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축하한다.”
[……어?어…고마워.]
“…왜 나한테는 청첩장 안보내?”
[아…그게…올수있어?]
“친한친구 결혼식인데.당연히 가야지.”
[…정말?]
조금은 놀란듯이 묻는 너때문에 더 가슴이 아파온다.아무렇지않은척 대답을 하는데 계속 어물쩡거리는 녀석의 행동에 한숨이 푹 나온다. 나 더이상 너 안좋아해. 적어도 니앞에서 앞으로는 절대 내마음 들킬일없어. 물론 뒷말은 속으로 꾹 삼킬수밖에 없었지만 녀석에게 다시한번 말했다. 나 너 안좋아해. 이미 옛날에 마음 접었어. 내가 아무리 병신이라지만 설마 결혼하는 남자까지 좋아하겠냐. 내가생각해도 꽤 놀랄만큼 말을 술술 잘뱉어냈다.한참을 전화기 너머로 당황하던 녀석이 이제야 안심이라도 된듯 그럼 이번주주말에 청첩장을 줄테니 한번 보자며 다시 활기차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작게 미소지었다. 알겠어.그때 봐.
“…아후….”
나에겐 꽤나 힘겨웠던 통화를 끝내고 벽을 타 바닥에 주저앉듯했다. 무슨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날만큼,녀석의 목소리조차 기억안날만큼, 내가 지금 전화통화를 한건지,안한건지 그것조차도 분간안될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이청용이 결혼을 한다. …드디어 길고길었던 내 짝사랑이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구나.
-
“잘지냈…어?”
“잘지냈지.얼굴좋아보이네.형수님이 잘해주나봐.”
“형수님은 무슨….”
부끄러운듯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작게 웃었다.진짜 행복한가보네. 하긴 여자친구랑 몇년을 사겼는데…결혼할때 됐지. 깜빡했다는듯이 가방을 뒤지더니 테이블위에 청첩장을 한장을 쓱 내게 내미는 녀석.애써 환하게 웃으며 청첩장을 받아들었다. 이야 청첩장 잘골랐는데?이쁘다. 표정을 굳히지 않으려 계속 미소지으며 청첩장을 열자 보기에도 행복해보이는 녀석의 웨딩사진과 같이 써있는 문구. 드디어 결혼합니다.많은사람이 오셔서 축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힐끔 녀석과 눈을 한번 마주치고 다시 조심스럽게 청첩장을 봉투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쁘네.진짜 이쁘다.”
“솔직히 너 안올줄알고 청첩장 안보낸건데….”
“그런말이 어딨어.당연히 가야지.”
“……고맙다 진짜.”
가야지.당연히 가야지. 가서 너 행복해하는 모습봐야 그래야 내마음도 조금 정리되지. 꽤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하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도리질쳤다. 그런말이 어딨어.내가 한게 뭐있다고.결혼준비때문에 한국들어와있는거지?어떻게 결혼하면 잉글랜드 가서 사나? 무거운 분위기는 만들기 싫어 애써 화제를 전환하자 다시 방긋 웃으며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내가 질문하고 내가 상처받고. 꼴좋다 진짜…여기서 뭐하나 싶은마음도 드는데 뭔가 이렇게 둘이 보는건 마지막일것만같아 쉽게 자리는 못뜨겠다.
“…행복해?”
“응 많이행복해.”
“아…어 응…그러냐.”
“너도 이제 행복해져라.”
“……….”
더이상 나 그렇게 슬픈눈으로 보지말고.진짜 행복해지라고. 녀석이 조금은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뭐야…결국 끝까지 눈치챈거냐.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감았다.나 또 너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구나.아 그냥 직접받지말껄.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언제까지 그럴건데 너.”
“내가 좋아할때는 어쩜 그렇게 눈치가 없나 싶을정도로 둔하더니
들키기싫을때 눈치만 존나 빨라 하여튼 이청용.”
“………….”
“몇년된 감정을 한순간 정리하는게…쉬운일은 아니잖아.”
“………….”
“나 너한테…나좀 봐달라고 한적도 없고, 결혼하지말라고 깽판친적도 없어.”
“………….”
정말 오늘까지야.너 결혼식장 들어갈때 나 너 제일 많이 축하해줄거고 행운 빌어줄거야.니가 원하는대로 나 연애도 할거고,결혼도 할거고 너가 원하는대로…너가 원하는대로 다 해줄거야.짝사랑이라그래.너무 오래된…차마 놓기에 너무 버거운 그런 짝사랑. 나 그리고 불행한적없어. 지금이야 조금 힘들뿐이지만 너 좋아하면서 행복했으면 행복했지,불행한적 없었어.
“더이상 얘기나누는건 불가능하겠지?”
“………….”
“아 결국 또 이렇게 되네.야 미안하다 결혼준비때문에 바쁠텐데
또 병신같이 사람 마음 심란하게 만들어서….”
청첩장을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먼저 가볼게 이청용. 결혼식날,그날 멋진모습으로 다시보자.
-
“이야 기성용 니가 왠일이냐 이렇게 멋지게하고오고.”
“그러게.대충매던 넥타이까지 꽉 졸라맸네.이렇게입으니까 야 모델같다.”
“기자들 많잖아요.오랜만에 힘좀 줬죠.”
불편하기만한 정장에,넥타이를 입으니 죽을맛이였지만 녀석에게 최고로 멋진 마지막모습을 보여주고싶어 한껏 꾸몄다.결혼식장앞, 역시 기자들은 진을치고있었고 저기서 붙잡혀 한참 인터뷰할걸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왔다.얼마나 축하영상을 찍으라고하고,얼마나 별의별 질문을 다할까. 답답한건 형들도 마찬가지인듯 저마다 인상 찡그리기바쁜데 예식장안으로 들어가긴 들어가야겠고, 어쩔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나 우르르 몰려오는 기자들때문에 한참동안이나 그자리에 묶여버렸지만.
“와우씨…기자들 단합력봐.다뜯겼네.”
“이청용 장가가는게 무슨 큰일이라고 저난리야.”
“큰일이지.지성이형보다 먼저가는데 당연히 큰일….”
옷을 털며 예식장 안으로 들어왔다.하루 통째로 빌린다더니 능력도 좋다 이청용.이곳저곳 고급스럽기만한 예식장 내부를 살피는데 뭘 그렇게 쳐다보냐며 얼른가자고 주영이형이 등을 툭 친다. 아 안그래도 그럴거에요.
“저기 이청용이다.”
“이야 저렇게 입혀놓으니까 청용이도 잘생겼네!”
“저렇게 꾸몄는데 안멋진놈이 어딨어요.”
살짝 멀리 떨어져서 본 녀석의 모습은 역시 멋졌다.오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다시한번 각인시키듯 너무 멋진 모습에 툭 마음에도 없는말까지 내뱉었으니까. 나의 말에 머리를 툭 치고 지나가는 형들.오늘같은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라는 뜻이겠지. 먼저 녀석에게로 가 인사를 하는 형들의 모습에 나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이제 정말 끝인가.끝이겠지.끝이구나.
“…어?”
“결혼 축하해.”
“어 왔네…어 고마워.”
“밖에 기자들 쫙 깔렸더라.너인기 좋던데.”
“하도 요즘 선수들중에 결혼하는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뭐….”
“니덕에 나까지 결혼언제하냐는 질문 왕창 받고왔잖아.”
“흐흐.그래?”
“어쨌든 축하한다.너 오늘 진짜 멋…아.”
조심스레 손을 올려 녀석의 삐뚤어진 넥타이를 한번 고쳐줬다.넥타이 삐뚤어졌잖아.제대로 매야지.적어도 오늘같은날은. 조금은 당황스러워하는 녀석의 얼굴에 얼른 손을 때고 바지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신부대기실은 어디야?형수님 보고싶은데. 오늘도 역시나 화제전환.속으로는 쓰게웃었다.
“…어머 성용씨.”
“형수님 이쁘시네요.”
“…아이 부끄러워요.”
“형수님이 훨씬 더 아깝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막 내뱉으며 웃었다. 기분좋은지 살짝 미소짓는데 어울리기는 녀석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됐다.일단 착하고,성격도 잘맞고, 무엇보다 마음껏 사랑할수있는 남녀잖아.걸림돌같은게 없잖아.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모습이 살짝 부러워져 고개를 돌리는데 신부대기실로 급하게 들어오는 녀석이 보인다. 날보더니 눈에띄게 멈칫하는데 녀석의 눈이 불안해서 참을수가있어야지. 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설마 여기서 이상한말이라도 할까봐 저러나.피식 웃고 녀석을 반겼다.너 어른들한테 인사해야되는거아니냐.아직 손님들 많이 오실텐데 신부가 그렇게 보고싶었어?놀리듯 녀석에게 말했다.
“…청용아 성용씨가 나 예쁘대.”
“그랬어?”
“내가 훨씬 아깝다는데?”
부케로 입을가리고 예쁘게 웃는 신부를 보며 한번 더 나와 녀석의 사이를 느꼈다.아주 따뜻한 눈빛으로 신부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빛에 더더욱. 슬슬 신부대기실을 나가려는데 잠시만 기다리며 사진한장 찍자고 녀석이 말한다.…사진?그래 그러자 그럼. 머리를 긁적이며 신부 뒤에가서 섰다.자연스럽게 녀석이 신부옆에 앉고,언제들어온건지 모를 사진기사가 사진을 찍는데 최대한 밝게 웃으려 애썼다.이것도 네 부탁이잖아 청용아.네 부탁이면 다들어줘야지.
“네 됐습니다.”
“전 그럼 식장에 먼저 들어가있을게요. 청용아 잘해.형수님 화이팅!”
손까지 쥐어보이며 화이팅을 외치고 신부대기실을 빠져나오는데 순간 울고싶어졌다.내가 왜이렇게까지 해야하나.바로 식장에는 못들어가겠어서 화장실로 대피하듯 들어가는데 이제 손까지 부들부들 떨린다.잘했어.잘했어 기성용.마지막이니까.…마지막…아 그놈의 마지막 씨발.
“기성용.”
“……넌진짜 할일도 없다.왜자꾸 나 쫓아다니냐.”
“마지막으로 나도 할말있어서.”
“………….”
한참 어질거리는 머리를 잡고있는데 화장실로 들어온 녀석. 어른들한테 인사도 해야될테고,이제 곧 시작할 결혼식때문에 많이 바쁠텐데.쓸데없이 자꾸 너 나 찾는다?언제 골치가 아팠냐는듯 다시 똑바로 서 녀석을 바라보는데 뜬금없이 내게 할말이 있단다.또 무슨말. 녀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너 언제 나 좋아했어?”
“…2년 전쯤.”
“난 그럼 한 4년 전쯤 너 좋아할때 있었나보다.”
“…………….”
“나도 너 좋아했어.지금 너처럼.”
갑자기 왜 그런걸 묻나 생각하는데 녀석의 입에서 나온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당황스러움에 나도모르게 살짝 뒷걸음질치는데 정확히 내눈을 보고 말하는 녀석.
“타이밍이야 성용아.우린 안되는거였던거야 처음부터.”
“………….”
“너도 어느순간 갑자기 나처럼될거야.한순간이야 그거.”
“………….”
“난 니가 나보다 빨리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어.”
그 말을 끝으로 곧 결혼식이 시작한다며 급하게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녀석.아직도 정리안되는 머릿속이 복잡하기만한데 차마 정리하기도 벅찰듯하다.어느새 두눈에 눈물이 고이는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아 제발…아 울면안돼….언제 날 좋아했다고그래.니가 날 언제…나한테 언제 기회가있었는데….결국 악을 쓰며 화장실 벽을 치고 주저앉아 울었다.갑자기 들린 악소리에 놀란듯 사람들이 화장실안으로 들어오는데 차마 다시 일어날 힘도 없을정도였다.이러지마…나한테 진짜 이러지마….
“기성용 너 왜이래!!”
“…아흐…으으….”
너무 아프잖아…나한테 진짜 이러지마….그걸 왜 지금말하는데…왜…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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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로는 마지막 소설이 될듯싶네요. :-)
왕혹직 독자분들께 너무 죄송하기도하고,
사실 좀 슬럼프였는데 죄책감들지만 국대로
마음에 안정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아이돌로 팬픽쓰는건 별 거부감도없고,죄책감도 안드는데
왜 운동선수는 그렇게 죄책감이 들었는지!!!!ㅠㅠ
★기성용 이청용 너네 둘 보지마.★
혹시나해서..ㅎㅎㅎㅎㅎ
사실 지금 팬픽으로 써서 오글거리는거지 제 실화에요!!ㅋㅋㅋㅋㅋ
결혼은 아니고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 애인이 생겼는데 제가 꽤오래 좋아했던..ㅋㅋㅋ
근데 나중에서야 알고보니 그분도 전에 절 좋아하던시기가 있었던거죸ㅋㅋㅋㅋㅋㅋ
아 왜이렇게 오글거리지.사실 전 저렇게 힘들지않았구요.살짝 멘붕정도!
지금은 좋은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고있답니다!!! 갑자기 새벽에 브금 듣는데
그분이 좋아하시던..ㅋㅋㅋㅋㅋ갑자기 막 소설이 쓰고싶었는데 많이 바꿔서 썼어요.
조금더 아련하게 쓰고싶었으니 제손이 똥손인데다가 여기서 더 오글거리면 저 진짜 민망해서
죽고싶을지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이소설,틀만 실화고
다 허구라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것도 너무 심각한 허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 말 이렇게 오래, 길게 쓴적은 처음인것같네요! :-) 그럼 전 아침 다되서 굿밤 하겠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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