얼굴에만 벌써 서사가 오조오억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마치 장* 돌침대 광고에서 '별이 다슷개!'를 외치던 아저씨처럼 세상 진지한 얼굴로 '오조오억개'를 말하는 여주 때문에 결국 석진의 웃음이 터졌다. 저는 진짜 진심이었는데 끅끅 웃어버리는 석진 탓에 여주는 멋쩍게 뒷통수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저렇게 웃으시는 거 처음 보는데, 너무 귀엽다... 햄토리같애... 교수님은 빵터지면 저렇게 햄토리 얼굴을 하고 유리창 닦는 소리를 내시는구나. 귀여워! 멋쪄!(콩깍지 제대로 낌)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와요?"

"탄ㅂ..."

"탄?"


탄방소년단 덕질하다가 주접만 늘었습니다, 라고 할 뻔한 여주는 가까스로 튀어나오는 말을 막았다. 거 일코하기 겁나 힘드네. 


"탄...탄생 때부터...가지고 있던 게 아닐까요...ㅎ 사실 저도 그냥 어디서 줏어들은 거..(횡설수설)"

"여주씨 진짜 웃긴 거 같아요."


...좋은 말이겠지? 여주는 그냥 석진이 웃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귀여워."


????? 내가 잘못 들었나; 

나직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여태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나른하게 있던 여주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방을 보고 있긴 하지만 얼굴에 미소가 은은하게 맴도는 것으로 봐서 잘못 들은 건 아닌 듯 싶었다. 앞에 차량한테 귀엽다고 하신건 아닐 거 아냐. 

석진이 귀여워하는 대상이 저인 것이 확실해지자 여주는 갑자기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세상 활발하다가도 이럴 때되면 여지 없이 모쏠인 것이 티가 난다. 뭔가 다른 얘기하기 민망하니까 일단 졸린 척을 하자..! ㅎ,하품을 하는 거야! 여주는 인위적이기 짝이 없는 하품을 하더니 담요에 몸을 맡기고 졸린 척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나 몰입도 쩐다, 진짜 잠 오는데? 연기에 재능이 있었나.


"졸려요? 졸리면 자도 돼."

"ㅇ..아니여, 저 잠 안ㅇ..."



(개꿀잠)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차로 5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여주는 종알거리던 30분을 제외하고 무려 4시간 가량을 딥슬립한 셈이었다. 어제 뒤숭숭한 기분에 잠을 설쳤던 것이 원흉이었다. 

석진이 집으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고, 여주는 그때까지도 노란 담요에 파묻혀 꿈나라를 헤매었다. 

잠을 잘 못 잤나. 나름 부드럽게 운전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에서 자는 건 불편했을 터였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 예민한 석진과 달리 여주는 둔하고 순했다. 그래서 잠결에라도 한 번을 칭얼대지 않고 곤히 잠들었던 것이겠지. 

석진은 여주의 눈꺼풀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 근심 하나 없어보이는 하얀 얼굴이 마냥 깨끗하다. 생각해보면, 아까처럼 그렇게 크게 웃어본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웃음이 이렇게 헤픈 사람이 아닌데, 신기하게 여주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아졌다.   


"여주씨."

"으응..."

"여주씨, 다 왔어요."

"흐응, 머ㅇ...허, ㅈ..저 얼마나 잤어요?"


침 흘린 건 아니겠지. 다급하게 옷 소매로 입매를 닦았다. 다행히 침이 묻어나온다거나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주는 안절부절 못했다.


"별로 오래 안 잤,"

"허어어어 4시간이나 잤어요, 저?? 죄송해요ㅠㅠㅠㅠㅠ운전하느라 힘드셨을텐데 옆에서 잠이나 자고ㅠㅠㅠㅠ"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밤에 잠 못 잔 거 같은데 들어가서 더 잘래요?"

"아니요...잠만보도 아니구...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을 텐데 들어가서 제가 저녁할까요?"

"할 줄 알아요?"

"아니요. 근데 이제부터 할 줄 알게 될 거예요. 제가 안 한거지 못 한 건 아니거등요..! 아마도.."


캐리어를 꺼내 끄는 석진 옆에서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당차게 대답하더니, 말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며 기운이 한껏 누그러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요리는 아직 무린 거 같애.(자기객관화)


"그럼 같이 해요."

"교수님은 할 줄 아세요?"

"조금."


조금이라고 말하면서 석진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앞으로는 여기서 살게 될 테니 여주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아파트 로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뭔 놈의 아파트가 웬만한 5성급 호텔보다 좋은 것 같았다.



"여주씨 방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준비하진 못했어요. 보고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22층에 다다라 문을 열고 들어간 석진의 집은, 혼자 살았던 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너르고 깨끗했다. 무채색 위주의 도회적인 인테리어지만 하얀 바닥과 벽, 시원한 한강뷰 덕인지 답답하고 어둡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여기."


현관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분홍색 침구로 꾸며진 침대와 하얀 화장대, 책상과 편한 의자 하나, 붙박이장, 러그와 슬리퍼까지 완벽하게 준비돼있었다. 대체 뭘 제대로 준비 못하셨단 거지..?(의문)

심지어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창밖 풍경도 텁텁한 앞집 베란다가 아닌, 속이 탁 트이게 예쁜 야경이었다. 각방 쓰는 게 아아주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예쁜 방이면 뭐, 각방도 나쁘지 않지..!(태세전환)


"방 괜찮아요?"

"네에에...너무 조은데여..."

"다행이네. 화장실 여기니까, ..아 잠깐만요."


휴대폰 진동 소리에 말을 멈춘 석진은 곧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 지금? 그것만 보면 되는 거지. 그래. 성가시게 됐단 듯 석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안해요, 바쁜 일이 생겼네."

"회사 가보셔야 해요?"

"그건 아닌데...빨리 해줘야 하는 거라 저녁은 같이 못 만들 거 같아서."

"아유, 전 또 뭐라고... 괜찮아여! 저 혼자 할 수 있슴니다!"

"반찬은 냉장고에 아주머니가 해주신 거 있을 거예요."

"네네."


반찬은 있으니까 찌개 같은 것만 끓이면 되겠구만. 여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된찌를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굿즈는 붙박이장에 숨김)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문자도 남긴 여주는 우선 샤워부터 했다. 화장실에서도 야경이 보이다니, 세상에. 마음같아선 식혜라도 마시면서(식혜가 최애음료인 편) 반신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최대한 빨리 씻고 나왔다. 

머리를 말리고 집에서 들고 온 잠옷까지 챙겨입은 채로 산뜻하게 부엌으로 향했다. 석진은 정말 바쁜 모양인지 아까 서재로 추정되는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여주가 다 씻고 나올 때까지도 기척 하나 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했다. 


일 해주시는 아주머니를 고용한다더니 정말 냉장고가 깔끔했다. 다행히 된장찌개를 끓일만한 재료도 다 마련된 것 같았다. 이 정도야 뭐! 고깃집 알바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존맛 된장찌개 레시피를 용케도 기억해낸 여주는 채소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잠깐만...호박이...이렇게 써는 거였던가....? 아악!! 


결국 사고를 쳤다. 검지를 살짝 베인 여주는 울상을 지었다. 시이벌...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호박도 못 썰다니. 여주는 비통한 표정으로 베인 손가락을 흐르는 물에 씻어냈다. 이 집은 밴드가 어딨는거지. 아직 함부로 집을 뒤지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안 그래도 바쁜 석진에게 찾아가 밴드 어딨냐고 묻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어쩌지. 사면초가도 아니고 이게 뭐람. 그렇게 많이 벤 건 아닌데, 그냥 피 멎을 때까지 휴지 같은 걸로 누르고 있을까. 결국 마지막에 떠올린 방안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여주가 티슈를 뽑고 있을 때였다.


"어. 지금 가. 됐어, 급한데 내가 운전하는 게 낫지."


아까 그 차림 그대로의 석진이 귀에는 휴대폰을 댄 채 서재에서 나왔다. 보아하니 결국 회사를 가야하는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고 여주를 보는 눈에서 설핏 미안함이 스몄다. 


"회사 가봐야 할 거 같은데. 혼자 있을 수 있어요?"

"그럼요! 제가 애도 아니고. 잘 다녀오세요."


회사 일인데 별 수 있나... 여주는 아쉬움을 티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빨리 올게요."


석진은 곧 밋밋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석진이 없는 석진의 집은 아주 적막하고, 외로웠다. 혼자 놀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 여주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는데, 석진을 만나고부터는 그 모든 게 지루한 것이 되었다. 석진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달고 행복한 지를 이미 맛보아서 그런 것 같았다. 초장부터 버릇을 잘못 들인 기분이었다. 

여주는 삐뚤고 모나게 썰어놓은 채소들을 다시 깨끗한 통에 담아 냉장고로 넣었다. 배가 고프긴 한데, 딱히 뭘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먹으려니 그냥 입맛이 없었다. 손가락을 대충 동여매놨던 휴지에는 핏물이 짙게 들어 있었다. 분명 많이 안 베였는데, 피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 같을까. 이상하다. 


여주는 터덜터덜 거실로 가서 티비를 틀었다. 채널을 계속 올려봐도 재밌는 방송은 하지 않는 것 같다. 1년간 바쁘게 사느라 티비 한 번, 인터넷 한 번 제대로 보지 않아 어차피 아는 방송도 거의 없었다만. 차라리 바깥의 야경이 더 재밌을 것 같아 여주는 티비를 꺼버리고 소파에 누워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밤의 불빛이 되어 바쁘게 살았는데, 며칠 사이에 이렇게 홀로 누워서 그 불빛들을 한가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아주 단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년 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단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 들겠지. 1년동안 꿀 수 있는 꿈이라.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불빛 하나하나를 헤어보던 여주의 정신은 몽롱한 야경 사이로 흩어졌다.



**




"어휴, 사장님 오시니까 한결 낫네요. 갑자기 부산 간다고 사라지셔가지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내가 할 건 다하고 갔잖아."

"그거야 뭐 그렇지만... 사장님 안 계시면 안 돌아가는 일들이 많아서 그렇죠."

"이제부터 더 자주 없을 텐데."

"예?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안 그러시던 분이; 어차피 일 말고는 할 것도 없으시다면서요."

"생겼어."

"뭔데요?"

"나 결혼해."


윤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뭔 소릴 들은 거야..? 

처음엔 서로 존대를 하며 정말 딱 비즈니스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던 석진과 윤 비서는 함께 백화점을 살리면서 전우애 같은 거라도 생긴 것인지 아주 편하게 서로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윤 비서가 석진에게 마음놓고 툴툴거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해서 나름 석진과 친밀하다 생각했던 그는 지금 거하게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티 하나 안내시다니. 게다가 부산 다녀온 이후에 바로 결혼이라, 이 것도 뭔가 이상했다. 뭐가 있는 게 분명해!(윤코난)


"어느 기업인데요?"

"뭐가."

"결혼하실 분이요. 역시 성득그룹 손녀인가?"

"뭐래. 그게 누군데."

"성득그룹 손녀를 몰라요? 저번 달에 회사까지 찾아온 여자요, 임사랑이라고. 사장님이랑 전여자친구분 헤어진 거 알고부터 찾아와서 아주 쌩난리를... 진짜 식겁했습니다,저."

"그 여자가 뭔데 회사를 찾아와?"

"어유, 뭐 뻔하죠. 사장님한테 어울리는 여자는 자기밖에 없니뭐니 하면서 사장님 만나야겠다고 난리였어요. 성득 쪽에서 중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음 진짜 사장실까지 쳐들어올 기세였다니까요."

"이상한 여자네."


석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저런 사람들이 한둘이었나, 뭐. 이익을 보고 제게 달려드는 사람은 비단 성득그룹 손녀만이 아니었다. 물론 저렇게 '진짜 달려드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차피 그 행동이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 목적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게 답니까?"

"?"

"그래서 임사랑이 아니면 누구랑 결혼하시는데요..?"

"넌 몰라도 돼. 네가 모르는 사람이야."

"하, 저 나름 업계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 없을 걸요?"

"배여주 알아?"

"....아니요. 있었네요, 제가 모르는 사람.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거 봐, 모른댔잖아."

"아니 근데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냥 일반인...?"

"어. 대학생."

"어쩐지, 그러니까 내가 모ㄹ...예? 그냥 대학생이랑 결혼하신다고요?"

"응."

"아니 왜요?"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개꿀잠)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차로 5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여주는 종알거리던 30분을 제외하고 무려 4시간 가량을 딥슬립한 셈이었다. 어제 뒤숭숭한 기분에 잠을 설쳤던 것이 원흉이었다. 

석진이 집으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고, 여주는 그때까지도 노란 담요에 파묻혀 꿈나라를 헤매었다. 

잠을 잘 못 잤나. 나름 부드럽게 운전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에서 자는 건 불편했을 터였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 예민한 석진과 달리 여주는 둔하고 순했다. 그래서 잠결에라도 한 번을 칭얼대지 않고 곤히 잠들었던 것이겠지. 

석진은 여주의 눈꺼풀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 근심 하나 없어보이는 하얀 얼굴이 마냥 깨끗하다. 생각해보면, 아까처럼 그렇게 크게 웃어본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웃음이 이렇게 헤픈 사람이 아닌데, 신기하게 여주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아졌다.   


"여주씨."

"으응..."

"여주씨, 다 왔어요."

"흐응, 머ㅇ...허, ㅈ..저 얼마나 잤어요?"


침 흘린 건 아니겠지. 다급하게 옷 소매로 입매를 닦았다. 다행히 침이 묻어나온다거나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주는 안절부절 못했다.


"별로 오래 안 잤,"

"허어어어 4시간이나 잤어요, 저?? 죄송해요ㅠㅠㅠㅠㅠ운전하느라 힘드셨을텐데 옆에서 잠이나 자고ㅠㅠㅠㅠ"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밤에 잠 못 잔 거 같은데 들어가서 더 잘래요?"

"아니요...잠만보도 아니구...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을 텐데 들어가서 제가 저녁할까요?"

"할 줄 알아요?"

"아니요. 근데 이제부터 할 줄 알게 될 거예요. 제가 안 한거지 못 한 건 아니거등요..! 아마도.."


캐리어를 꺼내 끄는 석진 옆에서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당차게 대답하더니, 말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며 기운이 한껏 누그러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요리는 아직 무린 거 같애.(자기객관화)


"그럼 같이 해요."

"교수님은 할 줄 아세요?"

"조금."


조금이라고 말하면서 석진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앞으로는 여기서 살게 될 테니 여주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아파트 로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뭔 놈의 아파트가 웬만한 5성급 호텔보다 좋은 것 같았다.



"여주씨 방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준비하진 못했어요. 보고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22층에 다다라 문을 열고 들어간 석진의 집은, 혼자 살았던 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너르고 깨끗했다. 무채색 위주의 도회적인 인테리어지만 하얀 바닥과 벽, 시원한 한강뷰 덕인지 답답하고 어둡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여기."


현관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분홍색 침구로 꾸며진 침대와 하얀 화장대, 책상과 편한 의자 하나, 붙박이장, 러그와 슬리퍼까지 완벽하게 준비돼있었다. 대체 뭘 제대로 준비 못하셨단 거지..?(의문)

심지어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창밖 풍경도 텁텁한 앞집 베란다가 아닌, 속이 탁 트이게 예쁜 야경이었다. 각방 쓰는 게 아아주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예쁜 방이면 뭐, 각방도 나쁘지 않지..!(태세전환)


"방 괜찮아요?"

"네에에...너무 조은데여..."

"다행이네. 화장실 여기니까, ..아 잠깐만요."


휴대폰 진동 소리에 말을 멈춘 석진은 곧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 지금? 그것만 보면 되는 거지. 그래. 성가시게 됐단 듯 석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안해요, 바쁜 일이 생겼네."

"회사 가보셔야 해요?"

"그건 아닌데...빨리 해줘야 하는 거라 저녁은 같이 못 만들 거 같아서."

"아유, 전 또 뭐라고... 괜찮아여! 저 혼자 할 수 있슴니다!"

"반찬은 냉장고에 아주머니가 해주신 거 있을 거예요."

"네네."


반찬은 있으니까 찌개 같은 것만 끓이면 되겠구만. 여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된찌를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굿즈는 붙박이장에 숨김)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문자도 남긴 여주는 우선 샤워부터 했다. 화장실에서도 야경이 보이다니, 세상에. 마음같아선 식혜라도 마시면서(식혜가 최애음료인 편) 반신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최대한 빨리 씻고 나왔다. 

머리를 말리고 집에서 들고 온 잠옷까지 챙겨입은 채로 산뜻하게 부엌으로 향했다. 석진은 정말 바쁜 모양인지 아까 서재로 추정되는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여주가 다 씻고 나올 때까지도 기척 하나 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했다. 


일 해주시는 아주머니를 고용한다더니 정말 냉장고가 깔끔했다. 다행히 된장찌개를 끓일만한 재료도 다 마련된 것 같았다. 이 정도야 뭐! 고깃집 알바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존맛 된장찌개 레시피를 용케도 기억해낸 여주는 채소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잠깐만...호박이...이렇게 써는 거였던가....? 아악!! 


결국 사고를 쳤다. 검지를 살짝 베인 여주는 울상을 지었다. 시이벌...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호박도 못 썰다니. 여주는 비통한 표정으로 베인 손가락을 흐르는 물에 씻어냈다. 이 집은 밴드가 어딨는거지. 아직 함부로 집을 뒤지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안 그래도 바쁜 석진에게 찾아가 밴드 어딨냐고 묻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어쩌지. 사면초가도 아니고 이게 뭐람. 그렇게 많이 벤 건 아닌데, 그냥 피 멎을 때까지 휴지 같은 걸로 누르고 있을까. 결국 마지막에 떠올린 방안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여주가 티슈를 뽑고 있을 때였다.


"어. 지금 가. 됐어, 급한데 내가 운전하는 게 낫지."


아까 그 차림 그대로의 석진이 귀에는 휴대폰을 댄 채 서재에서 나왔다. 보아하니 결국 회사를 가야하는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고 여주를 보는 눈에서 설핏 미안함이 스몄다. 


"회사 가봐야 할 거 같은데. 혼자 있을 수 있어요?"

"그럼요! 제가 애도 아니고. 잘 다녀오세요."


회사 일인데 별 수 있나... 여주는 아쉬움을 티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빨리 올게요."


석진은 곧 밋밋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석진이 없는 석진의 집은 아주 적막하고, 외로웠다. 혼자 놀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 여주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는데, 석진을 만나고부터는 그 모든 게 지루한 것이 되었다. 석진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달고 행복한 지를 이미 맛보아서 그런 것 같았다. 초장부터 버릇을 잘못 들인 기분이었다. 

여주는 삐뚤고 모나게 썰어놓은 채소들을 다시 깨끗한 통에 담아 냉장고로 넣었다. 배가 고프긴 한데, 딱히 뭘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먹으려니 그냥 입맛이 없었다. 손가락을 대충 동여매놨던 휴지에는 핏물이 짙게 들어 있었다. 분명 많이 안 베였는데, 피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 같을까. 이상하다. 


여주는 터덜터덜 거실로 가서 티비를 틀었다. 채널을 계속 올려봐도 재밌는 방송은 하지 않는 것 같다. 1년간 바쁘게 사느라 티비 한 번, 인터넷 한 번 제대로 보지 않아 어차피 아는 방송도 거의 없었다만. 차라리 바깥의 야경이 더 재밌을 것 같아 여주는 티비를 꺼버리고 소파에 누워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밤의 불빛이 되어 바쁘게 살았는데, 며칠 사이에 이렇게 홀로 누워서 그 불빛들을 한가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아주 단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년 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단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 들겠지. 1년동안 꿀 수 있는 꿈이라.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불빛 하나하나를 헤어보던 여주의 정신은 몽롱한 야경 사이로 흩어졌다.



**




"어휴, 사장님 오시니까 한결 낫네요. 갑자기 부산 간다고 사라지셔가지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내가 할 건 다하고 갔잖아."

"그거야 뭐 그렇지만... 사장님 안 계시면 안 돌아가는 일들이 많아서 그렇죠."

"이제부터 더 자주 없을 텐데."

"예?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안 그러시던 분이; 어차피 일 말고는 할 것도 없으시다면서요."

"생겼어."

"뭔데요?"

"나 결혼해."


윤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뭔 소릴 들은 거야..? 

처음엔 서로 존대를 하며 정말 딱 비즈니스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던 석진과 윤 비서는 함께 백화점을 살리면서 전우애 같은 거라도 생긴 것인지 아주 편하게 서로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윤 비서가 석진에게 마음놓고 툴툴거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해서 나름 석진과 친밀하다 생각했던 그는 지금 거하게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티 하나 안내시다니. 게다가 부산 다녀온 이후에 바로 결혼이라, 이 것도 뭔가 이상했다. 뭐가 있는 게 분명해!(윤코난)


"어느 기업인데요?"

"뭐가."

"결혼하실 분이요. 역시 성득그룹 손녀인가?"

"뭐래. 그게 누군데."

"성득그룹 손녀를 몰라요? 저번 달에 회사까지 찾아온 여자요, 임사랑이라고. 사장님이랑 전여자친구분 헤어진 거 알고부터 찾아와서 아주 쌩난리를... 진짜 식겁했습니다,저."

"그 여자가 뭔데 회사를 찾아와?"

"어유, 뭐 뻔하죠. 사장님한테 어울리는 여자는 자기밖에 없니뭐니 하면서 사장님 만나야겠다고 난리였어요. 성득 쪽에서 중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음 진짜 사장실까지 쳐들어올 기세였다니까요."

"이상한 여자네."


석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저런 사람들이 한둘이었나, 뭐. 이익을 보고 제게 달려드는 사람은 비단 성득그룹 손녀만이 아니었다. 물론 저렇게 '진짜 달려드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차피 그 행동이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 목적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게 답니까?"

"?"

"그래서 임사랑이 아니면 누구랑 결혼하시는데요..?"

"넌 몰라도 돼. 네가 모르는 사람이야."

"하, 저 나름 업계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 없을 걸요?"

"배여주 알아?"

"....아니요. 있었네요, 제가 모르는 사람.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거 봐, 모른댔잖아."

"아니 근데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냥 일반인...?"

"어. 대학생."

"어쩐지, 그러니까 내가 모ㄹ...예? 그냥 대학생이랑 결혼하신다고요?"

"응."

"아니 왜요?"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개꿀잠)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차로 5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여주는 종알거리던 30분을 제외하고 무려 4시간 가량을 딥슬립한 셈이었다. 어제 뒤숭숭한 기분에 잠을 설쳤던 것이 원흉이었다. 

석진이 집으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고, 여주는 그때까지도 노란 담요에 파묻혀 꿈나라를 헤매었다. 

잠을 잘 못 잤나. 나름 부드럽게 운전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차에서 자는 건 불편했을 터였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 예민한 석진과 달리 여주는 둔하고 순했다. 그래서 잠결에라도 한 번을 칭얼대지 않고 곤히 잠들었던 것이겠지. 

석진은 여주의 눈꺼풀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 근심 하나 없어보이는 하얀 얼굴이 마냥 깨끗하다. 생각해보면, 아까처럼 그렇게 크게 웃어본 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웃음이 이렇게 헤픈 사람이 아닌데, 신기하게 여주와 함께 있으면 웃을 일이 많아졌다.   


"여주씨."

"으응..."

"여주씨, 다 왔어요."

"흐응, 머ㅇ...허, ㅈ..저 얼마나 잤어요?"


침 흘린 건 아니겠지. 다급하게 옷 소매로 입매를 닦았다. 다행히 침이 묻어나온다거나 하는 대참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주는 안절부절 못했다.


"별로 오래 안 잤,"

"허어어어 4시간이나 잤어요, 저?? 죄송해요ㅠㅠㅠㅠㅠ운전하느라 힘드셨을텐데 옆에서 잠이나 자고ㅠㅠㅠㅠ"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지. 밤에 잠 못 잔 거 같은데 들어가서 더 잘래요?"

"아니요...잠만보도 아니구...점심도 제대로 못 드셨을 텐데 들어가서 제가 저녁할까요?"

"할 줄 알아요?"

"아니요. 근데 이제부터 할 줄 알게 될 거예요. 제가 안 한거지 못 한 건 아니거등요..! 아마도.."


캐리어를 꺼내 끄는 석진 옆에서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당차게 대답하더니, 말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며 기운이 한껏 누그러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봐도 요리는 아직 무린 거 같애.(자기객관화)


"그럼 같이 해요."

"교수님은 할 줄 아세요?"

"조금."


조금이라고 말하면서 석진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앞으로는 여기서 살게 될 테니 여주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아파트 로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뭔 놈의 아파트가 웬만한 5성급 호텔보다 좋은 것 같았다.



"여주씨 방은,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준비하진 못했어요. 보고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22층에 다다라 문을 열고 들어간 석진의 집은, 혼자 살았던 집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너르고 깨끗했다. 무채색 위주의 도회적인 인테리어지만 하얀 바닥과 벽, 시원한 한강뷰 덕인지 답답하고 어둡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여기."


현관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분홍색 침구로 꾸며진 침대와 하얀 화장대, 책상과 편한 의자 하나, 붙박이장, 러그와 슬리퍼까지 완벽하게 준비돼있었다. 대체 뭘 제대로 준비 못하셨단 거지..?(의문)

심지어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창밖 풍경도 텁텁한 앞집 베란다가 아닌, 속이 탁 트이게 예쁜 야경이었다. 각방 쓰는 게 아아주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예쁜 방이면 뭐, 각방도 나쁘지 않지..!(태세전환)


"방 괜찮아요?"

"네에에...너무 조은데여..."

"다행이네. 화장실 여기니까, ..아 잠깐만요."


휴대폰 진동 소리에 말을 멈춘 석진은 곧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 지금? 그것만 보면 되는 거지. 그래. 성가시게 됐단 듯 석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안해요, 바쁜 일이 생겼네."

"회사 가보셔야 해요?"

"그건 아닌데...빨리 해줘야 하는 거라 저녁은 같이 못 만들 거 같아서."

"아유, 전 또 뭐라고... 괜찮아여! 저 혼자 할 수 있슴니다!"

"반찬은 냉장고에 아주머니가 해주신 거 있을 거예요."

"네네."


반찬은 있으니까 찌개 같은 것만 끓이면 되겠구만. 여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된찌를 끓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굿즈는 붙박이장에 숨김)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문자도 남긴 여주는 우선 샤워부터 했다. 화장실에서도 야경이 보이다니, 세상에. 마음같아선 식혜라도 마시면서(식혜가 최애음료인 편) 반신욕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최대한 빨리 씻고 나왔다. 

머리를 말리고 집에서 들고 온 잠옷까지 챙겨입은 채로 산뜻하게 부엌으로 향했다. 석진은 정말 바쁜 모양인지 아까 서재로 추정되는 방으로 들어간 이후에는 여주가 다 씻고 나올 때까지도 기척 하나 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했다. 


일 해주시는 아주머니를 고용한다더니 정말 냉장고가 깔끔했다. 다행히 된장찌개를 끓일만한 재료도 다 마련된 것 같았다. 이 정도야 뭐! 고깃집 알바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운 존맛 된장찌개 레시피를 용케도 기억해낸 여주는 채소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잠깐만...호박이...이렇게 써는 거였던가....? 아악!! 


결국 사고를 쳤다. 검지를 살짝 베인 여주는 울상을 지었다. 시이벌...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어. 호박도 못 썰다니. 여주는 비통한 표정으로 베인 손가락을 흐르는 물에 씻어냈다. 이 집은 밴드가 어딨는거지. 아직 함부로 집을 뒤지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안 그래도 바쁜 석진에게 찾아가 밴드 어딨냐고 묻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어쩌지. 사면초가도 아니고 이게 뭐람. 그렇게 많이 벤 건 아닌데, 그냥 피 멎을 때까지 휴지 같은 걸로 누르고 있을까. 결국 마지막에 떠올린 방안이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여주가 티슈를 뽑고 있을 때였다.


"어. 지금 가. 됐어, 급한데 내가 운전하는 게 낫지."


아까 그 차림 그대로의 석진이 귀에는 휴대폰을 댄 채 서재에서 나왔다. 보아하니 결국 회사를 가야하는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고 여주를 보는 눈에서 설핏 미안함이 스몄다. 


"회사 가봐야 할 거 같은데. 혼자 있을 수 있어요?"

"그럼요! 제가 애도 아니고. 잘 다녀오세요."


회사 일인데 별 수 있나... 여주는 아쉬움을 티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빨리 올게요."


석진은 곧 밋밋한 도어락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석진이 없는 석진의 집은 아주 적막하고, 외로웠다. 혼자 놀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건 여주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는데, 석진을 만나고부터는 그 모든 게 지루한 것이 되었다. 석진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달고 행복한 지를 이미 맛보아서 그런 것 같았다. 초장부터 버릇을 잘못 들인 기분이었다. 

여주는 삐뚤고 모나게 썰어놓은 채소들을 다시 깨끗한 통에 담아 냉장고로 넣었다. 배가 고프긴 한데, 딱히 뭘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큰 집에서 혼자 먹으려니 그냥 입맛이 없었다. 손가락을 대충 동여매놨던 휴지에는 핏물이 짙게 들어 있었다. 분명 많이 안 베였는데, 피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 같을까. 이상하다. 


여주는 터덜터덜 거실로 가서 티비를 틀었다. 채널을 계속 올려봐도 재밌는 방송은 하지 않는 것 같다. 1년간 바쁘게 사느라 티비 한 번, 인터넷 한 번 제대로 보지 않아 어차피 아는 방송도 거의 없었다만. 차라리 바깥의 야경이 더 재밌을 것 같아 여주는 티비를 꺼버리고 소파에 누워 창밖을 계속 바라보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밤의 불빛이 되어 바쁘게 살았는데, 며칠 사이에 이렇게 홀로 누워서 그 불빛들을 한가하게 구경하고 있으니 아주 단 꿈을 꾸는 것 같았다.  

1년 뒤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단 꿈에서 깨어나는 기분이 들겠지. 1년동안 꿀 수 있는 꿈이라.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불빛 하나하나를 헤어보던 여주의 정신은 몽롱한 야경 사이로 흩어졌다.



**




"어휴, 사장님 오시니까 한결 낫네요. 갑자기 부산 간다고 사라지셔가지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래도 내가 할 건 다하고 갔잖아."

"그거야 뭐 그렇지만... 사장님 안 계시면 안 돌아가는 일들이 많아서 그렇죠."

"이제부터 더 자주 없을 텐데."

"예? 아니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안 그러시던 분이; 어차피 일 말고는 할 것도 없으시다면서요."

"생겼어."

"뭔데요?"

"나 결혼해."


윤 비서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내가 뭔 소릴 들은 거야..? 

처음엔 서로 존대를 하며 정말 딱 비즈니스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던 석진과 윤 비서는 함께 백화점을 살리면서 전우애 같은 거라도 생긴 것인지 아주 편하게 서로를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윤 비서가 석진에게 마음놓고 툴툴거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해서 나름 석진과 친밀하다 생각했던 그는 지금 거하게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티 하나 안내시다니. 게다가 부산 다녀온 이후에 바로 결혼이라, 이 것도 뭔가 이상했다. 뭐가 있는 게 분명해!(윤코난)


"어느 기업인데요?"

"뭐가."

"결혼하실 분이요. 역시 성득그룹 손녀인가?"

"뭐래. 그게 누군데."

"성득그룹 손녀를 몰라요? 저번 달에 회사까지 찾아온 여자요, 임사랑이라고. 사장님이랑 전여자친구분 헤어진 거 알고부터 찾아와서 아주 쌩난리를... 진짜 식겁했습니다,저."

"그 여자가 뭔데 회사를 찾아와?"

"어유, 뭐 뻔하죠. 사장님한테 어울리는 여자는 자기밖에 없니뭐니 하면서 사장님 만나야겠다고 난리였어요. 성득 쪽에서 중재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음 진짜 사장실까지 쳐들어올 기세였다니까요."

"이상한 여자네."


석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저런 사람들이 한둘이었나, 뭐. 이익을 보고 제게 달려드는 사람은 비단 성득그룹 손녀만이 아니었다. 물론 저렇게 '진짜 달려드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차피 그 행동이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의 차이일 뿐, 목적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게 답니까?"

"?"

"그래서 임사랑이 아니면 누구랑 결혼하시는데요..?"

"넌 몰라도 돼. 네가 모르는 사람이야."

"하, 저 나름 업계에서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모르는 사람 없을 걸요?"

"배여주 알아?"

"....아니요. 있었네요, 제가 모르는 사람.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거 봐, 모른댔잖아."

"아니 근데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그냥 일반인...?"

"어. 대학생."

"어쩐지, 그러니까 내가 모ㄹ...예? 그냥 대학생이랑 결혼하신다고요?"

"응."

"아니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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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교수님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큰 그림)


상쾌하게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방 안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던 여주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근데 이 밴드 뭐야...? 그리고 나 어제 침대에 누운 기억이 없는데...?(갑분호러) 

내가 어디서 ㅈ.... 기억을 더듬던 여주가 곧 입을 틀어막으며 음소거된 비명을 질렀다. 소파에 누운 이후로 기억이 없으니까 거기서 잠든 게 분명한데, 침대에서 개운하게 일어났다는 건... 일단 석진이 옮겨줬다는 설이 정황상 가장 유력했다. 

나 개무거웠을 텐데...그리고 밴드도...너무 감사하긴 하지만 나 입 벌리고 잔 거 같은데 다 보신 거 아냐...?핫쉬..... 

차곡차곡 적립하는 수치에, 수치플 적금 넣으면 노후 걱정 없겠다는 뻘한 생각을 하며 여주는 방 밖으로 나왔다. 통유리 너머 벌써 화창하게 날이 밝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처럼 집 안이 조용했다. 8시 40분이니까, 출근하셨나? 여주는 안방인 것 같은 방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인기척이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없는 것 같아 빼꼼 들여다 보았다. 역시나 석진은 없었다. 구경하고 싶긴한데 아무리 그래도 침실을 허락없이 들어가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미련없이 문을 닫고 돌아섰을 때였다. 


-삑ㅂ비삐삑


누군가 익숙하게 도어락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두고 가신건가? 여주가 시골 똥강아지처럼 해맑게 석진을 부르며 쪼르르 현관으로 달려나왔다.


"교수니이ㅁ....!"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어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아앜!!!!!!!!!!!!!!!!!"



[방탄소년단/김석진] 계약결혼의 법칙 04 | 인스티즈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ㅏ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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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끊는 게 제일 어려운 거 가타요...홀홀...그래서 오늘도 아무렇게나 끊어버렸읍니다..ㅎ 이게 뭔가 싶으시져..?(머쓱)

제목에 결혼이 들어가는데 4화만에 겨우 동거 시작하다니... 자까는 반성합니다... 

암튼 우리 독자분들 오늘도 감사드리구 제 사랑 받아가세여😉 거절은 안 받아여 그냥 넣어두세여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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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1.185
진챠.... 고3인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들락거리다가 이렇게 기쁜 일이 생겼어요.. 뿌앙 ㅠㅠㅠ 아 자까님 오늘도 너무너무너무 재밌게 보고갑니당 ㅜㅜ💜💜😭😭 좋은 글 감사합니당!!!
3년 전
독자1
와 진짜 역대급 분량!!!!!
마지막에 끊는것이 아침드라마급이네요!!!!!
질투하는 석진이와 정국이 너무 귀여워요!!!!! 앞으로 자주 볼 수있었으면 좋겠네요💜💜💜

3년 전
비회원237.133
작가님 이렇게 끊으시면 어떡해요ㅠㅠㅠㅠ
3년 전
독자2
아아아아아악 작가님!!!!!기다려쒀요!!!!!!! 뭔가 석진이에게 여주가 슬금슬금 스며드는 것 같네욯ㅎㅎㅎ
3년 전
비회원78.76
헐 너무 좋아요!!!!!!!작가님 진짜로 저 기다렸어요!!!!!!!! 석진이의 으른미 볼 수 있는 것도 좋고 여주도 은근히 적응해가면서 석진이에게 툭툭 던지는 것도 좋고 다음 화 다음 화가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3
아 여주 귀여워 ❤️❤️❤️❤️❤️
3년 전
비회원165.177
세상에 행복하네요........느므느므...
3년 전
독자4
너무 재밌어요!!가능하시다면 연재텀이 조금만 더 짧았으면 좋겠습니다!
3년 전
독자5
기다렸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주자주 와주신다면 사랑합니다
3년 전
독자6
엄청난 분량에 아침드라마급 끊기까지!!! 거기에 너무 재밌는 내용!!! 작가님 사랑합니다 ㅠㅠㅠ 다음화 빨리 보고싶어요 ㅠㅠㅠ
3년 전
독자7
천천히 진도나가는거 아주 조아요 히히히히히 아 너무 웃기잖앜ㅋㅋㅋ여줔ㅋㅋㅋㅋㅋㅋㅋ
3년 전
독자8
여주 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는 저도 웃음 나와여ㅠㅠㅠㅠㅠ 작가님 오늘도 재밌었어요!!!!! 다음편도 기다리겠슴다ㅜㅜㅜ
3년 전
독자9
에에? 이게 뭐죠 대체 누가 온 것이야!! 오늘 분량 무슨 일.. 정말 좋아요 사랑해 거절은 거절해 그냥 받아줘요♥ 진짜 너무 재밌어...
석진이가 여주를 사랑(?) 하려는 것 같죠...? 정구가.. 어떻게..... 정구가 힘내... 이 누나는 우리 막둥이도 응원해요~ 오늘 정국이 견제 너무 귀여웠어요
정말 어려서 그런지 석진이에겐 그 견제의 투명성이 너무 잘 보이는 모양입니다//☆ 아유 기여어.. 다음 편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3년 전
독자10
작 가 님 사 랑 해 요🖤
현생을 잊게 하는건 작가님의 글뿐...
어쩜 글을 이렇게 찰지게 쓰시는지ㅠㅠㅠㅠ 새벽의 기쁨~

3년 전
독자11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중간중간 짤들이 너무 적절해서 더 몰입되욬ㅋㅋㅋㅋ
3년 전
독자12
ㅠㅠㅠ 넘모 재미써요
3년 전
독자13
잘보고 갑니당!! 고마워요 재밌었어용!!
3년 전
독자14
어머님이 오셨다 놀라신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아악 다음편 넘 궁금해요 작가님 끊는 솜씨 뭐예여 계속 보게 만들려는 큰그림이져!! 당연히 기다립니다 희희 오늘편 내용 완전 알차자나요💜💜 감사히 읽고 갑니당💜
3년 전
독자15
와 진짜 행복해요 세상에 와 ㅠㅠㅠㅠ 김석지뉴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16
선생님 최고예요...
글 계속 써줘요.. 저 엄버할게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엄버와 신알신..그리고 댓글 뿐..🥺😭

3년 전
독자17
작가님,, 현생때문에 신알신 온 거 보고 못 읽다가 이번주말와서야 읽네요 ㅠㅠㅠㅠㅠ 넘 행복합니다 세상에 작가님 묘사력이랑 필력 주접력 다 완벽하세요🥺🥰😇 마침 5도 나와있어서 기쁜마음으로 읽으러갑니다💜
3년 전
독자18
와 진챠 대밧이에요 정말 매우 완벽함 그 자체 ㅠㅠㅠ 광광 웁니다
3년 전
비회원112.59
꾸아아아아앙 사랑해요ㅜㅜ 숙제도 못하고 보구있는데 숙제 안하고 노는게 최고죠(씨익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작까님 분량 사랑하고 김석진 사랑하고 작가님 사랑해요
제 보라를 받으세요 뽕!!!💜💜💜💜💜
(비회원도 댓 달수 있다길래 ㅎㅎ흐흐흫흣흫흐흐ㅎㅎ)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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