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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 속, 해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만이 그녀를 저 깊이 끌어당겼다.  

당최 왜 이런 감정들이 드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이상한 감정의 정의조차 분명하게 할 수 없었다.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해나는 머리를 고쳐 묶고 잠시 산책이라도 하려 집 밖을 나섰다.  

 

대충 슬리퍼를 끌고 나온 해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파란 머리였다. 그 파란 머리는 집 근처 공원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데이트라기에는 영 초라해 보이는 자세였다. 해나는 그런 연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뭐해?" 

갑작스런 인기척에 연준의 앞에 있던 작은 생명체가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아, 놀래라. 너였구나. 왜 나왔어? 답답해?" 

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데이트 갔다더니?" 

"아, 응. 지금 데이트 중이야." 

연준은 슬쩍 웃으며 다시 쪼그려 앉아 저 풀숲으로 몸을 숨긴 무언가를 불러냈다. 

"나비야~ 괜찮아. 이리 와." 

해나가 연준처럼 무릎을 굽혀 앉자, 풀 숲에서 노란 줄무늬의 아기 고양이가 나왔다. 

해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완전 귀여워... 어떡해..." 

연준은 해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귀엽지. 이름은 나비야. 얘랑 데이트하러 나왔어." 

 

연준은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나올 때마다 동료들에게는 데이트를 하러 간다고 말했던 것이었다. 

해나는 괜한 오해로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겼던 본인이 어쩐지 민망해졌다.  

 

 

혼자 민망해하던 해나에게 연준이 물었다.  

"밥은 먹었어?" 

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애들이 만들어줬어." 

연준이 놀라며 재차 물었다. 

"만들어줬다고? 웬일이래. 맨날 시켜 먹는 녀석들이." 

"요리 잘하던데. 맛있었어." 

연준이 다행이네- 라고 말하며 웃었다.  

 

 

시덥잖은 대화들이 오가고 한참을 쭈그려앉아있던 둘은 이내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연준이 고민 끝에 해나에게 물었다. 

"피곤하진 않아?" 

해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피곤해. 하나도." 

그에 연준이 다시 물었다. 

"그럼, 같이 좀 걸을래?" 

해나는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W. 블렌지 

 

 

 

"우와, 밤인데도 밝네?" 

처음 산책을 나온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해나를 보며 연준은 몰래 웃음을 감췄다.  

"그렇게 신기해?" 

"응! 밤인데도 도시가 밝아. 밤하늘보다 더." 

한눈에 도시를 내려다보니, 멋진 도시의 야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해나는 빛나는 도시를 눈에 다 담으려 했다.  

연준은 난간에 기대 도시를 바라보는 해나에게 물었다. 

"후회하지는 않아?" 

해나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연준을 바라봤다. 

"어떨 거 같은데?" 

예상치 못한 해나의 역질문에 당황한 연준이 해나의 자세와 똑같이 난간에 두 팔을 걸치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TXT/최연준] 수채화(水彩畵)03 | 인스티즈

"글쎄. 힘들진 않으면 좋겠네." 

해나가 슬픈 눈으로 웃어 보였다.  

"힘들지는 않아. 후회는... 나도 글쎄. 아직까지는 모르겠네." 

해나의 대답 후 짧은 정적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해나가 연준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일했어? 좋아서 하는 건 아닐 거 아냐."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더라. 아마 어릴 때부터 해왔던 거 같아. 옛날 기억이 다 이런 거거든."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하는 연준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해나는 그런 연준이 안쓰러워 보여 본인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준은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눈을 감고 말했다. 

"나 달래주는 거야?" 

"내가 위로가 된다면." 

연준이 다시 눈을 뜨고 해나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전히 그녀에게 속절없이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피하지 않았다.  

해나의 깊은 눈빛에 달이 비쳤다. 연준은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그녀의 영혼까지 쳐다볼 기세로 해나를 바라봤다.  

 

"나랑 종종 산책해 주면 안 돼?" 

해나는 여전히 연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내일도!" 

연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해나는 커튼을 활짝 펼치고 환한 달빛을 마음껏 만끽하며 잠에 들 수 있었다.  

 

 

 

 

"최연준!" 

요 며칠 새, 저녁 9시만 되면 연준의 방문이 두들겨졌다. 

"네,네- 나갑니다~" 

 

연준은 산책을 재촉하는 강아지마냥 반짝이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해나를 보고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좋아? 매일매일 나가고 싶어?" 

4일 연속으로 산책을 나가자는 해나가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했다.  

 

범규가 눈을 비비며 TV를 보다가 나가려는 연준에게 억울한 어투로 말했다.  

"형 또 산책 가요? 원래 나가는 거 귀찮아하면서!" 

"안 귀찮아해. 빨리 자라~" 

"내가 나가자고 할 때는 귀찮다고 했으면서..." 

연준은 꿍얼거리는 범규를 뒤로하고 풀린 신발 끈을 묶었다.  

 

 

 

"날씨 좋다. 그치!" 

"그러네. 별로 덥지도 않고." 

뭐가 그렇게나 좋은 건지. 나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연준의 마음을 쓱 훑고 지나갔다.  

 

"내일도 나와줘야... 아...!" 

연준을 쳐다보며 뒷걸음질로 걷던 해나가 휘청,하자 연준이 그녀의 팔을 홱 낚아챘다.  

"조심해야지. 넘어질라." 

"고마워... 진짜 넘어질 뻔했네..." 

"내 손 잡고 천천히 걸어." 

연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해나의 손을 잡았다. 

한 손에 다 들어오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처음 느껴보는 온기였다. 어쩐지 놓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또한 욕심이고 오만일까. 그래도 좋았다. 이것의 죗값을 치뤄야한대도 좋았다. 그저 지금은 감정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고 싶었다.  

연준은 해나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이 온기가 좋았다.  

 

 

그때, 분위기를 깨는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애써 안 들리는 척 무시하는 해나에게 연준이 물었다. 

"전화 안 받아도 돼?" 

"아. 응... 받아야 돼. 근데 싫다..." 

"누군데? 배지현?" 

해나는 연준에게 제 핸드폰을 보여주며 답했다 

"아니. 장 회장." 

연준의 눈이 놀란 듯 커졌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작전 중이구나 지금..." 

 

해나는 연준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어쩐 일이세요?" 

"어 우리 해나 씨. 이제 우리 만날 때 되지 않았나?" 

해나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졌다. 

"네~ 빨리 보고 싶어요. 시간 괜찮으신 날로 문자 주세요. 제가 지금 밖이라서요." 

 

가식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통화를 끝마친 해나가 연준에게 와락 안겼다. 

"짜증 나. 짜증 나 진짜. 더러운 새끼." 

연준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저 해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뿐임에 절망했다.  

"빨리 처리해 줄게. 조금만 버텨줘..." 

연준은 해나를 한참 동안 안고 서있었다.  

 

 

 

 

해나는 이른 시간이지만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쩐지 긴장이 되기도 했다. 

오늘은 해나가 처음으로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날이었다. 두려웠고, 긴장됐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꽤나 멀리 와버렸고, 선택의 책임은 스스로 져야 했다.  

 

 

배지현은 몇 주 전부터 대어를 잡기 위한 그물을 쳐놓았다. 해나는 언니인 배지현 몰래 장 회장에게 은밀하게 연락한 여동생 역을 연기해야 했다. 아주 고역이었다. 

 

'내일 S호텔에서 만날까?' 

 

해나는 어젯밤 장 회장에게 온 문자를 보고 욕을 내뱉었다. 

"더러운 새끼." 

그리고 거울을 보며 화장품을 얼굴에 발랐다. 그토록 혐오하는 화장을 제 손으로 하는 꼴이라. 신이 이 꼴을 보고는 분명 비웃을 것이다. 어쩌면 내 죗값이리라. 

 

마음속으로 수백 번 울며 립스틱을 바르던 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해나야." 

연준의 목소리였다.  

"열려있어. 들어와." 

연준은 쭈뼛거리며 들어오더니, 놀란 표정을 감추려 애썼다. 겉모습을 제대로 치장한 모습은 처음 봤으니, 아마 그 점에 놀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나는 담담한 척 연준에게 웃으며 물었다. 

"예뻐?" 

해나의 물음에 연준이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이런 거 안 해도 원래 예뻤어."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이제껏 다들 제 얼굴을 더 돋보이게 꾸미려는 손길들 뿐이었다. 이 껍데기 너머 나의 영혼까지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건지, 매일을 절망 속에 살아왔다.  

해나는 괜히 울컥한 탓에 연준에게 시선을 거두고 등을 돌렸다. 밀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연준이 저에게 등을 돌린 해나의 허리를 뒤에서 감싸 안았다. 

"왜애... 삐졌어? 평소보다 더 예쁘다. 응?" 

다정한 연준의 목소리는 해나의 마음 속 깊숙이 잠긴 호수에 돌을 던졌다.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슬퍼졌다.  

애써 달래는 연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의지한 채 울어버릴까 봐서. 그냥 그대로 그에게 안겨 눈을 감았다.  

 

 

 

 

해나는 작전대로 장 회장을 꼬신 배지현의 여동생이란 탈을 쓰고 문자에 쓰여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 밖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잠시 스페인의 노을이 그리워져 향수에 잠겼다. 해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기도 잠깐, 곧이어 장 회장이 들어왔다. 

"아이구 해나. 많이 기다렸어?" 

역겨웠다. 당장이라도 그를 쏴 죽이고 싶었다.  

해나는 여전히 탈을 쓴 채로 연기를 했다. 말 그대로 눈웃음을 거들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장 회장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침대에 앉아있는 해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장 회장은 해나의 하얀 팔을 매만지며 더러운 눈빛으로 해나를 바라봤다. 다른 손은 그녀의 허벅지로 향했다. 해나가 구역질을 참아내던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문이 열렸고, 옆에 있던 장 회장이 한순간에 시체가 됐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 앞에는 연준이 서있었다. 

 

 

 

 

배지현과 소년들은 CCTV로 장 회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1차 계획은 물에 들어있는 수면제를 마시게 유도하는 것이지만, 허튼짓을 할 기미가 보인다면 총을 쏴 처리하는 것이 2차 계획이었다.  

연준은 총을 세게 움켜쥐었다. CCTV 너머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매만지는 장 회장을 보니 화가 울컥 치밀었다. 당장 죽여야 했다. 죽이고 싶었다.  

[TXT/최연준] 수채화(水彩畵)03 | 인스티즈

 

"형! 형 벌써 어디 가요!" 

"최연준. 아직 기다려!" 

만류하는 동료들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연준은 몸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연준은 총을 들고 곧장 호텔 방 문을 열어 해나의 옷을 벗겨내려는 장 회장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곧이어 큰 총성이 울려 퍼졌다. 원래 계획상으로 해나는 잠시 밖으로 나가있어야 했고, 장 회장은 아직 살아있어야 하지만, 감정에 못이긴 연준이 지름길을 통해 장 회장을 곧바로 쏴버렸다. 그 과정에 한치의 망설임은 없었다.  

 

 

해나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사람이 죽고 죽이는 걸 제 눈으로 처음 본 그녀에게 큰 충격이 아닐 리 없었다.  

순간 이성이 돌아온 연준은 그녀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킨 듯했다.  

영원히 숨기고 싶던 치부. 자신의 정체가 괴물인 것을 들킨 것 마냥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씨발. 작게 욕을 내뱉은 후, 연준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나갔다.  

 

뒤처리 반인 태현과 카말이 급하게 들어와 숨통이 끊긴 시체가 된 장 회장을 처리했다.  

"누나 괜찮아요?" 

"하여간 저 형 성질머리 급한 거 하고는..." 

곧이어 들어온 배지현이 충격에 주저앉은 해나를 일으켰다. 

"너무 충격받지 마. 앞으로 자주 볼 장면이니까. 상처받지 말고 익숙해져. 그게 약이야." 

해나는 방을 나서다가 본인에게 튀긴 장 회장의 피를 대충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녀의 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깊은 밤이 다시 찾아왔다. 해나와 연준을 제외한 모두는, 골머리를 썩였던 장 회장의 죽음을 축하하러 술을 마시러 나간지 오래였다. 이 기세로는 아마 집에 들어오지 않을 듯했다.  

해나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눈을 감기만 하면, 장 회장의 머리에 겨눠진 총과 연준의 표정, 그리고 그녀의 몸에 피를 튀기고 죽은 장 회장의 얼굴이 자꾸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손이 떨려왔다. 누군가의 온기가 간절했다.  

해나는 베개를 들고 연준의 방문 앞에 서서 고민했다. 아까 장 회장의 죽음을 겪었을 때, 되려 그녀보다도 충격받은 얼굴을 한 채 눈을 마주쳤던 연준이 떠올랐다.  

충격받을 사람은 오히려 난데 왜 연준은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고민은 사치였다. 아직 너무 늦지 않은 시간. 그의 방 문을 두드렸다.  

"자?" 

잠깐의 정적 후, 방 문이 열렸다. 

[TXT/최연준] 수채화(水彩畵)03 | 인스티즈

"아직. 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혼자 못 자겠어. 옆에 있어줘." 

연준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색한 침묵이 계속됐다. 둘은 방 안의 작은 소파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연준은 베개를 안고 있는 해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는 미안. 놀랐을 텐데." 

해나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미안할게 뭐 있어." 

잠깐의 정적 끝에 연준이 말을 이었다. 

"침대에서 편하게 자. 나 여기서 잘게." 

"소파 불편하잖아. 같이 침대에서 자자." 

 

 

연준이 해나와 거리를 두고 한 침대에 누웠다.  

당연히 잠이 올 리 없었다. 해나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고개를 틀어 연준을 바라봤다.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 덕에 연준의 얼굴이 어슴푸레 보였다. 연준은 잠이 든 듯 보였다. 해나는 닿을 듯 닿지 않는 연준에게 손을 뻗었다.  

'안 닿아...' 

그에게 닿지 않는 손에 괜시리 울컥해진 그때였다. 

"잠 안 와?  

해나의 희고 가늘은 손이 허공에서 길을 잃었다. 손을 잡아끌어 제 품 가득 그녀를 안은 연준이 그녀의 작은 뒤통수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나 때문에 깼어? 미안..." 

답지 않은 해나의 사과에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는 연준이었다.  

 

곧이어 둘의 시선이 진득하게 얽혔다. 서로의 영혼을 뚫어낼 기세로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눈물의 이유는 그들조차 알 수 없었다. 감정에 이끌린 밤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입을 맞췄고, 세상에 그들만 있는 듯이 서로를 탐했다. 서로만 원했다.  

곧이어 그들은 하나가 됐고, 방은 열기로 가득찼다.  

 

 

해나는 생각했다. 세상이 끝나는 밤이 바로 이 밤이길.  

이미 밑바닥을 기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더 나락으로 떨어진대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나는 더 추락해도 좋다. 심장이 저 밑으로 처박혀도 나는 그저 좋았다.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연준의 등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그 깊이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상처들을 어루만졌다.  

"힘들지 않아? 사람 죽이는 거." 

연준은 그녀의 질문에 멈칫 하더니, 담배를 지져 끄고 해나의 곁으로 가 그녀를 꽉 안았다.  

"거지 같지. 나라고 사람 죽는 거 눈 앞에서 보고싶겠어." 

해나가 연준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팠겠다..." 

"이 일은 몇 년을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더라고." 

손길을 옮겨, 이번엔 연준의 팔을 어루만졌다. 마치 위로의 손길 같기도 했다.  

"그게 아직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겠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면 그게 괴물이지 사람이겠어?" 

담담하게 말하는 연준에게서 과거의 상처들이 느껴졌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들이 지나갔나. 

해나는 그의 죄를 함께 지고 살아가고 싶어졌다.  

 

 

 

우리는 각자의 죄를 끌어안고 살아왔다. 어떤 밤은 죄의 무게에 눌려 짙은 눈물로 긴 밤을 지새웠다. 저 달빛이 두려웠다. 내 영혼을 파고드는 빛이 두려워 어둠으로 숨어들었다.  

숨 막히는 나날들 속 그의 품에 안기면 나는 그제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 우리는 잠시 서로의 품에서 숨을 돌리고, 달빛이 지면 다시 죗값을 치루어야했다.  

그런 우리는 그런 서로의 죄를 끌어안아주며 위로했다.  

 

 

우리는 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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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분위기 미쳤다...진짜...너무 취저라 글읽는 동안 숨을 못쉬겠어여ㅠㅠ
4년 전
비회원53.43
하아,,,,오늘도 작가님 글에 치여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다냐왔습니다,,,, 이 분위기 어쩔거야 즌쯔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합미다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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